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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313화 (313/389)

제313화

313화

각 클래스의 주요 능력이나 등급을 상승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레벨업이나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방법.

이후에는 특정 이벤트나 NPC의 기연 혹은 특정 시나리오의 진행.

오러 계통의 클래스라면 어딘가 있는, 세상을 등진 은둔 고수와의 기연으로 새로운 경지를 배울 수 있고.

정령술이나 점성술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존재와의 접촉으로 배울 수 있다.

마법 계통의 퀘스트를 진행하면 마주치는 게 바로 저 소녀.

골드 드래곤.

금룡 갈니티아린.

“놀라지 않아? 나를 보고?”

그녀는 내 반응이 의외라는 듯 묻는다.

놀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괜한 헛소리를 해 봐야 얕보일 뿐.

여유롭게 아는 척이나 해두자.

“늦든 빠르든 대면하게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알고 있어?”

“마법사들에게는 흔한 전설입니다만.”

어느 설정에 대해 읽은 기억을 어렴풋하게 떠올리며 적당히 말하기 시작했다.

“더는 그 위의 경지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막혀 버린 마법사 중 거짓말처럼 성취를 이루는 자들이 있더라는 말이 떠돌더라고요. ……그것도 갑자기 실종되듯 사라진 후 나타나서.”

“……음.”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존재의 인도를 받아서 막힌 경지를 돌파해 냈다고.

그 존재가 바로 마법사에게 해답을 주는 금색의 용이라고.

당연히 믿는 자들은 없었지만.

“너는 전설을 믿는 쪽?”

“글쎄요? 사실에 가까우면 뭐든 믿습니다.”

게임의 설정을 알기에 믿는다.

하물며 게임에서 이용되는 정식 이벤트라면 안 믿는 게 이상하잖아.

“그래서 당신의 목적은 제 마법 능력의 향상을 인도하기 위해서입니까?”

“정답. ……고민은 했지만, 네게 접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갈니티아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인정했다.

7서클의 달성의 힌트를 주는 NPC였던 존재이니 그 목적 외에 나를 찾아올 이유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지도.”

“필요해요.”

“지금 보고 확신했어. ……아마도 자력으로도 도달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 도달하고 싶습니다!”

“괜찮아? 고작 10년 수련하면 되는데.”

“……인간 수명을 고려하시고 말씀하시죠.”

변덕을 부려 돌아가 버릴까 싶어서 나는 거듭 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실하게 수련? 미쳤니?

“자, 각오든 뭐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잖습니까. 당장이라도 힘을 얻지 못하면 10년이고 나발이고 다음 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거.”

“……그럴지도.”

그녀는 고개를 다시 끄덕이고는 내 요청을 정식으로 수락한다.

“따라와. 시안. ……탐욕스러운 존재의 걸림돌이 되어 줄 자.”

* * *

7서클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부터 네게 도움이 될 장소로 데리고 갈게.”

“직접 뭔가 해 주시진 않습니까?”

“그러진 않아. 주는 것은 환경뿐.”

저 드래곤이 직접 내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내가 해답을 찾을 만한 환경을 주는 것.

요컨대 방법은 스스로 찾을 것.

“해낼 수 있는가는…… 네 몫.”

“네, 알고 있습니다.”

갈니티아린은 나를 데리고 어떤 곳으로 이동했다.

그 장소의 정확한 좌표는 모른다.

퀘스트 진행을 동의하면 직접 나를 데리고 전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금룡의 공방》

“……이곳은?”

“네가 답을 만들어 낼 곳.”

7서클에 도달하는 방법을 손에 넣기 위한 장소라고 하면 되겠지.

“인간에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마법사의 연구 공방.”

드래곤인 그녀가 인간 마법사를 이끌어 주기 위해 직접 만든 비밀의 공방.

그녀는 자신이 점찍은 마법사를 이곳으로 안내한 후 원하는 경지의 도달을 위해 이곳을 이용하도록 해 준다.

“책도 소재도. 그리고 어지간한 건 있어.”

온갖 마법 서적은 물론이고, 제국에서도 찾기 힘든 이론을 포함해 특수한 약이나 아티팩트를 생산하기 위한 공방까지.

연구며 수련이며 무엇이든 이룰 수 있으니.

“인간이 쓰도록 드래곤이 직접 만든 연구 공방이라…….”

“이상해?”

“동족분들에게 괴짜 소리 듣지 않습니까?”

“들어.”

어쩐지 씁쓸하다는 듯 말하는 금룡.

“왜 인간에게 이런 일을?”

“단순한 흥미.”

“흥미입니까?”

“인간이 마법이라는 것을 익힌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

드래곤에게는 고작 심심풀이로 마련한 기연에 불과한 곳.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마법을 쓰기 시작했어. ……본래는 쓸 리가 없는 종족이.”

“아…….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했어.”

그녀가 이런 괴짜 짓을 하게 된 이유.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익힐 수 있을지 보고 싶어.”

“나름대로 싹수가 있어 보이는 인간을 점찍어서 경지를 넘을 환경을 제공해 주시는 거군요.”

