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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정부로 환생한 심정을 서술하시오-139화 (139/171)

139화. 사랑의 방식

“리엔, 나 보지 마.”

“……?”

동시에 그의 입술이 정수리부터 목덜미에 점점이 옮겨갔다. 불에 댄 듯 자극적인 느낌에 나는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여유 없는 그의 입술이 위태롭게 걸쳐져 있던 내 옷을 물어뜯었다.

어깨에 걸려 있던 소매가 허리 아래로 툭 떨어졌다.

“로안?”

“질투하는 추한 모습 같은 거…… 보여주기 싫어.”

보여주기 싫다기엔 창을 통해 아른거리는 그의 얼굴이 밤하늘을 배경 삼아 이미 선명하게 보였다.

조금 흐릿한 인영이어도 그의 눈이 밤하늘보다 더 새카맣게 가라앉아 있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추하다는 말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아!”

그새 벗어 내린 옷 때문에 그의 뜨거운 몸이 내 드러난 등에 그대로 맞붙었다.

자연히 나는 차가운 통창에 몸을 접붙였다.

거대하고, 차가운 유리에 몸이 살짝 짓눌리자 그 냉기와 압박감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뜨거운 입술이 내 목덜미를 본격적으로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창문을 손끝으로 빠드득 긁었다.

높은 곳에 있는 이곳 때문에 나는 유리가 깨어져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함과 섬뜩할 만큼 자극적인 등 뒤의 욕망 사이에 있어야 했다.

부피를 키운 그의 욕망이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내게 더 붙어선 로아드네스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속에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의 뜨거운 숨이 내 어깨며 목덜미에 연달아 흩어졌다.

깨끗한 민트향이 묻어나는 숨결이었다.

소름이 돋아난 피부에, 로아드네스의 뜨거운 손길이 뭉근히 닿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피부에 닿았던 차가운 유리에 하얀 수증기가 끼었다 사라졌다.

어느새 내 몸은 착실하게 덥혀져 붉은 기를 머금었다.

평소와 달리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게 너무 자극적이라 귓전의 솜털까지 바짝 솟아올랐다.

“로안, 나는 가끔…….”

그의 숨결이 더 거칠어지면서 내 어깨를 물어대기 시작할 무렵, 내가 몸서리치며 말했다.

“네가 너무, 능숙해서…… 속은 기분이 들어. 너는 항상 너무…….”

뜨거운 숨이 내 귓가에 거칠게 부서졌다.

여유 없던 숨결 사이로 그제야 그의 입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난 처음이 아니거든.”

“……뭐?”

어깨를 잘근잘근 씹던 그의 입술이 내 귓가에 바짝 붙어 속삭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꿈엔 늘 네가 나왔어.”

“무슨, 소리야?”

“그리고 꿈에선 못 할 짓이 없지.”

“로, 안!”

반쯤 장난이 섞인 낮은 목소리가 뜨거운 숨결과 함께 내 고막을 적셨다.

“말했잖아, 리엔. 난 늘 너를 원했다고.”

그제야 본연의 미소를 되찾은. 컴컴한 밤에 유일하게 빛나는 별 같은 남자가 눈가를 붉혔다.

“내 꿈에서 우린 몇 번이고 밤을 보냈어.”

뜨거운 체온이 온 몸을 휘감을 때마다 발끝까지 소름이 돋아나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검어지기를 반복했다.

불안과 질투, 욕망과 환희가 뒤섞인 뜨겁고 습한 곳.

하지만 너무나도 달콤한 쾌락의 샘 같은 곳.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어두운 공간을 지배하는 몽마 같은 사내가 내 귀에 입술을 더 가까이 붙였다.

로아드네스의 어둑한 시선이 통창으로 보이는 ‘작은 숲’을 깊게 응시했다.

동시에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귓속을 뱀처럼 기어들어 왔다.

“늘 우리가 이런 식으로 가까워지길 원했다고, 리엔.”

끝나지 않는 밤이 시작되는 소리였다.

***

로아드네스는 황제가 보낸 서신을 몇 번이고 묵살했다.

“로안, 이제, 그만…….”

“네가 나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더 하고 싶잖아.”

그가 내 등에 닿는 느낌은 뜨겁고, 오싹했다.

로아드네스에게도, 내게도 하룻밤 동안 엄청나게 많은 양의 서신이 도착했다.

내게는 주로 비앙카나 올리비아가 아버지를 모시고 수도로 오는 중 보낸 안부 편지와 성녀 추대식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였다.

로아드네스도 상황은 비슷했는데, 그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게 서신을 보내는 이들은 새롭게 로아드네스를 지지하기로 한 레일론 백작과 시스코메틴 백작, 즉 그가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뜨거운 손길이 뒤에서 내 겨드랑이를 파고들더니 어깨를 강하게 감싸 잡았다.

투정을 부리듯 뒷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흩뿌린 로아드네스가 은근하게 몸을 비벼왔다.

내 입에서도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침실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와 밤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는 뜻이다.

“내가 왜 네게 관심이 없어. 밤새 붙어 있었고 머릿속에 지금 너밖에 없는데.”

내 볼멘소리에 그는 뒤에서 빈틈없이 나를 끌어안은 채 한참 아무 대답이 없었다.

“듣고 있어?”

“……한 번 더 말해줘.”

단단한 뺨이 뒤통수에 비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깨를 그러쥔 그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머릿속에 나밖에 없다는 말, 다시.”

“…….”

“응?”

그가 한 손으로 내 턱을 살짝 잡아 뒤로 이끌었다.

황홀하게 일렁이는 눈이 내게 간절히 빛나고 있었다.

그의 눈에 담긴 내 뺨은 지나치게 붉었다.

