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200)

                                            41악장 3화

"뭐야? 귀가 왜 이렇게 간지러워?" 

마나이츠는 귓바퀴를 벅벅 긁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물지 않는 거야?" 

게다가 단조로운 생활이 날이 갈수록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지난 번 생전 걸리지 않던 감기를 앓고 난 이후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후로는 더욱 심했다. 그나마의 취미이던 낚시조차 제대로 되지 않자 그는 짜증을 냈다. 

"악악악!" 

낚시대를 마구 휘둘러대며 소리를 질렀는데 그 모습이 실패한 낚시광의 말로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마나이츠는 낚

시광이 아니라 마법사였다. 

파웅―! 

그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호수는 폭발하듯 가운데 수면이 솟아오르며  터졌다. 다른 마법사들이었다면 쓸데없는 짓

으로 마나를 낭비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짓으로 마나를 낭비할 정도로 마나이츠는 무료했다. 

짝짝짝! 

"과연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세일피어론아드 제일의 마법사답군요." 

"누구냐?" 

무료함에 지쳤던 노마법사는 긴장했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상대는 뛰어난 마법사나, 

기사가 틀림없었다. 

"헌데‥ 그렇게 마력을 낭비하느니 저희한테 그 마력을 투자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토클레우스‥." 

제의에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도 잠시였다. 제의 상대는 그가 가장 귀찮아하는 젠티아의 족속이었으니까.  마나

이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만 두게. 귀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나? '값싼 남작'이 날 부려먹다 못해 이제는 그 부하까지 날 부려먹으려고  하

는 군." 

만약 마크렌서 자작이 찾아올 것을 알았다면 그는 쥐고 있던 낚시대를 던져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

나 대륙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고 알려진 마나이츠라고 해도 지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토클레우스 마크렌서는 원수까지도 설득한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언변가였

다. 

"제가 보기에 백작님께서 무료해하시는 것  같아 제의를 해본 것입니다. 구미가  당기지 않으십니까? 낚시만으로는 

백작님의 무료함을 해결할 수 없을 텐데요‥." 

"흐음‥." 

자존심을 세우고 싶지 않았다. 마크렌서의 잘 돌아가는 혓바닥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마나이츠의 상황은 그러했기

에. 수염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쓰윽 흩은 마나이츠는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말을 돌리지 말게. 자네가 나한테 시킬 일은 뭐지?" 

"카로안 군이 쳐들어왔다는 걸 아십니까?" 

"뭐!? 카로안 군이?" 

"이미 글로디프리아 전방 3km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래도 남작 각하께서 부재 중인 걸 알아챈 모양이

에요. 자크 카로안 왕까지 나선 대규모의 군대입니다." 

마나이츠는 심각하게 이마의 주름살을 늘리며 손짓으로 설명을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국가의 내란(內亂)이 다

른 국가가 침략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카로안군이 벌써 행동을 개시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던 것이다. 

"저희 성에 아스틴네글로드의 국사, 토루반님이 와 계십니다. '드워프의 현자'죠." 

"안다. 그가 글로디프리아에 있다고?" 

"이번에 시즈 세이서스님이 젠티아님과 함께 수도로 떠난 것을 아시죠?" 

"물론이지." 

마나이츠는 이를 갈았다. 젠티아는 수도로 떠나기  직전 자신의 등에 칼을 겨누고 저주와  같은 협박으로 넬피엘을 

끌고(?) 갔던 것이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는 마크렌서는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꼈지만 모른척 했다. 

"이번에 시즈님이 오실 때 일행으로 함께 오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헤트라임크의 양자 녀석이 왔었지. 학자로서 이름이 있다고  하더니 제법 유명세 타는 인물들과 사귀

는 군." 

"하하‥. 시즈님도 한 유명세하시는 분입니다.  어쨌든 '드워프의 현자'께서는 전쟁을  대비하여 마법갑옷을 만드실 

생각입니다." 

"하나만?" 

"예." 

마나이츠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쟁에서 불리한데 고작 하나의 갑옷으로 그 불리한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

인가? 전설 속에나 나오는 무구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아무리 드워프의 현자라지만 전설의 무구와 동급인 마법갑

옷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도움이 있더라도. 

글로디프리아에는 마법사가 없지 않다. 그 중에는 꽤 실력이 있는 자도 있다. 적어도 국경을 방어하는 중요지점이었

으니까. 그런데도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자신 정도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어려운 계획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나이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크렌서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녀석들이 꾸미는 일은 

재미있을 거야. 자작의 곧은 눈빛은 노마법사에게도 젊음을 조금이나마 돌려주었다. 마나이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

했다. 

"가보자고." 

한 편, 보를레스는 정식으로 임무를 받았다. 멜첼은 '이것도 훈련이다.'라는 조건을 달면서 적군을 한 명 잡아오라고 

말했다. 카로안군의 정보를 얻은 출처가 그들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병사를 잡아오라는 말이오? 카로안 군의 진영에 가서? 죽으라는 말이 아니오?" 

"이것도 훈련이다. 지금의 자네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야." 

"‥‥." 

보를레스는 말없이 멜첼을 바라보았다. 십여 일 동안 멜첼이 시켰던 가혹한 훈련도 큰 불평 없이 따라왔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훈련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많이 무리가 있었다. 다시 한 번 항의를 하려는 그에

게 멜첼은 비릿한 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흐흐‥ 겁나나?" 

보를레스는 '하겠소!'라고 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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