인간의 시점에서 본다면, 개미가 건너갈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물웅덩이에 나뭇가지를 놓아 주는 정도의 호기심인가.

오만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고마운 호기심이니 불만은 없다.

“……그것뿐만은 아니야.”

“제게 눈독을 들이신 이유는…….”

“눈에 띄었어.”

“금악룡 때문에?”

공방의 안내를 위해 앞서가던 그녀의 발길이 뚝 멎었다.

설정상 금악룡이라는 괴물의 탄생과 관련된 것은 그녀.

뭐, 어미 용이라고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그녀의 혈족인 것은 아니었다.

DLC 발매 후 추가된 짤막한 설정뿐 큰 의미도 뭣도 없다고 여기지만.

그렇다고 말을 꺼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아닙니까?”

“……맞아. 하지만.”

뭔가 설명하기 곤란해하는 눈치다.

“이야기하기 꺼려지신다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라도 불쾌하시게 만든 거라면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만.”

“틀려. 그런 게 아니야.”

“흠?”

“그 일그러진 존재는 나의 실책. ……나를 포함해 금룡의 일족이 어떤 자에게 속아서 만들어 낸 것.”

“예? 속았다고?”

그 DLC 보스는 그녀가 속아서 만들어 낸 실책이라고 했다.

신경은 쓰인다.

게임에서는 언급이 없었으니.

“너는 들을 필요가 있어.”

갈니티아린은 설명할 필요는 있다고 여겼는지 그 실책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과거, 인간의 시간으로는 얼마나 되었을까?”

“적어도 에타니올 제국의 건국 이전일 겁니다만.”

“그 옛적에 우리를 찾아온 이상한 인간이 있었어.”

“인간이?”

그 찾아온 어떤 인간은 금룡을 구슬렸다.

“세상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인간.”

그 지식을 들어보지 않겠냐고.

거기에 미래의 지식을 이용하여 세상의 발전에 도움이 될 존재를 만들지 않겠느냐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드래곤도 모르는 지식의 힌트를 주었다고 한다.

“왜 그런 속임수를? 그전에 그런 거에 속습니까, 보통? 수상하잖아요!”

“호기심에 넘어갔을 뿐.”

혹시 바보들인가? 드래곤은?

“금룡의 일족의 힘을 복제하여 탄생시킨 것이 너희가 금악룡이라 부르는 존재.”

“흐음……. 미묘한 관계군요.”

어떤 의미로는 어미가 맞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디까지나 유전자만 제공했다는 느낌일까.

“금악룡의 알을 지혜의 숲에 맡기신 것은? 직접 처리하셔도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불가능. ……용의 규율이 있어.”

“규율?”

그건 나도 잘 모르는 것이어서 물어보자 그녀는 이리 답했다.

동족은 동족을 해할 수 없다.

“어떤 존재든 그것이 용의 형상을 한 존재라면 처리는 어려워.”

고지식하다고 비난할 것은 아니겠지.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법칙이 있기 마련이니.

“마법사들이 숨은 숲에 맡기고 시간이 지나면 그걸 처리할 마법사도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제가 처리했다는 겁니다만.”

“인간의 시점으로 말하자면 빚.”

“아하, 그래서 저를 불러낸 거군요.”

게임에서는 이 퀘스트를 시작한 이유가 단순히 싹수 있는 마법사로서 눈에 띄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나름의 빚으로 여기고 갚기 위해서인가.

“그럼 어깨를 당당히 펴도 되겠군요. 골치 아픈 걸 해결해줬으니까.”

“…….”

“아니, 뭐, 상식적인 선에서입니다만.”

말은 그렇게 해도 까불 마음은 전혀 없었다.

저것은 그 금악룡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능력의 괴물이라는 언급이 있었으니.

갈니티아린 역시 그 이야기를 더 할 마음은 없는지 이곳의 안내를 시작한다.

그래서 이 마법사의 연구 공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요한 건 다음 마력의 원. ……맞지?”

“마나 서클. 네, 그걸 달성할 방법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곳에서 그 방법을 찾도록 해.”

그녀는 무덤덤하게, 하지만 희미하게 자랑이라도 하듯 이곳을 소개한다.

“온갖 마법과 관련된 것을 모아 뒀어. 소재도 책도. ……그 외의 것도.”

“대단하군요.”

“필요하다면 힘도 겨뤄 줄 수도 있어.”

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주먹을 쥐며 묻는다.

아……. 그러고 보니 있었네.

금룡에게 직접 도전해서 한 번 겨루는 콘텐츠가.

딱히 쓰러트려야 되는 건 아니고, 일정 이상의 실력만 보여 주면 통과되겠지만.

“사양하죠.”

별로 메리트가 없기에 정중하게 사양했다. 어디까지나 딜 체크용이잖아요.

나는 7서클 도달만 하면 불만은 없다.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하면 되는 겁니까?”

“……글쎄?”

어디까지나 그녀는 시설과 소재 그리고 모아 둔 지식을 제공할 뿐.

정작 내게 직접 지도해 줄 것은 없었다.

애초에 드래곤에게는 인간에게 무언가 가르칠 만한 지식이 없으니까.

