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15화.
* * *
어제의 게스트 방송으로 꽤 피로가 쌓였는지 나도 푹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종일 어려운 공부 하다가 잔 것처럼 몸이 뻐근하다.
나에 언니는 매일 이런 방송을 하는 건가...
가볍게 세수를 하고 밤늦게 잤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안 쓰는 영양제와 크림을 바른다.
다행히 피부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해야 하는 고민을 살짝 했다.
아무튼 기력이 없는 나는 아침에 따로 활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어제 남는 재료를 대충 한 군데 썰어 넣어서 볶음밥을 한다. 매콤한 김치볶음밥이 살짝 고팠으나 나에 언니가 아직도 매운 음식을 잘못 먹으니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그렇게 아침 준비하다가 유튜브를 확인하니...
뭐야 이게
알고리즘 특성상 항상 나에 언니의 방송 관련 키리누키(하이라이트)영상이 자주 올리는데...
그날은 내 영상이 엄청 올라왔다.
뭐야 이게
호기심에 가장 눈에 띄는 동영상을 눌렀다.
[장르 체인저]
그 동영상은 다른 버튜버들과 나의 플레이를 비교하는 영상이다.
아마 내가 헤드샷으로 날려 버린 좀비가 나오는 부분은 많은 버튜버들이 놀라하는 구간인가 보다.
다들 놀라서 꺅! 하거나 허공으로 총을 쏘기도 하는데, 악질인 게 이 좀비는 머리를 쏴야 제압이 되고 몸에 맞으면 비틀비틀 거리면서 다가오는데 그 덕분에 머리를 조준해서 쏘기 어렵다.
당황한 몇 명은 귀중한 치료 포션을 저 구간에 사용했다.
그러면서도 좀비는 커스텀 좀비인지 유독 흉측하게 생겨서 기괴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제작진이 대놓고 만든 엿먹어라! 하는 악의가 느껴지는 장소인 거 같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당했고
하지만
탕
“음”
[꺄아아악]
놀래킨 좀비의 머리통을 1초 만에 터트려서 해결한 내가 바로 수수께끼를 풀러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꽤 비교되기에, 내 영상만 반복해서 보여 준다.
좀비의 등장을 인지하고, 총을 들고 쏘기까지가 1초도 안 걸리는 과정 그 매끄러운게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 이래 보여도 게임 잘한다고
이걸로 미우씨가 나에게 태클 거는 일이 없겠군.
내친김에 미우씨의 클레가 보여서 확인해봤는데.
“성스러운 이름으로 명하니 성스러운 이름으로 명하니”
평소 폭력지향방송인 클레 성녀님도 이 구간에 놀랐는지 당황해 하면서 허공에 총을 쏜다.
이렇게 보니 대비되는군.
아 그래서 장르 체인저인가
공포 게임은 놀라고 여기에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거나, 방송 중 눈물을 흘리는 게 일종의 포인트이다.
겁이 많은 편인 나에 언니가 그 대표 주자고
하지만 나는 놀란다기보다는 어떻게든 게임을 빨리 깨고, 효율적으로 적을 죽이는 것만 생각하다 보니 이대로 진행해 버렸다.
하지만 게임이라곤 처음 잡은 소환사의 협곡에서 뼈를 묻고, 다른 게임이라고는 친구들과 오락실에가서 총 게임 정도만 한 게 나는 도저히 입담이나 웃음을 자아내는 플레이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재밌어하는 영상을 만들지 못하겠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만 하고
무조건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죽이면서 게임을 깨야했다.
이른바 한국인 게이머 그 자체인 사람이 나다.
그것 의외에도 많은 영상들이 제작되었다.
그리고 내가 놀람 포인트를 해설하는 장면과, 흔들리는 창문을 캐치하는 것, 그리고 언니에게 게임을 틀리게 알려주다가 들키는 [아 들켰다]까지
많은 포인트가 밈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불편했다.
아무리 방송 평가에 대한 게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나의 방송도 아니고 주인공이 나에 언니가 돼야 하는데 일게 매니저인 내가 이래도 되나?
갑자기 걱정이 앞선다.
타기 시작한 야채를 끄고 걱정스럽게 코이즈미씨에게 메일을 보낼까...하다가 가급적이면 라인이나 통화로 해 달라고 했다.
아침 시간의 8시 42분...
주말에 직장인에게 전화하는 거는 가급적 피하고 싶긴 했는데 사건이 사건인지라 전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래도 오전 8 시 42 분은 너무 이름 시간이다. 통화를 걸면 화를 내실 거 같아서 통화 어플은 종료했다.
그래도 인터넷에 접속해서 유리아가 라짱에게 울먹이면서 매달리는 그림 작품들을 보니 조금 기분이 좋군
색기만 넘치던 서큐버스 컨셉보다 이렇게 듬직한 집사 컨셉이 거부감 없잖아.
