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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후회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거야 (55/171)

55. 후회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거야2021.11.10.

16558459841335.png“왜 아무 말씀 없으십니까?”

1655845984134.jpg“내가 들은 게 맞나 싶어서 말이다.”

황제가 의심스럽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는 제 앞에서 당당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발끝을 까딱이던 로아드네스가 두어 개 풀려 있던 셔츠 단추를 느릿하게 잠그고, 주머니에 대충 꽂아뒀던 크라바트까지 제대로 매는 것을 참을성 있게 지켜보았다.

16558459841335.png“이틀 전에 뵈었다면 조금 더 제대로 된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 시선에서 약간의 언짢음을 눈치챈 로아드네스가 피식 웃으며 먼저 변명했다.

1655845984134.jpg“엘라콘 사신단과 회의가 길어져서 말이다.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린 줄 알았다면 밤늦게라도 알현을 허했을 게다.”

황제는 드디어 꼬았던 길쭉한 다리를 풀고 정자세로 앉은 아들을 보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들이닥친 망나니 아들의 첫 대사는 이러했다.  

16558459841335.png‘아버지의 정부를 찾아드리겠습니다.’

  쿠로세다 남작 부인 실종사건이라는 조금 더 고상한 단어들을 싹 뺀 문장. 황제는 너무 이른 아침이라 멍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1655845984134.jpg“드디어 아비를 이해하려 하는구나.”

16558459841335.png“착각이십니다.”

여유롭게 웃는 척하던 얼굴은 곧바로 싸늘해졌다. 황제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어릴 적에는 늘 반듯하고 다정하기만 하던 아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서서히 망가져 갔다. 묘하게 엇나가고, 방랑하고, 기가 막힌 염문설이 돌아도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을 뿐더러 마치 시위라도 하듯 한 술 더 떴다. 그런 아들이 제 부탁이라 해서 들어줄 리 만무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 일찍 불려오자마자 정부를 찾아주겠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이리 삐딱하게 굴어도 어찌 되었건 마음을 돌렸다는 게다. 그 사건을 담당했던 자들은 줄줄이 실패만 거듭하다가 좌천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처음엔 비밀로 조사하던 것이 소문이 퍼지고 퍼져 온 중앙 귀족들이 쿠로세다 남작 부인과 자신의 염문을 다 알게 되었다. 아는 이들만 쉬쉬하며 알던 비밀이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믿을 만한, 황실의 누군가가 맡아줘야 했다.

16558459841335.png“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1655845984134.jpg“……조건?”

황태자는 이런 일에 나설 수 없었고, 책사인 노에비안은 상중이었으며 9황자 에페로는 엘라콘에 있었거니와 그의 어미가 현 황후라는 걸 감안했을 때 남작 부인을 찾는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죽이려 들지도 몰랐다. 햇볕같이 따스했던 로아드네스의 어린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한 황제는 막사는 것 같아 보여도 전장에서 구르며 공적 하나만은 제대로 인정받은 로아드네스를 내심 믿고 있었다.

16558459841335.png“2년이 넘도록 전장에서 굴렀습니다. 휴식도 해야 하고 남들 다 가는 장가도 가야하고 말입니다.”

1655845984134.jpg“……!”

16558459841335.png“함께하고 싶은 상대가 있습니다.”

황제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로아드네스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지금과 아주 비슷한 말을, 로아드네스는 2년 전에 했던 전적이 있었다.  

16558459841335.png‘마물을 토벌하는 대신, 형님보다 제가 먼저 성혼하게 해주세요.’

1655845984134.jpg‘허허, 녀석. 네 아무리 그래도 어찌 형님보다 먼저 성혼을 하겠느냐?’

16558459841335.png‘마음에 둔 영애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황태자비 후보로 생각 중인 영애 중 한 명입니다.’

1655845984134.jpg‘설마 도리스 카스타냐를 말하는 게냐?’

