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7화 (17/307)

〈 17화 〉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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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일본에서의 트위터는 SNS의 삼분지 일을 점유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을 보유한 트위터 강국이다.

그렇기에 많은 버튜버들은 트위터를 통해서 방송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도 소통을 한다.

인기 지표중 트위터 팔로워가 포함된 것도 그런 이유기도하고.

평소에는 주로 올라오는 것은 방송 일정 예고, 자신이 참여한 콜라보의 홍보, 굳즈의 홍보들이 많고, 때때로는 친한 버튜버끼리 대화를 나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버튜버들도 있고, 그러지 않는 버튜버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문제가 되면 운영측에서 빠르게 삭제하지만...

뜻밖에 버튜버들은 이런 트위터 활동을 조심스럽게 하므로 실제로 문제가 일어난 건 적다.

사건의 발단은 한 트윗이었다.

선라이즈 소속사 중 유리아와 더불어 겁이 많은 2기생의 다비가 ‘유리아의 서큐버스 집사가 튀어나온 좀비를 1초 만에 헤드샷 날리는 영상’ 속칭 라1헤 영상을 리트윗 하고

[나도 이런 집사에게 보호받고 싶어]라고 한 것이 계기였다.

평소 귀여운 보이스와 그에 걸맞지 않는 걸걸한 섹드립으로 팬이 많은 덕분에 많은 리트윗이 되었고, 그 계기로 트위터에 상주하는 버튜버들이 그녀를 접하게 되었다.

이미 25명이 넘게 선라이즈 소속사 버튜버들이 저마다 성장세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좁고 합동 방송 횟수가 극히 적은 유리아의 방송은 골수 팬들이 많지, 타 버튜버들에 비해서 널리 알려진게 적었다.

여기서 ‘게임이란 게임은 다 하고 게임을 잘하는 버튜버지만, 공포 게임만큼은 지지리도 못하는’것으로 유명한 다른 버튜버도 그걸 보고 [가지고 싶어]라고 트윗을 했고

이전의 [집사를 가지기 위해 항아리 게임을 하는 유리아와 클레]의 영상이 다시 언급되면서 [누가 더 라짱에게 어울리는 주인인가]에 대해서 버튜버들 끼리 심심풀이 대전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 그래서 저보고 출장 콜라보를 하라고요? 정말로요?”

“아니, 그건 좀 우리측에서도 너무 과열된 것 같아. 매니저가 방송에 전면 등장한다니, 유나 씨, 그러니까 속칭 라짱은 유리아 의 집사라는 설정이 정착돼서 받아들여졌는데, 방송의 주인이 돼야할 애들이 본인 의사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관리 미숙이네.”

저번의 통화 이후 나에게는 말을 편하게 하는 코이즈미 씨였다.

원래는 이렇게 업무 지시를 한다고 한다. 편한 게 좋다나 뭐라나...

“저 가끔 느끼는 건데, 버튜버 하시는 분들은 다... 조금 아이 같은 분이신가요?”

“... 철없는 아이들이라고 가끔 느끼긴 해도, 방송에서만큼은 진짜니까.”

“저는 나에 언니가 나에 언니 스스로 뜨는걸 원하지, 저를 팔아서 유명해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언니도 그걸 바라지 않을 거구요.”

방송에 진심인 그녀라는걸 알기에 허락하지 않을 거다.

나 또한 그렇게 불려다니는 게 별로인걸 알고.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보고 있는 버튜버들이 방송을 진행하는 걸 원하지, 대뜸 관계자라고 출연시킨다? 그들의 이입을 방해한다.

그것을 이해하는 코이즈미씨이기 때문에, 그녀는 이해해주었다.

“그래, 그건 우리도 이해하고 있어. 그런데 이렇게 이름을 얻게 된 네가 있어서 그런데...”

그녀가 제안을 던졌고 나는 수락했다.

“그럼 내일 본사로 올래? 안 그래도 내일 일을 진행해도 될 만한 분을 알고 있거든.”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홉 시 까지 가면 되죠?”

“그래.”

나는 방금 한 통화를 나에 언니에게 전해주었다.

나에 언니는 살짝 부루퉁한 얼굴로 트위터로 [라짱은 나만의 것이야, 다들 너무했어!]라는 글을 남기는 걸로 끝이 났다.

결국은 내가, 그러니깐 라짱이 유명해지는 걸로 끝이었으니 말이다.

이튿날

회사 분위기의 엄격함이 낡은 펜스를 지탱하는 못처럼 헐렁거리다 못해 빠질 것 같은 가벼운 분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와 나에 언니는 가벼운 옷차림­예전에 미우씨와 함께 쇼핑센터에 가서 산 옷­으로 본사로 향했다.

사이타마에 사는 우리에게는 제법 먼 거리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 교통수단을 갈아타지 않고 쭉 이동을 하니 50분이라는 시간 끝에 도착했다.

이전이라면 내 주위에 있으면 자동으로 몰리는 시선에 상당히 긴장한 그녀였으나, 나의 품에 쏙 들어오기만 하고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나는 미소 지었다.

우리 언니 많이 컸구나.

본사는 뜻밖에 큰 건물이었다.

인터넷 기반의 사업이라 작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도쿄 외곽쪽인데 5층 사옥이라니? 우리 회사의 재정상태가 상당히 의심갔다.

그런 생각 하며 나는 본사의 안내 데스크를 거쳐서 3층 3회의실로 들어갔다.

