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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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가 곧 마법이라…. 설마….」 

헤트라임크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책을 잡은 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자, 시즈는 아주 절친한 친구를 보듯이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방금 전 바람은 저의 의지입니다. 곧 마법이죠.」 

「그럴리가…. 의지만으로 마법이 가능하다면 어째서 그런 사람이 이때껏 나오지 않은 것

인가?」 

「아닙니다. 마법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저도 2명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분명

히 더 있을 겁니다.」 

「후우…. 이 책의 저자와 자네 말인가?」하고 눈을 가늘게 뜨며 노마법사가 묻자 시즈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식한 노마법사는 도저히 손에 든 책의 말

을 신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헤트라임크의 마음을 아는 시즈는 노인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의지의 마법을 쓰고 있습니다. 아주 미약할 뿐이지만요. 신념은 의지의 

재료가 되고, 용기는 바로 의지의 발현입니다. 다만 거대한 자연에 미치는 힘이 작을 뿐입

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쓰는 마법은 무엇인가? 의지만으로 마법이 가능하다면 어째서 마법의 

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마법이론은 수학의 총체라고 할 수 있네. 자네의 말대로라

면 이것은 불필요한 일이 아닌가.」 

「의지는 구체화될 수록 잘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마법사가 외워야 하는 주문도 사실은 자

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암흑의 심연 속에 타오르는 암흑의 불

꽃이여… 자취의 그림자초자 남지 않는 순수의 불꽃이여…〉」 

「〈헬 파이어〉가 아닌가. 자네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노마법사가 긴장하며 뒤로 물러서자, 시즈는 피식하고 웃었다. 헤트라임크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헬 파이어〉는 9클래스 마스터라는 지고의 경지만이 쓸 수 있는 절대적인 파

괴주문이었다. 그 어떤 것도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헬 파이어는 소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하는 이는 인간의 역사상 없었다. 인간의 역사표면으로 등장했던 몇몇의 드래곤조차도 

그들 종족의 싸움을 제외하고는 쓰지 않았다. 헬 파이어는 드래곤을 제외한 다른 생물을 죽

이기에는 너무나 좋은 칼이었다. 이론상으로만 남아있는 주문일 뿐이었다. 

「아닙니다. 전 예를 들은 것 뿐입니다. 헬 파이어는 〈지옥의 불〉입니다. 암흑의 심연이

라는 것은 지옥을 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헬 파이어를 사용한다면 그 불이 지옥에서 직접 

게이트라도 만들어 시전자의 손 앞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헬 파이어의 주

문은 지옥의 불만큼이나 뜨거운 불꽃이 나타나리라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죠.」 

「네 말대로라면 마음 속으로만 생각해도 되지 않는가?」 

「소리를 내면 자기 자신에게 암시를 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강한 의지를 위하여….」 

노마법사는 고개를 무의식 중에 끄덕였다. 하지만 눈을 빛내며 곧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마나는 무엇인가? 실제로 마나는 모을 수가 있네.」 

그 물음에 시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마나라는 것은 자연의 에너지입니다. 제 생각에 모든 생물은 자신의 의지를 키움으로 인

해서 자연의 에너지 또한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물건을 담는 용기에 우리의 

의지를 비유하면 되겠지요.」 

시즈의 말이 마치 망치가 되어 노마법사의 몸을 후려치는 것처럼 노인은 비틀거렸다. 그

는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꿇으며 시즈를 올려다보았다. 

「말해주게. 그 말대로라면 자네의 의지는 나의 마법에 뒤지지가 않네. 어떻게 그런 의지

를 가지게 되었나?」 

「……언젠가 말씀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말하게 될 줄은 몰랐군

요. 저 자신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세상의 사람이란 것이 다르

겠죠.」하고 미소를 짓는 시즈의 얼굴은 슬프게만 보였다. 사실 시즈 자신도 어떻게 그의 

의지에 마법이 구현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시즈의 대답에 헤트라임크는 눈

을 크게 뜨고 심장마비가 걸린 사람처럼 부들거리더니, 곧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자신

이 놀라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시즈의 얼굴에서 미소가 미소가 아니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시즈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시즈, 부탁이 있네.」 

어찌나 손아귀의 힘이 강한지 얼굴을 찌푸린 채 시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헤트

라임크는 기원했다. 〈신이여, 내 아들을 돌려주시오.〉 

「내 아들이 되어주게.」 

「하지만….」하고 갑작스런 양자 제의에 시즈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한 외로운 

노인의 눈은 기원으로 매워져있었다. 

「내게는 아들이 없네. 아니 없어졌지. 꼭 같은 집에서 살고, 얼굴을 봐야 하는 것은 아닐

세. 내게도 자네같은 아들이 있다는 것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믿고 살게 해주게.」 

뜬금없는 소리같았지만 시즈는 몰랐다. 노마법사에게 자신을 닮은 아들이 있었다는 것을

…. 외모가 아니라, 눈빛과 열정, 그리고 신념과 순수한 미소, 헤트라임크는 자신의 아들에

게서 보았던 모든 것을 눈 앞의 청년에게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인정하고 있

었다. 하늘은 자신의 아들을 다시 돌려보낸 것이라고…. 마치 장성한 아들에게 어리광을 부

리는 듯한 그의 어조에 시즈는 은은한,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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