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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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곳에 집을 지을 생각이십니까?」 

「네네. 경치가 무척 좋지요?」 

「그것도 이 설계도면…을 따라서?」 

「예. 안 되나요?」 

미장이이자 명망있는 건설지휘자로 세이탄에서 소문있는 브라트니는 숲의 맑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시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의 생글거리는 

얼굴을 호수에 쳐박아버리고 싶은 기분을 억제하며 말했다. 

「시즈군, 이 곳은 바로 앞에 있는 호수가 있어서 주위에 지하수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냥 지상으로만 집을 짓는다고 하고 땅을 다진다고 해도 보통의 땅 위에 짓는 것보다 재료비

만 두 배는 더 들겁니다. 게다가 매우 힘든 작업이에요. 인부들이 꺼릴 것은 말할 것도 없습

니다.」 

「그런가요?」하며 시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흐릿한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신전

에서 부상은 고쳤지만 원래 나빴던 눈은 고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모습에 브라트니는 

머리에서 연기가 솟을 것 같았다. 아프도록 쥐고 있는 주먹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지하 3층의 집을 짓겠다고요? 계단 한개의 깊이마다 보통 가

옥의 한층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거요. 인부들의 삯은? 아무도 당신의 공사를 하고 싶은 사

람이 없을 겁니다. 이것은 당신이나 우리나 명백한 손해가 아닐 수 없소.」 

절박하게까지 외치는 그의 말에 시즈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이 맘에 꼭 들었

던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집을 짓고 싶은 시즈는 안된다고만 외쳐대는 눈 앞의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언어만이 나올 

듯한 입술이었지만 시즈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무미건조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힘이 많이 든다는 뜻일테니까….」 

똑같은 입술에서 그렇게 다른 느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흠칫한 브라트니는 자

신의 아들만한 청년이 하는 다음 말에 놀라 턱이 아플만큼 벌어졌다. 

「세이탄의 미장이와 목수, 나무꾼 등 이 공사와 약간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을 모두 사

겠습니다. 사람이 남는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 직업의 평균의 2배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누군가 가까이 다가가 브라트니의 모습을 잘 살펴본다면 그의 염소수염이 덜덜 떨리고 있

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정하지만 허름한 옷차림에 평범한 여행자가 지니고 

다닐 가방과 음유시인의 악기인 넬피앙, 검붉은 색상의 둔탁한 느낌을 주는 긴 검은 아무리

봐도 어떤 사람도 놀라게 할만한 구석이 없어 보였지만 한 중년 사내의 눈에는 지금까지의 

어떤 이보다도 거대한 청년으로 보이고 있었다. 

「지휘는 당신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계획대로만 해주신다면 당신에게는 다른 사람들

의 3배를 드리도록 하죠.」 

「아,아? 아!? 아아!」 

놀라서 혀가 굳어버린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염소 수염의 머리 속이 돌아갔다. 다른 사

람이 2배인데 자신에게는 그들의 3배라고 했으니 6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방금 전까지 

아래로 늘어지려던 입이 이제는 옆으로 찢어지려고 했다. 시즈는 나이드신 분의 입이 혹사

당하는 것이 안쓰럽다고 느꼈고 〈다물게 해줘야 겠군.〉이라고 생각한 그는 부드러운 미

소를 지었다. 

「하지만 조건을 드리죠. 완공까지 3주를 드리겠습니다. 그 안에 완공하지 못한다면…. 다

른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임금은 드리겠지만,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청년의 말은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것보다 브라트니에게는 더 가혹한 말

이었다. 모두가 한달간 일한- 일하지 않더라도 - 댓가를 가지고 돌아가는데 혼자서만 한달

간 일해서 빈손….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다른 인부들이 모두 이 청

년에게 고용되었는데 혼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인가. 한 마디로 똑바로 못하면 굶어죽을 수

도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온화하게만 보이던 청년의 미소을 보는 그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단의 상자

를 열어버린 듯 했다. 브라트니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시즈의 미소는 더

욱 짙어졌다. 

