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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악마 소환함-339화 (339/389)

제339화

339화

얕보지 마라, 악마.

인간의 지혜는 이미 하늘을 정복했나니.

“……그래서 시안? 어떻게 저기까지 갈 거라고?”

에밀리는 방금 전 내게 들은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색하며 위를 가리켰다.

저 하늘을 뚫을 방법.

“이렇게.”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현재 손보고 있는 것을 가리켰다.

대충 원통 형태의 물체.

마계에서 채굴한 철을 토대로 연금술을 이용해 만든 적당한 물건이다.

그 끝을 원추처럼 뾰족하게 다듬어 돌파력을 높이고자 꾀했다.

“방법은 간단해. ……솔직히 복잡한 방법을 준비할 여유도 없지만.”

사실 나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답니다.

……내가 미쳤다고?

미쳤다는 소릴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제정신이니?”

“……미친 소리라는 거 나도 알아.”

그렇게 제작 중인 원통형 물체에 탑승해 그것을 하늘로 쏘아 내어 던전이 숨겨져 있는 곳의 좌표를 단숨에 뚫자는 생각.

시안표 즉석 로켓.

제정신이냐는 소릴 들어도 사실 할 말은 없다.

“위험하진 않을 거야. 이 추진체의 재료는 내가 직접 마법으로 생성한 거고, 버프도 몇 겹이나 걸었어.”

그리고 내 몸에도 몇 번이고 신중하게 보호 대책을 걸어 둘 생각이다.

설사 맨몸으로 들이박더라도 혹 좀 나고 끝나도록.

“……이딴 게 인간의 지혜야?”

“본래는 좀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간의 지혜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많이 부끄럽습니다.

“덧붙여 연료로 쓸 마력은 악마들한테서 뜯……. 아니, 지원을 받을 거니까 나름 힘도 아낄 수 있어.”

적어도 직접 파닥파닥 날아서 도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에너지 절약도 된다.

……무식하고 위험한 게 단점이지만.

……아니, 그게 가장 치명적이긴 하지만.

“푸하하하하핫! 뭘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눈치를 하냐? 거기 사역마 누님, 호쾌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악마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흑철의 마왕의 권속인 켈니오스를 불러서 사정을 설명하자, 녀석은 마음에 들었다는 듯 적극적으로 악마들을 부려서 도와주었다.

“댁이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보니 내가 몹시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지 의심이 드는데?”

“걱정 마라, 꼬맹아! 부족하면 내 마력까지 들이부어서 저 하늘로 날려 줄 테니.”

혹시 이 자식 날 암살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있는 거 아니지? 지금이라도 계획을 재고해 볼까?

……뭐, 그럴 시간도 없을 것 같으니 별수 없다.

“됐어. ……더 떠들 시간도 아까우니 출발하자.”

“정말로 무슨 일 생겨도 모른다, 시안?”

“됐네요!”

투덜거리면서 나는 일단 완성된 발사체의 안에 탑승했다.

고정하기 위해 달아 놓은 끈을 몸에 걸치고 켈니오스에게 언제든 날려도 좋다고 손짓한 뒤에 입구를 폐쇄한다.

“……진짜 무슨 영광을 얻겠다고 이런 짓까지 하나.”

힘을 얻고 미래를 얻기 위해.

쓴웃음을 지으며 언제든 날아가도 무방하도록 신중히 기다린다.

“자! 저기 날아가 처박혀 버려라! 건방진 꼬맹아!”

다 들린다. 나중에 두고 보자, 뼈다귀 자식아.

켈니오스의 외침과 함께 악마들이 막대한 마기를 집중하는 게 감지되었다.

그것을 연료로 연소하여 나를 태운 발사체가 단숨에 날아가기 시작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그것이 체감될 정도의 압박감이 온몸을 짓누른다.

……진짜 괜찮겠지?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늦거든.”

불길한 소리 마라, 에밀리.

말하고 싶어도 혹 혀 깨물까 봐 나는 입을 다물고 노려보았다.

그 압박감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느껴지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쿠웅!

“으앗?! 젠장. 역시 보호 버프를 걸어 두길 망정이지……. 그대로 박았으면 뼈가 나갔을 거 같은데.”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안전띠 삼아 달아 놓은 끈도 끊어지기 직전. ……역시 날림으로 대충 계산한 건 위험하군.

내심 식겁한 상태에서 나는 에밀리에게 먼저 확인하라고 손짓한다.

제대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였는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흐으으음~.”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과연 이런 거였구나. ……시안의 말에는 거듭 놀라네.”

다행히 이 날림 계획이 제대로 먹힌 거 같군.

