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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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인디언들의 축제처럼 사람들이 술을 권하며 떠들썩하게 웃어대고 그 가운데에선 

모닥불이 슬프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캠프를 경험했을 때처럼 흥분하며, 

집을 떠나 홀로 산에서 밤을 지샐 때의 설레임을 시선에 담아 하늘에 가득히 박혀있는 별들

을 바라보았다. 난생처음 반짝임이 눈 안으로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보았을 때의 가슴은 

얼마나 두근거렸던가. 그 때처럼 내 가슴은 설레임으로 떠질 것 같았다. 옆에서 춤을 추다

가 지쳐 내 어깨에 기댄 채 반쯤 감긴 눈으로 루안이 미소를 지은 채 졸고 있었다. 

「아하하핫! 이리저리 끌려다녀서 피곤하겠군. 우리 마을 사람들이 좀 극성스럽거든. 그래

도 행복한 시달림이지?」하고 자칭 〈소밀빵의 마법사〉 이라잠 씨가 다가와 앉으며 손에 

들고 있던 맥주병을 건네주며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미소로 답하고 힘있게 맥주병을 거꾸

로해서 그 안의 액체를 입 안에 부어넣었다. 멋진 자세와는 다르게 맥주는 코에 들이부어졌

고, 난 엄청난 통증과 함께 혓바닥이 뽑혀나올 만큼 심한 기침을 해야했다. 

「아저씨, 괜찮아요?」 

언제 졸음에서 도망쳤는지 걱정스런 눈빛으로 루안이 내 등을 토닥거렸다. 옆에서는 이라

잠이 덩치하고는 다르게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잡으며 뒹굴고 있었다. 그는 사

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째려보자,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억지로 웃음을 참는 붉은 얼굴로 일

어섰다. 마법사 이라잠은 얌전히 앉았지만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다니… 내일 아침에는 

빵을 겨자를 가득넣고 구어버릴테다〉하고 중얼거렸다. 난 아침은 스프만 먹어야겠다고 다

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극성스럽기보다는 다정한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말이죠.」 

「하핫, 다들 벌써 200년을 대대로 함께 이어져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마을 사

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세. 적어도 한 명은 확실히 그렇지 않지.」 

「케무사트우 씨의 얘기를 하시는 군요, 이라잠 씨.」하고 말을 걸어오는 이는 나보다 5 

살 정도 많아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시즈 씨의 노래가 마을을 감동시켰다고 하더군요. 불행히도 전 도시에 일이 있어서 마을

을 나가있어서 듣지를 못했답니다. 다음에 꼭 들려주십시오. 개인적으로 푸짐하게 살테니

까요.」 

「자일드, 자네 결혼식 때 시즈를 〈행복의 기원자〉로 쓰려는 거지?」 

「이,이런! 들켜버렸군요.」하고 자일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행복의 기원자〉는 결혼식 

때 행복과 축복을 기원하는 노래를 새로 맺어진 부부에게 불러주는 음유시인이라고 한다. 

부르는데 꽤나 비용이 든다며 투덜거린 그는 얼굴을 굳혔다. 

「케무사트우 씨는 오지 않았군요. 시즈 씨, 당신도 조심하세요.」 

「뭐하는 사람인데, 두 분 다 그러십니까?」하고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이라잠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네. 그는 재산으로 따지면 엘시크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

일거야. 저기 엉성하지만 큰 건물이 보이지? 케무사트우 씨의 집이지. 대단한 구두쇠지. 저 

집만 봐도 알 수 있네. 그는 자신의 집을 바닥높일 비용으로 만들어진 걸작의 건축물이라면

서 자랑을 하곤하지.」 

이라잠의 손가락 끝부분으로 시선을 가져가니 골목으로 돌아가는 부분에 다른 집들에 비

해 월등히 컸지만 잘못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이 보였다. 자일드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이라잠 씨의 빵집에서 쥐꼬리만한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이로시도 그처럼 돈을 모

은다면 금방 마을에서 부자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걸.」 

「쥐꼬리만큼이라니!! 난 분명히 그녀에게 일한만큼 충분히 수당을 주는 거라고!」 

「부인할 걸 부인하세요. 그건 노동착취라고요.」하고 혀를 내밀어보인 입술을 한번 핥고

는 말을 이었다. 

