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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291화 (291/389)

제291화

291화

우선 본래 일어날 사건인 테러부터 처리하자.

“처리하기 어려운 놈들은 아니지만, 테러가 일어나도록 기다리면 귀찮아질 거야.”

(혼자 갈 거니? 알리는 게 좋지 않아?)

“됐어. 그 정도 피라미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만일을 위해서도 가능한 다른 녀석들은 파티장에 놔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후딱 처리하고 돌아가자.”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나는 기지개를 켜며 잠시 느슨해진 감각에 재차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찾을 방법은?)

“내 날카로운 감은 개뿔. ……뭐, 믿는 구석은 있어.”

사실 얼굴만 보고 수상쩍은 놈들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범 격을 제외하고 말단들은 얼굴도 거의 묘사되지 않았다.

잡것들을 무슨 수로 찾겠냐.

그러니…….

“……적당히 찔러 봐야지.”

(닥치는 대로 공격해 보려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뭐, 일단 지켜봐.”

놈들의 수법은 알고 있다.

분명 파티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 미리 사람을 침입시켜 뒀다지?

그리고 침입시킨 놈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일하는 하인들을 포섭하거나 바꿔치기했지 아마.

“황실도 경비가 허술하군.”

별수 없으리라.

마탑의 잠적 이후 황실에 파견된 마탑의 마법사는 대다수가 빠져버렸다.

마탑이 세워 둔 경비 장치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기에 폐기한 상태.

황실의 마법사만으로는 일손이 모자라고 아직 검은 탑은 황실에 마법사를 파견할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했으니.

“흠~, 저놈이면 되려나.”

우선 필요한 건 감.

적당히 수상쩍어 보이는 친구를 찾아보자고요.

묘하게 두리번거린다든가 사람을 꺼린다든가. 음~ 요컨대 아싸의 기운을 풍기는 놈이 좋은가.

아싸는 아싸를 알아본다.

‘저놈부터 시작하면 되겠군.’

겉도는 느낌의 하인 한 명을 발견했다.

“거기, 잠시 괜찮습니까?”

“예, 옛?! 어, 어떤 용무이신지…….”

별거 아닌 척 말을 거는데도 쭈뼛거리며 당황한다.

뭐야, 내 감 좋은데? 이거 오래 찾을 필요도 없겠군.

평소의 행실이 좋기 때문이겠지.

(행실이 좋다면 이런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시끄럽네요.

하여튼 찾은 거 같으니 시작하자.

“파티장으로 안내를 해 줬으면 합니다만.”

“……파티장 말씀이십니까? 손님입니까?”

“예, 파티를 기대하는 중이라서 직접 안내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예, ……예.”

그 하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게임에서도 녀석들에게 통용되던 암호였던가.

나도 조금 헷갈려서 일단 시험 삼아서 써 봤는데 잘 먹히는군. 만약 달랐으면 정신 간섭용 흑마법을 시험해 보든가 했을 텐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친구들도 안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어째서…….”

“조금 이유가 있어서 말이죠.”

예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에 동지들을 전부 불러 모으라는 뜻이던가.

그는 잠시 혼란스러운 듯 고민하다가 이내 다른 하인을 부르더니 무언가 속닥인다.

그러자 다른 하인은 깜짝 놀라며 달려 나간다.

‘저렇게 순진해서야 나쁜 짓 어떻게 해 먹을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쉽게 풀리는군.

그대로 나는 그 하인을 쫓아서 지하의 빈 창고로 향했다.

이곳이 집결지인가.

신속하게 모였는지 다수가 숨어 있었다.

하인뿐 아니라 이번 연회에 참석한 말단 귀족도 몇 명 섞여 있군.

“전부 왔냐?”

“……무슨 용건이지? 뭔가 차질이라도 생긴 건가?”

“그럴 리가! 그보다 소집을 한 건 누구냐!”

그들은 혼란스러운 듯 다그치며 자신들을 불러 모은 범인을 찾는다.

나라고 외치고 싶지만, 잠깐만.

나는 문을 걸어 잠그고 그 문에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 붙인다.

간단한 결계 발생 장치다. 지속 시간은 짧지만, 제법 효과는 강력한 놈이지.

“뭐 하는 거지? 그보다 자네는 누구지?”

“아~, 일단 봉쇄부터 하고. 그리고 뭐야. 어두운 데서 말하는 취미라도 있어? 일단 불부터 켜자고.”

조명 효과를 가진 아티팩트 몇 개를 대충 던진다.

얼굴 정도는 알아볼 정도의 빛이 발생하자 그들도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 시안 알케우스?!”

“왜 저놈이 여기 있는 거냐!”

망했다고 직감했겠지. 나가려고 해도 내가 문을 막고 있고, 하물며 결계로 막아 놨다.

“뭐고 자시고 망한 거 맞거든. 못된 짓을 꾸몄으면 혼나야지?”

