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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294화 (294/389)

제294화

294화

일단은 알피네를 줍는 데 성공했다.

남은 건 설명하고 부려 먹는 것뿐.

여기서 필요한 건 일단 저 녀석의 힘이다.

“이해했어요! 사악한 자는 저곳에 있다는 거군요. 바로 쳐 죽이러 가죠!”

“……야, 아무것도 설명 안 했거든. 그리고 말 좀 곱게 해.”

“네? 쓰러트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백의 시조.”

“그렇긴 하지. 그리고 정체도 이미 확신하고 있었나.”

“네. 그리고 그자와의 악연도 확신했고요.”

“악연인가. ……그렇기도 하군.”

눈치채는 것도 당연하리라.

어째서인지 몰라도 백의 시조는 나 ‘시안’과 알피네의 고향에 수작을 가했던 인물이다.

“대성녀님께 들은 이야기로 짐작은 했거든요?”

“그럼 이렇게 복수할 기회가 왔으니 기뻐하자고.”

“복수…….”

“성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

그러나 알피네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떨어지고 나서부터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아뇨. 틀림없이 그자가 한 일이 사실이라면 그 대가를 물을 거예요.”

“대가를 묻는 다라. ……전부터 생각하던 거냐?”

“…….”

대답은 없지만, 틀림없겠지.

따지고 보면 그건 원수라고도 할 수 있으니.

“안되나요?”

“반대는 안 해. 그리고 그놈은 나한테도 원수일 테니 놔둘 생각은 없기도 하고.”

내가 아는 한, 지금의 시안에게 가족은 없다.

게임에서도 틀림없이 시안은 고아라고 하였고.

그 내막이 드러난 적은 없지만, 지금도 내 혈육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악연이라면 청산해 버리는 게 옳겠지.

“돌격하죠! 전부 부수는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도 구하고요!”

“……야, 스톱.”

바로 기운차게 먼저 달려가려는 알피네의 옷자락을 대충 잡았다.

제지당한 반동으로 넘어지며 바닥을 구르는 바보 성녀.

“으아야야야야야……. 뭐 하는 거예요?!”

“아직 이야기 안 끝났거든? 가서 뭐 하게?”

“악인을 무찔러야……. 겸사겸사 원수도 갚고요.”

“야. 승산은?”

“……승산이요?”

알피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케이, 이 바보는 아무 생각 없음. 파악했던 대로다.

“있지 않나요? 평소처럼 시안이 말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요.”

“믿어 주는 거야 영광인데. 잊었냐? 나는 흑마법사고, 상대는 신성력 계통의 최강자야. ……일단은.”

아니꼽긴 하지만, 객기를 부릴 순 없다.

놈은 내 천적이다.

거기다 전력을 다했을 때의 백의 시조는 대성녀보다 한 수 위다.

“신성력과 여러 가지 수법을 통해 긴 세월 동안 노쇠조차 하지 않고 더욱 기량을 연마한 괴물이야.”

“……와아아아아.”

연회장에서 싸울 때 백의 시조는 전력을 다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렇기에 고전하는 모양새였지.

분명 놈의 레벨은 75 정도.

그런 거랑 싸우라고? 미쳤지, 미쳤어.

“거기다 내 흑마법은 신성력의 고수에게는 효과가 떨어지고……. 그리고 여긴 더욱 특수하거든.”

일단은 성역인지라 필드 효과로 흑마법의 위력이 더욱 감소한다.

내 힘도 떨어지고.

거기다 놈은 이곳에서는 더욱 능력치가 올라갈 것이다.

비겁하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여기 와서 묘하게 컨디션이 좋은 거 같기도 하네요.”

“뭐, 너도 일단은 신성력을 주로 쓰니까 버프는 받겠지.”

“그럼 제가!”

“병아리가 레벨업을 해 봐야 병아리거든? 까놓고 말해서 대성녀급은 돼야 싸움이라도 성사될 텐데, 자신 있어?”

“……그, 근성으로.”

“없지?”

알피네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솔직해졌군.

중요한 건 현재 스펙을 이해하고 적과의 격차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리고 깨달으면.

“망했네요.”

“안 망했어. 아직 이야기 안 끝났거든.”

정말로 망했으면, 내가 느긋하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파티 따윈 참석하지 않고 바로 튀었지.

뭐, 튀어도 그 뒤가 곤란해질 뿐이지만.

“악연이고 뭐고를 떠나서 싸울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방법을 궁리했어.”

“방법이요?”

“내가 지난번에 왜 교회 본산에 갔다고 생각한 거야?”

“……아.”

대성녀랑 잡담만 하러 간 건 아니었다.

그 할망구의 견해를 들어 대책을 강구하고 필요한 것을 구상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이곳에 대해서도 교회의 문헌을 전부 뒤져 가면서 알아냈어.”

뭐, 이건 거짓말.

게임에서 이 지역을 공략한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아는 것이지만.

“와아……. 그걸 다 읽은 건가요?”

다행히 이 바보는 교회의 문헌 따위는 읽을 성격이 못 되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장담하지. 하루! 약 하루 정도만 내 지시대로 행동하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거야.”