「케무사트우 씨는 고급 골동품상을 하고 있어. 수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물건을 가진 그

가 이런 시골에 사는 것은 물가가 싸기 때문이지. 그는 1달에 한번씩 도시에 가서 경매에 

참가하고는 하는데 그 때의 마차값을 더하면, 그가 이런 시골에 생활하는 댓가로 보는 이익

은… 놀라지마! 쥐꼬리만한 수당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이로시의 3시간 수당 밖에는 안

돼.」 

이라잠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난 만나보지 못했지만 케

무사트우의 기가막힌 절약정신에 감탄했지만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가 구두쇠라는 이유로 다들 그렇게 싫어하는 겁니까?」 

「어떻게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네. 난 우리 아들이 다쳤을 때, 

흉터가 생길 것이 걱정이 된 나는 케무사트우 씨, 그 자식- 이 때 이라잠은 이를 갈았다 -이 

좋은 약이 있다길래 무려 7크로운이나 주고 샀지. 집에 와서 아들의 얼굴에 발라보니 정말

이더군. 흉터가 조금도 남지 않더군. 딴에는 약값을 한다고 좋아했지.」 

나는 〈그런데 왜?〉라고 말하려다가 옆에서 자일드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입을 굳게 다물

었다. 

「나도 그 약을 샀지. 단 난 500 마일드에 말이야. 아! 자네는 엘시크의 화폐가치를 잘 모

르겠군. 간단하게 말해서 난 이라잠 씨가 산 비용의 1/14 로 산거지.」 

옆에서 다시한번 이라잠이 이를 빠드득거렸다. 

「마을 사람들은 아주 급하면 그가 유용한 물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용

하게 되지. 그의 말은 확실하지.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하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머리 속에서 〈재밌겠지,재밌겠지? 한 번 해보는 거야!〉하고 외쳐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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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난 가방에서 넣어두었던 오리털 잠바를 꺼내며 진득한 미소를 지었

다. 계단을 내려가자 마일리 부인은 루안이 가져온 약초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지 건강한 

모습으로 분주하게 아침을 짓다가 미소를 내게 건넸다. 

「어제는 즐거웠죠?」 

「예. 부인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난 그녀에게 내 머리 속을 휘저으며 재촉하는 한 

마리 꼬마악마에 대해 설명을 했다. 마일리는 굉장히 재밌다는 듯 쿡쿡 거리더니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 부탁이라면 들어드려야죠. 이리 오세요.」하고 그녀는 내게 귀족들이나 입을 만한 

깨끗한 정장을 한번 꺼내주었다. 

「남편이 청혼할 때 입었던 옷이에요. 어머! 많이 크네. 조금 줄여야겠네요.」 

「죄송합니다.」하고 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부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검지손

가락을 세우며 밝게 말했다. 

「시즈! 면도를 하는 게 어때요? 목소리로 생각하는데 시즈는 굉장히 어린 것 같거든요.」 

어리죠. 재수생이 되면서 한번도 깍지 않은 수염 때문에 30대 아저씨로 오해를 받기는 했

지만 난 분명히 20살이었다.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려가면 생각하던 나는 그 쪽이 계획에 맞

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전하군.」하고 면도를 다 끝낸 후 아래턱을 쓱 문질러보았다. 맨질맨질했다. 머리도 

기름-기름의 종류는 무시한다-을 발라 뒤로 싹 넘겨묶고 검은 정장을 입자, 그런대로 귀티

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때요?」 

「멋져요. 남편이 청혼할 때보다 훨씬 나은데요!? 너희들은 어떠니?」하고 과분한 칭찬을 

하며 마일리는 멀뚱히 내 얼굴을 바라보는 레나와 루안에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루안

을 바라보자, 뭐가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려고 애를 써본다. 레나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저,저기 시,시즈의 나이,나이가?」 

「나 20살인데…. 왜 그러시죠?」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내 외모가 평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30대가 20대

로 변신하니까 놀란 모양이군. 돌처럼 굳어버린 레나를 무시하고 손을 뻗어 루안의 머리칼

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로 루안이 입을 열었다. 

「미,미안해요.」 

「뭐가?」 

「아,아저씨라고 불러서… 미안해요, 오빠.」 

내가 대답없이 키득거리자, 그녀는 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시한번 갈색 머리칼

을 쓰다듬어주고는 유쾌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음… 그냥은 용서 못하겠는 걸. 그 댓가로 오늘은 날 위해 희생해줘야겠어. 데이트하자, 

루안. 부인…」 

「아, 네. 루안 잘 다녀오렴. 호호. 시즈, 루안을 잘 부탁해요.」 

「나,나 옷 갈아입고 올게.」 

루안은 굉장히 당황했는지 넘어질 뻔하면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거 반응이 열렬해서 

좋군. 마일리와 내가 크게 웃었고, 그제야 돌상태를 깨어난 레나 역시 심적충격을 비틀거리

는 걸음으로 나타내며 동생을 따라 걸어들어갔다. 

