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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로아드네스의 절망 (103/171)


103. 로아드네스의 절망
2022.04.27.


내 손에 빠르게 어머니의 목걸이가 전달됐다.

눈알이 시뻘게진 채 황태자에게 달려든 노에비안의 손에 자비는 없었다.

황태자는 격렬히 반항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노에비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목걸이를 빼앗아 가지고 왔다.

나는 간절한 눈을 한 노에비안을 무시하곤 목걸이를 확인했다.

통통한 황금색 펜던트를 열자, 나와 똑같은 눈동자를 가진 어머니가 웃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열쇠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열쇠 따위가 아니어도 이건 내가 가진 유일한 어머니의 유품이니 소중한 물건이었다.

나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소중히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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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를, 살리기라도 하려고? 숙부. 제정신입니까?”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제정신이 있던가. 아직도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는 황태자는 자신이 소외되고 있는 것을 느끼자 불안해했다.

죽일 사람에게 목걸이를 주지는 않을 테니까.

목걸이가 내 목에 걸리자 눈알이 시뻘게진 황태자가 일어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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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이 여자에게 일일이 다 변명합니까? 곧 죽이려고 미주알고주알 떠벌리는 줄 알았더니, 하! 저 여자를 진짜 사랑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다리에 힘이 풀린 황태자는 일어나려다 포기한 채 다시 기둥에 기대 주저앉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황태자는 그런 나를 보며 비웃듯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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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곧 죽을 것 같긴 한데.”

황태자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점점 내려갔다.

그 시선이 따라붙는 곳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

황태자와 실랑이가 있었을 때 겨우 아물고 있던 옆구리가 다시 터진 게 분명했다.

나는 다급하게 흐르는 피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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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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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죽어서도 내 거라니까 제 것처럼 이름을 꼬박꼬박…….”

깜짝 놀라 내 곁으로 오려는 노에비안의 뒤로 황태자의 불만이 쏟아졌다.

옆구리가 찌릿찌릿 아픈 만큼, 머리까지 핑- 돌았다. 사방에서 번쩍이는 화려한 샹들리에들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보이다가 똑바로 보이기를 반복했다.

근 일주일간 사경을 헤맸던 이유도 피를 많이 쏟아서였다고 했으니 머리가 돌 만도 했다.

하지만 내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나는 내게 다가오려는 노에비안과 언제든 내 목을 움켜쥘 것 같이 노려보는 황태자를 피해 아드리엔의 시신이 담긴 유리관 뒤로 피신했다.

다행히 노에비안은 움찔대는 황태자를 경계하느라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나는 개망나니나 다름없는 황태자를 똑바로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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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로아드네스를 사랑하긴 했어?”

난잡하게 풀어져 있던 눈은 단 한순간이었지만 강렬한 이채를 띠다가 이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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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황태자는 꿈틀거리던 입꼬리를 악귀처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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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내 아우지.”

이 지하 한가운데 아름답게 장식된 분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만 계속 났다.

짧은 정적이었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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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깔렸다.

나는 순간 너무 놀라 뻣뻣해진 채 시선을 정면으로 미끄러뜨렸다. 와중에도 피가 꿀렁이며 새어 나와서 옆구리를 꽉 틀어막아야 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로아드네스가 흐트러진 눈으로 바르데날도와 유리관 뒤에 몸을 숨긴 나, 그리고 쿠로세다 남작 부인의 시신과 노에비안을 차례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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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뭡니까?”

아-.

내 뒤로 늘어선 시체들보다, 암흑을 뒤로한 로아드네스의 무너진 얼굴이 내게는 더 지옥이었다.

***

로아드네스는 노에비안 트로비카를 기다리다가 근위대 기사들 몇몇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을 포착했다.

그들은 동료를 상처 입히고 도주한 대공 노에비안을 수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로아드네스는 도주한 노에비안이 찾을 만한 사람은 아드리엔뿐일 거라 생각했기에 곧장 그들과 합류해 정신없이 아드리엔과 노에비안을 찾았다.

마음속으로 다시는, 아드리엔이 뭐라고 설득하든 자신이 떨어지지 않아야겠다며 이를 악물면서.

황제의 탄신연을 맞아 곳곳에 불을 밝힌 황궁은 수색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황태자궁 근처에서, 그는 자신을 찾으러 나왔다는 바르데날도의 호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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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백작 부인께서, 2황자 전하와 선약이 있으니 꼭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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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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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공 전하와 관련된 일이라 황태자 전하께 직접 전달 드릴 사항이 있다고…….”

누군가 간계를 펼쳤다면 아드리엔이 직접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드리엔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에 로아드네스는 호위를 따라 황급히 황태자 궁으로 향했다.

아틸차드홀의 경비를 위해 대부분의 기사들이 차출됐던지라 황태자궁은 한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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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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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공께서도 오셨습니다.”

로아드네스가 조용히 욕을 씹어뱉자 곧장 문이 열렸다.

세 개의 덧문이 활짝 열려있는 데다가 로아드네스마저 생전 처음 들어와 본 바르데날도의 침실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곳곳에 놓여 있었을 화병이나 유리 장식품이 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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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숨바꼭질을 하려는 것도 아닐 텐데.

이 밤중에 아드리엔이 황태자 궁의 침실로 들었다는 말도 믿기지 않았지만, 한껏 어지럽혀진 채 아무도 없는 방이 더 기이했다.

게다가 노에비안 트로비카가 여기로 들어섰다니, 예감이 좋지 않았다.

로아드네스는 거침없이 벽장이며 이불 아래까지 들춰보고 잠겨 있는 창문까지 확인했지만,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불현듯,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구석에 걸려있는 레티나 황후의 거대한 초상이 그를 보며 자애롭게 웃고 있었다. 그는 홀린 듯이 초상으로 향했다.