“괜찮아, 시안. 제대로 도착한 거 같네.”

에밀리의 확인 후 나는 그제야 발사체에서 내려서 던전의 모습을 확인했다.

마계의 하늘 위.

그 하늘과 똑같은 느낌과 재질의 바닥이 펼쳐져 있는 곳의 끝에는 신전 형태의 던전 입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진정한 마계의 문…….”

이 던전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나는 지팡이를 꺼내고는 그 입구로 향한다.

“가자.”

이 던전의 구조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기믹보다는 강력한 몬스터들을 배치해 놓은 구조.

전형적인 경험치 앵벌이 유형의 던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

“보이는 적들을 박살 내면서 가자.”

“별일이네. 보통은 피할 텐데.”

“……오늘만은 예외야.”

실은 보스보다는 이곳에 출현하는 몬스터에게 용건이 있는 셈이니까.

뭐, 그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고.

“음, 바로 나오는군.”

길을 통해 첫 번째 방에 들어가자마자 마력의 벽이 입구를 막고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떠받드는 자의 후예》

악마와 흡사하지만, 조금 다른 기척을 가진 몬스터의 무리.

“저건…….”

“심핵의 그 시체와 같은 종족. ……뭐, 복제품이지만.”

어차피 복제품이기에 주저 없이 없애 버려도 양심에 찔릴 건 없다.

“그래도 약한 건 아니니까 봐주지 말고 해치워.”

약하진 않다.

강력한 마법 공격과 그에 걸맞은 스테이터스를 가진 강력한 몬스터.

하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일방적으로 해치울 수 있거든.”

내가 지팡이를 휘젓자, 사방에서 뻗어 나온 골창이 비처럼 쏟아지며 녀석들을 꿰뚫는다.

단번에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골창에 관통을 당한 녀석들이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꼼짝을 못 한다.

그 틈에…….

“에밀리! 범위가 넓은 공격으로 쓸어버려.”

“간만에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네.”

동감이다.

에밀리가 뒤이어 쏟아 낸 흑염의 세례가 몬스터들을 집어삼켜 일소한다.

“이곳의 장점은 몬스터는 강하지만 딱히 통하지 않는 공격도 없고 장소도 넓어서 광역 공격을 하기 좋아.”

단숨에 소멸하고 경험치가 들어온다.

나쁘지 않군.

‘이 던전의 방의 수는 대충 20개.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는 조금씩 더 강해지니까.’

충분히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기대해 볼 만하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마치고는 나는 웃으며 바로 다음 방으로 향한다.

“이대로 보스 방까지 가자.”

* * *

마계의 던전의 보스 방.

이곳의 보스는…….

《마계의 문지기》

마계와 인간계를 잇게 될 통로를 지키며 누구 한 사람도 마신의 허가 없이는 통과하지 못하도록 버티고 있는 괴물.

늑대, 사자, 독수 등 세 종류 짐승의 머리를 지닌 괴이쩍은 생물.

저래 보여도 약 85레벨에 육박하는 강력한 보스라고 할 수 있다.

[자격 없이 들어온 불청객이여…….]

문을 열자마자 보스가 바로 우리를 인식하고 정해진 대사를 읊는다.

거대한 낫을 들어 올리며 보스전 시작을 알리기 전 상대에게 경고하는 대사를 입에 올리며.

[그대는 마신의 계시 없이 이곳을 통과하려는 자. ……이 방에 발을 들인다면, 그 영혼을 양단하여 소멸시킬 뿐.]

“오지 말라는 말을 참 길게도 하시네.”

하아암~! 이미 들었던 대사인지라 나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흥. 가소롭군.”

위협도 아니라는 듯 시원스레 흘려 넘기고는.

“응. 지금 너랑 안 놀 거야.”

아직 대사를 읊고 있는 보스를 무시하고 문을 억지로 다시 닫아 버린다.

쿠웅!

“……시안? 뭐 하니?”

“다시 입구로 백! 돌아가자!”

“……엥?”

내 기행에 얼이 빠진 에밀리가 입구로 후다다닥! 뛰어가는 내 뒤를 느릿하게 쫓는다.

“보스 방은 저쪽! 시안? 혹시 화장실이라도 급해?”

“누가?! 그게 아니라! 지금 저걸 작살을 낼 필요가 없거든?”

이 던전의 진가를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 저놈을 조질 필요가 없다.

깨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보스는 한 번 깨 버리면 그걸로 끝이야.”

보스는 한 번뿐.

어지간히 특수한 던전이 아니고서야 보스가 리스폰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보스나 보상은 한 번뿐인 것이 던전의 철칙.

