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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276화 (276/389)

제276화

276화

검은 탑을 세울 계획은 예전부터 구상해 두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탑의 적대를 확신한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계획에 넣어 둔 것.

“굳이 흑마법사만의 탑이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탑의 건축 허가가 떨어지고 나서 그 허가증을 살펴보던 중 문득 생각했다.

왜 나는 굳이 흑마법사만의 탑이 필요하다고 여긴 거지?

그것은 꽤 근시안적인 사고였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바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탑은 흑마법사뿐만 아니라 마법을 다루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입문할 수 있는 곳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모든 마법을 포괄한다.

종족, 계급, 출신, 연령, 모든 것을 불문하고 마법에 뜻이 있는 자라면 누구든 환영하리.

아~, 물론 선악은 따져야겠지만.

그렇게 나는 이 탑의 목표를 모든 마법사를 손에 넣을 장소로 정하였다.

“기왕이면 둘 다 전부 손에 넣는 게 좋잖아요.”

“지, 진심인가.”

울렌드는 내 본심을 듣자 조금 어지러운 듯 몸을 휘청거린다. 저런, 하체가 부실하신가 보군요.

“그리고 지혜의 숲과의 동맹으로 그곳에서 파견 나온 이들에게 협조를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얼마 전이지만요.”

지혜의 숲의 마법사 젤레본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숲의 노인들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파견된 대행이니.

“그 완고하신 분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시다니, 대체 어떤 방법을 쓰신 것입니까?”

“비밀로 해 두죠. ……그것이 그 노인분들과의 약속이니까요.”

뭐, 신중하게 설득을 했지.

이유 중 하나는 금악룡을 출현시킨 건에 대해 그들도 조금 고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디서 마탑주 제올루인 미켈드의 수작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들은 세상 밖 물정에 어두웠다.

그러니 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진출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어느 정도 바깥의 재량권을 손에 넣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여 끌어들이긴 했습니다.”

그들은 대뜸 바깥과 교류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신설될 검은 탑에 먼저 진출하는 게 낫겠다고 여긴 것이다.

“향후 외출이 가능한 숲의 마법사들 중 희망하는 이들은 이곳에 파견을 와서 마법을 연구할 수 있겠죠.”

“진, 진심으로 모든 마법을 다루는 탑을 신설하겠다는 건가?”

“어차피 기존의 마탑은 현재 잠적 상태. ……아마 향후 어떤 식으로 복귀를 한들 황실이 그것을 용납할 리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이권까지 날치기하자.

어차피 망할 놈들인데, 뭐 어떠냐.

“이 방침은 곧 정식으로 공표될 것이고, 제국 전역에서 입문자를 받기 위한 수속도 시작할 생각입니다.”

“뜻은 이해했네. 하지만…….”

울렌드는 딱히 내 주장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네의 뜻은 이해했네. ……그러나 과연 다른 이들이 찬동할지 우려스럽군.”

뭐, 나를 아는 흑마법사들은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옹호하겠지.

지혜의 숲의 마법사들도 협력하지 않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

“반드시 충돌할 것이네.”

흑마법과 공용 마법.

요컨대 푸른 마나와 검은 마기를 다루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하겠죠. 충돌.”

나도 인정한다.

무조건 삐거덕거린다.

“그럼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하면 그만입니다.”

냉정하게.

“충돌 사례가 생기겠죠. 그럼 규칙에 따라 벌하고, 그것을 준수하는 자에게는 보상을 주면 되죠.”

대립의 금지. 모든 마법의 존중과 협력은 탑의 규율로서 당연히 내걸 것이다.

“쉽겠는가?”

“쉽지 않아도 됩니다. 규칙이란 건 무조건 공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손해와 이득. 지키는 쪽이 이롭다면 싫어도 지켜야죠.”

“……이상론이군. 의외로군. 시안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전 딱히 비관론자는 아닙니다만.”

