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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분명해-243화 (244/263)

#243화

“당신, 당신! 제정신이야?!”

“정숙하시오, 에른스트 공작. 신성한 정의 앞에서는 설령 공작이라 해도 죄지은 인간일 뿐이오.”

판사의 말이 끝나기 전부터 변호사들이 양옆에서, 날뛰는 에른스트 공작을 억지로 잡아 앉혔다. 이래서는 좋을 게 없었다.

에른스트 공작은 오래 날뛰지도 못했다. 금세 지쳐 의자에 늘어진 채 공작 부인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정략결혼이었고, 다정하고 금실 좋은 부부도 아니었다. 그러나 가문을 위한다는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동업자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공작 부인이 그 생각을 알았다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당신에게 목표라는 게 있긴 있었느냐고. 아버지인 마이닝겐 공작도, 남편인 에른스트 공작도, 그저 마르고트에게서 떨어지는 이득을 탐하며 헛된 꿈을 꾸었을 뿐이다.

아니, 사실 그녀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누스를 막 맡았을 때만 해도, 차기 황제의 양육자라는 지위를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를 실망시킨 것은 사실 리누스보다 마르고트였다.

제가 낳아 제 후계자로 결정했다면 끝까지 책임지고 후계자로 만들든지,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면 빨리 포기하든지 해야 했다.

결국 자기 자식이라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아닌가.

방계 황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클라우제너 공작까지 암살할 각오가 있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기는 다른 사람인 척하더니.’

마르고트는 무능한 사람을 혐오한다고 말하곤 했다.

혈통보다 개인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도. 능력에 따라 권위를 배분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에른스트 공작 부인은 자기들 부부를 말하는 건가 싶어 불쾌감을 느꼈다.

이 일을 맡기 위해 스스로 판사직을 사임한 젊은 법률가가 법정을 한번 둘러보았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용기 있게 지배 가문을 고발한 의원님, 이 중요한 재판을 지켜보게 된 시민 여러분, 그리고 가족의 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지키기로 결심한 부인.”

그가 찬찬히 말하며 지난 몇 달 동안 준비해 온 서류를 폈다.

“이미 에른스트 공작의 혐의점 몇 가지에 대해 설명했고, 증거도 보여 드렸습니다만, 중요한 증인의 이야기를 듣기에 앞서서 한번 정리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의회 동의 없이 징병한 것이 사실인가.”

“계엄령이 있었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에른스트 공작이 반쯤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변호인단이 얼른 공작을 뜯어말렸다.

법률가가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다만, 의회 동의 없이 군사를 소집하려면 황제 폐하의 직접 명령이 있어야 합니다. 황제 폐하의 부재 시에 내려진 계엄령이 이것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논할 일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둘째는, 계승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누스 황자를 황제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 사실인가.”

이번에도 에른스트 공작은 날뛸 뻔했다. 법률가는 태연하게 세 번째까지 말했다.

“마지막으로 리누스 황자가 진짜 황실의 혈통이 아닌 줄 알면서도 황제 폐하와 제국을 기망한 것이 맞는가.”

“…….”

“이 세 번째 문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혐의의 전제가 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세 번째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에른스트 공작 부인.”

그가 증인석 앞으로 다가와 에른스트 공작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긴장하여 하얗게 된 주먹을 쥐었다.

공작의 변호사가 일어섰다.

“주장이 지나치게 일방적입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은 황제 폐하의 말씀일 뿐입니다.”

대담한 발언에 법정 안이 술렁거렸다.

종류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공적인 장소에서 황제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감히 언급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에른스트는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반역죄가 법정에서 법률가들을 통해 논해지는 것도 처음이었으나, 에른스트가 멸문하면 변호사도 무사할 수 없었다.

“지금 변호사는 감히 황제 폐하의 말씀을 의심하는 겁니까?”

“아내가 낳은 아이는 남편의 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설령 불의한 일이 있었더라도, 에른스트 공작이 그걸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차라리 같은 여자인 공작 부인이 아셨다면 모를까요?”

변호사가 그렇게 말하면서 에른스트 공작 부인을 쏘아보았다.

파랗게 질린 공작 부인이 살짝 휘청거렸다.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20년 전 일입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대체 왜 그동안 침묵하셨을까요? 리누스 황자를 아들로 인정하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다른 이들이 그를 황자로 대우한 것은 반역죄가 아니라 황제 폐하의 뜻을 따른 결과입니다!”

