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둘이서 추는 춤 (104/110)


#104화. 둘이서 추는 춤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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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간택을 미루는 대신 전쟁의 공훈에 대한 보상은 미루지 않겠다.”

황위가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혼란한 시기이니 황후 간택보다는 제국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귀족들의 청원은, 표면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황후 간택을 종용하던 자들의 똑같은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우습지만. 저들은 내 기억력을 뭐로 보는 거지?

귀족들과의 힘겨루기 끝에 나는 판단했다. 로제트를 생각해서라도 무리하게 황후 책봉을 강행하기보다는, 로제트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쪽이 낫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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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훈자 포상 법령에 따라 레이디 앰브로시아에게 후작위와 가주직 승계를 준허한다.”

아예 새로운 작위를 내릴까도 고민했지만, 로제트는 분명 자신의 가문이나 혈통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전 후작이자 친오빠인 루이를 제외하면 다른 가족에 대한 애정도 깊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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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 승계 외 보상도 다른 공신 가문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해야겠지. 단, 앰브로시아의 거처를 당분간 황궁으로 한다. 제국이 안정될 때까지 신하로서 짐을 보필케 하겠다.”

다른 귀족들의 바람대로 황제의 사사로운 감정이라는 보호막이 설령 사라지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무시할 수 없도록.

누구의 부인이나 전 부인이 아닌, 그녀 본인이 당당한 권력의 주체가 되도록.

이러한 결정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나와 귀족들, 양쪽 모두 불만족스러운 눈치였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물론 이 자리는 대립과 힘겨루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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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경들이 괜한 수고를 하지 않도록 미리 얘기해 두는 게 낫겠군.”

나는 회의장을 뜨다 말고 생각났다는 듯 귀족들을 향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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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책봉의 시기를 늦춘다고 해서 로제트 앰브로시아가 아닌 다른 가문의 영애에게 기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도록. 부디 짐을 공신들을 홀대하는 매정한 군주로 만들지 않으면 좋겠군.”

이런 경고에도 고분고분 물러설 자는 없겠지.

회의장을 나선 나는 곧장 로제트가 있는 별궁으로 향했다. 스스로도 낯설 만큼 불안하고 초조했다.

로제트의 마음을 겨우 돌려서 여기까지 왔건만. 그녀가 귀족들의 움직임을 알고 다시 나를 밀어낼까 두려웠다.

내가 이렇게 겁 많은 사람이었던가. 언제부터 사람에게 이토록 바라고 집착했던가.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는 것은 나의 숙명이었다. 떠나보내고 잃는 것에 익숙한 나인데.

로제트가 내게서 달아나려 한다는 걸 눈치채고서, 아이들까지 있음에도 내게 돌아오는 것을 망설인다는 사실을 알고서, 꽤나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어떤 말로 그녀를 설득해야 할까. 무엇으로 그녀의 환심을 사 붙잡아야 할까.

그녀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아, 나는 이토록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 * *

잔뜩 긴장한 진의 얼굴을 보니 귀족들과의 담판이 흡족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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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 황궁 생활은 어떤가?”

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평범한 안부 인사로 받아들이기엔 분위기가 영 어색했다. 실은 다른 걸 확인해 보고 싶은 기색이 역력한 저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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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아요.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폐하께선 잘 지내시죠? 정무에는 좀 익숙해지셨나요?”

나도 분위기에 맞추어 대답하고 형식적인 인사도 건넸다. 자, 이제 슬슬 속마음을 털어놓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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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즉위 초라 밀린 업무가 많지? 얼굴이 피곤해 보여. 좀 수척해진 것도 같고.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내가 슬쩍 찔러 보자, 진도 내 안색을 살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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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 알다시피 황궁은 뜬소문과 악의적인 모함이 넘쳐나는 곳이야. 그 어떤 말보다 나를 믿어 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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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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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심에서 하는 소린데, 당신과 아이들 없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바보……. 정색하고 그런 말을 하면 없던 의심도 생기겠네. 그리고 나 그렇게 욕심 없는 여자 아니야. 당신이나 다른 여자랑 행복해지는 건 꿈도 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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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당신이야말로 나를 믿어 주면 좋겠어.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내 도움을 받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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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뭔가 이미 들었군.”

진이 허탈하게 웃으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진에게 좀 더 확신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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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나 도망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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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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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에 딱 붙어 있을 거야. 만약 당신이 내가 지겨워져서 떼어 내려고 하면 고생 좀 해야 할걸?”

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간을 한 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벌써 나 떼어 낼 방법 고민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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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책봉이 생각보다 늦어지게 됐어.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귀족들이 그리 호의적이진 않아. 당신 문제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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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황후 간택은 복잡한 정치적 사안인 걸. 그러니까 인상 좀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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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능한 황제야. 아끼는 사람을 아내로 맞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뒷골목 건달보다 못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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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내가 유능하니까. 나한테 의지해. 진짜 무능한 사람은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래.”

내 너스레에도 진은 쉽게 표정을 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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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슨 짓을 꾸밀지 모르겠어. 시간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위험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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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래 봬도 산전수전, 황위 탈환전까지 다 겪은 사람이잖아. 나를 너무 쉽게 보지 말라고.”

나 인생 18회차야. 그중 17회차까지가 전부 비극이었고. 하말린의 골든 레인부터 북부 왕국의 빙설까지 안 맞아 본 게 없는 여자야.

정령술, 마법, 외계 종족의 이능까지 안 겪어 본 게 없는 여자라고.

얼마든지 앞에서 퍼붓고 뒤에서 후려쳐 봐. 좀…… 피곤은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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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사실 귀족들이 무슨 짓을 하든 별로 무섭지 않아. 왜냐하면 지금이 충분히 행복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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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신이 나 때문에 그런 일들을 감수할 이유는 조금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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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 안 되면 황후는 안 해도 좋아. 당신이 황제라서 곁에 있고 싶은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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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곁에 있으려는 이유가 궁금하군.”