다가가서 보니, 초상은 어딘지 좀 삐뚤게 걸려 있었다. 마치 미처 닫지 못한 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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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숨 막히는 지하 세계의 초입에 발을 디딘 로아드네스는 정신없이 내려간 그곳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목소리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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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로아드네스를 사랑하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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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그토록 찾아 헤맸던 목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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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내 아우지.”

평생을 지켜왔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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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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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로안!”

황태자가 벌떡 일어나 비틀비틀 로아드네스의 앞으로 걸어가 그를 반겼다.

그에 로아드네스의 눈이 연신 그의 몸을 살폈다. 걱정이 되어 살피는 시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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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냐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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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모르겠느냐? 지금 숙부와 그의 정부가 짜고 이 사달을 낸 것을!”

비소조차 내보내지 못하는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황태자가 열심히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적 열세에서 벗어나 제 아군이 왔다는 사실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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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어서 저 연놈들을 처치해다오! 로안! 나는 너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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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신들은 다 무엇입니까? 아드리엔의 시신은…….”

믿기 힘든 광경에 가까스로 억누르던 목소리는 아드리엔과 눈이 마주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무언가를 삼켜내듯 굵은 목젖이 꿀렁였다.

우뚝 솟은 관 덕분에 피가 흐르는 아드리엔의 옆구리는 그에게 보이지 않았다. 아드리엔은 그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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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세다 남작 부인의 시신은 왜 형님에게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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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다! 노에비안 트로비카, 우리의 숙부가 나를 위한답시고 이 공간을 만들었어! 정말 괴상한 취미이지 않느냐? 맙소사, 내가 얼마나 놀랐겠느냐? 저 여자도 내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고! 나는 네가 마음에 둔 여인이라 봐주고 있었던 것인데!”

가증스러워라.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드리엔은 침묵을 유지한 채 로아드네스부터 살폈다.

로아드네스의 얼굴은 바르데날도가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열심히 변명하던 바르데날도는 로아드네스가 자신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자 돌연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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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금 나를 못 믿는 것이냐, 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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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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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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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에비안 트로비카, 저 개새끼가 아무리 형님에 대해 첨언을 해도. 형님이 대공을 시켜 아드리엔을 속이라 종용했다고 증언해도. 내가 아는 형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적어도 이렇게까지 최악은 아닐 거라,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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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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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다 뭡니까. 이 죄를 어찌 다 갚으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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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죄가 아니야! 노에비안 트로비카의 짓이라니까! 로안, 로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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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형님을 위해 살아왔는데. 보답 따윈 바라지도 않았단 말입니다.”

일그러진 목소리가 각혈처럼 툭, 툭 바르데날도의 앞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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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을 사랑했고, 어머니를 사랑했기에 그 뜻에 따라 그저 살아왔단 말입니다.”

서러움이 담긴 목소리와 달리, 산불 같은 적안은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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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토록 원하던 단 한 명까지 다른 이에게 보낸 걸로 모자랐습니까? 저 시신은 뭐냔 말입니다. 제가 저기 저 사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뛰어다니던 것을 지켜보셨던 분이 어찌 쿠로세다 남작 부인의 시신까지 갖고 계십니까?”

윽박을 지르고, 어깨를 잡아 흔들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로아드네스는 이를 악물고 황태자의 젖은 어깨를 꽉 눌러 잡으며 참았다.

비정상적으로 젖은 얼굴이며 상체. 열에 달뜬 얼굴이 제 눈에도 보였다.

이건 바르데날도가 아니다.

이런 시체들 사이에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모습을 한 사람이 제 형님일 리 없었다.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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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구나, 로안.”

두 눈이 시뻘게져서 읊조리는 로아드네스의 눈과 그가 늘 갖고 싶었던 짙푸른 눈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로아드네스는 그동안 수많은 적들과 눈을 마주하고 기 싸움을 했지만 바르데날도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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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나라의 황태자다. 내가 원하면 갖는 거야.”

분노로 달아올랐던 로아드네스의 얼굴에서 점점 열기가 빠져나갔다. 생전 경험한 적 없는 마물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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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분명 그랬지, 로안. 네가 아드리엔 피레타를 원한다며 나를 찾아왔을 때.”

색기를 머금었어도 모양새만은 단정했던 입매가 비틀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적을 조롱하는 것 같은 얼굴에 로아드네스의 얼굴이 단번에 딱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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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양보해도, 아드리엔 피레타는 양보할 수 없다고.”

바르데날도는 그때를 떠올리는 듯 눈썹을 들어 미간을 좁히곤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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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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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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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에게 뭘 양보한다고?”

명백한 조롱.

과장되게 늘어뜨린 입매는 물론, 도리어 제가 화가 난 듯 번들거리는 눈은 조롱이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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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지. 늘.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네가 내게 같잖게도 늘 져주었던 것을.”

바르데날도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잡힌 어깨를 털어냈다. 로아드네스는 팔을 떨군 채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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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봐주고 있는 게 누구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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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준 적 없습니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뿐입니다. 악의 같은 게 있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게 아드리엔과 무슨 상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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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엔 피레타는 내 것이니까!”

바르데날도가 비명처럼 내질렀다. 겹겹이 쌓인 감정이 목을 죄 긁고 나오는 쇳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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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타냐의 딸이든, 피레타의 딸이든 마땅히 둘 다 내 것이어야 하는데 하나가 널 좋아한다니 배알이 꼬여 견딜 수가 있어야지.”

별것 아니라는 듯 입이 찢어져라 웃는 황태자의 모습은 악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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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는 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내게 양보할 수 없다는 말이나 지껄이니 내 개를 시켜 잠시 가지고 있으라 한 게 죄가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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