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5화 (15/307)

〈 15화 〉 14화.

* * *

덜컹

[꺄아아아악]

“옳지 옳지.”

뭐가 조금만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도, 긴장 상태의 나에 언니는 일단 뒤를 돌아 움직인다.

그냥 몇 개의 변수를 예상하면서 이쯤이면 놀랄 포인트가 있겠지? 하는 느낌으로 마음의 준비하면 안 되나?

하지만 나에 언니의 처참한 게임실력을 보면 음…

기대하기 어렵다.

그녀가 지나치게 놀랄 때마다 나는 등을 쓰다듬어 주며 ‘옳지 옳지(よしよし)’를 해주었다. 요시­요시­라며, 놀란 아기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해 준다.

그녀의 호흡이 편하게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지나치게 무서워 하면 물을 조금 마시게 해서 놀란 가슴을 달래게 하고, 스테이지를 차근차근 진행시킨다.

가벼운 퍼즐을 풀면서 튀어나오는 좀비들을 총으로 물리치거나 함정으로 유인하고 진행하는 게임.

솔직히 말해서 왜 저렇게 움직이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게이머로서 나에언니의 플레이를 도통 모르겠다.

퍼즐이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데로 움직이고.

조준이 불안정해서 총을 허공으로 쏘고

그러면서도 한 번 놀래킨 연출에 또 놀라는걸 보니 조금 답답하다.

그래도 리액션이 귀엽긴 한데 조금 걱정이긴 하다.

그래도 의기양양하게 1스테이지를 깨고 헤헹, 이 정도는 낙승이지! 하는 그녀를 보고 한숨이 나온다.

­앗 집사 한숨 쉬었어

­칠칠치 못한 공주님 ㅜㅜ

­조금 답답하긴 했어ㅋㅋ 귀엽기도 했으니 문제없음

­솔직히 우리가 패스트 진행은 기대한 건 아니었잖아?

­문제없음

­Zzz 아 뭐야 깼어?

[흠흠 너무 빨리 깨면 재미없기도하고, 사람들에게 도전 욕구를 주는 시간대를 주기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빨리 깨버리면 재미없잖아!]

­네 그러시겠죠

­ㅋㅋㅋㅋㅋ

­유리아쨩 ㅜㅜ

­뻔뻔해

­요즘 뻔뻔해졌어!

­집사가 원인이냣! 집사가 원인이냣!

­그래도 오구오구 해주는 거 부럽다

­언니 목소리 허스키해 ㅜㅜ

­제발 밟아주세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말았다.

나는 그래도 그녀의 게스트니까 말이다.

[두고 봐, 이제 진심 모드야!]

훌쩍 거리는 표정을 풀면서 그리 말한 그녀는 본격적으로 파이팅을 하고 게임에 도전했다.

과연 방금전까지는 방송용의 가벼운 분위기로 게임을 했던것마냥 플레이가 달라졌다.

이전에 비해서 망설이는 게 적어지고, 놀라는 횟수가 줄어든다.

폐가에서 커튼이 바람에 불어서 흔들리는 연출만 보았던 그녀의 플레이가 탄력을 받는다.

아까는 그럼 일부러 놀란 척한거야? 역시 언니는 프로다.

비교적 짧은 구성이긴 해도 2스테이지는 아까에 비해 빠르게 깼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키보드를 조작해 의기양양한 얼굴을 띄우고 말했다.

[이거 봐, 이 위대한 마계 공주님이 인간의 유희에 겁먹을 리 없잖아]

­라짱 찾은 횟수가 이미 20번 넘어요 공주님ㅋㅋ

­아 귀여워 ㅜㅜ

­그래도 빨리하는데?

­다른 실황 보니 원래 여기가 짧은 듯

­의기양양해 하지 마!

­도야히메

­그래도 전작보다 무섭지는 않네?

여기서 라짱은 집사(バトラ)의 라를 따온 라짱이다.