「이봐! 거기 미장이들 놀지마. 나무꾼들 나무 다 베었으면 땅이라도 파!」 

공사가 시작된 후, 공사책임자를 맡게 된 명망있고 냉철하며 유능한 미장이 브라트니는 불

을 토하는 악귀처럼 인부들을 닦달했다. 어찌나 무섭게 인부들을 다루는지 세이탄의 모든 

인부들은 그를 얼마 전 있었던 수도의 미친 성투사 소란의 주인공 헤모 사제와 비교할 정도

였다. 그에 비해서 소문이 무난했던 저택의 주인공은 들려오는 풍문과는 다르게 매우 온화

하고 순진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힘드신데 조금 쉬면서들 하세요.」하면서 차를 따라주는 청년의 옆에는 잠시라도 쉬는 

시간만 되면 미장이, 목수할 것 없이 모여들어 브라트니에 대한 불만을 투덜투덜거렸고, 시

즈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차를 따라주면 기분이 좋아졌다가 브라트니의 악받친 고함소

리에 쫓겨 공사지로 달려가는 것이다. 인부들의 눈에는 그늘이 드리운 큰 바위 위에 단정히 

앉아서 깊어만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애수를 담은 채 호수를 바라보는 청년은 낡았지만 고

풍스러운 그림의 천사처럼 보였다. 

「브라트니 씨도 차 좀 드시면서 하시지요.」 

「아,아닙니다.」 

인부들은 어째서 천사같은 시즈에게 악귀가 따로없는 브라트니 씨가 쩔쩔매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었고 〈역시 악마는 천사한테 힘을 못하는 군.〉하

는 농담을 주절거렸다. 가끔 들려오는 말에 브라트니는 억울하기 그지 없었지만…. 뭐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시즈군. 애인 있습니까?」 

「하하, 저 같은 사람에게 애인이 있겠습니까?」 

「그래? 우리 여식이 날 닮아서 아주 귀여워요. 어떻습니까? 한번 만나보지 않겠소?」 

시즈는 구릿빛 피부를 땀으로 반짝이는 장년의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귀엽다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웃음을 띄며 물었다. 

「그래요? 귀여운 따님의 나이가 어찌되는 되요?」 

「헤럴드의 딸이 올해로 8살이었지, 아마?」하며 한 미장이 노인이 껄껄댔다. 헤럴드라는 

장신의 사내는 노인을 노려보며 투덜댔다. 

「8살이면 어떻소? 한 10년만 기다리면 미녀가 될 텐데….」 

「헤럴드 씨. 전….」하며 시즈가 무언가 말하려하자 헤럴드는 아직 나이도 안찬 딸의 시

집에 불타는 의지로 말을 끊었다. 

「자네가 급하다면 5년 있다가 보내줌세.」 

「헤럴드 씨, 전 범죄는 싫습니다.」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혀가며 열을 올리는 그에게 시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황급히 손

을 내저었다. 청년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소문이 어느 새인가 예전과는 다르게 뒤바뀌는 동안, 저택이 완공되었다. 브라

트니가 생존을 조금이라도 빨리 확신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건설에 힘을 쏟은 덕택이었

다. 예정된 3주보다 5일이나 빨랐지만 그에게는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게만 느껴졌다. 저택

을 지하 3층에서 지상 2층까지 돌아보고 시즈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생으로 축쳐진 어깨

를 두들기자 공사책임자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날아드는 경험을 맛보았다. 

「이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즈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만 인부들은 삯이 너무 많았다며 자신들의 일이 아니면서

도 가구들을 옮겼다. 청년의 살림이나 가구는 매우 간소해서 인부들이나 마을 사람들의 예

상을 크게 벗어났다. 도리어 목수들은 터를 잡을 때 베었던 나무들로 부족하다 싶은 가구를 

만들어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도와보려는 시즈를 오히려 저택을 구경하러 온 마을 사람

들은 말리며 언제나 그가 앉아있던 바위에 억지로 앉혔다. 그 자리가 시즈에게 가장 잘 어

울린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바위 위에 앉아서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청년은 넬피앙

을 꺼내들고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넬피앙의 하나하나의 현에서 튀어나온 각각의 파동은 

실이 이리저리 얽히며 옷을 짜듯이 아름다운 음악으로 되어갔다.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

게 넬피앙의 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음악과 일이 더해갈수록 멜라누 숲, 한 호수가에 지어진 아름다운 저택처럼 사람들 모두가 

친구라는 길고도 거대한 성벽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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