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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분명해-209화 (210/263)

#209화

폭동 소식은 클라우제너 공작저에도 빠르게 전해졌다.

사실 일이 벌어지기 몇 시간 전에 이미 클레어는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우선 리나가 남긴 편지가 있었다.

『스테판이 수도에 있어요. 저는 그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클레어 님께서 염려하실 것도 알고, 또 아마 도와주실 거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건 모두 저의 개인적인 일이고, 또 저 스스로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제게는 가족의 일이기도 하니, 부디 너무 책망하지 말아 주세요. 걱정도 하지 마시고요.

이렇게 편지를 남겨 알려 드리는 건 클레어 님이 스테판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 통행증과 위조 신분증은 스테판이 준 것인데, 제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클라우제너에서는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클레어 님에게 드리고 싶어요.

부디 뜻한 바를 모두 이루시기 바라며, 제가 끝까지 따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클레어는 그 편지를 몇 번 연이어, 반복해서 읽었다. 거기에서 여러 가지 정보가 읽혔다.

스테판 하인즈는 황후의 주구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에리히와도 이미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오페라 극장의 사건이 있었을 때 에리히는 그가 단순한 하수인이라고 생각해서 놓아주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 그때 일을 조립해 보면, 스테판이 이리스, 혹은 카탸 슈나이더를 해치우려고 클라우제너를 이용한 것은 명백했다.

리나와 좀 더 자세히 그날의 일을 이야기해 보고 나자 더욱 확실해졌다.

스테판은 정보를 주겠다는 말로 클레어 자신을 끌어들였으나 애초부터 만날 마음이 없었다. 대신 리나와 마주치게 했다.

그날 클레어가 죽었든 살았든, 에리히는 오페라 극장을 박살 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카탸 슈나이더와 이리스가 끝장나고, 리나가 제자리를 찾았으리라는 것은 명백했다.

그 정도 암계를 세울 수 있는 자가 단순한 하수인일 리 없었다. 에리히는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부모 모두 신원이 불분명했다.

유랑 극단을 따라다니다가 남부 아렌에 있는 작은 도시의 무용단에 들어감으로써 비로소 공식적인 기록이 생긴 것 같았다.

스테판은 부모보다 출생도, 신원도 명확하다. 그는 수도의 오페라 극장에서 태어나서 일곱 살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그때 이미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모친이 프리마 발레리나로 있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리나 양을 만난 건 이때 일이겠지. 아무 말도 않던가?]

[리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친모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스테판 하인즈가 그때부터 황후의 수중에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모친부터 대를 이어 섬겼을 가능성이 있지.]

[그때는 황후도 꽤 젊었을 텐데, 프리마 발레리나를 수하로……? 아니, 당신 보니까 될 거 같기도 하네.]

클레어는 에리히와 그런 대화를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었다.

하지만 그 의견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테판의 모친은 남편이 죽은 후 일을 그만두고, 은퇴하여 시골에서 죽을 때까지 조용히 지낸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스테판이 무용수 일을 시작한 것 역시 그 뒤의 일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스테판 하인즈가 보통 경우는 아니라는 거야. 하인즈는 심지어 어머니의 성씨야. 흔한 일은 아니지.]

에리히는 그렇게 말하면서 초상화를 하나 보여 주었다. 요절했다는 스테판의 부친은 판으로 찍은 듯 아들과 똑 닮은 매혹적인 미남이었다.

어쨌든 스테판이 황후의 수하로서 암약하고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아우구스타의 친필로 쓰인 통행증과 위조 신분증을 쓸 수 있을 정도라면, 보통 위치는 아닐 것이다.

“리나는 스테판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까?”

클레어는 통행증을 흔들면서 말했다. 가족이라고 하면서도 그녀가 스테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자신도 여동생이 무슨 마음으로 황태자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려 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사랑과 이해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감정이지만, 반드시 동반되는 건 아니었다.

클레어는 완전한 이해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에리히를 떠올렸으나, 아마 자신들도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클레어는 문득 결혼 서약서에 썼던 옛 이름을 떠올렸다.

그가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에게 막시밀리안이 물었다.

“찾아서 보호할까요?”

“글쎄……. 걱정은 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두는 게 옳지 않을까?”

