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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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조금 더 구체적인 시간으로는 합동 방송이 끝난 수요일 오후
버튜버 커뮤니티는 불타올랐다.
버튜버들의 방송 소식을 전하는 키리누키 채널, 국내외의 버튜버 토픽을 다루는 커뮤니티, 그리고 버튜버의 태그를 달고 이루어지는 트위터에는 어제의 합동방송을 소재로 많은 동영상과 그림, 만화들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물론 방송 후 유나가 해주는 간식을 먹으며 파자마 파티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잔 그녀들은 모르지만
코이즈미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기대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사실 회사의 몸집이 커지고, 소속 버튜버들이 점점 더 많은 구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어서 최근에는 세계화를 노리는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새로운 버튜버들의 면접이나 영입을 따로 안 하고 있지만
그녀들을 통제할 매니저 인력들은 보안이 중요한 이 바닥 특성상 아주 신중하게 고르고 있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와 버튜버들을 이어 주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시키면서도 입이 무겁고 이쪽 바닥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코이즈미는 유나에게는 매니징 능력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한창 성장세인 쿠로가와의 부탁이었기에 반쯤 흥미로 한 고용이었다.
그러다가 재능이 넘치는 그녀를 이쪽 바닥으로 끌어오는걸 목적으로 했는데…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멘탈 관리가 힘들다고 생각한 쿠로가와에게 행복한 일상을 선사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니?
그녀가 어찌나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는지 평소에는 조금씩 티를 내다가 어제의 방송에서 온갖 이야기가 나왔다.
그게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자신도 당장에라도 업무를 때려 치고 그녀에게 가서 응석부리고 싶다같은 철없는 생각을 잠시 할 정도로, 어제의 토크 방송은 달달한 연유크림처럼 스며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잃어 버린 일상을 자연스럽게 떠들며, 긍정적인 회상하게 한다니…
무엇보다도 사람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고 진솔하다 보니, 이슈 메이커가 된다. 툭 건드리기만 하면 온갖 화제거리가 나오는 사람 말이다.
아무래도 원래 이 바닥 사람이 아니므로, 굳이 말하자면 극한의 인도어 파 세계에 들어온 아웃도어 파의 사람이니까 하나하나가 신선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자존감이 낮은 쿠로사와씨가 잘 따르는걸 보면, 겸손한 사람임이 틀림없으리라…
커피를 호록 마시면서 커뮤니티에 생산되는 다양한 밈을 담은 그림, 일명 짤들을 둘러본다.
대표적인 건 행복하게 헤실헤실 웃는 유리아, 이건 차분한 그녀의 방송 분위기상 힐링 게임을 할 때 자주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그다음으로는 항아리 게임에 이겨 사악하게 웃는 클레, 이것 또한 전혀 성스롭지 않는 그녀의 방송에 가끔 나오는 성녀(진실)짤이다.
그다음으로는 가슴 큰 서큐버스를 가운데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성녀와 마계공주
다소 노출도 심한 복장으로 음식을 들고 있는 서큐버스
그리고 ‘자기 가슴을 만지게 했다’에서 나오는, 전,현직 성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리는 온갖… 외설스러운 그림들
캐릭터 디자인은 의뢰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이미 그들나름대로 동인 해석해서 신나게 그리고 있었다.
사태가 이쯤 되니 걱정되었다.
버튜버들 중에서는 이미 이런 음지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오히려 야짤을 그려달라는… 사장의 꿈을 오늘도 짓밟고 있는 버튜버들이 넘쳐나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유나는 어떻게 이걸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일단은… 알지 못하게 두는 게 맞고 선라이즈 소속에서 온화한 방송 스타일의 유리아에는 분탕치는 사람들이 적은 건 맞지만, 살짝 걱정되었다.
‘뭐 여차하면 돈을 더 주지.’
의자를 뒤로 젖히면서 그리 생각했다.
선라이즈 프로덕션은 최근에 또 다른 투자자의 유치를 성공했다.
일은 잘 벌리고 수습은 더럽게 못하는 사장이 그래도 능력은 좋아서, 투자자들은 잘 끌어모은다.
