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1화 (11/307)

〈 11화 〉 10화.

* * *

나에 언니 동기인 사케이 미우씨는 나에 언니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아직 오타쿠들을 많이 만나 보지 않은 나는 모든 오타쿠들이 나에 언니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고선 말도 잘못하고 , 사회성 부족한 줄 알았는데

사케이 씨는 여고생 다운 활기참이 느껴졌다.

특히 나에 언니를 챙기려 하는 그 상냥함이 참 좋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나에 언니, 누가 보더라도 고등학생인 사케이 씨, 그리고 여대생인 내가 걸어가니 마치 한 가족같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나는 평소보다 더 주목을 받는걸 느꼈다.

하긴, 우리가 좀 눈에 띄기는 하지…

비록 우리는 코로나를 조심하기 위해 마스크를 꼈지만, 숨길 수 없는 기쁜 마음을 맘껏 표출하며 인근에 유일한 쇼핑 센터로 향했다.

한국으로 치면 살짝 작은 이마트같은 그 공간은

말 그대로 다양한 가게들과 음식점들이 한 데 아우라져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쇼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사야할 것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메모리

특히 나는 여러 브라우저를 띄우고 작업을 하는 편이기에 고성능의 메모리는 필수다.

그다음에는… 식기를 사야 하나?

시간대를 보면 저녁을 먹고 방송을 해야 하는데, 식사량이 부족한 나에 언니의 위를 조금씩 키우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는 필수다.

그렇다고 손님인 사케이 씨를 굶기는 건 한국인의 피가 용납 못한다.

사람이 밥심이 있어야 일을 하지 암

손님용 식기를 사야할까 고민을 할 때 사케이 씨가 말을 걸었다.

“매니저씨 우리 쇼핑하고 괜찮다면 제가 식사 대접해도 될까요?”

“어, 사케이 씨가요?”

“저 이래 보여도 잘나가는 유튜버라구요. 마침 한국인 음, 매니저씨하고 가고 싶던 레스토랑이 있는데 어떠세요?”

미우씨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이제는 제법 보이는 한국식 고깃집이었다.

나는 한국에서의 감이 느껴져서 비싸다고 느껴져서 잘 안 가는데… 일본인들은 뜻밖에 좋아한다.

실제로도, 편의점에도 불닭 치즈 닭갈비가 인기 메뉴인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나는 오늘도 한류를 알리기 위해 선전하는 우리나라 아이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사케이 씨가 괜찮다면 선배라고 불러드릴까요? 밖에서는 이상하게 보이려나?”

“어, 음 에? 네?”

“아니면 그냥 유나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 한국인 매니저라니, 맞기는 한데 조금 딱딱해 보이잖아요.”

“그, 그, 그럼 저도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좋아요, 밥 같이 먹으면 그냥 친구죠 뭐. 나이 많은 언니 친구로 뒀다고 나이로는 놀리지 말구요.”

“그럴 리가요!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영광이라니…

이런 과장된 리액션을 볼 때 나는 오타쿠 특유의 허풍스러움을 느낀다.

마음 터놓으면 친구지, 왜 이리 과장되게 좋아하는지 참 이해가 안 간다.

“음, 그렇다면 컴퓨터 코너에 부품 하나 사고, 기왕 온김에 쇼핑이나 같이 할래요?”

쇼핑

여자들이 친해질 수 있는 최고의 활동

서로의 기호를 알 수 있으며, 모르던 분야의 취미를 넓힐 수 있다.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몸에다가 가져다 대보기도하고,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이나 유행을 확인할 수 있으면서 수다도 즐길 수 있는 활동.

얼마 만에 세 사람이서 나오는 쇼핑이란 말인가

두 명으로 쇼핑을 하다가 다른 의견이 나오면 분쟁의 여지가 있어서 제 의견을 내기가 까다롭지만

세 명으로 쇼핑을 하다가 다른 의견이 나오면 분쟁의 여지가 적기 때문에 보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나는 코로나 이전 늘 세 명 이상이서 쇼핑을 다니는 걸 즐겼다.

“쇼, 쇼핑이요?”

“어, 저희 들이요?”

