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6화 (6/307)

〈 6화 〉 5화.

* * *

계약을 한 이후 나는 새로운 분야의 공부에 들어갔다.

코이즈미씨가 말하길 나에 언니의 목표 플랜은 본사에서 정해준다고 하니 일단 일주일 동안은 서로를 알아가보라면서 가 버렸다.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알아가기로 정했다.

동거인이지만, 이제는 비지니스 피트너가 되었으니 서로가 싫어하는 행동을 파악하고 좋아하는 행동을 파악해서 원만한 인간관계 만들기

그게 내 삶의 방식이다.

이제는 나에게 낯을 가리지 않은 그녀가 자기 취향을 말했다.

좋아하는 건 방송으로 수다를 떠는 것과 청취자들이 쏘아주는 도네이션

게임이나 음악은 단지 그들과 이어지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심야에 자신에게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말하고 떠나는 그 순간이 참으로 좋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카레와 햄버그

아침에는 밥보다 빵을 먹고

좋아하는 차는 우롱차와 녹차

커피는 써서 싫어하고 설탕이 들어가거나 에너지 드링크만 마신다고 한다.

취미는 새로운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 보기

생긴 건 귀엽지만 좋아하는 건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과 어두운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위주로 주로 보고, 신작 애니메이션들은 가급적이면 챙겨보려고 한다.

게임은 가리는 게 딱히 없으나 뽑기 운이 나빠서 소셜 게임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건 이 사람은 정말 코로나 특화 인간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인간 만남이 온라인으로 되어 있기에 코로나 블루? 에 그게 뭐야? 코로나 우울증? 사람은 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거 아니야? 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아니 실제로 만나지 않는 인간관계에 신뢰성이 존재하는가?

나라는 사람을 보지 않고 나를 믿을 수 있어?

라는 나의 의문은 그녀의 도네이션 내역을 보고 날아갔다.

응 말이 되는구나

무섭구나! 오타쿠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생활 습관과 취미가 그녀를 이렇게 병약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의 몸은 강하면서도 약하다.

지금 당장 잘 움직인다고 해도, 단언하는데 나에 언니의 몸은 10년도 안 돼서 망가질 것이다.

사람의 몸은 25살이 넘어가면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고 운동과 영양제로 건강함을 사줘야 한다.

그렇기에 점점 더 몸에 쌓여져 가는 부채를 털어야 했다.

이런 내 말을 들은 그녀의 반응은

“어? 유나 나 그럼 10년 안에 죽어?”

무언가 극단적이었다.

아니 아니 대신에 관절이 쉽게 상하고 근육이 쉽게 빠지고 몸이 쉽게 피로를 호소한다는 거지…

아직은 부족한 일본어로 복잡한 의학 용어를 말할 자신이 없었기에 적당하게 말을 돌렸다.

“그리고 저 솔직히 자기 관리 안 해서 약한 사람 싫어해요. 자기 몸에 책임감이 없다니, 정말 별로예요.”

“저, 정말이야?”

“네.”

“나, 나 싫어해?”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서리는 걸 보고 난 황급히 부정했다.

“아뇨, 아뇨 나에 언니는 예외.”

언니가 제 물주에요.

제가 언니 왜 싫어하겠어요?

지금도 내 손길에 기분 좋게 머리를 맡기는 그녀는 솔직히 귀여웠다.

그래도… 이 귀여운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싫더라도 우유는 마셔야 해요. 여자들은 칼슘이 늘 부족하다구요?”

“비려서…싫어…”

“그리고 우유를 잘 마시면… 자, 만져 보세요.”

가녀린 나에 언니의 손을 내 가슴에 가져다 댄다.

“보세요 이 가슴과 그 안에 자리한 근육! 어때요, 나에 언니도 이런 거 가지고 싶지 않나요?”

“그, 유나… 부끄러워…”

“아이참 제대로 만져 봐요. 여기 제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 제 허벅지를 날씬하게 잡아주는 이 근육! 저도 이런 거 만드느라 정말 고생했다구요. 그래도 참 보기 좋지 않아요?”

나에 언니의 작은 손으로 내가 아름답게 가꾼 몸과 그 안의 근육을 만지게 한다.

여자 치고 튼실한 근육이 안에 잡히는 게 놀라운지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가 귀엽다.

그리고 자기도 여자인 주제에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꼴이 우스웠다.

“풉, 언니도 여자면서 무슨 반응이 여자애 처음 손잡은 초등학생이에요?”

“으 아니거든, 유나가 너무 예뻐서 긴장한 거거든.”

“어머, 제가 언니 눈에 예쁘게 보여요?”

의외였다.

그녀는 날 무서워하는 줄 알았는데

나는 늘 기가 세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나에게 다가오길 꺼리는 애들이 가끔씩 날 그렇게 표현했던 걸 떠올렸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미인이라나 뭐라나...

