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200)

                                    -66- 사람을 움직이는 법 (1)

「검술은 또 언제 연구한 거야?」

보를레스는 등에 업혀있는 시즈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

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축 늘어진 시즈의 팔은 시계추

처럼 흔들렸다.

「연구라기보다 조사를 시작한 때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거

의 여행할 때, 만났던 검사에게 배웠던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는 대단한 검사이었던 듯 합니다. 그는 제가 익히고 있던, 실용

성이라고는 강아지 발바닥의 땀만큼도 없는 검술을 알려주었습

니다.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미 화려

하기 짝이 없는 검술에서 상황에 맞는 동작을 끄집어내는 건 그

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많아서가 아니라 없어서였어요. 그 추

려낸 게 방금 전의 것들입니다. 모두 당신에게 막히기는 했지

만……. 제게 있어서는 최고의 기술들이죠. 그리고 그 외 검술의

역사같은 설명은 고대사를 연구하다가 자연스레 알게 된 거죠.

그런데 아십니까? 이런 죄송합니다. 아실 리가 없죠. 제게 검을

가르쳐 주었던 그는 고작 변두리 영지의 이름없는 경비대장이었

을 뿐입니다.」

노리스와 츠바틴, 그들은 시즈가 세일피어론아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자 재산을 선사한

이들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들은 엘시크의 변두리 영지에

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아는 이들이 엘시크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자들이 또 없을

거라는 보장 또한 없었다.

「이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보를레스. 〈새들은 저들끼리 지저

귀기에 바빠 엎드린 드래곤의 숨소리를 깨닫지 못한다.〉」

「물론이지. 대전결투의 위대한 승리자, 온클리드 파인트히 백작

이 한 말인데 기사출신인 내가 모른다면 말이 되나.」

보를레스는 시즈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어깨를 들썩

이며 흥분했다.

기사로서 흠모해야할 능력에 관해 역사가과 전략가들은 기본적

으로 대전전투력과 돌진력을 꼽는다. 군대운용력과 카리스마 또

한 중요했지만, 대전전투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카리스마는 유명

에 따라 붙을 수 있었고, 군대운용력 방면은 기사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전문가인 전략가들이 부대마다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

이다. 어쨌든 그 대전전투력에서 후세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완벽한 기사였다고 일컬어지는 이가 바로 온클리드 파인트

히 백작이었다.

「진정하십시오. 뜻도 알고 계십니까?」

「당시에 시대배경으로 볼 때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 하지만

가장 유력한 건 역시 그 말뜻 그대로 범인들은 능력있는 자들이

숨어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자신들의 능력에 과신하면서 세상

을 휘젖고 있다는 내용이지.」

「제대로 알고 계시는 군요.」

시즈의 목소리에는 힘이라고는 다 먹고남은 피자 부스러기만큼

정도만 남아있어 그의 입에 귀를 대고 있는 보를레스조차 겨우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숨을 고른 시즈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말을 혹자들은 반란세력을 의심한 온클리드 백작의 발언이

라고 생각하는 역사가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가 31세의 젋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얼마 안 있어서 엘시크에는 발란이 일

어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저는 보를레스가 말한 뜻으로 해석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죽기 바로

전까지 온클리드는 대륙 전역을 떠돌았으니까요. 무엇이 그를

중앙에서 내몰았을까요? 반란세력? 아닐 겁니다. 그는 용병국과

의 전쟁을 통해 기사검술 이상의 검을 찾았다고 전 생각하는데

요.」

온클리드를 신봉하는 이들이 들었다면 당장 검에 몸이 두조각

이 되어버릴 망언이었지만 보를레스는 헐떡거리면서도 잘도 이

어지는 설명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감춰진 역사는 역사가

의 해석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시즈의 말 또한 감춰진

역사를 추리하는 것일테니 틀리다고 말할 수 없었다.

토독! 톡!

「비가 오는 군.」

어느 빗방울이 가장 먼저 떨어진 것일까? 비는 시작을 알 수

없었지만 점차 많은 수가 떨어졌다.

「봄비인가요? 올해 들어서 첫 번째…….」

겨울에 내리던 비에 비교할 때, 그리 차이나지 않는 온도일 것

이다. 어쩌면 봄이라는 단어가 같은 빗방울이지만 생물에게 온

기를 부여한다고 믿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냉기에 잠을 자

던 나무와 풀이 비를 맞고 깨어나듯 시즈도 힘을 얻었는지 몸을

일으켰다.

「달콤해…….」

입술 위로 떨어진 빗방울을 혀로 핱은 시즈는 기분좋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위로 젖혔다. 어둡게 뭉글거리는 구름 사이로 하

늘 또한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하고 보를레스는

생각했다. 입에서는 생각과는 다른 퉁명스런 어조의 비웃음이

새어나왔지만 말이다.

「오기 전에 설탕물에 절인 훈제 바비큐라도 먹은 모양이지?」

「하루기 바비큐… 3 접시나 먹어치웠죠.」

「음…….」

그 후, 그들의 대화는 신경쓸 것 없는, 하루기 가슴살만큼의 영

양가도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저택

에 도착해 레소니의 잔소리를 듣기까지 계속됐다. 혹자가 보기

에는 아주 정다운 표정들을 하고서… 그들은 적극 부인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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