왠지 모르게 낯 가리는 나에 언니는 둘째치고 사케이 씨, 아니 미우씨의 반응이 이상하다.

미우씨같은 또래들은 같이 쇼핑 안다니나?

“그, 저, 이 주변에 가게 뭐 있는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저도 쇼핑은 주로 신주쿠나 하라주쿠에서 해서 오히려 여기 지방 쇼핑 센터는 잘 안와봤는걸요?”

“그, 아키하바라가 아닌 곳은 조금!”

“저도 이케부쿠로 아니메이트가 아니면 조금!”

패닉하는 두 사람의 손을 도망가지 않게 잡았다.

“에이 어때요. 누가 흉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간만에 사람 욕구좀 충족하자.

확실히 오타쿠와 쇼핑을 나오는 느낌은 신선했다.

특히, 컴퓨터 부품을 고르고 있던 나는 두 사람이 게임 타이틀을 들고 진지하게 토의를 하는데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신작 타이틀을 보고 기뻐하면서 돈을 쓰는 그녀들을 보고 ‘입으로는 싫다고는 해도 몸은 솔직하군’이라는 인터넷 밈이 떠올랐다.

아무튼 자기들이 열성적인 분야가 나오자 그들이 처음에 꺼려하던 분위기는 어디 가고, 다양한 게임 타이틀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솔직히 파이널 판타지 잘 모른다고 하니 에? 그런 사람 있어? 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미우씨의 시선이 좀 가슴 아프긴 했지만 뭐 어때. 나는 이 분야의 뉴비이다.

하지만 그들을 데리고 의복 코너에 가자 표정이 굳는걸 본다.

마치 폭포처럼 흐르는 육즙을 바라보는 채식주의자처럼 공포에 서린 눈길로 본다.

“부,부,부품도 샀으니 이제 밥 먹으러 가면 안 돼?”

“그, 그, 그래요. 굳이 옷 까지는 필요 없지 않아요?”

나에 언니면 모를까, 미유씨는 의외다.

“미유씨 패션 센스 나쁘지 않은데 의외시네요?”

“아, 저, 그 그건 어머니가 패션 업계 일하시는 분이라…”

“와 그러면 센스가 있겠네요. 디자이너 분의 따님이라니!”

사실 옷을 고르는데는 정답이 없다.

이상한 옷을 입어도 자신감 넘치게 입으면 그게 패션이지

단, 옷을 고르는데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패션은 명백히 틀리다.

뻣뻣하게 굳은 둘을 데리고 코너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베이지 컬러가 올해 유행색인가 보네요. 하긴, 유행 컬러는 작년에 입던 옷과 어울리게 많이 내는 편이니깐요.”

가령 밝은 가을느낌 나는 색이 작년에 유행했다면, 올해에는 그것에 어울리는 색이 나오는 게 흔한 패턴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영혼이 나간 듯 밋밋하게 반응하기에 나는 좋은 수를 냈다.

“자, 그러면 두 사람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었으면 좋겠나요? 유리아나 클레짱이 어떤 옷을 입고 밖을 나가면 좋겠나요?”

두 사람의 눈에 영혼이 돌아온다.

“유리아라면 아무래도 레이스가 달린 고스로리 풍의 옷이지! 아, 여기엔 그런 게 없네.”

“검은색은 봄에 어울리는 컬러로 소화하기 힘든 옷이니 부츠에 색깔을 검게 하고 대비되는 밝은 코트는 어때요?”

“클레라면 역시 밝고 하얀 옷이겠죠? 근데 심플한 건 좀 별로인데…”

“그러면 저기 하얀 블라우스에 반대편의 베이지 가디건은 어때요? 아니면 숄을 걸쳐서 우아하게 볼 수도 있고.”

이 사람들 역시 특이하다.

자신이 입을 옷을 고를 줄 모르면서, 자신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입을 옷을 고르는데는 빛을 낸다니

가끔 포인트 컬러를 미스매치 하는 나에 언니의 옷을 살짝 바꿔 주면서 우리는 각자의 캐릭터가 떠오르는 캐릭터로 갈아입었다.