16558459841335.png‘아드리엔 피레타와 이뤄지고 싶습니다.’

1655845984134.jpg‘!’

16558459841335.png‘형님께선 허락해 주셨습니다. 예?’

  간절히 원하며 무릎을 꿇던 소년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차갑게 웃고 있는 건장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원하던 여인이 다른 사내와 혼인한 후, 단 한 번도 수도로 돌아오지 않았던 아들이 그녀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은밀한 보고가 들어왔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스스로 딛고 일어설 시간을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장가간다는 말을 꺼내다니…….

1655845984134.jpg“마음에 담아둔 영애라도…….”

16558459841335.png“영애가 아니라 부인입니다.”

1655845984134.jpg“로안!”

16558459841335.png“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맙소사. 그 한마디로 황제는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웃는 척이라도 하던 관능적인 입술은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았다.

16558459841335.png“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착각이 맞는 듯합니다. 아버지를 지나치게 잘 이해하는 바람에, 제 광증이 도진 듯합니다.”

로아드네스의 입에서 나온 ‘광증’이라는 말에 황제의 머릿속이 뭉그러졌다. 아침이라 더 유려하게 빛나는 적안이 제 속을 꿰뚫듯 응시하자 그는 대번에 입이 텁텁해졌다.

1655845984134.jpg“……누군지 알려다오.”

16558459841335.png“아시게 될 겁니다. 별로 숨길 생각은 없어서. 그리고…….”

삐딱하게 앉아 있던 장신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황제는 제 앞을 길게 드리우는 그림자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다. 얕은 어둠에 잠긴 로아드네스의 표정은 슬픔인지, 기쁨인지 구분할 길이 없었지만,

16558459841335.png“이번에는 그 어떤 핑계로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만은 그가 제 아비를 선의로 돕는 게 아니라는 걸 명확히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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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아드네스는 미련 없이 황제의 집무실을 나와 그대로 문에 기대어 섰다. 켜켜이 쌓여 있던 피로감이 포탄처럼 작렬했다. 아드리엔의 영혼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로 겨우겨우 잠을 이루기는 했지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집무실로 달려가 서랍 속 쿠키 꾸러미를 확인하지 않으면 다시 잠들지 못했다. 아까워서 먹지도 못하게 된 쿠키는 위태로운 상태를 귀여운 포장지로 가린 채 그를 위로했다. 지금도 그는 당장이라도 집무실로 달려가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기분이 일었다.

16558459917942.jpg“어머, 로아드네스 님?”

생각에 잠긴 그에게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리스였다. 로아드네스는 문에 기대고 있던 몸을 급하게 폈다.

16558459917942.jpg“요즘 자주 뵈니 너무 좋네요.”

집무실 문에서 떨어져 나와 도리스의 앞으로 걸어간 로아드네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피로감이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최근 몇 달간처럼 살짝 맛이 가 있는 눈은 아니었다. 도리스는 생긋 웃으며 보란 듯이 제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16558459841335.png“부황께선 안에 계십니다. 요즘 바쁘신 것 같습니다, 전하.”

16558459917942.jpg“사신단 환영식의 마무리 때문이지요. 이것만 아니라면 저는 늘 한가하답니다. 그러니 로아드네스 님과 이야기할 시간도 충분해요.”

로아드네스는 은근한 도리스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그녀가 어루만지는 머리카락을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마치 크고 뜨거운 손으로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도리스는 낮게 앓는 소리를 내며 겨우 웃어 보였다.

16558459917942.jpg“황태자께서 무심하시니, 동생이신 로아드네스 님께 의지하고픈 제 마음을 무례라 여기시진 않겠지요?”

무감각한 붉은 눈은 열정은 없더라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16558459841335.png“이만 가도 되겠습니까?”

