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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정부로 환생한 심정을 서술하시오-164화 (164/171)


164. 외전 1.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3)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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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아드네스가 되다니.

지금 이 순간 로아드네스와 몸이 바뀌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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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손께서 태어나셨습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강한 외침에 롯시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몸이 먼저 튀어 나갔다.

최근 8개월이 넘도록 무거웠던 몸이 놀랍도록 강하고 힘이 넘쳤다.

나는 정신없이 산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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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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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실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밖을 나선 나와 함께 달려온 닐과 초조하게 문 앞을 지키던 빈센토가 동시에 나를 막았다.

그 과정에서 사내들의 큰 손이 내 가슴을 스스럼없이 턱, 하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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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내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 이건 로아드네스의 몸이지.

두툼한 흉근에 닿았던 손들을 앙칼지게 찰싹 때리며 물러나서일까.

다소 얼떨떨한 얼굴과 못 볼 꼴을 봤다는 얼굴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겨우 나를 뒤따라온 롯시가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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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절하셨다가 깨신 후로, 곧장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황손께서 태어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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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걱정 마시고 좀 기다리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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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정말 이렇게 빨리 아이가 태어났단 말인가요?”

닐과 빈센토가 이번엔 동시에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방금 전 손을 쳐냈을 때보다 더 당황한 얼굴이었다.

경황은 없었지만 유령이라도 본 듯한 얼굴들이기에 나는 번뜩 내 말투가 로아드네스 같지 않음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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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태어났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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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진정 좀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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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내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펄쩍 뛰어올랐다.

나는 굳게 닫힌 문에 찰싹 달라붙어서 무슨 소리가 들리진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들리는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울컥하고 눈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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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모습은 초상으로 남겨둬야 하는데. 황손께 꼭 보여드려야 할 것 같은 존안이십니다. 전하.”

빈센토가 조용히 닐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내게 그들의 말은 제대로 닿지 않았다.

아, 이 바보 같은 로아드네스.

롯시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가 내내 대공저를 드나들며 롯시와 작당했던 일.

내 출산의 고통을 자신이 대신 하려 한 것이다.

내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 동안, 뒤에서 바쁜 발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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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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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며늘아기는?”

얼이 빠진 황제 폐하와 그레이스 황후께서 산실 앞에 도착한 것이었다.

아이 울음소리가 돌연 문밖으로 터져 나왔다.

그레이스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우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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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것이냐? 태어났단 말이냐? 며늘아가는? 황태자비는?”

나는 늘 무뚝뚝하고 권위적이던 황제께서 그토록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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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드네스! 얼른 네 아비에게 고하지 않고 뭘 하느냐!”

황제 폐하의 호통에 나는 그제야 눈물을 닦고 제대로 예를 갖추었다. 아주 낯선 눈으로 그 모습을 보던 황제 폐하는 곧 산실에서 황궁의와 산파가 나오자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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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황손께서 태어나셨습니다! 첫째 황손께서는 늠름한 황손녀이시고, 두 번째 황손께서는 어여쁜 황손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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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황제께서 날 지나쳐 곧장 산실로 들어섰다. 피비린내와 약 냄새가 희미하게 남은 그곳에 나 역시 그레이스 황후와 떨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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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도 오십니다, 폐하.”

출산을 마친 산모치고는 지나치게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늘 공손하던 황태자비의 변화에 황제께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어서 들어온 나만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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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죽고 나서야 상을 주시러 오시렵니까?”

저런 발칙한!

나는 심장이 툭 떨어지는 느낌에 빠르게 인파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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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은 이마. 창백한 얼굴과 핏기가 가신 입술. 하지만 표정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사악하게 웃고 있는 나.

그리고 상이라도 받은 듯 아주 의기양양하게 가느다란 팔에 갓난아이 둘을 양쪽에 품고 있는 나.

아니, 로아드네스 말이다.

발칙한 며느리의 발언에 굳어 있던 황제는 곧 산파가 어미의 품에서 떼어내 안겨주는 손녀를 조심스레 안아보았다.

나 역시 황제께 바짝 다가가 천사처럼 잠들어 있는 아이를 정신없이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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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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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나입니다. 그 쪼글쪼글하고 퉁퉁 불어서 더 사랑스러운 제 딸의 이름.”

로아드네스가 내 목소리로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나는 정신없이 레티나를 살폈다.

그의 말대로 쪼글쪼글하고 퉁퉁 불어서 더 사랑스럽고, 너무나도 작아서 금세 부서질 듯한 아기가 있었다.

나만큼이나 한참 아이를 살피던 황제 폐하의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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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가 레티나구나. 네가 레티나야.”

새싹처럼 올라온 여린 금발을 쓰다듬던 황제가 손녀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당황한 그레이스가 시종들을 전부 물려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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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황태자비. 내 자랑스러운 며늘아기. 내 비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겠다.”

황제는 눈도 뜨지 못한 핏덩이를 소중히 품어 안고 한참 울다가 겨우 내 몸을 차지한 로아드네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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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리 황태자비가 원하는 건 모두 다 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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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 아니, 아드리엔!”

감격에 젖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 함께 눈물을 흘리던 나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서 침대로 다가갔다.

그의 품에 안긴 또 다른 금발의 아이가 보일수록 심장이 뻐근했다. 눈도 뜨지 못하고 내 손톱만 한 입술을 오물거리는 작은 천사에게 홀린 듯 다가갔을 무렵.

로아드네스는 기다렸다는 듯 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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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을 너무 부려먹지 마시고, 어미를 고생시킨 이 아이들을 남편과 함께 키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주아주 심술궂은 미소와 함께였다.

나는 말리듯이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때였다.

눈앞이 빙글 돌고 구역질이 치솟는 듯하더니,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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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다시 바뀌었다!’