젊은 법률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증인은? 에른스트 공작은 리누스 황자의 출생에 대해서 몰랐을까요?”

에른스트 공작 부인은 이런 것까지 말하고 싶진 않았다. 자신이 이런 이야기에 끼어 있는 것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천 개 가까운 눈동자가 제게 꽂히는 속에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거래를 했다. 자식들이 그 모든 것을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주겠다고.

그녀는 숨을 몇 번이나 뱉었다. 그리고 애써서 입을 열었다.

“리누스는 황자가 아닙니다.”

변호사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공작 부인은 이 말을 끝까지 해야만 했다.

주먹을 움켜쥐는 그녀를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듯 에른스트 공작이 벌떡 일어서서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

“정숙하십시오, 피고!”

“날 진짜로 죽이려고……!”

그것은 스스로 죽을죄를 지었다고 자백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에른스트 공작 부인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말했다.

“마르고트 에른스트는 황후가 아닙니다. 초야를 치르지 않았으므로 국혼은 성립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에른스트 공작 부인은 그렇게 말해 놓고 눈을 꽉 감았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른스트 공작 부인은 일부러 작은 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그냥 전부 말해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 피로연에서 제 남편이 황제 폐하를 취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약간의 아편 제제를 섞은 위스키를 마시게 했다고 들었습니다.”

남편이 상담했을 때, 그녀는 끝까지 그 일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마르고트는 황제가 초야의 침대를 박차고 나가면 곤란하다며 에른스트 공작에게 그 일을 시켰고, 그도 납득했었다.

당일만 어떻게든 숨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그 뒤로 한 번도 관계가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언제 하든, 단 한 번만이라도 관계를 한다면 초야로서 성립할 터였다.

변호사가 소리를 질렀다.

“증거, 증거 있소?!”

반면, 그녀에게 증언을 시킨 젊은 법률가가 미친 듯이 책상을 두드리며 외쳤다.

“문을 폐쇄해!”

이 증언은 미리 듣지 못했다.

이걸 증명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일은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마르고트 에른스트는 황후가 아니고, 계엄령을 내릴 권한이 없으며, 그녀가 한 모든 일은 국권 탈취다.

* * *

리누스는 이때 별궁에 유폐되어 있었다.

황후에 비해 그의 죄는 분명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차기 황제라고 주장하고 친위사단을 움직인 것은, 황제의 생존을 몰랐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반역으로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증명할 수 없다. 그가 자신이 혼외자임을 알았는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일이다.

물론 그 모든 죄가 증명되고 나면, 중심에 있는 대표로서 처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제 폐하께서 이미 아드님으로 받아들이신 게 아닌가?]

[글쎄. 황제 폐하께서 리누스 황자 전하를 꺼리신다는 건 딱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지만 진짜로 그 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돌아가신 황태자 전하께도 가까이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셨을 텐데.]

[황제 폐하보다는 황태자 전하께 리누스 황자 전하를 염려하는 마음이 있으셨던 게 더 중한 일이지. 황제 폐하께서 심병이 드셨다는 건 모두 아는 일이 아닌가.]

아무리 소리 죽여 하는 말이라도 리누스의 귀에는 전부 들려왔다.

아니, 어쩌면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리누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벽에 머리를 박았다. 자신의 나약함에 정말 죽고 싶었다.

그러나 진짜로 머리가 깨져 죽어 버릴 만큼 거칠게 부딪치지도 못했다.

이 방에는 자해에 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시트를 찢어 목을 매기라도 할 줄 알았는지, 침구라고는 솜덩이밖에 없었다.

[물에 빠져 죽는 것에 성공할 뻔한 것도, 중간에 의지로 돌이킬 방법이 없었던 것뿐인 모양이군. 클레어가 구해 주지 않았어도, 너는 제대로 죽지 못했을 거야.]

에리히의 목소리가 계속 귀에 쟁쟁 울렸다. 하지만 그것도 실제로 들은 말이 아니다.

그가 참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리며 테이블을 걷어찼다.

톡.

문간에서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뭐냐?”

리누스는 짜증스럽게 물었다. 문고리가 조심스럽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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