꽈득.

지팡이를 쥔 주먹에 힘을 주며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입에 담은 순간, 묘한 살의가 새어 나온다.

내 감정에 의한 게 아니다.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분명 기억이 없어야 하는데 왜…….

“시안?”

“아니, 뭐……. 암튼 승산은 있다는 거야.”

처음부터 이기는 걸 전제로 이곳에 왔다.

“단, 알피네 네가 의심하지 않고 내 지시에 따른다면.”

“물론이죠! 의심 따윈 하지 않아요!”

평소의 행실과 기억에도 없는 고향 친구라는 설정 덕이군.

“그런데 뭘 하면 되죠?”

“뭐, 간단해. 우선은 힘을 키워야지. ……단기간에.”

속성 레벨업.

나는 씩 웃으며 먼저 알피네를 가리켰다.

“우선 알피네, 네 신성력의 수준을 여기서 대폭 각성시킬 거다.”

이곳은 백의 시조의 토벌 던전.

그리고 게임에서는 또 하나의 역할이 있는 곳이다.

프리스트 클래스의 강화 이벤트가 깃들어 있는 장소.

‘잘만 이용하면 나도 그 자식과 제대로 한판 뜰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

반은 도박이지만, 내가 놈과 싸울 이론도 일단 가설은 확립해 뒀거든.

* * *

옛 교회 성의 꼭대기.

대기도실의 중앙에 자리 잡은 옥좌에 앉은 채 눈을 감고 명상 중이던 백의 시조 키온은 혀를 찼다.

“만만치 않을 거라는 계시는 잊지 않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예상을 빗나가는가.”

성가셔졌다.

시안을 비롯해 확보해야 할 표적들을 한꺼번에 교회 성에 불러들이는 것은 처음부터 상정된 계획이었다.

그곳에서는 지시대로 목적을 이루는 게 아무래도 어려웠으니까.

일단 확인할 것은 방해자인 시안의 역량.

그의 실력을 직접 맞부딪쳐 가늠하고, 교회 성에 떨어트려서 가둔 뒤 제거할 심산이었는데.

놈은 성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뿐 아니라 성녀 중 한 명인 알피네 역시.

“대책 정도는 세웠나. ……안일했는가.”

그는 자신의 방심 탓이라고 단정 짓고, 순수하게 그 실책을 부끄러워했다.

놓친 것은 시안뿐이 아니었다.

연회장에 있던 일부 인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 교회 성 어딘가로 무작위로 떨어진 것이다.

“무언가 수를 쓴 건가. 나도 멀었나…….”

시안의 흑마법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그가 모르는 맹점이 있었던 것일까.

“상관없다. 그녀의 계시는 내 손과 검으로 이루어지니…….”

결론은 변함이 없다고 단정했다.

어차피 그들은 이 교회 성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 성역은 오로지 백의 시조만이 장악할 수 있는 신성한 땅.

무엇보다 이 성역은 은폐된 이후 케니실린의 지시를 받아 던전화시킨 곳이다.

신성한 곳이며, 또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

“이 땅에서 네놈들이 도망칠 곳 따윈 없다.”

그는 옥좌의 난간을 움켜쥐었다.

이곳을 경유 하여 대량의 신성력을 교회 성에 불어넣는다.

“거둔 기억을 통해 신벌을 받는 가엾은 망령을 풀어놓아 상대하게 하마.”

그는 지금까지 거둔 생명이나 백지화시킨 기억의 잔재를 축적하여 고통을 받는 기억의 망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긴 시간을 들어 그가 집행한 이들의 수는 세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그중에는 시대에 이름을 남길 법한 맹자나 숨은 고수들의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것들은 죽일 수 없다.

생명이나 혼을 가진 게 아니니까.

그저 그의 방대한 신성력과 처리한 자들의 기억을 섞어 만든 모조품에 불과하니.

“본래는 그분을 위한 병사로 축적할 셈이었지만. 네놈을 상대로 시험해주지.”

백의 시조는 그 망령들을 본격적으로 성내에 풀어 확보하지 못한 이들을 손에 넣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한, 시안의 발견 및 제거 역시.

“……음?”

그러나 교회 성에 의식을 불어넣으며 망령의 수를 늘리던 그는 의아한 소리를 내야만 했다.

이 성역에 동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위화감을 알아챘다.

정확히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놈은 뭘 하는 거지? ……어떻게 그것을?”

일어나는 일을 파악했기에 의문에 이어 놀라움을 드러내고 말았다.

“……망령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쓰러트리지 못할 기억의 망령의 숫자가 조금이지만 줄고 있었다.

* * *

“우선 닥치는 대로 망령들을 쓰러트리자.”

“쓰러트리다니……. 저걸요?!”

“가능해. 그리고 주저할 필요 없어. 말했잖아. 저건 어디까지나 기억 정보와 신성력을 엮어 만든 고약한 상징일 뿐이야.”

그렇기에 쓰러트려도 경험치는 회수되지 않고 하물며 금방 리스폰 되는 특징이 있다.