“큭! 됐다! 저놈도 어차피 표적이었다! 여기서 처리해.”

“……알기 쉽네.”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눈치는 있지만, 주제 파악은 못 하나.

놈들은 숨겨 놨던 무기를 꺼내며 필사적으로 적의를 드러낸다.

“왜 저놈이 개입을?!”

“처리해! 어차피 이곳에서는 마법도 쓰기 어려울 것이다.”

거참 살벌한 친구들이네.

“이런 곳에서 마법을 쓰기 어렵다고? 그건 틀린 말은 아니군. ……뭐, 굳이 쓸 필요도 없지만.”

황성의 결계를 믿나? 어리석군.

하긴, 마법을 쓰면 소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니.

“마법? 필요 없어.”

나도 무기를 꺼낸다.

적당한 단검 두 자루.

그것을 능숙하게 손에 거머쥐고는 거만하게 웃는다.

“시간 없으니 금방 끝내자. ……귀찮으니 한꺼번에 덤벼.”

말을 잘 듣는 나쁜 어른들.

덤비라고 했더니 정말로 한꺼번에 무기를 거머쥐고는 나를 향해 덤벼든다.

물론 머릿수는 훌륭한 전략.

서로 비슷한 스펙이나 다소 약한 정도라면 머릿수를 늘리면 큰 위협이 되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 세상은 힘이 차이가 나면 사실 머릿수는 의미가 없게 되니까.

마법 따윈 애초에 필요 없다.

내 힘이 마법이나 마찬가지니.

단검 두 자루를 거머쥔 채 나는 덤벼드는 테러범들을 향해 달려든다.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놈은 벽까지 날아가 처박히며 그대로 혼절한다.

“으아~ 살살 쳐야 하나. 잘못하면 죽겠는데.”

상정한 것 이상으로 허약하군.

혀를 차고 나는 남은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간단히 제압한다.

휘두르는 무기는 고작 단검에 썰려 박살이 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자 해도 내가 간단히 후려치는 것만으로도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진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아 전부 내 손에 물리적으로 박살이 나서 바닥을 나뒹군다.

“나머지는 믿을 만한 놈에게 증거랑 같이 넘겨 버리면 되겠군. ……뭐, 댁도 포함해서 말이지!”

나는 단검 하나를 방 한구석으로 던졌다.

그것은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그곳의 일부 풍경이 일그러지며 한 사내가 검을 휘두른 채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러 계열의 은신 스킬 하이드 이펙트. ……꽤 익히기 어려운 기술이라던데, 그런 재주를 가지고 이런 놈들과 어울려 놀다니 재능이 아깝잖냐.”

“역시 간파하는가. 금악룡……. 그 괴물을 잡았다는 실력은 사실인가.”

“그럼 항복하지?”

“허튼소리!”

항복할 리는 없을 것이다. 놈들의 목적은…….

“반대로 묻고 싶다! 시안 알케우스! 그런 실력을 갖추고도 제국에 꼬리를 치는가!”

“꼬리 없거든…… 같은 농담을 원하는 건 아니겠군. 단순해. 그저 제국과 친하게 지내는 게 이득이 많아.”

“도리도 모르는 놈!”

놈은 내 말에 격분하며 달려든다.

내리치는 검을 나는 단검을 휘둘러 간단히 쳐 냈다.

“역시 목적은 이곳을 엉망으로 만들고, 제국 황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거?”

“그렇다! 거만한 황제를 끌어내릴 오명을 안겨 주는 것!”

“흥, 개소리군.”

테러에 정당한 명분이 있을쏘냐. 나는 비웃으며 녀석을 걷어차서 날렸다.

설사 놈이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내게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놈의 기운이 부푼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몸집이 부풀어 오른다.

전신의 가죽이 변하고 형상이 변한다.

넘쳐나는 힘에 녀석이 쥐고 있는 검의 손잡이가 부서진다.

“워울프. 그것도 그 정도 변화가 가능한 종족이라. ……정말로 재능이 아깝네.”

“닥쳐라!”

이족보행의 짐승이 된 놈이 지면을 박차고 내게 돌진해 온다.

어지간히 강건한 육체를 가진 자라도 부딪치기만 해도 박살이 날 정도의 무시무시한 기세.

“제국과 황제에 충성하는 개라면 여기서 죽여 주마! 시안 알케우스.”

“……그러니까 무리라니까.”

한숨을 쉬며 녀석의 돌진에도 나는 한 발도 내딛지 않은 채 턱짓을 까딱였다.

녀석이 양팔을 휘두르며 날카롭게 늘어난 손톱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손톱 하나가 어지간한 명검에 필적할 정도의 절삭력. 수인 종족 오러 유저의 무서운 점인가.

그러나…….

“……뭣?!”