고개 한번 까딱이지 않고 물어오는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도리스에게는 따뜻한 물속처럼 낮고 감미롭게 느껴졌다. 그 물에 귀를 담근 것처럼 황홀한 표정이던 도리스는 로아드네스의 말이 곧 은근한 축객령임을 깨달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16558459917942.jpg“저,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지 않나요?”

16558459841335.png“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살짝 벌어진 셔츠에서 은밀한 라벤더 향이 풍겼다. 그에 이끌리던 도리스의 표정은 순식간에 확 굳었다. 흑발로 염색을 하고, 마담 르블레아의 드레스를 입은 도리스는 누가 보아도 이전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16558459917942.jpg“그렇군요.”

실망한 도리스의 표정에 눈길도 주지 않은 로아드네스는 고개만 까딱이고 스쳐 지나가려 했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던 도리스가 그를 향해 급하게 입을 열었다.

16558459917942.jpg“이제 아카시아 백작저에 가시는 건가요?”

16558459841335.png“……무슨 뜻이십니까?”

16558459917942.jpg“어머, 사람들이 새로운 연인이라 떠들더니 역시 다 헛소문이었나 보군요. 아카시아 백작이 어제 작고하여 제 쪽에서도 조문객을 보낸 참인데요.”

잘 깎아놓은 조각상처럼 흠결 없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도리스는 생경한 일을 마주한 것처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빠르게 사라지는 로아드네스를 점이 될 때까지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았다. *** 영원히 뜰 것 같지 않았던 태양이 창밖에서 떠올랐다. 나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빛마저도 견딜 수 없어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쳤다. 기가 질릴 만큼 어려운 엘라콘어 단어들이 눈동자에 새겨졌다가 떨어져 나가기를 반복하던 밤이었다. 전날 아침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입안은 이미 바짝 말라 무슨 말을 하든 갈라져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극도의 피로감으로 머릿속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정신은 지나치게 맑았다. 나는 멀찍이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닐의 목소리가 웅웅 울리더니 저택 입구의 철제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라도 있었던지 누가 누구를 말리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나는 정신이 빠져 있는 와중에도, 허겁지겁 백작의 금고에서 가지고 나왔던 것들을 모조리 품에 안았다.

16558459973804.png‘짐스커일까? 노에비안일까?’

해가 떠올랐다고는 하나, 전서국 문도 열지 않았을 만큼 이른 아침이었다. 이 물건들을 들키면 어제 내내 벌벌 떨면서도 용기를 냈던 일들이 다 도루묵이었다. 나는 풀썩 주저앉아 티 테이블 밑의 동그란 카펫을 걷어냈다. 그리고 미친 여자처럼 서류 봉투며 블리에의 일기장을 평평하게 깔아 놓고 카펫을 도로 덮었다. 그리고 동시에 집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눈에 실핏줄이 가득한 로아드네스였다. 지독한 악몽이라도 꾸고 온 듯한 그의 얼굴 뒤로 경악한 노집사와 마지, 요나의 얼굴까지 보였다. 쾅-! 내 시선이 뒤로 향하는 것을 느낀 듯, 문을 세게 닫아버린 로아드네스가 겨우 의자를 잡고 서 있던 나를 사납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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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8459973804.png“로, 로아드네스……?”

16558459841335.png“아무 말도 하지 마.”

아주 커다란 몸. 아주 따뜻한 온도. 아주 감미로운 향기가 뭉그러졌던 머릿속을 풀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거대한 침대에 몸을 누인 사람처럼 단단한 로아드네스의 품에서 잠시 멈추었던 숨을 밭게 내쉬었다. 씨근덕거리고 있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내 다리를 눈치챘는지, 로아드네스가 나를 단단히 받쳐 안아주었다. 서서히 그의 가슴을 밀어내자, 엉망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글이글 타는 것 같기도, 동시에 깊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한 얼굴이 내게 향했다.

16558459841335.png“이제부터 네 호위는 닐이 아니라, 빈센토가 할 거야.”

