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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분명해-259화 (260/263)

#259화

극장과 댄스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꽃 값이 오르기 시작한 지는 벌써 좀 되었고, 지난달부터 이미 꽃 장식을 하기는커녕 소도구용 꽃다발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덕분에 조화 사업이 활활 불타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이 되는 사람은 아직 상황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 귀한 꽃이 이 응접실에는 가득했다.

클라우제너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게 내실에서부터 넘쳐흐른 거라고 생각하면, 리나조차도 살짝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내실로는 들어가실 수 없지만,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마님은 뵐 수 없지만, 빌헬름 님과 막시밀리안 님이 계십니다.”

“아, 그분들을 뵙고 가면 좋겠네요.”

집사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물러갔다.

리나는 응접실에 가득한 꽃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에리히가 직접 사들인 것 말고도 여러 곳에서 보낸 꽃이 여기에 있었다.

『아기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슐츠&셔우드 법률 사무소.』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 앞으로도 상단주님과 아기님, 그리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위빙 상단 일동.』

『건강한 후계자를 얻으심을 경하드립니다. 클라우제너와 델포드의 영광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하비흐&람스베르크 의원 사무실.』

이 카드를 쓴 사람은 분명히 울리히일 것이다.

붙어 있는 카드들에는 특별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아마 클레어의 관계자 회사가 내실에서 밀려나서 여기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 것이다.

뭐, 어차피 각자 개인적으로 선물과 축하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다.

리나는 바로 어제, 꽃집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로저와 마주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몫을 양보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세기의 결혼에 이은 세기의 후계자 탄생,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기쁜 소식 종종 전해 드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레비 순보.』

이 카드 문구에는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무얼 누구에게 전해 준다는 건가. 클레어에게 그녀가 기뻐할 만한 소식을 전해 준다는 의미는 아닌 게 분명했다.

리나가 웃으면서 카드들을 더 읽어 보고 있는데, 응접실 문이 열렸다.

“리나 양.”

“막시밀리안 경!”

리나는 반갑게 그를 불렀다. 막시밀리안이 평화로운 미소를 지었다.

“잘 지낸 것처럼 보이는군요. 다행입니다.”

“덕분에요. 막시밀리안 경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이미 충분히 들었습니다. 리나 양이 원하던 사람을 찾지 못해서, 그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죠.”

스테판은 또다시 사라졌다. 막시밀리안의 도움을 받아 찾은 마지막 흔적에서 리나는 아우구스타의 시신을 발견했다.

죽은 지 한 달은 넘은 것 같았다. 실의에 잠겨 죽었는지, 아니면 누가 살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이제 와서 그런 것을 따지는 일도 무의미하리라. 하지만 인간의 도리로서 리나는 아우구스타의 장례를 치러 주었다.

결국 스테판이 제게 원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기를 바란 건지 리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다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조만간에 무대에 설 거라고 들었습니다.”

“네. 이제는 사실 어딜 가도 가수보다는 투자자 취급을 받긴 하는데요.”

리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올리고 싶은 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걸 이용해서 좋은 작품을 올려 볼까 해요. 이번에 느낀 일이 많았거든요.”

울리히는 의원 사무실에 미인이 들어올 기회를 놓쳤다며 애석해했지만,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한다면, 나중에라도 시작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다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그녀는 울리히와 디트마어의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지켜보는 사람도 필요한 법이라며, 디트마어도 그녀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클레어에게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마 긍정해 줄 것이다.

무엇이든,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조금 느려졌어도 격류는 격류다. 세상은 한창 변하는 중이었다.

“막시밀리안 경은 좀 어떤가요? 다쳤던 어깨는요?”

“멀쩡합니다. 원래 튼튼한 편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막시밀리안은 가볍게 어깨를 움직여 보였다.

“다행이에요.”

“작은 주군이 두 분으로 늘었으니, 이제 놀아 드리려면 건강해져야죠.”

막시밀리안이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사랑에 빠진 얼굴을 한 빌헬름이 들어왔다.

“리나 양!”