뭐, 이리 말하는 것은 결국 나는 탑의 이권만을 빨아먹을 것이고, 실제 운영에 간섭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시행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닐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무책임하고 게으른 거지.

“그리고 당연히 탑에 반감을 품을 이들의 입문을 무조건 허락할 마음도 없고요.”

당연히 탑이 정식으로 개방되고 입문자를 들일 때는 나름 심사를 할 것이다.

“충분히 이쪽에 수긍할 이들을 먼저 고려하여 들이면 그만입니다.”

“……있겠나?”

“……있을 거라고 여기기 어렵군요.”

의아해하는 양측과 달리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의외로 모으기 쉬울걸요. 푸른 마나를 다루는 이들 중에도 기존의 마탑에서 배척받는 이들이 많았으니까요.”

내가 이 방안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당연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마탑이 오로지 자신들의 마법을 맹신하고 푸른 마나를 다루는 자들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거기서도 차별을 두고 있었다는 걸.

“의외로 손을 내밀어 주면 검든 푸르든 관계없이 달려올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나는 자신 있게 장담했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은 선입견.

실제로 까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는 것.

“제가 노리는 목표는 하나.”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고, 나는 이 탑의 목적을 모든 마법사를 받아들여 이루는 그 끝을 말했다.

“마법의 완전한 통합.”

그것이 올바른 목표라고 확신하고 있다.

* * *

이미 제국 내에서 마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소문은 어지간한 산골에까지 퍼졌을 정도였다.

탑뿐만이 아니라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이 사라졌기에 제국 시민들은 바로 그 영향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많은 의문이 제국 황실을 향했고, 그 답을 제국 황실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짐은 마탑의 잠적 사태에 대한 결론을 말하겠다.”

알현실의 장막 안쪽에서 황제는 신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언했다.

“마탑주 제올루인 미켈드를 포함하여 탑에 소속된 이들은 짐에게 어떠한 사전 양해도 없이 행방을 감추었다. 제국은 그런 행위를 반역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그 뜻을 제국에 대한 반기로 받아들이고, 황제는 마탑을 제국의 역적으로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타협의 여지도 없는 그 말을 들은 귀족들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마탑의 진위는 상관이 없지만, 그들이 보유한 마법사들을 용서할 여지조차 없다면?

황제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상, 지위의 복권은 불가능하다.

이미 황제는 그의 심기를 건드린 탑 하나를 무너트린 전례가 있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제국은 마법의 힘을 어떻게 누려야 하는가.

“대체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그것을 위해 짐이 숙고하고 대체할 것을 세우기 위해 시일이 걸렸다.”

황제는 그들이 직접 목소리로 불안을 토로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대체안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미 제국에는 새로운 탑이 세워졌느니라!”

그 발언에 술렁이지 않는 이들은 이미 그 소식을 어떤 경로로든 접하여 알고 있는 일부 고위 귀족들뿐이었다.

“자! 새로운 마법의 탑을 이끌 자들은 이곳에서 짐에게 직접 인정을 받으라!”

황제가 나오라고 호령하자, 몇 명의 마법사들이 알현실에 들어온다.

흑마법 길드의 전 길드장 울렌드.

지혜의 숲에서 파견 온 대행 젤레본.

그들을 본 귀족들은 소리를 억누르며 저마다 숙덕거렸다.

“……저자는 흑마법 길드의?”

“……거기다 저 마법사의 문양은 혹 지혜의 숲 아닌가?”

“……어째서 저들이?”

각기 정반대의 길을 추구하는 마법사가 같은 자리에 나타난 사실에 의아한 시선이 쏟아진다.

“새로운 탑은 흑마법과 공용 마법 둘 다를 아울러 동등하게 추구하는 탑이 될 것이다.”

황제의 선언은 귀족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탑에는 절대자여야 할 탑의 주인을 두지 않는다.

거기다 흑마법이든 공용 마법이든 혹은 그 외에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든.