로아드네스의 몸과는 전혀 다른, 지친 땀으로 끈적한 몸이 느껴졌다.

아까 진통 비스무리한 걸 겪었을 때보다 오히려 몸이 가뿐했다. 다음날 틀림없이 몸살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 데도 아프지 않았다.

팔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내 팔에 잠들어 입술을 오물대는 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레티나의 것보다 색이 밝은 금발이 자그마한 머리통에 민들레 홀씨처럼 붙어 있었다.

나는 몸을 찾아 얼떨떨한 와중에도 아이를 꼭 품어 안았다.

곧이어 내 어깨를 쥐었던 로아드네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역시 자신의 몸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이다.

잠깐 눈을 꼭 감았다 뜬 로아드네스가 상황을 파악한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곧 여유를 찾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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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의견이 그렇다는군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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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뭐든 들어주마.”

황제께서는 산파가 다시 레티나를 데려가 아비인 로아드네스에게 안겨주는 동안에도 손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제 단 한 번밖에 마주하지 못한 손녀를 향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푸른 눈이었다.

나는 산파를 불러 품에 안고 있던 두 번째 쌍둥이를 건넸다.

곧장 황제께 아이가 전달되었고. 황제께서는 묘한 표정으로 손자를 품에 안아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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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가 제 아비를 빼다 박았구나. 성질머리는 닮지 않아야 할 텐데.”

감격에 젖은 목소리가 억지로 농담을 뱉어냈다. 하지만 연달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는지 황제께서 아이를 소중히 품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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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영락없는 로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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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시겠어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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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엔.”

로아드네스가 깜짝 놀라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여전히 내 어깨를 쥐고 있는 그의 손등을 감쌌다. 로아드네스가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로아드네스는 제 아버지를 완전히 용서한 게 아니었다. 다소 불만이 있어 보였지만 로아드네스는 내 손등을 다른 손으로 덮고는 말을 아꼈다.

황제께서는 내 제안과 로아드네스의 침묵에 약간의 용기를 얻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

일렁이는 푸른 눈이 성스러운 무언가를 보듯 제 품에 안긴 손자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노쇠한 입술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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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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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황제 폐하의 눈은 이미 깊은 번뇌를 지나 단단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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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들을 통합해 제국을 세운 ‘진짜’ 초대 황제. 칼데이온이 좋겠구나.”

감춰진 역사 속 진짜 초대 황제 칼데이온 코즈마 드 론타.

붉은 눈의 진짜 황제.

푸른 눈의 황족들을 진실로 심판했던 그 위대한 이름이 황제의 입에서 나왔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아이에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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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구나, 황태자비. 그리고 로안.”

나는 힘이 들어간 로아드네스의 손을 더 꽉 잡아주었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황제 폐하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꾹 닫혀 있는 입속에 무수한 말을 가둬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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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우리는 이제 우리 손주들에게 무슨 선물을 줄지 의논하러 가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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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감격해 일렁이는 눈으로 그레이스가 대답했다. 황제 부부는 더는 말을 보태지 않은 채, 우리에게 눈인사를 하고 조용히 침실을 벗어났다.

로아드네스는 여전히 못 박힌 듯 내 곁에 서서, 산파가 칼데이온을 우리에게 데려오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산파에게서 칼데이온을 받은 나는 멍하니 있는 그의 팔을 끌어다 내 곁에 앉혔다.

로아드네스의 품에는 레티나가.

내 품에는 칼데이온이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따끈하고 묵직한 생명이 우리의 품에서 새근새근 자는 소리가 귓전에 스몄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올리비아가 부른 내 배를 보며 어머니와 비슷한 배라고 했던 것이 그제야 떠올랐다.

마력으로 몇 명의 생명이 있는지 느낄 수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안 좋은 영향이 갈까 봐 꾹 참고 있었다.

쌍둥이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다가 한 명만 낳으면 괜히 실망할까 봐 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내 몸에서 나왔지만, 결국 고통은 로아드네스가 느꼈으니 그가 낳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제야 나는 이 기함할 사건을 추궁하기 위해 로아드네스를 흘겨보았다.

끔찍한 진통을 겪어서일까. 몸이 바뀌고도 어쩐지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조금 흐르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부스스 웃어 보이던 로아드네스의 거대한 몸이 자연스럽게 내게 구부러졌다.

뜨거운 두 이마가 맞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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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도 없이 일을 저지르는 건 여전하구나, 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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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 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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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위험한 마법인 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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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위험하더라도, 네가 아픈 게 더 싫은 놈이 나인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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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갑자기!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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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를 사이에 두고, 저가 뜨겁게 우는 줄도 모르는 로아드네스의 젖은 얼굴이 내게 다가왔다.

감미로운 숨결이 내게 닿기 전, 그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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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주는 벌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눈물 젖은 입술이 곧장 겹쳐졌다.

그날.

우리는 두 아이의 이름을 완성했다.

레티나의 두 번째 이름은 내 어머니의 이름인 ’헬레네‘가 되었다.

칼데이온의 두 번째 이름은 로아드네스의 애칭인 ’안‘이 되었다.

***

대신관 텔른이 신탁을 받았다며 적어온 가장 강력한 마력의 상징 ’코즈마‘라는 중간 이름이 두 아이 모두의 이름에 들어갔다.

[레티나 헬레네 코즈마 드 론타]

[칼데이온 안 코즈마 드 론타]

로아드네스의 황태자 즉위 이후 대외활동을 끊었던 황제는 황태자 부부가 직접 완성한 이름에 크게 기뻐하며 직접 제국 일보에 황손들의 이름을 1면에 싣도록 명령했다.

제국의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라는 칭호를 제 손주들에게 내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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