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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너와 나의 비밀번호 (98/110)


98화. 너와 나의 비밀번호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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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마실게, 지안 씨.”

테이크 아웃 커피를 받아 든 재영이 환한 미소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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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문에 오래 기다리셔서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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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대도. 참, 저녁 선약 있다고 하지 않았어? 차 막히기 전에 어서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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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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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내가 먼저 가야 지안 씨가 편하겠구나.”

후배가 민망하지 않게 배려해주는 재영의 센스에 지안의 얼굴 위로 해사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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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지안 씨, 오늘도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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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들어가세요.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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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보자고.”

재영이 택시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지안도 분주히 움직였다.

도하와 통화를 끊은 지도 한참 전. 기다리고 있을 그를 생각해서라도 어서 출발해야 했다.

바삐 택시를 잡아탄 지안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시작된 결혼 준비.

또 한 번의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 부풀어 오르는 게 저도 모르게 실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설렘도 기대도 없었던 지난 결혼식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감정이었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결혼 준비를 하던 친구들이 고민스럽다며 털어놓던 이야기들도 모두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었는데.

이제 그 모든 고민이 제 일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결혼 준비를 함께 시작하고 완성해 나갈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보통의 신랑 신부에겐 당연한 일일 테지만, 신랑 없이 홀로 한 번의 결혼을 맞이해본 그녀에겐 그저 감동적이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혹여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조용조용히 준비되었던 한 번의 결혼식.

그땐 웨딩 플래너를 만날 일도, 결혼 준비랄 것도 따로 없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래서 결혼에 관해선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결혼이나 결혼식에 대한 로망 같은 건 가져본 적 없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욕심이 생겼다.

기적처럼 주어진 두 번째 기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어 내고 말리라는.

빠르게 달리는 차 안, 도하가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지안의 두 눈이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

웨딩회사 VIP 접견실.

도하는 가볍게 찻잔을 기울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웨딩 잡지를 보고 있었다.

바비 인형 같은 외국 모델의 웨딩 화보를 눈에 담던 시선이 잠시 한곳에 머물렀다.

굵은 펄과 화려한 비즈 장식이 시선을 끄는 웅장한 아름다움의 벨라인 드레스.

아름다운 드레스 앞에서, 도하는 자연스레 지안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느새 잡지 화보 속 외국 모델의 얼굴은 지워지고 수줍은 미소를 띤 지안의 자태가 그려졌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남자가 된 것처럼 요동치는 가슴.

도하는 쉽게 제어할 수 없는 낯선 기분이 싫지만은 않은 듯 설렘 가득한 미소를 삼켰다.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어서 빨리 그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저도 모르게 갈급해진 마음으로 문 쪽을 응시했다.

그런 간절함이 통했는지,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인기척과 함께 문이 열렸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온 지안이 문 앞에서 밭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온 건지 긴 머리칼이 헝클어져 평소와 다른 가르마 모양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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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많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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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는 한동안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바람처럼 훅 스며들어온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굵은 펄이나 반짝이는 비즈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반짝이는 수수한 아름다움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있는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여자.

잠시 극강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드레스에 그녀를 매칭해 본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드레스 없이도 이렇게 홀로 빛나는 여자인데.

직사광선처럼 집요하게 고정된 도하의 시선에 지안은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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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씨, 화난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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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리가.

도하는 픽 웃으며 저도 모르게 한곳에 고정했었던 눈 근육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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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는 전화받으러 갔어. 곧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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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 다행이다. 그럼 아직 시작 안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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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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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 나간 곳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빨리 올 수 있었는데.”

지안이 괜한 미안함에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자, 도하는 갑자기 훅 손을 뻗어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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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솥뚜껑처럼 커다란 손바닥이 눈앞에 훅 다가오자, 지안은 무슨 뜻이냐는 듯 눈썹을 하늘 방향으로 높이 세웠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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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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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작스러운 요구에 놀란 그녀는 말없이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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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단 한 번도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그녀의 것을 마음대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적 없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다짜고짜 휴대폰을 달라고 하자, 지안은 낯선 기분에 그대로 굳었다.

그러다 다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서’라고 재촉해오는 눈빛에, 살짝 매섭게 구겨지는 눈살에 놀라 입술을 꾹 물었다.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된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휴대폰을 도하의 손에 넘겼다.

그는 마치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안의 휴대폰을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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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려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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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에 집중한 도하는 지안의 목소리 따윈 들리지 않는지 대답이 없었다.

보다 못한 그녀가 뭘 하는지 보려고 고개를 들이밀어도 끝까지 방어하며 휴대폰을 사수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도하의 불도저 같은 면모를 알기에, 지안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던 액정 불빛이 꺼지더니, 그가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무언가를 마친 도하의 얼굴은 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자, 지안의 궁금증은 더 증폭되었다.