그것을 인식하자 귀가 화르르 불타오르는 듯 더 뜨거워졌다.

별 생각 없이 방금 말했던 내용을 다시 곱씹어보자 너무나도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흔들리는 시선을 애써 그의 간절한 눈동자와 정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내려앉은 시선만큼 그늘을 드리웠을 무렵 나는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지금. 내 신경은 온통 너야, 로안. 내 머릿속에 지금…… 너밖에 없어.”

순간.

반짝이는 것이 내 눈앞에 쏟아졌다.

아침 햇살을 받아 깨끗하게 빛나던 그의 백금발이 내 뺨에 쏟아지고, 뜨거운 입술이 곧장 내 입술에 달라붙었다.

환희에 찬 입맞춤이 지난밤을 단번에 상기시켰다.

뭉근하게 다시 덥혀지던 몸이 단번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똑똑-.

감미롭기만 하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지고, 그와 맞닿지 않은 곳까지 불에 댄 것처럼 뜨거워졌을 무렵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서신이 도착했던 지난밤 내내 그러했듯 로아드네스는 그 소리를 무시하고 내게 몰입했다.

똑똑-.

“전하.”

목소리가 더 다급하게 들려서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의 가슴을 꾸욱 밀어냈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입술이 떼어지고,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훑어내리는 그의 눈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몽롱했다.

“나도 들었어.”

“급한 일인가 봐, 이제 나가야지.”

점점 총기가 돌아오는 눈에 아주 잠깐 원망의 빛이 스몄다 사라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로아드네스가 나를 제 품에 넣고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일해야 하는데. 네가 날 미치게 하잖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라는 말은 네가 어겼는데 막상 널 보니까 내가 주체할 수 없잖아. 억울한 거. 슬픈 거. 화나는 거. 다 부수고 싶은 것들까지…… 그냥 네가 다 잊어버리게 하잖아.”

너 때문이야.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가 침대 사이사이를 기었다.

“며칠이고 몇 달이고 이렇게 뒹굴고 싶어.”

“그래도, 로안.”

몸이 터질 듯 뜨거워지는 것과 달리 나는 차분하고 냉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중요한 계획을 앞둔 불안함.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나 역시 그 모든 게 로아드네스와 함께 있으면 날아가 버렸다.

심장을 간지럽히는 낮은 목소리.

하늘 위로 붕 떠올랐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감각을 느낄 때 더 강하게 끌어안는 단단한 몸.

쉴 새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다가 끝내는 애원도 마다하지 않는 속삭임까지.

어느 것 하나 동하지 않는 게 없었다.

똑똑-.

“전하.”

빈센토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강하게 방으로 흘러들어오자. 로아드네스가 내 입가에 입을 맞추곤 느릿하게 일어났다.

볼 때마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건강한 육체가 곧 점잖은 옷에 감싸였다.

나 역시 새벽에 요나가 가져다 둔 옷을 대충 꿰어 입고 그를 마중했다.

로아드네스가 새겨둔 흔적으로 얼룩덜룩한 목덜미 때문에 지금 당장 현관까지 따라 나가긴 무리였다.

“오늘은 온갖 사람들이 날 붙잡고 놔주지 않을 거야. 네가 오기 전까지 계속 의미 없는 회의만 했거든. 오후에 있을 성녀 추대식에는 나오지 말고 여기서 쉬고 있어. 눈만 버리는 꼴 일 테니. 도리스 카스타냐 건은 내가 알아서 정리하고 돌아올게.”

로아드네스가 아쉬움이 묻어난 짧은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기다려줘. 네가 달콤한 걸 먹고 따뜻한 곳에서 푹 쉬고 있으면 내가 다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나는 창문가에 서서 빈센토와 함께 직접 말에 올라타는 로아드네스를 지켜보았다.

이쪽을 향해 고개를 든 로아드네스의 눈과 마주치자 그가 세상을 다 가진 듯 내게 웃어 보였다.

빈센토가 곁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로아드네스 역시 가볍게 손을 흔들고 사저를 나섰다.

“로안, 나는…….”

나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 위, 차가운 창문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덧그렸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

나는 더 이상 병들고 아프지 않았으며 로아드네스와 밤을 꼴딱 새고도 이렇게 멀쩡히 일어나 배웅할 수 있었다.

이게 내게는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로아드네스는 절대 알지 못하겠지.

나는 물론 로아드네스가 당부했던 대로 그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노에비안을 사랑했을 때처럼…….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힘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고 있진 않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똑같잖아.”

힘들고 더러운 일은 다 자신이 하려는 게 로아드네스의 사랑인 것처럼, 나 역시 험난한 길을 홀로 감당하려는 로아드네스를 두고 볼 수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토록 원하던 건강한 몸을 블리에가 아닌 아드리엔인 나 자신인 채로 가질 수 있는데 어떻게 이전과 똑같이 살라는 말인가.

‘나도 내 방식이 있어.’

너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할 거야.

“……그게, 내 사랑이야.”

사저 입구의 문이 완전히 닫히고.

로아드네스의 말발굽 소리마저 아스라이 멀어졌다.

나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를, 반드시 깨워서 이야기가 듣고 싶은 여자를, 그리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여자를 나는 알고 있다.

똑똑-.

“부인. 이제 회포는 그만 풀고 우리도 우리 할 일 하죠?”

노크 좀 하고 다니라고 화를 냈더니 이제야 노크를 하기 시작한 에페로의 음성이 침실을 갈랐다.

“대주술사는 이미 새벽같이 사저를 나섰다는데, 우리도 나가야죠.”

나는 옷깃을 더 여미고 에페로를 맞이했다.

나는 내 싸움을 시작할 날이 밝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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