정확히는 맞지 않는다고 해야겠지만.

“인간의 마법에는 흥미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몰라.”

“하긴, 그렇겠죠.”

종이 다르기에.

본능에 따라 자연스레 마법이라는 현상이 따라오는 종족.

그 최정점에 이른 게 드래곤이라는 종.

“마법을 이론화시키고 그 이론에 머리 아프게 매달리는 건 인간 정도일 뿐이니까요.”

“그것이 흥미로운 것.”

희미하게 갈니티아린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우리로서는 이해 못 하고 할 수도 없는 것.”

“기만인지 칭찬인지…….”

덕분에 드래곤의 관심을 얻으면 그것으로 장땡이지만.

“일단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놀리는 건 아니야.”

그녀는 여전히 반짝이는 묘한 마력을 담은 눈동자를 크게 떠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인간의 마법 경지를 지켜보는 더할 나위 없는 본심.

얕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은 그 이론이라는 것으로 우리를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는 존재라고 생각해.”

“그럼 그 기대에 부응해서 뭔가 완성해 보도록 하죠. ……다른 마법사들이 보여 준 적이 없는 것을.”

* * *

이곳에서 이루어야 할 것은 일곱 번째의 마나 서클을 생성하는 것.

갈니티아린의 말마따나 지금의 나라면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이기만 해도 자연스레 도달할 테지만.

10년? 못 기다려!

이리 결론짓고는 외치자 에밀리가 욕심 많은 아이를 타이르듯 염화로 말했다.

(느린 건 아닐 텐데, 사실 빠른 거 아닐까.)

‘악마나 용이나 너희는 인간의 수명을 뭐로 보고. ……사실 긴 건 아니겠지.’

상식으로는 고작 10년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고 당연히 어느 게임에서 10년씩이나 수련을 하라고 하겠는가.

당연히 해답은 있다.

“설명을 하자면…… 마나 서클이란 단순히 마나를 다뤄서 원의 형태로만 잇는 게 아닌데.”

내가 연구를 시작하면서도 이렇게 수다스러운 이유는 이번에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으니까.

“그런데 계속 지켜보실 겁니까?”

“신경 쓰지 마. 지켜보는 게 여길 제공하는 대가.”

갈니티아린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는 적당히 그 기초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하여튼, 원 자체가 마나를 다뤄서 생성한 일종의 마나 생성과 제어 기관. 보이지 않는 장기와도 같은 것.”

그렇기에 마나 서클을 생성하는 것은 개수가 늘어나면서 그 힘과 노력이 더욱 들기 마련이다.

“한번 체내에 생성한 서클은 정착된 것 자체로도 마력의 저장량, 무엇보다 회복량이 늘어납니다. 신기한 기관이죠.”

“인간이란 이상해. ……그런 것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정확히는 없는 데에서 창안한 건 아닙니다만.”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모든 것은 뭔가 모티브가 있기 마련. 발상이든 견본이든.

나는 갈니티아린을 곁눈질로 보았다.

드래곤인가…….

분명 마법이라는 현상에 가장 축복받은 생물.

그들은 마법을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일으킬 수 있다.

이론? 그런 걸 물어봐야 그들은 곤란해할 뿐.

“그리고 마법이라는 이론도 선천적으로 마법 현상을 일으키는 종족의 것을 보고 마나 제어 현상을 이론화시킨 것뿐이죠.”

참고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실례되는 말입니다만, 인간의 마법의 원은 어떤 생물의 것을 모방한 것이죠.”

“……모방.”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어느 한 곳을 응시한다.

나는 보기 쉽게 내 마력을 발산하여 적당히 허공에 여덟 개의 원을 그린다.

그것은 서로 맞물리고 또한 더욱 증폭하기 위한 구조를 보였다.

“드래곤의 심장 혈관의 구조를 보고 모방한 것입니다.”

드래곤의 심장은 강력하고도 대량의 마나를 순환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막대한 힘을 생성한다고 한다.

그것의 원리를 보고 배웠다고 하지.

“혈액 외에 별개로 마나를 원의 형태로 순환시키는 경로가 있다고 하죠.”

이미 토벌된 소재로서 드래곤 하트에는 그런 기능이 없지만.

그래도 구조는 충분히 모방할 수는 있었다.

인간의 마나 서클의 원리와 추구하는 도달점은 그 드래곤의 생물적 기능을 보고 힌트를 얻은 것.

“이론상 마나 서클은 여덟 개. ……그 끝을 이루고 더 나아가 그다음의 어떤 경지를 완성하면 드래곤의 것 이상의 기능을 얻는다고 합니다만.”

“……오? 정말?”

“해 본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어디까지나 이상 같은 이야기입니다.”

가설이니 도달점이니 하는 것은 늘 그런 뉘앙스니까.

“전 아직 6서클이고 이제 일곱 번째를 탐내는 애송이니 아직 머나먼 이야기죠.”

겸손한 척 가식을 떨면서 나는 지금 해야 할 과제를 말한다.

“일단 제가 여기서 개발할 것은 강제적으로 그 원을 만들어서 이식할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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