“안녕하세요, 빌헬름 경. 좋은 소식이 따로 또 있나 봐요?”

그야 물론 후계자의 탄생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만, 빌헬름이 자신을 향해 그런 얼굴을 하는 걸 보면 다른 이유가 또 있을 것이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수익률이 400% 치솟았습니다.”

“네?”

“아니, 투자는 많이 했지만, 그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너무 많지 않았습니까?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이번 달부터 솟구쳤어요.”

“아아. 축하드립니다.”

리나가 밝게 말했다. 빌헬름은 그녀에게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 얼굴을 했다.

“이번에 새로 무대에 서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새로운 목걸이와 드레스 장식을 올리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글쎄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어울릴 역할은 아닌데. 작은 귀걸이라면 어떨까요?”

“그것도 좋지요! 지금 제일 저렴한 다이아몬드가 제일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인장 반지 디자인에 깨알만 한 다이아몬드를 넣는 게 유행이 되어서!”

“클레어 님이 기뻐하시겠네요.”

그대로라면 사업 이야기를 줄줄 할 것 같았기에 리나는 물꼬를 클레어 쪽으로 틀었다. 역시나, 빌헬름이 활짝 웃었다.

“정말입니다. 사실 출산 준비를 하시면서 가장 걱정하신 일이, 그사이에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거든요.”

“그렇군요. 하긴, 클레어 님이니까.”

분명히 내실에서 뭔가 또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빌헬름이 말했다.

“아무튼, 너무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가족들끼리만 계실 수 있는 시간이 늘 많지 않기도 하고, 정말로 철저하게 소독하고 계시니까요. 황제 폐하께서도 거절당하셨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응접실 한중간에 있는 커다란 꽃 상자를 가리켜 보였다.

구하기 어려운 생화 대신 실크와 보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오래도록 장식될 만한 보물이었다.

응접실까지 떠밀려 온 것을 보면, 에리히가 별로 반기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리나는 자신이 그래도 황제보다는 클레어와 더 가깝지 않나 생각했지만, 상식적으로 황제를 거절하기 더 어렵기는 할 터이므로, 그냥 미소만 지었다.

“하시는 모든 일이 잘되고 있고, 귀여운 아기님도 얻으셨으니, 이제 푹 쉬시기만 하면 될 텐데.”

과연 그럴까?

그 말은 불길할 수도 있으니까 그만두었다.

빌헬름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식사를 하고 가시죠. 출입 가능한 곳은 각하의 서재와 별채뿐이지만, 다들 아기님을 뵙기 전에는 전부 거기 들러붙어 있을 모양이라, 저희들끼리 종종 만찬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좀 번거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리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다가 문득 막시밀리안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눈만으로 웃어 보였다.

* * *

클레어는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빨리 회복하려면 걸어야 한다는데, 쉽지 않았다.

엘리엇이 팔짝팔짝 뛰면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엄마! 앉으면 안 돼!”

“아이고.”

그녀는 신음하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엄마, 선생님이 운동해야 된댔어.”

“으으……, 아파서 그래.”

클레어는 끙끙거리며 한탄했다. 순산한 건 좋았는데, 회복은 죽도록 힘들었다.

“다시, 엄마, 다시.”

제가 걸음마를 시키는 게 신난다며 엘리엇이 그녀의 손을 잡고 또 숫자를 셌다.

아이 앞에서 못 걷겠다고 엄살을 부릴 수가 없어서 클레어는 끙끙거리며, 이끄는 대로 걸었다.

만삭일 때 꼼짝도 안 하고 있었더니 다리 근육이 다 죽어 버려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했다.

“미역국 먹고 싶다.”

“묙꾹이 뭐야?”

“그런 게 있어. 엄마가 좋아하는 수프.”

클레어는 식은땀을 닦았다. 배 속이 찢어 내는 것처럼 아팠다.

역시 에리히 머리를 그냥 두는 게 아니었는데. 그거 뜯긴 걸로 탈모가 되면 버려 주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비척비척 다시 걷기 시작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아내가 한창 흉험한 생각 중인 걸 모르는 에리히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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