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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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주 상쾌한 향인걸! 이런 나무뿌리가 있었다니….」하고 헤모는 더덕처럼 

생긴 나무뿌리를 와득 베어물었다. 다른 이들도 입 안을 가득히 채우는 청량함에 

놀라 둥그레진 눈이 손에 든 나무뿌리를 향하고 있었다. 

「〈만타라〉라고 하는 식물의 뿌리인데… 피로를 푸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 우리처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놈들에게는 필수품이야.」 

〈춤추는 칼〉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산적단 중 네모꼴의 얼굴을 가진 남자가 어 

깨를 으쓱거리며 시즈 일행이 놔눠준 훈제 양고기를 씹어댔다. 오히려 그들은 시즈 

일행이 불평하며 먹어대던 훈제 고기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만타라〉? 이상하군요. 최고의 식물도감이라는 〈로코네스 식물 도감〉에서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식물 같은데…. 이런 멋진 식물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유레민트?」 

이해할 수 없다는 피브드닌의 물음에 방금 전까지 사인공세에 시달리던 유레민트 

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자신의 몫을 모두 목으로 넘기고 지켜보던 토 

루반은 갑자기 껄껄거리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우핫핫핫! 피브드닌, 이 만타라가 멋지다고?」 

「토루반!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이렇게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향과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멋지지 않습니까?」 

피브드닌은 그가 비웃는 것 같아 불쾌한 어조로 반발했다. 그러자 토루반은 순간, 

표정을 굳히고는 나직하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피브드닌, 자네는 30대 중반에 이르는 나이를 먹었고, 대륙 제일의 학자라는 칭 

호를 가졌네만, 오히려 저기 앉은 산적 아가씨만도 못하군. 〈로코네스 식물 도감 

〉은 만타라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 아닐세. 기재할 수가 없었지.」 

컬컬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낮은 음성에 유레민트도 기다란 귀를 쫑긋 세 

우고 귀를 귀울였다. 

「이봐! 꼬마 아가씨! 여기 이 아저씨한테 만타라를 어떻게 얻는 것인지 알려줄 수 

있겠니?」 

드워프의 거친 음성에 산적 소녀, 메네이나는 씨익 웃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토루반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꼬마라니…! 난 난쟁이 아저씨보다 갑절은 크다고! 흥! 만타라에 대해서 모르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이건 만투르라는 동물의 배설물이야. 만투 

르의 고기와 피는 피로에 천적이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좋지만 돈 없는 우리들이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겠어? 만타라는 그 녀석의 엿같이 끈적끈적한 배설물을 뜯어 

서 말린 거라고! 그러면 햇빛에 안에서 냄새와 함께 연기가 구멍을 뽕뽕 뚫고 솟아 

오르지. 좀더 시간이 지나면 약간 푸석푸석한 나무뿌리처럼 변해.」 

시즈와 헤모, 토루반을 제외한 수행원과 귀빈 일행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현상은 

잉크가 물 속에서 퍼지듯 서서히 진행되었다. 토루반은 그 중에서도 창백하다못해 

푸른 도마뱀 색깔을 하고 있는 피브드닌과 유레민트에게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멋진 식물이지?」 

「우 - 웩!」하고 대답을 해보는 피브드닌이었지만, 창자를 뒤집어 탈탈 털어본다 

고 해도 입 안과 가슴 속에 녹아든 불쾌한 청량감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는 주름이 생기려고 하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네모꼴〉의 남자를 원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식물의 뿌리라고 했잖소? 우 - 웩!」 

「미안. 만투르는 원래 식물의 뿌리 밖에는 안 먹거든. 모양은 달라졌지만 틀림없는 식물의 뿌리라고…. 에이! 다른 

동물 내장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뭐 어떻다고 그 

러나? 조미료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되지.」 

〈네모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만타라를 힘차게 물어뜯었다. 유레민트도 속이 이 

상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피브드닌처럼 내장을 털어대는 것이 더욱 꼴불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구역질을 참았다. 그녀는 

부러움이 담긴 시선으로 시즈를 바라보았다. 시즈는 요리를 사랑하는 이 답게 새로 

운 만타라 식용법으로 만타라를 구워서 먹고 있던 것이다. 토루반이 의아스러운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보기와는 다르군. 귀족들이 만타라에 대해서 아는 일은 드문데…. 만타라 

를 굽다니, 먹을 줄 아는 군.」 

「전 귀족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평범한 서민이었죠.」하고 

시즈는 김이 폴폴 솟아오르는 만타라를 손가락을 죽죽 찟어 입어넣었다. 

「서민!?」 

유레민트의 귀와 눈이 토끼처럼 쫑긋 서고 동그랗게 떠졌다. 그녀가 원탁에서 세 

일피어론아드에 그런 현자가 있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시즈와 같은 청년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민이었는데,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다니… 그녀 

는 시즈의 지식에 대해서보다 인간 시즈에 관해 더 호기심이 일었다. 달아오른 엘 

프의 눈이 심상치 않았지만 시즈는 모르는 척 빙긋 웃었다. 

「그렇습니다. 전 세이서스가(家)의 양자이니까요.」 

헤모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시즈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레이모하의 가호 

가 헤모 사제만은 비켜가는 것 같았다. 하필이면 세이서스의 양자라니, 덕분에 자 

신은 노예처럼 두 부자에게 끌려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전투의 강한 성투사지만 7 

클래스 마스터인 헤트라임크가 뒤가 버티고 있는 시즈를 건들 수가 있겠는가. 

「양자…!?」 

토루반 또한 딱딱한 표정으로 넋을 잃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외모는 깨끗하여 

순진하게 큰 도련님같은 그가 서민이었다니…. 시큰둥하니 불꽃만 바라보던 메네이 

나가 시즈와 그의 가방을 번갈아 힐끔거리며 궁시렁댔다. 

「그 말이 맞을 거야. 아까 가방을 슬쩍 뒤져봤는데 값 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약초로 보이는 풀만 가득하던데!? 귀족들은 물약을 쓰지 약초를 잘 정리해서 가지 

고 다니지 않아. 그렇게 약초를 준비할 줄 아는 걸로 봐서 꽤 고생을 한 모양이지? 

」 

「글쎄요….」 

시즈는 그 만이 알 수 있는 대답과 함께 그리움에  찬 검은 눈동자로 구름 사이에 미약하게 뿜어져 나오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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