검은 부츠에 밝은 톤의 봄 코트 사이에 보이는 심플한 애쉬 그레이 색 원피스, 그리고 내가 골라준 붉은 베레모로 포인트를 준 나에언니

하얀 블라우스에 베이직 가디건, 플레어 스커트로 봄 치고는 좀 따스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녀답게 단아해 보이는 이미지를 잡고 노출을 적게 한 미우씨는 디자이너 분의 딸 답게 분위기가 하나하나 파츠가 다 어울렸다.

서로가 옷을 입으면서 ‘이게…나?’같은 말하면서 거울을 계속 바라본다.

나도 적당히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뜻밖에 마음에 드는 허리라인을 잘 잡아주는 하이웨스트 반바지에 살짝 속이 비치고 배꼽이 노출된 패턴이 적은 셔츠를 입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리라인을 드러내는 패션에 그녀들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유나, 너무 야해.”

그렇게 말한 나에 언니는 내 배꼽을 가리켰다.

아니 가슴골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야하다니, 이 언니 만화나 게임에서는 더 야한걸 하는 주제에 묘하게 보수적이다.

“유나 씨, 와… 정말 이쁘시네요.”

“후후 제가 이러려고 몸을 가꾼답니다.”

이 군살없는 다리 라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던가.

근육이 잡히면 보기가 싫어서 섬세하게 요가를 해서 가꾼 이 다리는 내 자부심이다.

그리고 나처럼 키가 큰 편인 여자가 다리라인을 이렇게 노출하면 더 멋져 보인다고.

“사, 사,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어.”

“으… 저희 이렇게 해도 돼요?”

“시선을 즐겨요. 아름다운 걸 뽐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예요.”

“으… 나 같은 아싸에게 힘들어.”

하는 수 없이 나에 언니의 손을 잡아 준다.

“나에 언니, 자신감을 가져요.”

나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언니 지금, 귀엽고 예뻐요.”

“정말?”

“네, 정말로요.”

원피스 사이로 드러나는 앙상한 어깨 라인을 보고 좀 더 든든하게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미우씨도 예뻐요! 센스도 좋고.”

“와 유나 씨에게 그렇게 들으니 기쁜데요? 빈말 아니시죠?”

“물론이죠.”

물론 이런 대화는 두 사람에게 고르게 해 줘야 섭섭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살짝 나에 언니가 토라져 보이는 건 착각인가?

내 왼손을 미우씨가 잡는다.

“그럼 마저 돌아봐요.”

어느새 쇼핑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는지 내 손을 잡고 그렇게 말한다.

“나도, 나도 더 볼 거야.”

우리는 그렇게 저녁 먹기 전까지 쇼핑센터를 신나게 돌아다녔다.

.

.

.

역 앞에 있는 한국인 식 고깃집에 들어가 고기 세트를 시킨다.

일 인분에 무려 980엔(세금 미포함)!

아니다, 한국도 요 사이에 그 정도로 올랐던가?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뒷고깃집 탐방을 다닌 기억하면서 불판에 익숙하게 고기를 구웠다.

음, 고기 속 지방이 녹으면서 단백질과 변화하며 발생하는 감칠맛의 극대 마이야르!

가정집에서는 항상 내가 고기를 구웠기에 익숙하게 굽고 있는다.

“와 이거 맛있어!”

“어? 리스너들이 한국 김 맛있다고 하는데 진짜네?”

일단 주문한 4890엔(세금 미포함)! 고기 세트답게 풍성한 반찬이 나온다.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좀 단 편인 젓갈이나 김치, 그리고 부추전이 나오는데 아쉽게도 땡초가 들어가지 않았다. 살짝 매콤한 게 국룰인데 말이지.

아무튼 그녀들은 용기 있게 이것저것 맛보다가­아 그거 번데기인데­ 한국 김을 한 장 먹고 감탄을 표했다.

짭조름한 간에 고소한 기름이 배여 있어서 달고 퍽퍽한 일본식 구운김과는 좀 다르지!

김을 마치 비스킷처럼 옴뇸뇸 먹고 있는 나에 언니의 볼살이 너무 귀여웠다.

오늘 산 옷들에게 기름이 튀지 않도록 앞치마하면서 내가 구운 고기들을 먹고 있는 미우씨도 귀여웠다.