리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고, 스테판도 리나를 걱정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는 했으나, 편지를 남겨 주었으니 됐다.

리나의 인생은 리나의 것이다. 그녀가 제 가족을 구하러 가겠다는데, 친구에 불과한 자신이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겠는가.

“그보다도 스테판 하인즈가 하려는 일이 문제인데요. 이런 걸 주면서까지 빨리 떠나라고 하는 걸 보면,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것 같은데.”

요안나가 말했다. 클레어는 똑같이 염려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다면 국상일 전이겠지.”

디트마어는 자신의 명예를 위해 피를 보고 싶어 하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국상일에 황제를 애도하는 행렬이 곧 평화로운 시위가 되리라.

그들의 요구 역시 시민권의 전면적인 확장과 의회 해산권의 폐지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리누스가 서약에 서명하면, 그것만으로도 시위대는 해산할 터였다.

황후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 시민들은 하나로 완성된 조직이 아니다.

밀고자와 내통자가 숱하게 많았고, 굳이 황후가 심지 않았어도 애초부터 그녀를 따르는 시민도 많았다.

그러나.

“황후는 그렇게 못 하지. 애초부터 자기애 때문에 시작한 일인데, 자존심을 꺾고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없어. 심지어 서명하는 당사자가 본인이 아니라 리누스일 테니 더더욱.”

리누스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클레어는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뒷맛 씁쓸하고,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라면, 꼭 그렇게 할 거라는 건 아니지만, 국상일이 되기 전에 먼저 폭동을 유도할 거야. 친위 사단이 있으니까, 북방군이 적대 세력에게 붙기 전에 먼저 반역으로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어? 터지기 전에 김을 빼는 거지.”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말하는 방식이 에리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였다면,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했겠지만 말이다.

그로버 탑에서의 폭동이 전해진 것은 요안나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클레어는 놀랐으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그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정치범 수용소잖아. 있을 법한 일이 생긴 거지. 울리히 경은 아주 어깨가 으쓱해지겠군.”

“그런가요?”

“적어도 역사에는 이름을 남기겠지.”

클레어는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통행증을 움켜쥐고 일어섰다.

배 속의 아기를 생각하면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유산기는 일단 진정되었으나 그래도 조심해야 했다.

정문에서 보울러 백작이 보낸 사람이 달려온 것은 그때였다.

“마님! 큰일 났습니다! 무어 공작님께서 오셨습니다!”

“무어 공작님?”

클레어는 놀라서 되물었다. 요안나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너덜너덜해진 호위의 등에 업힌 무어 공작이 응접실까지 곧바로 안내되었다. 그녀가 흙먼지와 땀에 뒤엉킨 얼굴로 굴러떨어지듯 내려섰다.

클레어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무어 공작님?”

“남작, 그로버 탑에서 폭동이 일어났네!”

“소식은 들었어요. 거기 계셨나요?”

“그래! 그로버 탑에 불이 나는 바람에 흥분이 퍼져서 생긴 일이야. 아마 밀정이 일부러 사람들을 부추긴 것 같네!”

“있을 법한 일이죠.”

클레어는 차분하게 말했다. 무어 공작이 그녀를 부여잡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요안나가 부드럽게 끼어들어 자신이 무어 공작을 부축했다.

“그냥 불이 아닐 거야! 폭음이 나면서, 갑자기 한 층에서 연기와 불길이 확 터지듯이 솟구쳤어!”

클레어는 숨을 들이마셨다. 가스등이 폭발한 건가? 그러면 울리히가 위험했다.

그 생각을 끊듯이 무어 공작이 소리쳤다.

“람스베르크 의원이 거기 있네! 이건 암살이야!”

“아.”

클레어는 휘청거렸다.

개인적인 감정 따위를 생각하지 않아도 이것은 큰일이다. 디트마어가 없으면, 시위대는 구심점을 잃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상징이 되어 있는 울리히까지 잃는다면, 시위대는 이끄는 사람도 없이 무의미하게 물소 떼처럼 무작정 돌진할 것이다.

그것을 노리고 저지른 일이리라. 모든 일이 끝난 다음 황후의 정적이 될 사람이 없도록.

클레어는 막시밀리안을 돌아보았다. 막시밀리안이 앞질러서 말했다.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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