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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쿠키로 철벽 치기? (44/110)


#44화. 쿠키로 철벽 치기?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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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찾는 해답은 하말린에 있어.」

뷰글라스가 내 귀에 대고 미고 목소리를 흉내 내 전했던 말.

마치 희극의 한 장면 같았던 그때 상황을 나는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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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잃어버린 게 거기 있거든.」

딱히 없어진 것도 없을뿐더러 하말린엔 가 본 적도 없는데?

내가 거기서 뭘 잃어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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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를 위해 힘 좀 썼으니까 이번엔 진 오라버니랑 잘해 봐.」

미고가 빙글빙글 웃었다.

무슨 엉뚱한 소리야? 불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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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걸 보고 싶다는 친구랑 개구리 노래를 듣고 싶다는 친구가 반반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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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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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생각해서 내가 키스 쪽을 슬쩍 밀었지. 고맙지?」

나도 미고의 귀에 대고 재빨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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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키스하는 대신 노래를 불렀어도 됐다는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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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렇지. 오랫동안 웃을 일 없던 아이들이잖아. 로맨스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웃음에 대한 그리움도 크지. 언니 노래 굉장히 궁금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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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키스까지 안 해도 문제없었단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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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죽은 사람도 웃길 언니 노래를 오랜만에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내가 꾹 참고 양보했지.」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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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된 계집애!」

이건 가엾은 어린 동생의 영혼이 아니라 소악마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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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진 오라버니에게 계약 연애를 허락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언니가 연애할 거니까 언니가 나 대신 잘 치러 줘.」

내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든 말든 미고는 얄미울 정도로 제 할 말만 따박따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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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걸로 꼭 챙겨 줘야 해. 윙크 자두 잼을 넣은 쿠키가 좋겠다.」

다시 생각해도 분한 일이었다. 쪼그만 녀석에게 그처럼 농락당하다니. 악마에게 홀린 게 분명하지.

그러고 보니 그때도 쿠키 얘기를 했구나.

아까 진이 소녀와 쿠키 이야기를 할 때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던 게 이것 때문이었나?

그런데 이 발칙한 미고 녀석 봐라.

계약한 대가로 진에게 좋은 걸 주라더니 겨우 자두 쿠키를 주라고?

당시엔 동생에게 사기를 당하고 혼이 빠진 바람에 흘려들었던 말이었다.

우리 집 윙크 자두 쿠키가 새콤달콤 별미이긴 하지만. 그래서 개구리 노래와 함께 ‘행복한 아이는 자두 쿠키를 먹어요’란 노래를 자주 부르긴 했지만.

진에게 그걸 대가라고 내밀었다간 쿠키로 맞거나 플록스와 나란히 감금방에 갇힐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고는 헤어지기 전에 나와 진에게 각각 귓속말로 마지막 인사를 했지?

나에게는 저따위 뒷목 잡을 소리를 하고 갔는데, 진에겐 뭐라고 했을까?

한편으로 분해하고 한편으로 고민하다 깜빡 잠들었나 보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꿈에서 진이 내가 준 자두 쿠키를 먹고 쓰러졌다. 쿠키에 독버섯을 넣었다며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했다.

‘내가 아니에요, 황후의 짓이에요’라고 호소하는데 미고가 방방 뛰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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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심장까지 퍼지기 전에 키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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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눈을 떠 보니 진도 침대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걸친 채 잠들어 있었다.

침대 한가운데 편안하게 누워서 자는 때가 있긴 할까?

기차 짐 선반 같은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자는 모습만 떠올랐다.

좀 편한 위치로 옮겨 주고 싶어 그의 몸에 손을 뻗다 흠칫 거두었다.

그때 기차에서도 멋모르고 손을 댔다 혼쭐이 났잖아.

잠잘 때 건드리면 사나워진다고 했지. 아주 사람을 가차 없이 침대에 메다꽂고 야수처럼 덮쳤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침을 꿀꺽 삼킨 뒤 다시 살살 손을 뻗었다.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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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려고? 찌푸린 원숭이 얼굴을 하고서.”

나는 놀라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진이 한쪽 눈만 뜬 채 내가 하는 양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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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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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할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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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니, 이불이라도 덮어 주려고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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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야. 입고 있는 옷도 벗어 버리고 싶을 지경이야.”

뭘 하려고 했는지 나도 헷갈리지만 여하튼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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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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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설마 지금까지 잠꼬대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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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떠나기 전 미고가 귓속말로 뭐라고 했어?”

진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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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사람 깨워서 물어보려던 게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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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미 깬 사람에게 물어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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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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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새벽에 갑자기 묻기엔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긴 하지. 나한테는 중요한 일이라 마음이 급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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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갑자기 그게 중요해진 건가?”

당신과 황후를 한시라도 빨리 갈라놓고 싶어 잠이 안 온다고.

그때 그리치를 벗어나 토버마리로 피신한 것처럼 하말린으로 도망가는 게 답인가 싶어서.

마음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몸이 있는 곳이라도 바꾸어 보는 게 방법 아닐까.

진이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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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미고의 말이 지금도 잘 이해는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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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랬어. 일단 얘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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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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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데? 뭔데 그래?”

진이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마지못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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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구원받았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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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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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젠가 자기가 한 번 더 나를 찾아올 텐데, 그때 자기 말을 믿어 주면 좋겠다고.”

한 번 더 찾아올 거라고?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미고는 ‘영원한 사랑’ 의식을 통해 이곳을 완전히 떠난 게 아니었나? 둘이서만 따로 만나겠다는 거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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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받았다니. 그런 기억은 전혀 없는데. 봉변을 당하거나 간 떨어질 뻔한 적은 있어도.”