“맞다, 쌈이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야? 한국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센스있는 미우씨

먹을 줄 안다.

“후후후, 기다려 봐요. 매운 건 잘 드세요?”

“음… 신라면 컵이 살짝 맵긴 해도 잘 먹어요.”

음… 그러면 땡초는 아웃

신선한 상추에 깻잎을 얹고 기름장을 살짝 찍은 고기를 넣었다. 그다음 살짝 구운 마늘을 쌈장에 조금 찍어 넣고 잘 말았다.

“미우씨, 아 해 보세요.”

“아…?”

그사이로 쌈을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당황한 그녀였지만 이내 우물우물 맛있게 먹는다.

야채와 고기의 우아한 조화에 두 눈이 휘동그래 지는 그녀를 보니 없던 애국심이 생기는 거 같다.

아 이게 국뽕이구나

“맛있어요!”

“쌈에는 여러 채소가 있으니 자기 취향을 찾아보세요. 여기에 정답은 없어요.”

그 모습을 보던 나에 언니가 말했다.

“유나, 나도 해 줘.”

“자 아­ 해 보세요.”

나에 언니의 볼이 햄스터처럼 늘어난다.

“유나 씨, 유나 씨, 김치를 구우시는 건가요?”

“유나, 이번에는 저거 넣어서 싸줘.”

“유나 씨 혹시 한국에서는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 건가요?”

“유나식 대로 비빔밥 해 줘 궁금해.”

뭔가 살짝 대접 식사를 제공하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녀들은 내 회사 선배들이기는 하지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직장 내 괴롭힘?

사실 그보다는 두 사람의 기류에 무언가 묘한 게 느껴진다.

뭔가 내 손길을 즐기는 듯한 그녀들이지만…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이 맛있어서 틈틈이 구운 고기를 집어 먹으면서 두 사람이 배부르게 먹였다.

만족스럽게 포만감을 표하는 그녀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성장기 애들은 밥을 잘 먹여야 해.

우리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적당히 씻고­나에 언니 머리를 말리고 있자니 미우씨도 말려달라며 나에게 찾아왔다­ 컴퓨터 조립을 마친 나는 메일에 보낸 가이드에 따라서 방송 세팅을 마쳤다.

그나저나 이런 초고스펙 컴퓨터가 내 것이 된다니… 안 그래도 코인 대란덕분에 가격도 올랐는데, 회사의 복지에 눈물이 날거 같다.

“다 됐어?”

검은색 고양이 파자마를 입은 나에 언니가 다가왔다.

“네, 이제 두 분이서 방송하면 돼요. 테스트 해볼래요?”

“아, 내 모델 준비됐다.”

옆에서 병아리색 고양이 파자마를 입은 미우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모션 캡쳐 장비의 시연을 마친 미우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컴퓨터 바꿔야겠다. 역시 최신 컴퓨터가 매끄럽구나.”

“그쵸? 역시 컴퓨터는 스펙이죠.”

“음 일단 대기 화면을 송출하고… 방송 준비 들어가야겠다.”

“어디 보자, 일단 오늘 쓸 방송 자료들이…”

컴퓨터 앞에서 진지해지는 그녀들을 보니 게임만 하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동생이 떠오른다.

그 진지한 프로들을 보고 있자니, 안심이 갔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그녀들의 모습이 좋았다.

“유나도 당장 벗자.”

“네?”

“유나도 파자마로 갈아입자구!”

“어…”

“우리 방송 끝나면 파자마 파티하자, 그거 기대하고 있으니까… 딴 거 갈아입으면 안 돼?”

“맞아요, 유나 씨가 생각해서 우리 방송 힘낼 테니까 매니저로서 이 정도 동기부여는 해주세요.”

동기부여라니

저 단어가 불손하게 들린 건 처음이다.

“아, 알았어요. 그럼 방송 잘하세요.”

나에 언니의 방을 닫고 나왔다.

묘하게 어질러진 내 방을 정리하고 난 후 거실로 내려가 그들의 방송을 볼 준비를 마쳤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내 저녁 취미활동이지만 이제는 매일 저녁 방송에서 힘내는 나에 언니를 지켜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방송 보고 내일도 힘내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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