몰라서 묻는 거야? 당신이 좋으니까. 당신이 황제든 아니든 좋아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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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멋있어서? 사실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황제 정복이 무척 잘 어울리네.”

사실 진이 이 방에 들어섰을 때부터 설렜다. 처음 보는 정복 차림이 너무 근사해서. 오자마자 심각하게 인상을 써 대는 통에 칭송할 기회를 놓쳤지만.

정식으로 차려입은 진은 완전히 딴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본판이 워낙 잘났지만. 내 남편 멋지구나, 새삼 만끽했다.

내 말에 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칭찬이 쑥스러워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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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란 배경은 그저 그렇지만, 황제 정복이 어울리는 건 마음에 든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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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옷이 날개란 말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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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라도 잘 어울려서 천만다행이군.”

기껏 심각한 얘기를 하는데 너무 김새게 만들었나? 나는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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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말은, 황후 간택 문제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는 거야. 지금도 난 충분히 만족스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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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불만족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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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된다고 해서 꼭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잖아. 우린 황제도, 황후도 얼마나 불행할 수 있는지 다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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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래서 나를 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군?”

아차, 그게 미안해서 나도 차마 도망을 못 간 게 아니겠어.

진, 나는 행복해지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야. 혹시나 당신이 불행할 때 함께 있어 주려고 온 거야.

진이 행복해지는 데 방해가 될까 봐 그를 떠나려 했지만, 진이 불행할 때 그 곁을 지켜야 할 사람 또한 나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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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폐하 한 몸 희생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행한 삶에서 구제받았나요.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도 있게 됐고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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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함께 나누는 게 도리지. 당신이 하루빨리 황후가 돼서 이 기쁨과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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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황후가 아니어도 할 일은 많거든? 버섯 램프랑 자두 쿠키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고. 애들도 신경 써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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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는 말이야. 당신 앞으로 할 일이 많지.”

갑자기 간단히 수긍? 뭔가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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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되기 전에 할 일이 생겼어. 당신, 내 신하가 됐거든. 로제트 앰브로시아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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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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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앰브로시아 가문의 작위와 가주 자격을 승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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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 이런. 일단은 루이가 배 아파하는 모습을 그려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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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후원에 꽃이 피는 계절엔 반드시 황후 책봉을 할 거야. 결혼 예식 겸 대관식은 대연회장에서 치르더라도 우리만의 기념식은 꼭 후원에서 하자.”

후원이라면 진과 내가 처음 만난 그곳. 파란 연못과 꽃들이 아름다웠던, 우리 이야기가 시작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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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울이라 황량할까?”

갑자기 그곳에 무척이나 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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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없어도 겨울은 겨울대로 운치가 있지. 특히 달을 품은 연못은 그 어느 때보다 신비롭고 시리게 아름다우니까.”

왠지 이때가 진을 가장 닮은 모습일 것 같았다.

진은 황궁의 그 누구보다 후원에 대해 잘 알 테지.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을 테니까.

외롭고 연약하던 소년이 이렇게 훌륭히 자라 황제가 되고, 아내와 아이들까지 생긴 모습을 본다면 후원의 연못과 꽃나무들, 그 안에 깃든 작은 생명들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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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번 가 볼까?”

나는 어둠이 내린 창밖을 흘끔 내다본 후 진에게 제안했다. 진이 내게 흔쾌히 팔을 내밀었고, 나도 신나서 팔짱을 꼈다.

후원까지 가는 길에 마주친 사용인들이나 관리들이 수군거리는 게 느껴졌다. 제국의 황제와 신하의 자세치고는 지나치게 격의 없는 모습이었나 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런 친밀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자주 보여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달은 없었지만, 대신 겨울 별들이 쏟아질 듯한 밤이었다. 램프 불빛을 받아 일렁이는 연못과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보고 있자니 걸고 있는 팔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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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우리 춤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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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입니다, 레이디.”

우리는 별빛 아래서 다소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게 춤을 췄다. 후원의 나뭇가지를 흔들고 연못 위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우리의 음악이었다.

예법에서 조금 벗어나도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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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우리의 삶도 둘이서 추는 춤 같은 게 아닐까?

두 사람 모두 능숙해도, 둘 중 하나만 능숙해도, 둘 다 형편없이 미숙해도, 저마다 의미가 있겠지. 함께 한 곡을 끝냈을 땐 어느 경우든 웃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실수로 상대의 발을 밟거나 박자를 놓쳤다고 너무 미안해하지 말자.

우린 춤추는 거잖아. 둘이서 춤추는 거잖아.

후원의 연못가에서 춤추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진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내 모습이 그야말로 꿈만 같았다.

발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진의 저 겨울 연못을 닮은 잿빛 눈은 지금 무슨 생각에 잠겨 있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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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티노 부탁해요. 그녀의 행방을 알아봐 줘요.”

나는 전직 정보 길드 해결사였던 내 호위 기사에게 한 사람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생은 둘이서 추는 춤. 저마다 즐거움을 추구하면 그만이지만, 기왕이면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춤을 끝내는 게 좋겠지.

그러려면 마냥 발이 허공에 둥둥 뜬 감각으로만 버틸 수는 없다.

더욱이 사납게 몸을 부딪쳐 오는 다른 귀족들을 상대하려면 플로어에 단단히 발을 딛고, 신도 튼튼한 걸로 야무지게 신어 줘야지.

똑똑이 앤을 북부 왕국에 두고 왔으니, 유능한 시녀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황궁 생활을 헤쳐 나가기 위한 든든한 조력자로 나는 그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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