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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분명해-241화 (242/263)

#241화  [S공금]

생전 처음 투표해 보는 사람이 많았으니 잡음도 있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총선거는 결국 무사히 치러졌다.

결과가 나온 것은 해를 거의 넘겨서의 일이다.

모든 사람들이 짐작한 바와 같이, 하원 의원의 절반 정도는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많은 곳에서 지역 유지나 그 친인척, 혹은 피후원자를 뽑았다.

아무래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앞선 위치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그러나 예상에서 어긋나는 일도 있었다. 수도에 아예 연고가 없는 당선자가 2할이 넘었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수도에 오자마자 람스베르크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디트마어는 어색한 기분으로 당선자들을 맞이했다.

자신은 그냥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이 모든 일을 이끈 것도 아닌데, 멀리서부터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다고 하니 기쁨보다도 당혹감이 앞섰다.

“저는 큰아이를 아편으로 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인지 모르고, 꿀을 넣은 주스에 한 방울 타서 마시게 하면 잠을 잘 잔다고 듣고, 일을 하러 나가 있는 동안 재워 두는 데 썼습니다.”

“그러셨군요.”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게 된 뒤에도, 그냥 주위에 먹이지 말라고 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말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의원님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의회에서 외롭게 싸우셨다는 걸 알았을 때, 저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당선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떠난 뒤에는, 위층을 전부 빌려 사무실을 확장한 울리히가 방문했다.

그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문객의 숫자를 보니 다음 회기의 의장은 따 놓은 당상이겠어.”

“허튼소리를.”

“제일 먼저 의장 투표부터 할 게 아닌가? 아니면, 내각 수상 자리도 괜찮지.”

“나는 그런 그릇도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어. 이번 회기까지는 노이만 의장님이 계속하셔야지.”

디트마어는 울리히의 말을 그저 놀림으로 받아들였다.

그 자리는 두루 사람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자기 같은 자가 의장에 앉았다가는 하원은 순식간에 싸움으로 붕괴하거나 일방적으로 자신이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울리히는 그의 그런 태도를 참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은 될 수만 있다면 절대 사양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나는 클라우제너 공작 부인에게서 재선 축하 선물을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아, 반 나눠 주지. 사무실이 너무 삭막하군.”

그가 과시하듯 제 쪽 사무실에서 가져온 커다란 꽃바구니를 가리켜 보였다. 비서가 웃으면서 그 꽃바구니에서 꽃을 일부 덜어 내었다.

디트마어는 약간 서운한 마음으로 그 꽃들을 바라보았다.

클레어는 그에게는 축하 꽃바구니 같은 것을 보내 주지 않았다.

리나를 통해서 그녀의 뜻을 전해 듣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서운한 마음이 완전히 가시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한순간 남편과 아이의 복수를 위해 권력을 휘두를 작정을 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온건하게 마무리되었는데도, 다시 그와 교분을 가질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이제 지원은 울리히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귀족 후원자를 모두 거절해도 후원금이 넉넉했으므로 이제 클라우제너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사적으로 디트마어는 역시 서운한 마음을 느꼈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지인으로서의 친분을 유지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아직 클레어에게 임신 축하 인사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울리히는 반질반질해진 얼굴로 싱글거리면서, 울적해하는 디트마어를 쳐다보았다.

그는 원하던 명성과 클라우제너의 후원을 얻었고, 권력도 눈앞에 있으니 요즘 정말 살맛 났다.

“너무 그러지 말게. 다 경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해서 그러시는 게 아닌가. 오늘 찾아온 사람 중에도 경이 지배 가문의 후원을 받는다고 하면 실망할 사람이 적지 않게 있을 테지.”

“…….”

“물론 공작 부인께서 어떤 분인지 알지 못해서 하는 말이긴 하지. 하지만 멀리에서 경의 업적을 보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실망감을 주지 않는 것이 좋아. 그러고 보니 초청도 받았다면서? 새로 만들 당을 이끌어 달라고.”

“글쎄……. 대부분 처음 의회에 들어온 사람들이니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런 이들을 내가 이용하는 듯한 꼴이 되는 건 원치 않아서.”

