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사람을 움직이는 법 (2)
하지만 로길드와 리페른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의 관점에서 같
으면 같은 것이다. 다르다는 게 포함되면 그것은 이미 같은 게
아니었다. 로길드가 푸른 눈썹을 찌푸렸다.
「리미뇌 홀이 봉인된 이유는 홀을 가진 자에게는 매혹적이라고
도 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가 잠깐 입을 멈췄다. 매혹이라고 할 수 있는 카리스마, 눈
앞의 젊은 학자에게서 풍기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에서였다. 그러나 마법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미
소……. 로길드는 머리 속의 망상이라 치부하고 지워버렸다. 리
페른 역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되물었다.
〈내 자신은 과연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존재일까? 그리
고 이 젊은 학자는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존재일까?〉
소년의 오기와 호승심이랄까. 시즈는 왕자의 눈에서 자신을 향
한 불길이 솟아오른다고 느꼈다. 정확한지는 은근한 어조로 떠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 있으십니까? 나는 리미뇌의 봉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시즈 님, 무엄하군요. 당신은 신하의 신분입니다. 그런
데 왕실을 위한 일에 조건을 달아놓겠다니요.」
사전공작이었다. 칼자루를 시즈가 쥐고 있는 이상 조건을 들어
주지 않고 답을 받아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조건의 난이도(?)
를 약간이나마 경감시킬 수는 있을 공작이었다. 시즈가 알고 있
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전하께서 리미뇌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어차피 해야만 합니
다.」
「그렇다면 말씀하십시오.」
「전하께서는 다스리는 자로서 다스림을 받아 살아가는 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라 분쟁
도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도 말입니다. 전하께서 리미뇌를 찾으
실 때는 우선 멜라누 숲의 엘프들을 찾아가셔야 합니다.」
「세이탄의 별궁이 있는 장소가 아닙니까? 멜라누 숲 속에 엘프
들이 있단 말입니까?」
「제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명상에 잠겨 앉아
있으면 하루가 다 가도록 조용했는데 근래에 들어 아주 시끄럽
습니다.」
「시끄럽다니요? 그게 엘프들과 무슨 연관이…….」
「마을 사람들과 다툼이 있거든요. 하지만 리미뇌를 찾기 위해
서는 엘프들의 안내와 마법이 꼭 필요합니다. 봉인된 유물인만
큼 수호자적인 몬스터들이 많으니까요.」
〈이해하기 어렵군. 다툼이 있는데 현자라고 불리는 이가 그냥
두었단 말인가?〉
의문을 품는 왕자의 귀에 로길드의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전하, 시즈 님은 전하를 시험하려고 하시는 겁니다. 지배자로
서, 통치자로서 말입니다.」
리페른은 시즈의 눈을 통해 마음을 보려는 듯 안광을 더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눈처럼 검디검으면서도 바랜 천처럼 튀튀
한 광택을 내는 청년의 눈은 빛나지 않기에 깊이를 느낄 수도
없었다.
「왕자는 총명하다고 할지라도 아직 술수에 익숙하지 않다. 과
연 이를 이용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정원에서 연회장으로 걸어가며 시즈는 가책을 느끼는 양심에
대해 물으며 달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 오면서부터 가장 친근한
존재를 꼽으라면 마음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보다, 가슴 깊숙히
스며들어오는 달빛이었다. 시원한 바람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 참으로 부러운 이 였다.
〈저 달에 비할 때, 과연 나는 잘 하고 있는 건가?〉
근래에 들어서 자신이 너무 자만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하여 가
슴이 조여왔다. 내심 자신의 계획에 빠져드는 천재들을 보며 비
웃었다. 시즈는 고개를 흔들었다. 증오했던 이들의 모습과 닮아
가고 있는 자신은 생각할수록 끔찍했다.
「나를 증오하고 싶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