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200)

                                    -65- 사람을 움직이는 법 (1)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고 해도 최소한 신체에 무리가 갈 정도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게 생물이었다. 하지만 몇 번 휘두

르지도 않았는데 피부가 찢어진 건 물론이고 살덩이마저 문드러

진 시즈의 손바닥은 자랑스러운 듯 손을 내민 청년이 생물인가

의심스럽게 만들 지경이었다.

「시즈……. 너…」

텅 빈 공간에서 수박에 모짜렐라 치즈를 발라먹은 생쥐만큼이

나 멍한 -내가 이걸 왜 먹었을까하는- 표정으로 보를레스의 입

술은 의문이 담긴 중얼거림이 토해졌다.

「그렇게 쳐다보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로 하지 않았다면 당신

의 자존심을 깨뜨리기에는 부족했을 테니……. 후우… 자기 암

시와 근력 강화 주문까지 사용했더니 아주 머리가 피폐한 상태

에요. 이 정도로 한 덕분에 아마 깨달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근력강화 주문〉

마법사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2서클의 기초

마법이었지만 유약하기 짝이 없는 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마법

이었다. 하지만 세포 단위의 에너지 연소를 증가시켜 근력의 비

약적인 향상을 보이는 이 주문은 잘 애용되지 않았다. 부작용이

그 이유였는데 근력과 다름없이 세포단위로 느껴지는 -통감은

강약이 아니라 범위로 느껴진다- 고통과 근육의 무산소 상태로

일어나는 호흡곤란은 그야말로 지옥여행을 즐기는 기분을 만들

어주기 때문이었다. 슬슬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는지 미소를 짓

고 있는 시즈의 턱을 타고 땀이 뚝뚝 떨어졌다.

「무엇을 말이지?」

동방 검법에 대한 연구는 쇠퇴했지만 그 흔적은 동방 검법의

동작 하나 모르는 보를레스의 검체에조차도 남아있었다. 두 손

으로 잡는 긴 손잡이가 그것이었는데, 동방 검법 이전에는 방패

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무거운 검도 한 손으로 들고 싸우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모두 짧은 손잡이였다.

검을 두손으로 잡는댜면 강한 서해검격에도 좋았지만, 그것은

변화와 빠르기를 중시하는 동방검법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자세였

다.

「이, 이런! 제 자세를 보고 느끼지 못했단 말입니까? 검을 양손

으로 잡는 이유는 힘을 강하게 줄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물론

그런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보다 검의 변화를 수월하게 그리

고 빠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보를레스는 변화를 무시

한, 즉 검술로서의 완성도는 전혀없는 검을 쓰고 있어요.」

「하지만…….」

「기사들에게는 인정받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그들은

무거운 갑옷에 방어를 대부분 맡기기에 일격으로 바위를 붕괴시

키는 당신의 검이 천적인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갑옷이 아닌

체술이 주방어법인 용병이나 권술가들에게는 완전히 거미줄의

걸린 메뚜기같은 존재로 취급될 게 뻔합니다. 어쩌면 메뚜기만

큼의 반항도 못할지도 모르지요.」

「핫핫핫…….」

헛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 보를레스였다. 솔직히 자부심이 컸던

만큼 시즈의 말을 부정하고싶은 맘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

겠는가. 그는 조금의 반격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옆을 흐르는

시내만큼이나 끊김이 없던 검술이라는 감탄…. 시즈의 검술에서

서해검격의 약점을 발견한 의미이기도 했다.

「헉! 하, 하지만… 헉!」

「좀 쉬었다가 말하는 게 좋겠네.」

「흡! 괜찮습니다. 귀족적인 국가로 이름높은 엘시크인만큼 기사

의 검술인 서해검격을 쓰는 검사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자산

(資産)이 부족한 대부분의 변두리지역은 용병들만큼이나 체술이

발달했을 겁니다. 후우…. 용병국과 국토를 접한 국경지역은 특

히 심하겠지요. 전쟁에서 서해검격은 갑옷과 조화되어 말의 기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검술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를

레스는 개인의 격투를 해나가야 합니다. 하윌과의 결투처럼 말

입니다.」

「용병의 검술을 익히라는 거냐?」

「꼭 그렇게 볼 수는 없겠지요. 길을 찾는 건 본인의 몫입니다.

저는 당신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걸 알려주었을 뿐이에요. 크윽!

어느 게 올바른 길인지 선택할 기회도 없이 하나의 길만 걸어가

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넌 그렇게 고통에 떠는 선택을 한 거냐?

아마도 너는 갈림길을 바라

볼 줄을 알아도 올바른 길을 찾기에는 글러먹은 게 틀림없어.

땀을 닦으려고 놔두었던 수건을 찢어 시즈의 손바닥에 묶으며

그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이 손바닥을 보니, 검이 충돌할

때의 충격도 견디지 못했다는 뜻인데 만약 내가 공격했다면 막

을 수 있었나?」

그 물음이 의외라고 생각했을까? 시즈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곧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불가능했겠죠.」

위태롭다. 경련마저 일으키며 짓고 있는 억지미소에서 보를레

스가 감지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무모한, 시즈 자신도 과거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느낄 수 없었던 변화였다.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게 근육만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즈

의 용기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느낄 수 없을지라도…….

바로 이 때였을지 모른다. 보를레스가 영원히 시즈의 곁을 떠

날 수 없으리라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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