뭐, 그것도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하지만 보스만 잡지 않으면 그 밖의 것은 대부분 무한하거든!”

“……무슨 말이니?”

보면 안다.

왜 이곳이 최후의 노가다 장소인지.

던전의 입구 밖까지 뛰어나온 나는 그 입구의 문을 밀어 닫고는.

잠시 5초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열면!”

짜잔!

문을 열고 들어오자 다시 첫 번째 방부터 몬스터가 리스폰 됩니다.

몬스터 무한 뷔페!

“어디까지나 소환되는 타입이니까. 내 생각대로라면 이렇게 출입을 반복할 때마다 몬스터가 계속 나올 거야!”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니?”

“낸들 알겠냐.”

사실은 나도 몰라요.

게임에선 그랬지만, 사실 여기도 같을지 어떨지 몰라서 내심 조마조마하긴 했다.

원리상 몬스터들은 던전의 마력으로 소환되는 것이니 게임처럼 리스폰 될 거라고 예상했고, 다행히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적어도 10회는 왕복할 거야. 그 이후에는 별로 효율이 없을 테니까.”

이것이 던전 뺑뺑이.

자고로 경험치 앵벌이의 정석이지 않은가.

보스 방 앞까지 진행하고 보스는 모습만 확인하고 다시 입구로!

그것을 반복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렇게 반복해도 몬스터는 소재를 제대로 남긴다는 것.

경험치도, 지갑도 두둑해진다.

“……이 세상은 가끔 누나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생각해 봐야 의미 없다고 봐.”

따지면 지는 거야.

사실은 나도 할 말이 없고.

“하여튼, 즐거운 앵벌이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 * *

[자격 없이 들어온 불청객이여…….]

“응! 패스!”

쾅!

[자격 없…….]

“그러니까 나중에 보자니까?”

쾅!

다시 입구부터 시작!

그렇게 열 번이나 반복하고 더는 경험치 상승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보스를 잡아 주기로 했다.

《83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제 보스를 족쳐 수확할 때가 왔군.

“고통스럽지 않게 단숨에 끝내 주마. 후후후후…….”

“……즐거워 보이네.”

레벨업의 반복으로 힘이 넘치고, 나름의 소재 앵벌이도 부수입을 얻었다고 할 정도로 잔뜩 챙겨 두었다.

정말 유익한 노가다였다.

이번에야말로 보스를 잡을 생각으로 보스 방 안에 발을 들인다.

[자격 없이 들어온 불청객…… 이여.]

놈은 똑같은 대사를 읊는다.

……어째 조금 지친 거 같아 보이는 건 아마 내 착각이겠지. 저건 던전을 구성할 때 소환한 것. 딱히 영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성이 있는 존재도 아니니까.

일종의 프로그램.

그렇기에 내가 뺑뺑이를 돌아도 인내심 있게 같은 반응만을 보이는 것이니.

“뭐, 그래도 계속 헛수고하게 한 건 미안하니 단번에 박살을 내주마.”

그것도 나름 성심성의껏 일대일로.

나는 단검을 꺼내 거머쥐고는 보스와 정면으로 싸워 쓰러트릴 것을 선언하며 나섰다.

“시안, 본심은?”

“마법으로 소재를 태우면 비싸게 못 팔아.”

“……후후, 그렇겠지.”

실은 사리사욕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보스가 몸을 일으키며 갖가지 무기를 손에 든다.

검, 창, 도끼 등의 무기들.

“역시 그렇게 나오나.”

실은 단순히 소재 욕심만으로 근접전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저 녀석의 특성은 접근하는 거리에 따라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거리 혹은 원거리면 광역 공격을 난사하기에 그게 더 귀찮다.

하지만 근접으로 붙으면 철저하게 알아보기 쉬운 패턴으로 싸워 주기에 편할 뿐.

“그럼 단번에 끝내 주마.”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단검을 거머쥔 손에 힘을 주고는 나는 온 힘으로 돌진하였다.

마법사의 돌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와 기세로 파고들고는.

“느려.”

뭐, 근접전이 느리다는 걸 알기에 파고든 거지만.

단검을 휘두르며 녀석을 정면으로 파고들어 검기로 난타전을 벌인다.

난폭하지만 강력한 검기.

파파파파밧!

벤다기보다는 후벼 판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한 검기가 녀석을 완전히 조각내어 흩어 버린다.

《마계의 문지기를 토벌하였습니다.》

《86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그래, 마무리 레벨업도 확실하고.

딱 맞아떨어진다.

“……슬슬 마저 일하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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