음, 그래도 샷건을 든 악마라니, 최근에 본 만화 명작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진다.
“흐아암, 유나 좋은 아침.”
“네 좋은 아침~”
낮잠을 자는 대신에 나에 언니 기준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 언니가 내려오면서 인사했다. 우리는 이내 어제 진행한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나의 담력이나 게임실력, 조준 실력에 대해서 상당히 놀라 했다.
반면에 나는 언니의 방송에 내가 폐를 끼친 게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뜻밖에 별 문제없다고 한다
나는 화제성 부분에서 언니를 잡아먹은 게 미안 해서 유튜브를 보여 주면서 내 하이라이트가 언니보다 많은 것에 대해서 고민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으이구, 유나 너무 걱정이 많아. 이건 내가 알아서 다 할게.”
마치 드라마에서 걱정하던 여주인공을 달래는 남자 주인공처럼
그녀가 내 뺨을 꼬집으면서,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솔직히 놀랐다.
이전부터 조금씩 장난을 치긴 해도,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다가오다니...
첫날의 아기 고양이 같던 반응을 생각해 보면 정말 하늘과 땅이 뒤바뀐 듯한 충격이다.
“네 언니.”
방송의 프로인 언니가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그것에 대해서 걱정을 안 하는 게 맞겠지.
그래도 왠지 모르게 언니가 괘씸해서 볶음밥 대신에 김치 볶음밥했다.
아침 식사하고, 맵다고 혀에 손부채질 한 언니는 어제의 방송을 돌려 보며 자기 채널에 올릴 영상을 만지면서 작업에 들어간 언니는 2층으로 올라갔고 나는 메일함을 한 번 읽고는 코이즈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누구야? 나 지금 영상 보느라 바빠.”
“저 유나인데요.”
“아 유나 씨!”
영상 소리가 멈추고 그녀가 나의 통화를 받았다. 이 분 주말에는 꽤 풀어지는 스타일이군.
“어제 게스트 방송 건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요.”
“아, 걱정 마요. 커뮤니티의 반응이 엄청 좋으니 말이죠.”
“어... 재미는 없는데 괜찮아요?”
누구처럼 놀래지도 않고 허공에 총질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오’라고 했을 뿐이다.
“어머, 유나 씨 이런 질문을 하다니... 역시 아직 잘 모르시군요.”
호록하며 무언가를 마시는 소리가 통화기 너머로 들렸다.
“유나 씨가 걱정하는 게 뭔지 알겠어요. 유나 씨의 진행, 저도 지금 네 번 돌려봤는데요. 다른 버튜버들이 가지는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이나, 괴롭히고 싶어지는 연약한 반응, 아니면 무서움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부분이 아니라 걱정 하신 거죠?”
실제로 그렇다.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무서워하고 그것 자체가 밈이 된다.
나에 언니처럼 울먹이는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보호 욕구를 부르니까 말이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어떤 선배는, 무서움을 달랠려고 동요를 부르는데 그게 굉장히 귀여워서 키리누키로 만들어지고 인기가 된다.
반면에 나는 음... 그냥 효율적인 게임 공략을 한 거 아닌가?
다른 게임 공략 영상 제작자들이 만들법만한 그런 거
“유나 씨는 아직 모에에 대해서 잘 몰라요.”
“이전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들이 대세였죠. 실제로도 저희 버튜버들은 그런 리액션을 만들거나 그런 방향성을 잡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귀여운 방향에 열광하는 게 아니예요.”
“마녀씨를 보세요, 귀여운 사람인가요? 아니죠? 섹시함이 넘치는 목소리로 진행을 하시죠? 클레짱은 어떻구요. 일반적인 여성에게 기대하는 수동성 보다 자기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필요할 때만 성스러운 척을 하는 뻔뻔함이 매력이죠?”
전화기 속의 보스가 확신을 담고 말한다.
“단언하건데, 유나 씨의 쿨하고 허스키한 매력은, 이 바닥에서 충분히 통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주변 동료들을 믿어 봐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 느끼기에도 유나 씨 같은 멋진 여성에게 지켜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네요. 솔직히 말해서 유리아가 너무 부러워요.”
“오프라인의 유나 씨는 멋지고 아름다워요.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유나 씨의 매력은 뒤떨어지지 않아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녀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가, 그 속에 담긴 단단함이 불안한 내 마음을 위로해준다.
그래, 나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나에 언니가 괜찮다고 했고, 코이즈미씨가 좋다고 했다.
그제야 확신이 생긴 내가 대답했다.
“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코이즈미씨.”
“네, 유나 씨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하긴 오프라인에서도 완벽한 내가 온라인에서 틀릴 리가 없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고민을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는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난 오늘도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