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5화 (5/307)

〈 5화 〉 4화.

* * *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는 무슨 나는 단번에 말했다.

“싫습니다.”

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하는 에둘러 말하려고 했지만 본심이 툭 튀어나왔다.

아 예의 없는 외국인으로 보이면 어쩌지

그래도 이미 쏘아진 말이다.

나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적이있다.

게다가

“저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어제 쿠로가와씨를 통해서 접한 게 처음입니다.”

“저는 이웃으로써 그녀의 직업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다가갈 뿐, 이런 쪽의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제 입장을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언니를 알게 된 이후 이것저것 그들의 문화와 버츄얼 유튜버들을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았다.

버츄얼 유튜버의 주요 타겟층은 서브컬쳐 매니아, 조금 친숙한 표현으로는오타쿠들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빠진 사람들을 주로 타겟으로 삼는다.

일본의 음악인 J­pop이나 일본의 온라인에 음악을 투고하는 온라인 가수들­속칭 우타이테(?い手)의 음악을 듣지 않는 나에게 이런 직종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의 깔끔한 거절에 코이즈미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말이죠…”

갑자기 울린 나의 휴대폰 소리에 대화가 끊긴다.

일본에 와서는 스팸전화를 받을 일이 없기에 누군가 하고 보니… 맙소사 교수님이었다.

그것도 영어를 가르치는 영국인 교수님

게다가 내가 친하게 지내는 교수님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발코니로 가서 전화를 받으려 하니…

하필이면 아침에 지나치는 쓰레기차를 보고 기겁해서 돌아왔다.

아 맞다 일본은 낮 시간대에 쓰레기 차가 지나가지…

“Excuse me? Yuna? Are you all right?”

“Yes, yes I’m fine. Thanks for your kindness. What’s up on your mind?”

나에 언니와 코이즈미씨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이야기한다.

영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우리 학교에서는 1학년에 영자 신문을 들고 오게 한 다음 기사를 분석한다.

문제라면, 전 학년이 의무적으로 듣는 이 수업에 하필이면 영어를 못하는 애들이 엄청 많았고

하필이면 외국인 교수님이 부임해서… 나는 자발적으로 수업의 진행을 도왔다.

일본어 보다 영어가 조금 더 자신이 있는 나는 1학년 동안 영어와 일본어를 병행하며 일본인 친구들을 만들었고, 교수님 한 사람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

아무튼 통화의 내용은 나의 안부와 외국인인 그와 나의 향수병을 걱정해서 달래는 친절한 전화였다.

통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오니 코이즈미씨의 눈이 빛났다.

“유나 씨 영어 되게 잘하시네요?”

“아, 저 그래도 나름 ㅇㅇ 대학교에서도 외국 학생 위원회 비슷한 거 하고 있어서.”

“세상에 ㅇㅇ 대학교요? 공부 잘하시는 학생이셨군요.”

살짝 잘난 체를 하자면, 일본에서 많은 학생들이 들어가길 원하는 명문대다.

공부 잘하는 학생

고등학생 티를 벗은 나지만 그래도 그 칭찬은 참으로 마음에 든다.

“흠흠, 학생 때 열심히 살긴 했죠. 예쁘다고, 바보 소리 듣기 싫거든요.”

원래 말하려던 것은 예쁘다고 골빈년 소리 듣기 싫어요.

이였지만… 다행히 골빈년이라는 단어가 안떠올랐다.

고마워요 부족한 내 일본어 실력!

“우, 우와 유나 너 대단해! 정말 대단해!”

영어 보다는 30만 팔로워를 가진 유튜버가 더 대단한대 말이죠…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마치 유치원 집에서 마술을 보여 준 마술사에게 보이는 열렬한 시선을 보내니

그 모습이 참으로 천진난만해서 태클을 걸 마음이 없어졌다.

“공부는 어떻게 했어?”

“아, 한국에는 야자라는 비극이 있습니다.”

오후 3시만 되면 맥도날드에 고등학생들이 출몰하는 여기 와는 다르게 말이죠.

학창 시절의 스펙타클한 이야기의 일부를 하고 있자니, 손님인 코이즈미씨가 종이를 내밀었다.

이 이런 실례를

[계약서]

“저기…?”

“괜찮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유튜버 영입이면 거절해야지 라고 읽은 계약서는 유튜버의 제안 보다는

“어… 매니저? 혹시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의 메니저인가요?”

코이즈미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은 괜찮았다.

1)쿠로가와 나에(이하 예명 쿠로시로 유리아)의 성장 잠재력을 본사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2)하지만 유리아의 한계는 방송 시간대, 물론 심야를 타게팅으로 하는 방송인 만큼 경쟁풀은 적지만 그만큼 파이 자체도 작다는 게 문제

3)시간대를 보자면 영미권을 노리는 게 맞지만 유리아의 영어는 유창하지 않고 콘텐츠 또한 서구권을 노리기에 부족

4)그 문제를 유리아의 체력에 있다고 판단, 심각한 수준의 유리아의 체력을 개선해서 건강을 개선하는 게 목적

5)그렇게 방송 시간을 늘리면서 방송 시간대를 조절하고 합방을 늘리면서 새로운 시청자층을 확보하면 새롭게 도약이 가능할 거라 판단함

6) 그렇기에 쿠로가와는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업무, 통칭 숙제를 해야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이를 수행하기 힘들거라 판단,

그 동안 비워져있던 쿠로가와의 개인 매니저가 되어서 그녀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같이 노력을 해 줄 것.