유리아의 방송 세계관에서 나는 서큐버스 버틀러지만, 너무 기니깐 편의상 라짱이라고 부르는 거 같다.

어느 순간 나에 언니도 나를 라짱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3번째 스테이지로 향한 그녀는

[엉엉엉엉! 이게 뭐야! 징그러워 무서워 무섭다고 ㅠㅠ!! 라쨩 힘들어 나 무리야!!]

확실히 내가 봐도 밝은 조명의 스테이지에서 등장 캐릭터의 목이 180도 꺾이면서 흐느적 거리면서 다가오는 연출은 무서웠다.

그리고 이전보다 소위 갑툭튀 연출이라고 하는 점프 스퀘어(Jump Square)연출이 늘어나서

긴장이 유지되기도하고

예상을 뒤트는 놀람 포인트가 늘어나니 그녀도 힘들어하는것 같다.

특히 어두운 골목에서 목을 뒤틀면서 다가오는 기괴한 움직임은

생명체들이 가진 불쾌감과 공포심리를 자극한다.

뭐 그래도 머리가 커서 헤드샷포인트가 늘어나서 죽이기 편해보이지만…

[공주가 명령할게, 집사가 이번 스테이지 깨 줘]

이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 없다.

설정상 나는 검은 마왕성의 마계 공주가 부리는 충실한 집사니까

그런데 게스트인데 괜찮나?

방송 진행에 따른 판단은 언니에게 맡기는데...

그녀의 눈을 보니 반쯤 진심이다.

괜찮은가? 방송 초보가 해도...

"알겠습니다. 공주님. 분부대로."

최근에 본 만화 캐릭터의 대사를 따라 하며 진행을 한다.

감도를 극한으로 올리고, 게임을 차근차근히 진행한다.

나에 언니가 놓친 부분을 회수하며, 제작자가 잘 안 찾겠지­하는 곳들을 뒤져 본다.

"오."

산탄총

샷건이다.

이 게임을 수월하게 풀게 해줄 무기를 발견한 나는 급조한 방송용 멘트를 읊조렸다.

"여기 사무실 책상 아래 샷건이 있네요.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죠."

실제로 이런 공포 게임에서 샷건들은 공격력이 강하니 말이다.

[응 어째서 이런 데 뒤지는 거야?]

"음, 느낌적으로? 여기라면 잘 안 찾겠지­라고 하는 곳이 있으니깐 말입니다. 무기에 대한 암시도 있었구요"

어느새 내 어깨에 기댄 그녀가 그렇게 묻는다.

오 이런 식으로 오디오를 채워주는구나

나는 안심하고 진행을 한다.

설정상 흑막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도시로 잠입된 곳에 들어왔다가 악마의 함정에 빠졌다.

진행하기 위한 수수께끼를 나름대로 풀어가면서 진행한다.

쿠와아아악!

"오..."

[꺄아아악]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창문에서 나온 좀비의 등장

보이자 마자 헤드샷을 날려 버렸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내 옆의 나에 언니는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고 나를 꽉 껴안았다.

[뭐뭐뭐뭐 뭐야?]

"여기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그래도 처리했어요."

침착하게 대답해줬다.

그래도 이 게임 조금 악질적이네

게이머의 심리를 읽고 역으로 사람의 허를 찌른다.

"일단 마저 진행할게요."

[응!]

아직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기에 채팅창 분위기를 파악하는 건 무리다.

그 보다 게임에 집중해야지.

1스테이지 클리어 시간 35분, 2스테이지 클리어 시간 27분 여기까지가 나에 언니의 기록

3스테이지 클리어 시간 25분 이건 나의 기록이다.

3스테이지가 앞의 두 스테이지를 합한 만큼 긴 사이즈엿다는걸 생각하면 시원시원한 진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테이지 클리어 이후 나는 그녀에게 조작 패드를 넘겨 줬다.