돈이면… 해결되겠지?
당장 지원이 필요한 버튜버들을 둘러보고, 관리인원의 부족함을 언제나 느끼며 한숨을 쉰다.
결국 파자마 파티하다가 거실에서 다 같이 큰 이불을 덮고 잤다.
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바닥에 자서 등이 아프긴 하지만 품에 파고든 두 사람을 조심스럽게 내려 두고 일어났다.
스트레칭해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면,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받던 한국과 달리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베란다로 나온다.
역시 봄의 햇볕은 늘 기분이 좋다.
쿨쿨 자는 두 귀여운 직장 선배들을 보고 미소 짓는다.
자기도 방송을 보면서 두 사람이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자신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주었고
나는 그런 호감을 싫어하지 않으니깐 말이야.
원래대로라면 파자마 파티에 찍은 사진들을 보정해서 인스타에 올리지만…
그래도 개인 정보 노출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 바닥 특성상 아쉽게도 올리진 못한다.
고양이 파자마를 입은 서로의 얼굴에 고양이 수염을 달면서 장난을 치다가, 학교의 메일을 본다.
역시 코로나로 회복되지 않겠지…
학생 중에 확진자가 발생되고, 해외 여행이 금지되었다는 뉴스를 학교의 통지 메일을 통해 전해 받는다.
코로나 지원금같은 게 나오고, 특히 해외 유학생들을 위해 우선 지급된다는 사실이 보인다.
음, 나는 괜찮으려나?
우습게도, 코로나 시기에 취업에 성공했다.
살짝 인턴쉽 비스무리한 내용이지만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고 애들 돌보는 기분이라서 별다른 저항감이 들지 않는다.
솔직히 이렇게 일하고도 돈 받아도 되?
양심이 간질간질 거리긴 한데… 어젯밤 방송을 보면서 쏟아지는 도네이션들을 보고 걱정하지 않았다.
도합 100만에 가까운 그녀들을 걱정하는 것보다 오늘 아침 메뉴를 걱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제는 꽤 기름진 걸 먹었기 때문에, 오늘은 강제로 영양식이다.
샌드위치를 할까?
음…
나는 살이 찌기 때문에 빵을 가급적이면 섭취 안 하려고 하는데, 일본의 베이커리는 동네 베이커리라도 무슨 서울의 고급 빵집을 뺨때리는 맛있는 빵이 난다.
고급 버터를 아끼지 않고 장인 정신이라는 일념 아래 고된 노동으로 빚어낸 빵집!
일본의 장인정신들은 이런 것에 있다. 그렇기에 빵집의 후쿠하라씨는 늘 동네주민들에게 존중을 받고… 매일 아침 네시에 일어나서 반죽을 확인하고 빵을 굽는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녀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마스크를 쓰고 빵집으로 간다.
툭 튀어나온 아저씨의 뱃살을 쿡쿡 찌르며
운동하세요 오래 사셔야죠어이쿠 젊은 여자가 아저씨 건강을 신경 써주니 기쁘네그래야 제가 빵을 많이 먹죠 사모님 어제 아저씨 운동 안 했죠?제발 살려주게 유나 씨
같은 대화하고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아침을 준비한다.
타협을 본 구수한 귀리 빵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을 넣고 살짝 레인지에 돌린 후, 야채를 빵 사이에 끼워 넣는다. 아침 준비를 마친 다음에 두 사람을 깨웠다.
두 사람이 씻고 내려오고 난 후에는 아침을 먹으면서 대화를 마저 나눈다.
“그래서 말이지, 천사쨩이 그렇게 울면서 매달렸다니까? 제발 날 쏘지 말라고.”
“하지만 클레는 쐈지?”
“하하하 천사님 신에게 저 대신 안부 인사 전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빵하고 쐈지.”
아마 타 버튜버와 합동 방송을 한 이야기인가?
평범한 여학생들이 아닌 천사 컨셉을 한 여고생과 성녀 여고생 컨셉을 한 여고생이 쏜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서사가 완성된다. 이게 인터넷에서 말하는 케미라는 거군.