마나를 다루는 모든 지식을 포괄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알린 것이다.

“그들은 모든 마법은 동등하며 가치가 있다는 뜻에서 본 형태의 새로운 탑을 제안했다. ……그리고 짐 또한 그들의 뜻을 인정하고 허락했노라.”

황제는 새로운 탑을 인정하고 그 존재를 허락하겠다고 다시 한번 쐐기를 박는다.

그에 대한 반론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

거기다 지금 이곳에는 그들의 존재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 자들은 이미 기존의 탑과 같이 잠적해 버렸기에.

“모든 마법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검은 탑의 설립을 오늘을 기해 널리 알리도록 하라! 마법사는 새로운 탑으로 향하라!”

이 순간, 에타니올 제국의 역사에 정식으로 새로운 탑.

검은 탑의 신설이 기록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 * *

제국 황실의 지원으로 검은 탑의 신설 소식은 제국 전역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검은 탑에 속한 마법사들은 신속하게 기존 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활동에 돌입하였다.

우선 기존 탑이 사라짐으로써 끊긴 인력을 보강하고, 물자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마법 관련 물품의 보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존의 탑보다 정직한 가격으로 성실하게 대응할 것.

검은 탑의 상층부는 그것을 거듭 강조하며, 또한 대외적으로 강하게 어필하였다.

그 방침을 세간에서는 열렬히 환영했으면 했지 거부의 의사를 보일 일은 없었다.

특히나 지방 귀족들과 시민들은 더욱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금의 탑이 훨씬 낫지 않은가.”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날짜도 지키지 않아서 따지면 대뜸 지팡이부터 겨누지 않았습니까.”

“그놈들에 비하면 훨씬 나은 게 아닌가.”

“흑마법사건 뭐건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

탑의 위세를 등에 업은 마법사들의 거만함은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해지기 마련.

성실하고 적절한 대가만을 받는 마법사라면 모두 환영하면 했지 거부할 일은 없었다.

그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반응.

그리고 마법사들의 반응.

마탑은 사라졌지만, 모든 마법사들이 행방을 감춘 것은 아니었다.

마탑에 속하지 않은 이들 혹은 마탑과 그다지 밀접한 관련이 없던 이들.

그들은 새로운 탑의 방침을 듣고 처음에는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모든 마법을 인정하는 탑이라고?”

“말도 안 돼! 흑마법도 들이겠다는 말인가?!”

“그래서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나!”

처음에는 반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품고 있던 선입견에 의한 것.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잠시 잊게 된 것은 검은 탑의 또 다른 방침 때문.

마법의 종류뿐이 아니라 출신 또한 따지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럼 우리도 탑에 입문할 수 있다는 건가?”

“출신도 재능의 종류도 묻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사사로운 선입견 따위를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은 그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우리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제각각의 이유로 기존의 마탑에 거부를 당했던 마법사들.

그들의 심성이 악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마법에 대한 열망은 다른 누구와 견주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들이 탑에 입문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사상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출신, 재력 등 마탑이 요구하던 마법 외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의 마탑이 요구하는 올바른 마법사의 기준에 어긋났기에.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당연히 불만을 품었고, 그들은 새로운 탑이 내거는 가능성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케테린 녀석이 새로운 탑에 입문했다며?”

“분명 연구 내용 때문에 마탑에서 거부당한 자잖아.”

“새로운 탑은 연구 방침만 확고하면 공정하게 심사해 준다던데?”

그것이 기존의 마탑에 소외된 이들이 갈망하던 것이니까.

재능이 있어도 기존 마탑의 취향과 사상에 맞지 않는다고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탑은 기꺼이 선택해 줄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그들은 어느 쪽을 욕할까.

“나도 검은 탑에 가입하겠어!”

“젠장! 검은 탑은 어디에 있지?”

보다 이득이 되는 쪽에 순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마법사들은 마치 철이 자석에 끌리듯 새로운 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마법 체계에서는 단념했던 성공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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