특수한 방법을 쓰지 않는 한 제거는 불가능.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알피네, 네가 저것들을 없앨 수 있어.”

“……들어는 볼게요.”

“말했다시피 저건 결국 고농도 신성력의 응집체거든.”

“그게 왜요?”

이해하지 못한 알피네에게 나는 돌려 말하지 않고 간단하게 말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프로그램과 신성력이라는 재료로 만든 인형 같은 것.

“알피네, 네가 저놈들을 쓰러트리고 구성하는 신성력을 전부 강탈해. 그럼 저것들도 존재를 유지하지 못해.”

“시안. 진심이에요? 신성력을 빼앗는 건 할 줄 모르는데요?!”

“가능하니까 하는 소리야. 지금까지 수업 들었잖아. 마나에 대한 간섭과 제어 요령. 이건 그 응용에 지나지 않거든.”

신성력 또한 마나의 변질체.

전혀 다르지 않다.

“거기에 성녀인 넌 요령만 터득하면 타인의 신성력도 간섭하고 다룰 수 있어. ……그리고 지배하고 거두는 것도.”

“엥? 그게 왜 되는 거죠?”

“……글쎄다.”

정확히는 본래 대성녀가 가르쳐야 할 요령이지만, 아무렴 어떠리.

오히려 미리 가르쳐 주는 내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교회 성 밖에 있는 망령들은 가장 신성력의 밀도가 떨어지는 놈들이야. 연습하긴 딱 알맞겠지.”

“연습이래도…….”

알피네는 아니나 다를까, 망령에 간섭하는 것을 꺼렸다.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저것들의 정체를 알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저 망령의 재료, 기억이 고향 사람들의 것이니까.

아무래도 놈은 우리들의 전의를 떨어트리기 위한 술책을 쓴 것인지 저 망령들의 대부분은 고향 주민들의 기억을 통해 만든 것이었다.

“……그들은.”

“말했지만, 본인들인 건 아니야. ……하물며 저걸 어떻게 한다고 그들에게 돌려주는 건 불가능해.”

알피네가 무슨 기대를 했는지 알기에 신랄하게 부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걸 바라진……. 네, 생각은 했는데 역시 안 되는 거였나요?”

어렵다. 나는 그것만큼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놈의 짓에 분노한다면 이런 모욕적인 건 가능한 네 손으로 없애 줘라.”

“제 손으로…….”

“남한테 시키는 것보단 낫잖아.”

의미는 없는 짓이겠지.

그럼에도 알피네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하고는 제압해둔 망령에게 다가가 가르쳐 준 이론을 토대로 신성력에 대한 간섭을 시작한다.

“신성력을 교회에서는 신심이 클수록 발현되니 쉽다고 하지만, 그건 틀려. ……정확히는 마나를 다루는 요령과 크게 다르지 않아.”

평범한 교회인들이 들으면 눈이 뒤집힐 말을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지시.

사실적인 이론과 설정만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은 보다 밀도와 질량이 높은 양을 가진 자가 그 아래의 것을 지배할 수 있지.”

“시안이 하는 것처럼요?”

“맞아.”

내가 대량의 마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처럼.

“의지와 자신감으로 신성력을 지배해.”

“……으으으.”

더는 말은 하지 않고 알피네는 눈을 감고 제압해 둔 망령에 손을 대고 집중한다.

비록 유감스러운 성녀지만, 그 자질은 여타 다른 이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뛰어나다.

자각이 없을 때도 백의 시조의 술수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뛰어난 재능을 본인이 알아야만 한다.

“지배하고 전부 손에 넣어. ……끌어들이고 거머쥐는 거다.”

“……이해했어요.”

알피네가 망령에게 손을 찔러 넣고는 그대로 안에서 움켜쥔다.

파짓!

전격이라도 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망령이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진다.

알피네가 쥔 것은 신성력의 핵심 에너지뿐. 나머지 필요 없는 것은 강탈한 순간, 자연스레 와해되는 것이다.

프리스트 클래스 상위 스킬.

패성강탈력(覇聖强奪力)

저 요령을 익히면 같은 신성력을 가진 적을 상대로 유리한 상성을 얻게 된다.

게임에서는 공격이 효과를 발휘할 때 상대가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체력과 마력을 회복했던가.

뭐, 그것 뿐은 아니지만.

(시안, 혹시 저거…… 악마의 마나 드레인과 동일한 원리 아니니?)

‘……그거 본인한텐 비밀이야.’

눈치챈 에밀리에게는 입단속을 시켰다.

지식은 일맥상통한다는 것.

신성력이든 마기든.

성녀든 악마든.

요령은 동일하리라.

(그럼 위험할 텐데.)

‘뭐, 그것도 부정은 안 해.’

분명 성녀들의 스승 격인 대성녀는 이것을 알면서 가르치지 않았다.

잘못 깨달으면 위험하니까.

악용하고 응용하면 신성력뿐 만이 아니라 일반인의 마나도 회수하여 목숨마저 간단히 거머쥐는, 살상 스킬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무엇보다 그걸 암살용 스킬로 써먹는 게 백의 시조이니.

‘경고하지 않아도 저 녀석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엇나가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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