“이용이라니. 경이 이용을 당하면 모를까.”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겠지.”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남들이 보기에 그렇지 않으니까 공작 부인께서도 조심하시는 거겠지.”

그렇게 말하면 디트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울리히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경과 같은 걱정을 부인께서도 하고 계신다네.”

“이미 알아들었어.”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고, 처음 의회에 들어오는 가난한 노동자 출신 하원 의원들 말일세.”

울리히가 꽃바구니와 함께 온 편지를 흔들어 보였다.

이번에 예상외로 노동자 계급에서 적지 않은 수의 의원이 당선되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자신의 수입 없이는 생활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애초에 입후보할 때부터 가족을 희생시킬 각오를 한 셈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경우에는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로텐부르크의 부동산 가격은 몹시 높았으므로, 이들이 의정 활동을 하면서 수도에 머무르려면 그 회기 동안 남의 후원을 받아야만 했다.

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후원금을 필요로 하게 되면 결국 귀족이나 자산가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디트마어는 하원 의원의 급료에 대한 이야기를 안건으로 걸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디트마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편지 정도는 상관없겠지.”

울리히가 편지를 건네주었다.

초반의 안부 인사와 울리히에 대한 축하의 말을 다 빼고 나면 남는 문장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예전부터 소원하던 일이 하나 있었는데, 괜찮다고 생각하면 고려해 주세요. 아마도 의회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의원들에게 급료를 지급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올 텐데, 이때 가장 소액의 급료를 받는 노동자와 연동되게끔 지급하면 어떨까 해요. 예를 들면 굴뚝 청소부의 두 배를 준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게 전부였다. 클레어는 진심으로 장난스러운 욕망에서 보낸 글이었으나, 두 의원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리나가 방문한 것은 그때의 일이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예쁜 얼굴이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디트마어 씨, 울리히 경.”

“오, 아름다운 숙녀분께서 오셨군. 나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이만 물러가겠네.”

울리히가 느물거리며 말했다. 디트마어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글쎄, 그런 사이가 아니라니까.”

“울리히 경께서도 농담을 하시는 거죠.”

리나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울리히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말씀을. 디트마어 경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우정이 말이죠?”

리나는 그 말도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울리히는 명예욕이나 권력욕에 눈이 돌아가는 타입이지, 미모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리나에게는 신선하고 대하기 편한 부분이 있었다.

울리히가 물러가고, 리나가 살짝 부탁하자 비서들도 자리를 비워 주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없었던 터라 디트마어는 정색하고 옷차림을 다듬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클레어가 중요한 일로 심부름이라도 시킨 모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나가 긴장한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예전에 제가 드렸던 카탸 슈나이더의 장부를 아직 갖고 계시지요?”

“예. 마르고트 에른스트의 법정이 구성되고 나면, 증거 자료로 넘길 생각이었습니다.”

“그걸 보충할 자료가 있어요.”

리나가 몇 번이나 숨을 할딱였다.

“출처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아, 비밀로 하시겠다면 절반 정도는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이걸 정리하신 건 클레어 님이에요.”

소맷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디트마어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하지만 최초 출처는 알려 드릴 수 없어요. 나머지 절반의 출처도요.”

“무엇인지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이것은 지난 8년 동안 원인 불명의 이유로, 아니 정확히는, 아마도 수면제 과다 사용으로 사망한 판사와 법률가들의 목록이에요.”

“……!”

“그리고 이것은……, 중간 유통역을 맡았던 스테판 하인즈라고 하는 발레리노가……, 연잎 궐련과 아편 팅크 구매 대금을 지불한 계좌의 내역이에요.”

디트마어는 서류를 펼쳐서 내역을 훑어보았다. 카탸의 것이 불분명한 반쪽짜리인 것과 달리, 이것은 완전한 장부였다.

아니, 아마도 클레어가 거기에 추가했을 장부는 카탸의 장부까지 완성시켰다.

“이런 것을 어디에서 얻으셨습니까?”

리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게 익명으로 보내졌어요.”

소인조차 찍히지 않은 봉투가 마차 안에 놓여 있었으니, 아마도 직접 와서 두고 갔을 것이다.

『별이 되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는 쪽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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