"자 공주님 마저 진행하시죠."

[그으, 라쨩, 좀 더 도와주면 안 되?]

"안 됩니다. 공주님의 성장을 위해서입니다."

어딜 편히 가시려고

­라짱 엄격해 ㅠㅠㅠㅠ

­아 근데 허스키해 멋져!

­유리아님 부러워 ㅠㅠㅠㅠ

­라누나 절 밟아주세요!

­ㅋㅋㅋ 공포 게임인데 공포 게임 아닌거 같아

­다시 유리아가 패드 잡았다. 고막 조심해!!

유리아 언니의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불손하게 나의 이야기가 자꾸 올라온다.

신경 쓸 법만도 하건만, 언니는 그대로 진행한다.

[있지 라쨩, 라쨩은 왜 그리 안놀래?]

"음, 대충 생각하면서 게임을 해요."

[... 나는 생각이 없다는 거야?]

"그렇다기보다는 관찰력? 주의력? 차이라고 봐요. 보세요."

나는 손끝으로 모니터의 일부분을 터치했다.

딱 보더라도 매복 포인트이다.

이런 명작 게임은 묘한데서 디테일을 살리기 때문에, 이런 뻔한 포인트는 발견하기 쉽다.

나는 설명했다.

"저기 건물 위에 들썩이는 게 보이죠? 거기 말고 빨간 간판 위예요. 네 4층에 있는 네 번째 창문이요. 저기서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아요?

[어디어디...]

­어 진짜다

­에 저게 보여?

­ㄷㄷㄷ

­무서워 ㅋㅋㅋ

­좀비가 아니라 라쨩이 ㅋㅋㅋㅋ

[어 보인다 보여!]

한참 늦게 발견한 나에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이제 음... 위에서 보니 내려가면 저기 정문 표지판을 보겠죠? 그러면 옆에서 창문을 깨고 저 괴물이 내려올 거고. 그 후에는 모르겠네요. 가 봐야 알거 같아요."

실제로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좌측에서 창문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괴물의 커다란 숨소리가 들려온다.

왼쪽을 보니 흉측한 괴물의 얼굴이 보이지만 유리아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와 진짜야!]

"아 그래도 도망가야죠. 앗 잡혔네요."

[꺄아아악!!]

화면 속 게임 캐릭터가 괴물의 입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게임오버.

다시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간다.

방금 전 내 설명에 감명을 받았는지 유리아가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있지있지, 라짱 괴물이 있을 법한 포인트 다 알려 줘!]

"...이거 공포 게임인데 재미없지 않아요?"

[그래도 무서운 거 싫단 말이야!]

­유리아...

­우리 공주님 스스로 무섭다고 했어

­마계 공주(겁많음ㅋㅋ)

­와 근데 어떻게 저게 되지??

­라짱 유능해 ㅋㅋㅋㅋ

­그래도 뭔가 멋진 언니가 옆에서 지켜 주는 기분들어

­진짜 공주님(라짱 가지고 있음)

"여기서는 데빌들의 의견들을 들어볼게요.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도와야지!]

개인적으로는 돕지 않는다를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채팅창은 도와라! 였다.

나는 그녀가 가급적 겁을 먹지 않도록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진행했다.

4스테이지 32분

5스테이지 17분

너무 편하게 진행하도록 많은 걸 알려주는 거 같아

심술을 부려서 일부러 안 알려주거나 엉뚱한 포인트를 알려 줬다.

그제야 이상한 데서 긴장을 하다가 방심하는 순간 등장하는 괴물들에게 당한다.

음, 이래야 언니답지.

[라쨩, 너 혹시 일부러 틀리게 알려주는 거야?]

"아 들켰다."

[너어!!]

평소 장난치는 감각으로 해 버렸지만 뭐 상관없는가

아무튼 게임의 진행의 40% 해당하는 부분을 진행하고, 우리는 방송을 종료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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