본사에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몇 명의 버튜버를 중심으로, 알록달록하게 캐릭터의 거대 판넬을 세우면서 장식을 했는데 이쪽 분야의 오타쿠라면 한 번쯤 와봐야 할 장소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디자인이었다.

나에 언니와 최근에 한 실뜨기 놀이를 하는 순간에 코이즈미씨가 들어왔다. 음 조금 부끄럽군.

천연덕스럽게 하던 실뜨기를 내려 두고 인사했다.

“코이즈미씨 안녕하세요?”

“음, 역시 두 사람 자매처럼 잘 지내는구나.”

“나에 언니가 좀 귀엽긴 하죠.”

“내가 언니이긴 한데... 언니이긴 한데...”

미안 언니

아무리 봐도 여기서 언니는 나야.

그리고 코이즈미 씨를 따라 한 여성분이 들어온다.

키는 160이 안 되는 평균 신장의 여성인데, 아주 조용한 인상과 어울리게 전체적으로 베이지톤의 차분한 롱스커트와 숄을 걸쳤다.

“이 분은 일러스트레이터 사니씨, 우리 회사중에 미코, 아그니, 클레, 오르페 디자인을 한 사람이야.”

미코와 오르페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회사의 간판 버튜버 같은 존재였고, 클레씨와 아그니도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다.

버튜버 업계에서는 캐릭터 디자이너를 엄마라고 부르는데, 디자인 한 캐릭터들이 다 잘 커서 가끔 대모님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안녕하세요. 유나 씨, 쿠로가와씨.”

상당히 얌전한 목소리다.

얌전하다못해 굉장히 작다.

“반갑습니다, 유나라고 합니다. 일단은 유리아의 서큐버스 메이드입니다.”

“쿠로가와 나에입니다. 선라이즈 소속의 4기생 쿠로시로 유리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네.”

이전에 비해서는 자신감이 생겼지만 여전히 조곤조곤한 언니의 목소리다.

조용한 어조의 두 사람이 저렇게 있으니 성격과 이미지만 보면 마치 자매같다.

“자 그러면 회의를 시작할게요. 이번 회의 안 건은 유리아의 서큐버스 집사, 커뮤니티에서 라짱이라고 불리는 유나 씨의 매니저 캐릭터의 디자인입니다.”

오늘 본사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니다.

내가 트위터를 만들어서 일종의 공식 밈이 된 김에 캐릭터를 정착시켜서 이런 일을 방지하도록 나 또한 의견 표출할 기회를 주는 것.

문제라면 공식적인 디자인이 아니므로, 정식적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완성함으로서 좀 더 넓은 활동범위를 제공받는 것.

나에 언니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일단 가슴이 커야 해요!”

아니 언니?

“다리도... 섹시하게...”

살짝 얼굴이 붉어진 사니씨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저기 완벽하고 멋진 집사 이미지는요?

“전 반전미 삼아 메이드복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기 코이즈미씨? 집사는요? 반전미라는 게 모든 걸 다 해결해요?

“아니죠, 코이즈미씨 가슴 큰 여성이 입는 집사 복은 그것 나름대로 흉부의 압박감을 표현해서.”

“완벽한 이미지를 주는 메이드의 이미지가 잘 먹히는 게 맞잖아요?”

“그래도 유나의 이미지는 집사이미지가 더 강하단 말이야. 일단 옷은 집사 복으로 하되 바리에이션으로 메이드복을 입히는 건 어때요? 약간 포상타임 같은 걸로.”

“그렇다면 연미복으로! 기장을 길게!”

“모자는요 모자?”

아...

이 광기에 참여를 못 하겠다.

내가 아는 오타쿠 지식의 범주를 넘어가는 세 사람의 폭주가 이어진다.

그러는 도중 사니씨가 아이패드를 꺼내더니 즉석으로 디자인을 한다.

선이 몇 번 그려지자 누구라도 알아볼 법한 캐릭터가 그려진다.

굉장하다. 이게 프로구나?

처음 그려진 건 사니씨의 희망이 가득 담긴 섹시미 넘치는 메이드가 샷건을 들고 있는 포즈였다. 유명한 총기 모에화 게임의 디자인을 대거 하셨다는 걸 증명하는 듯, 총의 디테일이 금방 잡힌다.

그다음으로 그린 건 몸의 핏이 드러날 정도로 타이트한 연미복을 입은 집사가, 장갑을 끼는 장면이다. 가슴을 강조한 게 발칙하기 그지없었으나, 정장이 주는 매력은 역시 동서고금 남녀불문 단아함의 결정체다.

이후 다양한 라짱이 나온다.

서큐버스의 복장을 한 발칙한 라짱, 오피스 룩을 한 라짱, 천사 코스프레를 한 라짱, 바니걸 라짱 등... 그녀는 내 모습에 영감을 받은 듯 내가 착용하는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모티브로 디자인을 순식간에 해나가는데 그녀의 작업을 우리 모두가 멍하니 바라봤다.

“라.. 아니 유나 씨가 골라주세요.”

다양한 디자인을 한 그녀가 나에게 선택지를 넘겼다.

나의 선택은...

내 설명을 들은 세 사람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회의실에 나가려는 두 사람을 붙잡았다.

솔직히 나만 나오기 억울해

코이즈미 씨

저와 같이 나와봅시다.

정색하는 코이즈미씨와 눈을 빛내는 사니씨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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