“그러고 보니 유나 씨는 게임 따로 안 해? 아, 유리아가 주는 게임 타이틀 빼고 말이야.”
“유나 솔직히 게임 별로 안 해서 못할 거 같은데.”
머릿속에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게임 못한다
너 게임못하네?
이건 한국인에게 금기다.
“저, 게임 완전 잘하거든요? 상위 0.001%안에 들어가거든요?”
그런 내 박력에 질렸는지 그녀들이 놀란다.
“숫자가 묘하게 구체적인데.”
“하, 하! 하!! 이것보세요 이거!!”
나는 롤 전적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러고 나의 아이디를 검색한다음에… 아, 휴면 강등 당했다.
아무튼 붉은 보석이 박힌 이 인장! 무려 그랜드 마스터다!
이미 이것으로 한국 커뮤니티에는 나의 게임 실력이 증명되었다.
프로 게이머인 동생이 맨날 날 괴롭히면서 숙성시키는데 못할 수는 없지
코로나 기간에 챌린저까지 찍었지만 내려오긴 했지만, 이건 이미 준 프로급 실력이다!
하지만
“어… 이게 뭐야?”
“리그 오브 레전드… 들어 보긴 했는데 음… 아 이스포츠의 그거죠?”
절망했다.
이 순수하고 풋풋한 여고생들은(아무튼, 나에언니는 여고생이다) 한국의 국민 게임을 모른다.
하긴
모르는 게 좋지
두 사람이 샷건을 치면서 패드립을 하는 건 상상이 안간다.
음…
나는 머쓱해서 휴대폰을 치웠다.
“아무튼, 게임 못한다고 말하는 거 한국인에게는 싸우자는거예요.”
“우, 우와.”
“아, 하긴 디아블로3은 유명하긴 하죠…”
“유나 뜻밖에 승부욕이 강하구나?”
“저는 전투민족이니깐요.”
“풉, 뭐야 그게 사이어인이야?”
나는 승부욕이 강하다.
게임하면 이겨야하고 공부하면 위를 노린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몸이 좋은 것도, 예쁜것도 인정은 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몸을 관리했다.
최근에는 좀, 느긋해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느긋해짐의 원인인 나에 언니의 볼을 괜히 툭 찌른다.
요즘은 서로 이 정도 장난은 친다.
“암”
의외는 그녀가 내 손가락을 삼켜 버린 거.
반격이 날카롭다 이 언니
손가락을 흔들었다.
“우부부부부부”
“푸하하하 뭐예요 그게 두 사람 아이예요?”
여기서 제일 어린 여고생이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
요즘은 그냥 머리가 녹아서 이렇게 노는걸
아무튼 그녀는 아침을 먹고, 어제 쇼핑한 옷을 소중하게 챙기고는 떠났다.
“다음에 봐요 유나 씨,”
“조심히 들어가요 미우씨.”
“잘 가 미우, 다음에 봐…”
“아 유나 씨 잠시 귀좀 빌려주세요.”
떠나기 전, 현관에 선 미우가 귀를 빌려달라한다.
고개를 숙여 귀를 빌려주었다.
“다음엔, 나의 것이 되줘요.”
쪽
그녀는 여고생치고 성숙미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고는 나의 뺨에 쪽하고 뽀뽀하고 문을 열고 갔다.
음 이건 내가 모르는 밈인가?
나중에 검색해 봐야지
왠지 모르게 패닉하는 나에 언니를 뒤로하고 나는 간만에 교과서를 보지…는 않았고 나에 언니 방의 컴퓨터를 내 방에 옮겼다.
프로 게이머 남동생을 둔 멀쩡한 한국 여대생이 하이엔드 스펙 컴퓨터를 두고 하는 일?
당연히 게임이지
안 그래도 최근에 게임을 안 해서 감이 죽었는데, 미우씨가 그걸 건드렸다.
나는 간만에 새로운 신작 게임을 찾아 떠났다.
헤드셋을 쓴 나는 여대생 유나도 아니고 매니저 유나도 아닌
최근에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게임 에이펙스를 다운받는다.
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초고급 스펙 컴퓨터가 돌아간다. 아, 이 직장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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