흰색의 치마를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루안은 정말로 날 위해 하루를 희생하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손을 잡아끌며 마을에 대해 설명해주는 그녀는 즐거워보였다. 마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루안, 미안한데 골동품점이 있지? 안내 좀 해줄래?」하고 이라잠 씨네 빵을 먹으며 말했

다. 빵을 굽는 냄새에 못이겨 그녀와 함께 이라잠씨 가게의 의자에 걸터앉은 것이다. 가볍

게 끄덕이는 루안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린 내 눈에 초콜릿이 가득 발라진 빵이 들어왔다. 

초콜릿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볼 것도 없이 냉큼 집어들어 꿀꺽 삼켰다. 그리고… 눈물을 

쏟아야 했다. 귀에 이라잠의 감탄에 찬 

「걸렸군! 그거 내가 아침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니 절대로 뱉어선 안돼. 게다가 값

으로 따져도 비싼 거라고. 겉에는 비싼 초콜렛을 가득 바른 거야. 게다가 겨자도 주먹만큼 

들어갔거든.」 

저 큰 주먹만큼 들어가다니…. 지금 쏟아지는 눈물은 지난 밤 그의 중얼거림을 망각했던 

후회의 결정체로다. 그래도 비싸다는 말에 겁을 먹은 나는 빵을 모두 삼키는데 성공했다. 

얼얼거리는 입을 바람을 들어마셔 식혀가며 케무사트우의 골동품 가게에 도착한 나는 루안

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전한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에는 굳은 표정-뱃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기에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을 짓고 오만스러운 자세로 들어가자 장부를 정리

하고 있던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눈에 의혹을 띄고 입을 열었다. 

「이런 시골에!? 무슨 일로 오셨소?」 

「당신의 이름을 들었소. 케무사트우 씨, 물건을 보는 눈이 뛰어다나길래 찾아왔소.」하고 

난 준비해온 오리털 잠바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거칠게 올려놓았다. 그가 〈이것이 뭐

요?〉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테이블 위의 주전자를 들어 물을 부

었다. 대부분의 오리털 잠바가 그렇듯 이것 역시 방수였고 물은 옷감을 적시지 못한 채 주

르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던 힘없는 노인의 눈이 이채를 띄기 시작했고, 난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마법의복인가?」하고 케무사트우가 중얼거리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이것은 마법이 아니오. 이것은 고대의 의복이오.」 

「고대의…」 

「잘 보시오. 이런 옷감을 본적이 있으시오? 겉감의 튼튼함과 안감의 부드러움! 이것은 대

륙의 알려진 역사 이전의 존재했던 기술의 존재가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을 겁니다. 이 정

도의 튼튼함이면 광산에서 100년간을 굴러다녀도 실밥하나 튿어지지 않을 것이오. 이 정도

의 부드러움이면 왕족이 입는 비단의 질감에도 떨어지지 않소.」 

그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오리털 잠바를 세세히 살펴보았다. 잡아당겨도 보고 얼굴을 대

고 부벼보기도 했다. 난 그의 눈동자에 탐욕의 열기가 차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케무

사트우는 나와 잠바를 번갈아바라보더니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앉으십시오.」 

내가 자리에 앉자 그는 냉정하게 눈을 빛냈고, 나 역시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오만한 표정

을 지으며 쏘아보았다. 

「8만 타로운…!」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사기의 명수라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있던 

나는 무조건 고개를 저었다. 노인은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안된다니!! 8만 타로운이면…!!!」 

잘못 말한 것이 아닌가 후회가 됐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급히 오리털 잠바에

서 꺼내두었던 라이터를 손에 대고 가스를 내보냈다. 약하게 쥔 주먹에 가스가 차갑게 느껴

지는 순간, 나는 라이터에 불을 당겼고 바람을 일으켰다. 장난을 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제

대로 하면 사람 머리만한 불덩이가 나타났고 나의 의지에 의해 일어난 바람은 불을 사방으

로 퍼뜨렸다. 

놀란 케무사트우를 차갑게 바라보며 난 나직하게 말했다. 

「나와 같은 존재를 속이려하지 마십시오. 이것의 가치를 모를 내가 아닙니다. 제 연구비

용이 절실히 모자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팔지도 않았을 겁니다.」 

「마,마법사!?」 

그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그에게 500만 타로운을 뜯어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도를 부쉈다가 다시 건설할 정도의 돈이라니, 이거 너무 많이 뜯어낸 

거 아닌가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뭐 선심써서 라이터까지 주었으니 괜찮겠지. 가게를 나오

자 루안이 방긋 웃고는 팔에 매달렸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리고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의 데이트를 계속했다. 주머니 속에서 달그락 거리는 백

만 타로운짜리 성신석이 다리를 쿡쿡 찔러댔지만 사기를 친 벌을 아주 무겁게 받는다고 생

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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