이런 흐름으로 나는 생활력과 건강이 처참하기 그지없는 나에 언니를 보살피는 보모 비스무리 제안 같았다.

회사에서는 그런 그녀를 개선 시키기 위해서 이것저것 지시를 할 모양이지만 그것을 지키지 말지 감시할 인원도 필요하고.

그래서 그런지 주간 보고서 등 그녀의 생활 변화를 면밀하게 감시… 까지는 아니고 평가하게 하는 항목 등이 있다.

알바비를 받는 조건으로 동생놈을 다이어트 시켜본 나는 안다.

사람의 생활 습관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개인 트레이너 같이 주변에 압박 해주는 타인이 없으면 쉽게 풀어진다.

그제야 나는 내 고용 취지, 즉 나의 고용 이유를 알게 되었다.

즉 생활 도우미구나...

하기사 문외한인 내가 대뜸 기획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동영상을 편집 하라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지…

그래도… 이 상식적인 제안과 살짝 상식적이지 않는 월급을 보고 나는 반문했다.

이 돈은 내 업무 난이도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다.

“어, 정말 이런 월급으로 괜찮나요?”

“유나 씨가 룸메이트다 보니 아무래도 평균 근로시간인 9시부터 6시까지의 근무시간과…

경우에 따라서 야근하게 될 경우 잔업신청을 따로 받을 거라서 부족함은 없으실 거예요.”

야근비라니?

잔업 신청을 하면 돈을 더 준다니?

블랙기업의 수 많은 예시를 듣던 내게…

한국의 포괄입금제의 악독함을 듣던 나는 달아나려는 이성을 붙잡고 말했다.

이거 사기계약인가?

내가 모르는 일본어로 나를 등쳐먹는 무언가인가?

“아니 아니, 경력도 없는 제가 이런 걸?”

“예전에 쿠로가와씨의 집에 들어왔을 때는 거지 소굴이어서 항상 주마다 청소부를 불렀는데요 유나 씨가 오고 나서 이 집이 깔끔해졌어요.”

그런가

가끔 쓰레기를 오래 치우지 않아 생긴 기묘한 얼룩을 장식으로 가렸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구나…

아무래도 회사 소속 사람을 이렇게 챙겨준 나에게 고마워서 추가로 주는 수당인 거 같다.

여기가 회사라면 나는 24시간 청결을 담당해주는 하우스 키퍼같은 사람이니 말이다.

“그, 그런 걸 왜 말해 코이즈미 미워.”

엄마에게 부끄러운걸 들켜서 투정 부리는 어린아이 마냥 코이즈미씨를 그 작은 손으로 두들긴다.

하지만 워낙 힘이 없어 보이는 그녀이기 때문에… 때린다기보다는 음… 안마같은데

아무튼, 나는 일종의 생활 매니저? 그런 느낌으로 사는 건가? 겸사겸사 청소도 겸하고…

사실 말이 그녀의 집이지 우리는 똑같이 월세를 내면서 살아가는 하우스메이트다.

그런데도 이만한 돈을 받다니 뭔가 좀 미안한데…

“아 그리고 회사에 지정한 숙제 외에도, 일정량의 운동 목표나 학습치를 달성해주세요. 가령 여자 고등학생의 평균 운동량이나 상식적인 토익 점수같은 거요.”

“어… 가령?”

“700점 정도만 돼도 좋겠네요.”

“저에게, 맡겨만 주세요!!”

안 그래도 일년 동안 학급에서 무료로 영어 과외 비스무리한걸 해줬다.

이 한국인 유학생은 영어도 잘 가르친다고요

“아, 그리고 쿠로사와씨의 체력 증진이나 토익 점수 그리고 구독자 달성 수에 따라서 추가 인센티브를 줄 것이고…”

맙소사

코이즈미씨는 재신인가?

그녀의 안경이 너무나도 빛나보인다.

“그리고 유나 씨가 언제 그만두실 지 모르겠지만, 업무 이력서나 인턴 증명서 같은 것도 발급 해 드릴 수 있어요.”

인.턴.

일 년의 인턴 경력은 취업의 길을 열어준다.

게다가 거의 정규 신입 사원의 월급에

인센티브 보장이라니??

아무리 학교에서 새로운 시대는 버츄얼 산업에 있다고 하던데

고작 대학생에게 이런 금액을 제시할 만큼 대단한 회사란 말인가!

이 기회를 놓치면 유학생이 아니다.

나는 당장이라도 코이즈미씨에게 절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말했다.

“저기, 도장은 어디에 찍죠?”

나는 가방에서 내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들고 인주를 찾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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