녀석이 필사적으로 휘두른 참격은 내 앞에 치솟은 검은 마기의 벽에 막혔다.

“이건, 어째서…… 어째서 뚫을 수가…….”

“잊었냐? 마법사잖냐.”

그리고 나는 여기서 마법을 전혀 못 쓴다고 말한 적 없다.

필요가 없어서 안 썼던 거지.

“자, 마법.”

녀석의 양어깨와 무릎에 골창이 날아와 꽂히고 괴성을 지르는 놈의 몸통에 흑염을 몇 번이고 퍼부어주었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종족이라고 해도 이렇게 조져 버리면 그만인 법.

새까만 연기를 흩날리며 쓰러진 녀석을 걷어차 굴리고 나는 다시 주변을 훑어본다.

“바보들은 대강 제압 완료. ……나머지는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아마 말단 몇 명은 아직 파티장에 남아 있겠지만, 주범들을 조져 두기만 하면 색출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 버리면 된다.

(이거 시안이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약하긴 한데, 나한테 비해 상대적이라는 거야.’

예정대로 날뛰게 두면 분명 피해가 발생했으리라.

애꿎은 희생이 나오게 할 수도 없지.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내버려 두면 틀림없이 괜한 피가 흐르게 되었을 테니까.

“역시 목적은 이놈들을 이용해서 주의를 끌려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후에는 어찌 될까.

내 관심을 돌리고 나면?

“아니면, 아직 부족한가.”

눈치는 챘다. 조금 전부터 내가 쓰러트린 테러범들의 낌새가 변했다.

의식을 잃었던 놈들이 괴성을 지르며 비틀거리면서 일어선다.

전신에 새하얀 아지랑이가 흘러내리고 있다.

“음……. 저 빛은?”

내가 흑염을 일으켜 시험 삼아 날리자 그것이 새하얀 아지랑이와 반응하며 기세가 급격히 약해진다.

“버프?! 신성력인가.”

신성력을 이용한 버프 스킬인가.

그것도 저것을 걸어 주는 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발동하면서도 상당히 강력하고 끔찍한 효과가 일어났다.

“나는 혀를 차며, 이번에는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지금부터는 작정하고 마법을 써야 한다.

“좀 더 놀라는 거군.”

무시하면 저놈들이 어떻게 날뛸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참으로 효과적인 미끼일지도 모른다.

* * *

“……아, 시안이 없어졌네요.”

시안이 파티장에 가짜를 세워 놓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알피네였다.

딱히 눈치가 빨라서는 아니었다. 언데드의 기척을 가장 빨리 알아채는 게 일단은 성녀인 그녀의 특기이니.

그렇다고 쳐도 이제야 알아챘다는 것은 비밀로 해야겠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요.”

평상시 시안이면 귀찮으니 튀었다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아무래도 예감이 불길했다.

시안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듯싶어도 나름 행동에 이유가 있었다. 그 사실은 그 소년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르는 자가 없으리라.

“역시 저거 시안 아니야?”

“시안이 아닌가 보네.”

그리고 어느새 알피네의 옆에서 셀리디아와 미셀 역시 눈치챈 듯 중얼거렸다.

“언데드를 이용해서 저런 장난도 가능한 거구나…….”

“……감탄할 때 아니야.”

시안의 행적도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녀들이 그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기이한 낌새가 한 명 늘었다.

“……뭐야?”

셀리디아가 귀를 쭈뼛 세우며, 그 이질적인 기척을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감이 둔한 자들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야 갑자기 파티장 중앙에 새하얀 갑옷을 걸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갑옷과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변색된 백발과 기이할 정도로 푸른 눈동자.

기이한 등장에 파티장의 참석자들은 비명 지르는 것도 잊었다.

“……누구지?”

간신히 중얼거리면서도 행동하지 못한다.

공포에 질린 건 아니었다.

마치 두려움마저 잊을 정도로 수상쩍은 평온함이 이곳에 깔린다.

“우선 저것은 불필요하겠군. ……가짜 따윈 치워두마.”

그 백발의 사내는 가짜 시안을 노려본다.

그 시선만으로 새하얀 빛이 한 차례 점멸하더니 가짜 시안이 순식간에 빛과 함께 사라진다.

“역시 신성력. ……그것을 단순히 행사하는 것으로 시안의 언데드를 격퇴한 건가요?”

알피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신성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금 저 사내가 한순간에 보인 재주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놀라운 것인지 이해한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어디서…….”

알피네가 갑자기 입을 다문 것은 기시감 때문이었다.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7년 전의 풍경.

할디리온령에서 일어났던 기이한 저주.

기억을 잊은 자들의 혼란이 깔린 그 도시에서 그 시절 알피네가 우연히 본 것은.

틀림없이 새하얀 광채를 발하는 사내였다.

대성녀에게 배우길 그 사건의 범인.

“설마? 할디리온령에서?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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