16558459973804.png“뭐……?”

16558459841335.png“언제고 그놈을 자르려고 했어. 어떻게 이런 상황에 보고를…….”

16558459973804.png“내가 시킨 거야, 로아드네스.”

16558459841335.png“네 서류상 남편이 죽고. 노에비안 그 개새끼가 밤에 여길 왔어. 넌 충격으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또…….”

16558459973804.png“노에비안이 백작을 죽인 것 같아.”

정신없이 닐이 나불거렸을 정보를 늘어놓던 로아드네스가 숨을 멈췄다. 나는 나를 놓칠까 봐 두려운 듯 꼭 붙들고 있던 그의 팔을 쓸어내리며 방금까지 의지하고 있던 의자에 풀썩 앉았다. 로아드네스는 떨어지기 두려운 사람처럼 내 차가운 두 손을 꽉 쥐고 있었다.

16558459973804.png“어제, 내내 그런 생각을 했어. 이대로 너를 이용해 노에비안을 자극하다가…….”

16558459841335.png“그만해.”

16558459973804.png“노에비안이 너까지 죽이면 어떡하지.”

16558459841335.png“아드리엔.”

16558459973804.png“제 편인 백작까지 이렇게 어이없이 죽여버렸는데, 혹시라도 너를, 너를…….”

나는 로아드네스의 얼굴을 마주하고서야 어제 내내 나를 잠식하고 있던 공포의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토록 사랑한다던 나도 죽였는데. 제게 충성을 바치던 백작마저 죽였는데, 로아드네스를 죽이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생각하는 것조차 끔찍해 잠시 덮어두고 있었던 가정이 스물스물 밀고 올라왔을 무렵 블리에의 일기장을 발견하자 온갖 감정이 펑펑 터져버렸다. 그게 바로 내 가슴속이 밤새 타들어 가고 뭉개진 이유였다. 나는 여전히 내 손을 꽉 붙들고 있는 로아드네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앞으로 내 입에서 나올 말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는 이유 없이 절박했다.

16558459841335.png“네게서 멀리 떨어지라는 말만은 하지 마.”

그리고 그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16558459841335.png“그 새끼는 날 죽일 수 없어, 아드리엔.”

그는 우는 아이를 달래듯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맞잡은 두 손이 가늘게 떨렸다.

16558459841335.png“네가 뭘 두려워하는지 정확히 알아. 하지만 네게만 보이는 내 약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야.”

내 정체를 밝힌 이후로 듣기 힘들었던 아주 낮고 서늘한 음성이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떨리는 손과는 달리, 로아드네스의 얼굴은 단단했고, 동시에 방금까지 거슬렸던 햇살이 그를 비추자 마치 누구도 해할 수 없는 신이라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리라 단정 짓는 그는 틀렸다. 두려움으로 떨리던 몸이, 그가 주는 확신으로 기묘한 기쁨의 떨림이 되었다. 나는 그의 손을 되려 꽉 붙잡고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여전히 내 입에서 나올 이별을 두려워하는 듯한 감정이 그의 눈에 살짝 일렁였다. 그는 또 틀렸다.

16558459973804.png“네게서 멀어져야 한다는 두려움은 어제까지의 나였어, 로안.”

16558459841335.png“!”

겨우 빛이 새어든 어두운 블리에의 집무실.

16558459973804.png“노에비안이 내가 네게서 도망가고, 제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하길 바라는 것 같길래…….”

내게 무릎 꿇은 로아드네스를 향해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16558459973804.png“나는 이제 후회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으려고.”

노에비안.

16558459973804.png‘미안하지만…… 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

16558459973804.png“끝까지 갈 거야.”

일그러진 채 웃고 있는 내 모습은 그리 예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로아드네스는 그런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16558459841335.png“끝까지 가. 네 곁에 내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끝까지 내게 확신을 주었다. 블리에 아카시아가 내게 근거 없는 확신을 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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