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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주 상쾌한 향인걸! 이런 나무뿌리가 있었다니….」하고 헤모는 더덕처럼
생긴 나무뿌리를 와득 베어물었다. 다른 이들도 입 안을 가득히 채우는 청량함에
놀라 둥그레진 눈이 손에 든 나무뿌리를 향하고 있었다.
「〈만타라〉라고 하는 식물의 뿌리인데… 피로를 푸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지. 우리처럼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놈들에게는 필수품이야.」
〈춤추는 칼〉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의 산적단 중 네모꼴의 얼굴을 가진 남자가 어
깨를 으쓱거리며 시즈 일행이 놔눠준 훈제 양고기를 씹어댔다. 오히려 그들은 시즈
일행이 불평하며 먹어대던 훈제 고기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만타라〉? 이상하군요. 최고의 식물도감이라는 〈로코네스 식물 도감〉에서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식물 같은데…. 이런 멋진 식물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유레민트?」
이해할 수 없다는 피브드닌의 물음에 방금 전까지 사인공세에 시달리던 유레민트
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자신의 몫을 모두 목으로 넘기고 지켜보던 토
루반은 갑자기 껄껄거리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우핫핫핫! 피브드닌, 이 만타라가 멋지다고?」
「토루반!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이렇게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향과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멋지지 않습니까?」
피브드닌은 그가 비웃는 것 같아 불쾌한 어조로 반발했다. 그러자 토루반은 순간,
표정을 굳히고는 나직하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피브드닌, 자네는 30대 중반에 이르는 나이를 먹었고, 대륙 제일의 학자라는 칭
호를 가졌네만, 오히려 저기 앉은 산적 아가씨만도 못하군. 〈로코네스 식물 도감
〉은 만타라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 아닐세. 기재할 수가 없었지.」
컬컬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낮은 음성에 유레민트도 기다란 귀를 쫑긋 세
우고 귀를 귀울였다.
「이봐! 꼬마 아가씨! 여기 이 아저씨한테 만타라를 어떻게 얻는 것인지 알려줄 수
있겠니?」
드워프의 거친 음성에 산적 소녀, 메네이나는 씨익 웃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토루반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꼬마라니…! 난 난쟁이 아저씨보다 갑절은 크다고! 흥! 만타라에 대해서 모르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이건 만투르라는 동물의 배설물이야. 만투
르의 고기와 피는 피로에 천적이라고 할 정도로 효과가 좋지만 돈 없는 우리들이
어떻게 잡아먹을 수 있겠어? 만타라는 그 녀석의 엿같이 끈적끈적한 배설물을 뜯어
서 말린 거라고! 그러면 햇빛에 안에서 냄새와 함께 연기가 구멍을 뽕뽕 뚫고 솟아
오르지. 좀더 시간이 지나면 약간 푸석푸석한 나무뿌리처럼 변해.」
시즈와 헤모, 토루반을 제외한 수행원과 귀빈 일행의 안색이 창백해지는 현상은
잉크가 물 속에서 퍼지듯 서서히 진행되었다. 토루반은 그 중에서도 창백하다못해
푸른 도마뱀 색깔을 하고 있는 피브드닌과 유레민트에게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멋진 식물이지?」
「우 - 웩!」하고 대답을 해보는 피브드닌이었지만, 창자를 뒤집어 탈탈 털어본다
고 해도 입 안과 가슴 속에 녹아든 불쾌한 청량감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는 주름이 생기려고 하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네모꼴〉의 남자를 원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식물의 뿌리라고 했잖소? 우 - 웩!」
「미안. 만투르는 원래 식물의 뿌리 밖에는 안 먹거든. 모양은 달라졌지만 틀림없는 식물의 뿌리라고…. 에이! 다른
동물 내장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뭐 어떻다고 그
러나? 조미료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되지.」
〈네모꼴〉은 쓴웃음을 지으며 만타라를 힘차게 물어뜯었다. 유레민트도 속이 이
상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피브드닌처럼 내장을 털어대는 것이 더욱 꼴불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구역질을 참았다. 그녀는
부러움이 담긴 시선으로 시즈를 바라보았다. 시즈는 요리를 사랑하는 이 답게 새로
운 만타라 식용법으로 만타라를 구워서 먹고 있던 것이다. 토루반이 의아스러운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보기와는 다르군. 귀족들이 만타라에 대해서 아는 일은 드문데…. 만타라
를 굽다니, 먹을 줄 아는 군.」
「전 귀족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에는 평범한 서민이었죠.」하고
시즈는 김이 폴폴 솟아오르는 만타라를 손가락을 죽죽 찟어 입어넣었다.
「서민!?」
유레민트의 귀와 눈이 토끼처럼 쫑긋 서고 동그랗게 떠졌다. 그녀가 원탁에서 세
일피어론아드에 그런 현자가 있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시즈와 같은 청년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민이었는데,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다니… 그녀
는 시즈의 지식에 대해서보다 인간 시즈에 관해 더 호기심이 일었다. 달아오른 엘
프의 눈이 심상치 않았지만 시즈는 모르는 척 빙긋 웃었다.
「그렇습니다. 전 세이서스가(家)의 양자이니까요.」
헤모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시즈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레이모하의 가호
가 헤모 사제만은 비켜가는 것 같았다. 하필이면 세이서스의 양자라니, 덕분에 자
신은 노예처럼 두 부자에게 끌려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전투의 강한 성투사지만 7
클래스 마스터인 헤트라임크가 뒤가 버티고 있는 시즈를 건들 수가 있겠는가.
「양자…!?」
토루반 또한 딱딱한 표정으로 넋을 잃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외모는 깨끗하여
순진하게 큰 도련님같은 그가 서민이었다니…. 시큰둥하니 불꽃만 바라보던 메네이
나가 시즈와 그의 가방을 번갈아 힐끔거리며 궁시렁댔다.
「그 말이 맞을 거야. 아까 가방을 슬쩍 뒤져봤는데 값 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약초로 보이는 풀만 가득하던데!? 귀족들은 물약을 쓰지 약초를 잘 정리해서 가지
고 다니지 않아. 그렇게 약초를 준비할 줄 아는 걸로 봐서 꽤 고생을 한 모양이지?
」
「글쎄요….」
시즈는 그 만이 알 수 있는 대답과 함께 그리움에 찬 검은 눈동자로 구름 사이에 미약하게 뿜어져 나오는 달빛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