대체 뭘 한 걸까.

영문도 모른 채 기다려야 했던 그녀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잽싸게 휴대폰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빠르게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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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도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지안의 시선이 머문 휴대폰 액정을 응시했다.

터치와 동시에 쉽게 열리던 휴대폰 화면에, 도도한 비밀번호 입력창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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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함부로 당신 휴대폰을 만지게 두고 싶지 않아. 아까처럼 당신 아닌 다른 사람이랑 또다시 통화하고 싶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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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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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앞으론 꼭 이렇게 하고 다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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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지 않으니, 아까처럼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누구라도 쉽게 건드릴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개인정보부터 중요한 메시지와 연락처까지.

뒤늦게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휴대폰을 비밀번호 없이 무작정 둔 것은 간병 생활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생긴 습관이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깊이 잠든 한 남자와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따로 걸어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볼 사람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가 깨어났고, 병실이 아닌 회사 생활을 시작했으니 좀 더 철저해질 필요가 있었다.

조용히 자기반성을 하던 그녀의 눈빛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잠시 흔들렸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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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는 뭐예요?”

휴대폰 주인에게는 알려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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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걸 물었는데, 이상하게 대답이 늦게 돌아온다는 건 느낌 그대로 불안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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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씨?”

도하는 마치 보물선의 비밀 지도를 손에 넣은 사람처럼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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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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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기보다 장난기가 많은 남자라는 걸, 짓궂기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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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게 어딨어요. 제 휴대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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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맞춰보라고 했잖아.”

당당하게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지안도 왠지 모를 오기가 발동했다.

맞춰보라면 누가 못할 줄 알고?

지안은 살짝 삐친 눈빛을 그에게 보내고는 휴대폰 화면을 일부러 힘주어 눌렀다.

가장 흔한 생일부터, 도하의 생일, 정순의 생일, 도하가 깨어난 날짜, 프러포즈를 받은 날짜까지.

생각나는 대로 눌러 보았지만, 비밀번호 입력 오류 초과로 한동안 휴대폰이 먹통이 되었다.

지안의 인내심에도 먹구름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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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씨. 비밀번호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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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을 좀 발휘해 보라고.”

비웃듯 던진 그의 말에 지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그때, 접견실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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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스마트한 정장 차림의 웨딩 플래너가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며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정‧재계의 중요한 결혼식을 숱하게 맡아온 플래너는 정중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하게 결혼 준비에 대해 안내했다.

휴대폰 비밀번호에 연연하던 지안도 금세 시름을 내려놓고, 플래너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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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랑, 신부님의 의견입니다. 그러니 평소 머릿속에 그리고 계셨던 결혼식에 대한 정보를 주시면, 제가 최대한 근접하게 플래닝 해드리겠습니다.”

플래너가 건넨 스크랩북을 넘기던 도하가 나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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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신 결혼식 샘플 자료들은 대부분이 스몰 웨딩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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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요샌 정‧재계 주요 집안 자제분들께서도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경건하고 아담하게 올리는 스몰 웨딩을 선호하는 추세랍니다.”

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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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웨딩 말고 최대한 크고 웅장한 결혼식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뜻밖의 이야기에 당황한 듯 플래너가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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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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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람도 깨어날 정도로 복작복작하고 성대한 결혼식 말입니다.”

지안은 도하의 뼈 있는 소리에 놀란 듯 눈을 키우고 빤히 바라봤다.

원풀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깊고 혼돈한 터널 속에서 잠들어 있느라, 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남자의 원풀이.

지안은 그런 그의 마음이 충분히 가늠되어서 잠시 명치 끝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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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규모가 제법 있는 결혼식 샘플 영상과 자료들을 먼저 보내드리겠습니다. 보시고 원하시는 스타일을 알려 주시면, 어울리는 웨딩 베뉴부터 투어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결혼 준비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저편, 저만치로 보이는 쇼윈도 속 웨딩드레스조차도 지안의 시선을 붙잡았다.

플래너를 만나고 나니 더 살갗으로 와 닿았다.

옆자리에 타 있는 조금 짓궂지만, 몹시 수려하게 생긴 남자와 세상에 둘도 없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될 거란 것이.

말없이 고개를 돌린 채 도하의 옆얼굴을 눈에 담던 지안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거뒀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몰래 훔쳐보는 그녀가 귀여운지 도하는 씩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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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밀번호는 풀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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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비밀번호.”

까맣게 잊고 있던 숙제가 떠오른 듯 지안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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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러기예요? 휴대폰 주인이 비밀번호를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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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

지안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길고양이 같은 눈망울로 도하를 응시했다.

도하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들어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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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한 개에 한 번.”

그러면서 제 입술을 손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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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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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로 풀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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