“응… 유나는 멋지고 예뻐… 유나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어머나, 그럼 언니 저랑 같이 살기 위해 열심히 운동해야겠네요?”

나도 필라테스를 하던 언니가 멋져 보여서 같이 운동하면서 몸을 가꾸었다.

비록 타국인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비슷하니깐 괜찮지 않을까?

“응, 반드시 그럴게.”

강한 다짐을 하는 그녀가 참으로 귀엽게 보여서 자꾸만 손이 간다.

어릴 적 기르고 싶었던 고양이를 기르는 것 같다.

아니지, 순종적인 게 강아지인가?

아무튼 사람에게 품기에 조금 경박한 마음가짐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나의 계약조건을 밝혔다.

나는 그녀의 건강을 회복시키면서

회사에서 지정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다만, 방송 쪽에는 거의 전적으로 그녀의 능력에 의지하기에 내가 이쪽 업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방송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주로 하는 분야는

그녀의 생활 환경 개선 및 건강 개선이다.

말이 생활 환경 개선이지, 그녀의 방을 청소하거나 환기를 시키는 일로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올바른 식습관을 위해 매 끼니마다 식단 관리를 나에 의해 받게 된다.

매번 배달 음식만 시켜 먹고, 그것도 하루에 한 번 시켜 먹는 그녀의 식습관을 바꾸고

무엇보다도 수면 패턴 개선을 위해 각종 에너지 드링크 및 카페인이 들어간 각성제의 섭취를 나에 의해 제한받게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나와 함께 홈 트레이닝을 같이하면서 기초적인 운동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지금 그녀의 몸은 초등학생 2학년 여자아이와 싸워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고 약해져 있어서 이 기나긴 회복과정이 개인적으로 몹시 힘들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배운, 학부생 1학년 수준의 지식

그리고 중학교 때 몸을 많이 쓸 일로 다져진 의학 지식과

고등학교 그리고 그 이후 일본으로 건너오기 전까지의 필라테스 및 요가 지식이 내가 아는 전부지만…

그래도 그녀만큼은 아니더라도 몸이 안 좋은 동생을 갱생시켜서 사람 꼴로 만든 경험이 있어서 나는 자신 있게 계약을 수락했다.

‘이거… 현대판 하우스 메이드 아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일정량의 생활비를 받아서 생계를 꾸린다.

여기에는 휴지, 세제, 화장품, 여성에게 필요한 각종 소모품 등과 식자재가 포함된다.

나는 매 번 가계부를 써서 이 금액을 영수증과 함께 기록을 하고, 그녀가 원할 시 가계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후 영양학에 따라서 알맞은 식사를 제공한다.

청소와 정리·정돈하면서, 그녀가 필요할 때에는 외출도 돕는다.

만약 그녀의 앞으로 온 업무적인 이메일이 있으면 그 내용을 파악하고,

사측에 통보한 후 업무 내용과 스케줄을 조정한다.

이 또한 그녀의 방송 스케줄을 회사에 통보하고, 매주 종합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근데… 평소와 다를 바 없네.’

달라진 거라곤 집안을 유지하는 각종 용품을 이전에는 내가 내 돈을 주고 사서 썼던 것에서 그녀의 돈을 받아서 쓰는 것 정도?

가계부야 평소에 쓰던 게 있으니 귀찮은 일도 없고

무엇보다도 식사에만큼은 진심이게 되어 버리는 한국인 유학생의 기질을 강하게 이어받아, 김치 하나를 사려고 한인 타운을 한 시간씩 돌아다니는 게 일상인 나에게

1인분의 식사나 2인분의 식사나 준비하는 과정에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식자재를 아끼고 혼자 먹기 아까워서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으니 되려 이득인 셈이다.

청소 또한 말이 쉐어 하우스지 그녀는 자기 방에 거의 나오지 않는 폐인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이 넓은 거실을 나 혼자 쓰고 있는 게 미안 해서 내가 항상 청소해와서 평소와 달라질 게 없었고…

메일 체크야 학교 이메일 체크하면서 같이 하면 되는 일이기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회사와 그녀의 소통을 이어 주고 매주 업무 보고용 리포트를 쓰는 거?

과제나 다를 바가 없다. 아니지 나에게 매달 돈을 준다는 점에서는 과제보다 훨씬 좋은 업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신의 직장?’

생활과 업무가 밀접한 점이 있다는 거 빼고 문제 될 여지가 하나도 없다.

기존의 일생을 영위하면서 그동안 룸메이트를 챙기는 것으로 돈을 번다고?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단한 일이다.

사기 계약 당하는 기분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오히려 사기는 선라이즈 프로덕션이라는 회사가 당한 거 같다.

코로나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이 시대

나는 말도 안 되게 꿀을 빠는 직장을 구해 버린 거 같다.

아무래도 내 손길을 즐기고 있는 이 새끼 고양이 같은 귀여운 일본인은

나의 재신인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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