진이 떨떠름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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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내가 평생 키스도 못 할 불쌍한 인간으로 보여서 자기가 도와줬다는 말인가? 동생은 언니보다는 안목이 있는 줄 알았는데.”

구원이란 내가 진의 목숨을 구한 걸 말하는 걸까?

영문을 모르는 진은 엉뚱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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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신이 구제해 준 덕분에 나로서는 평생 꿈도 꾸지 못할 키스를 실컷 해 보고 새사람으로 거듭났다는 이야기가 도움이 좀 됐나? 당신 중요한 일을 해결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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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미고가 나한테는 무슨 말 했는지 안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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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는데?”

진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원받은 게 여전히 찜찜하고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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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하말린으로 가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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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말린?”

진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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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말린에 중요한 게 있대. 아무래도 페가수스의 하말린 진출이 잘 풀릴 모양이지? 사업이 잘돼서 돈을 막 긁어모을 건가 봐.”

나는 진을 유인하기 위해 얘기를 살짝 바꾸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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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말린엔 어차피 가야 할 일이 있긴 한데. 당신 하말린어 통역도 삼백 년 치는 받을 게 밀려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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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뭘 망설이고 있어? 얼른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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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신 일부터 해결이 돼야 가지. 이것저것 많이도 벌여 놓고선!”

하루빨리 하말린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저질러 놓은 일들을 어서 수습해야겠다.

내 이혼 추진단의 중추라 할 수 있는 플록스까지 감금됐으니 소송이 점점 추진력을 잃을 게 뻔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의 속도를 붙여야겠어. 로제트, 할 수 있어!

그전에 우선 침대 밖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진부터 구원해야 할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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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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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대답이 참 빠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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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불편해 보여서 그래. 그저 조금 가까이 눕는 것뿐이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푹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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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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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가 조금만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 많이도 말고 아주 조금만. 그 정도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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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애초에 그런 게 가능한가? 적당하게 조금만,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게? 참 편리하네.”

내가 또 잘못 말했나? 왜 미간을 구겨? 조금도 가까워지기 싫다는 건가?

진이 한 손으로 비스듬히 머리를 괸 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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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곤란해.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잘 수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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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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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인데 내 말을 안 들을 것 같거든.”

진의 솔직한 표현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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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말이야,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어.”

야단맞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저 말은 진도 나를 조금은 의식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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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밝혀 두는 건데, 나는 결혼할 여자가 아니면 절대로 안을 생각이 없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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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결혼할 상대가 아니면 연애도 하지 않겠다, 뭐 그런 뜻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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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니야. 나랑 뭔가를 하고 싶다면 결혼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지.”

누가 이 사람더러 방탕 황자래? 제국에서 오래전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혼전순결남이 여기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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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나 정말 아무 짓도 안 한다니까. 그런 핑계까지 만들 필요 없잖아.”

들어 본 중 가장 형편없는 거절 사유였다.

내가 접근하는 게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철벽을 치다니.

내 말에 도리어 진이 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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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반쪽짜리 시더우드야. 내가 제일 경멸하는 짓이 뭘지 생각해 봐.”

아, 그렇지…… 무책임한 욕정의 피해자가 바로…….

갑자기 숙연해지는 것과 동시에 조금 억울했다. 마치 내가 진을 악의 구렁텅이로 유인하기라도 한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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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도 노파심에서 하는 소린데, 그저 좀 가까이 눕기만 해도 무슨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뭐, 손만 잡거나 안고 있기만 해도 무슨 일이 생긴다고 알고 있는 건…….”

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데, 노려보는 것보다 더 살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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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과 다르군. 내가 알기로는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겨.”

혼순남의 나직하지만 단호한 말에 나는 조용히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붙였다.

* * *

예상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플록스 소동으로 길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해져 있었다.

아침부터 서둘러 페가수스 사무실에 왔더니 이런 비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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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관련된 일을 주관하는 신전에서는 신성한 약속인 결혼을 깨는 것을 당연히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쪽이라도 이혼을 거부할 시에는 이혼을 거부하는 쪽의 의견을 우선하지요.”

신전 쪽에 뒷거래를 넣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보고였다.

하긴, 그 대단한 카를슈테인 공작도 이혼만은 쉽게 하지 못했으니. 물론 서류상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나를 공작저 밖으로 내치고 아젤리아를 들여 공작부인 대우를 해 줄 수는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한동안 내가 그의 아내였다. 내가 죽기 살기로 이혼을 거부했으니까.

이렇게 한쪽이 이혼을 거부할 경우, 신전도 어쩌지 못 하는 구실을 찾아내야 한다. 즉, 정식 절차를 밟아 이혼하는 길은 더욱 멀어진다는 얘기.

오죽하면 지난 생에 누군가 나를 죽여야 했을까.

제국에서 황제 다음가는 권력을 지닌 카를슈테인 공작조차 정식 절차나 소송을 통해 쉽게 이혼하지 못했다.

누가 나를 죽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프러너스는 내가 죽은 다음에야 성혼 서류에서 나를 지울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내 이혼 추진단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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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젤리아를 직접 만나 봐야겠어요.”

지난번에 나온, 공작의 내연녀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작에게 압박을 가하자는 작전을 떠올린 것이다.

잘하면 지루한 소송이나 무리한 편법을 통하지 않아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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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께서 몸소 나서도 정말 괜찮을까요?”

실은 아젤리아를 직접 만나고픈 마음이 컸다.

이혼도 이혼이지만 이상하게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몹시 궁금했다.

아젤리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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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만나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전시 때문에 어차피 곧 제도에 가야 해서. 수행원 두 사람만 붙여 주겠어요?”

오랫동안 갈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애증의 도시, 제도 로시엔으로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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