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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0화 (20/307)

〈 20화 〉 19화.

* * *

두 명에서 사는 것과 세 명에서 사는 것은 다르다.

특히 이런 룸 쉐어 하우스는 말이다.

서로를 잘 모르는 세 명의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간다니?

그야말로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청춘 넘치는 하이틴 드라마가 아닌가!

그런 생각하고 아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다.

“아.”

“아.”

뜻밖의 상황에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1.평소에 나에 언니는 늦게 일어난다.

2.그런데 말리아씨는 배경 상 농가에서 자란 소녀라고 한다.

3.농가의 사람들은 일찍 일어난다.

4. 나도 일찍 일어난다.

5. 그녀도 나도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타입인…것같다.

이 다섯가지 요소의 결과는

내 샤워직후 알몸을 처다보는 말리아씨다.

스스로의 몸이 알몸인 채로 사람을 보게 된다니.

난 이 상황을 안다.

만화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다.

남자 주인공이 실수로 샤워를 마친 히로인을 보고, 히로인이 비명을 지르고

“꺄아아악!!”

말리아씨의 비명이 들린다.

아니 노출된 건 난데?

억울했다.

근데 이미 한국에서부터 목욕탕에서 낯선 사람에게도 알몸을 노출하는 게 익숙하던 나이기에

알몸을 보인 내가 부끄러움을 티 내지 않자, 그녀가 되려 비명을 질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내가 변태가 된 것 같다.

아니 나 그런 여자 아닌데!

이러다 직장 성희롱으로 고소당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아무튼 ‘문화적 견해 차이’라는 내 주장을 잘 들어 준 그녀의 오해는 금방 풀렸다.

나는 습관대로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왔고 말리아씨도 자신의 룸메이트가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겠지…

어쨌든 서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걸 안 이후 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나에 언니가 있는데 영어로 이야기하면 혼자서 쭈글쭈글 해지는 게 보인다.

일본인이 가진 영어에 대한 공포 심리에 위축된다.

사실 영어는 그냥 배우면 되는데… 외국인 공포증도 아닌데 이쪽 사람들은 백인 사람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공포감이 크다.

나는 이런 주제로 말리아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수긍해주었다.

그녀도 이미 회사로 가는 길에 여러 일본인들이 두려워하거나 곤혹을 치르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나보다는 한참 어린 소녀가 외국에 와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다니…

대견스러워서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이거 말 없이 이루어지는 신체 접촉이라니 외국인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인가? 해서 손을 빼려 했는데 그녀가 내 손을 붙잡아서 쓰다듬는다.

내 쓰다듬는 손길이 그리 좋은가?

나에 언니도 그렇고 말리아씨도 그렇고 내 손길을 즐기는 것 같다.

아무튼 샤워를 마친 우리 둘은 빵집으로 외출했다.

아무래도 날 돕고 싶어 하는 그녀기에 그녀가 아침거리를 사오면 좋겠다 생각한 나는 빵집을 소개시킨다.

오랜 전통의 빵집이라 맛이 있다고 자부하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근면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간다.

“안녕하세요? 새로 이웃이 될 클라크씨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오… 외국인 아가씨구만?”

“저도 외국인인데요?”

그들의 반응에 기가차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다.

이래보여도 김씨가문의 몇 십 대손의 정명정당한 한국국적의 보유자다.

“아 유나 씨는 워낙 친숙해서 말이지”

이미 몇 번 당한 장난에 이웃들은 속지 않는다.

화난척하며 되묻는 나의 장난을 간파한 그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받아쳤다.

코로나 시대라고는 생각 못할 유쾌한 아침 인사였다.

원래 아침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이렇게 유대감이 생긴다.

아무튼 서로의 안부를 전한 우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상점가 아저씨와 인사하고 나는 그녀에게 하나하나 가게들을 알려 주었다.

야채 가게, 정육점, 이발소(갈 일은 없겠지만), 과자 가게(그녀의 두 눈이 빛났다), 찻집, 약국, 식료품점, 빵집까지 천천히 관광객 가이드처럼 안내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목표했던 빵집에 도착했다.

“요­ 아저씨 좋은아­침!”

6개월 개근한 단골받아라!

빵집에서의 인사는 활기차게

원활한 이웃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기분 좋아진 이웃은 서비스로 버터나 쿠키를 하나 둘 더 주기도 하니 말이다.

언제나 성실하신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마중해주신다.

“유나야 어서 오렴, 어머 오늘은 외국인 친구가 왔구나?”

“이번에 이사오게 된 클라크예요.”

“안녕하세요 클라크입니다.”

“어 나이스 투 밑 유.”

아저씨의 어설픈 영어에 담긴 친절을 알아챈 말리아씨가 싱긋 웃는다.

아저씨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런 오늘도 혼나겠군.

그렇게 소란스럽게 인사를 나눈 다음 오늘의 빵을 구매한다.

말리아씨가 이것저것 빵을 고르게 한 다음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말했다.

“유나 씨는 대단해요. 어떻게 외국인인데 일본 사람들과 이렇게 친하게 지낼 수 있다니.”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네?”

“… 설마 제가 처음부터 이웃분들과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해요?”

“어… 아닌가요?”

“아, 아무래도 여기서 견해의 차이가 좀 있네요.”

외국인 선배로서 그녀에게 몇 가지 가르침을 줘야겠다.

일단

일본사람들은 음습하다.

이 음습함은 자기 의견을 직접 표출하는 것을 꺼리는 것에서 온다.

영국사람의 블랙조크를 떠올리라고 비유하고, 말과 행동이 다름을 설명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 사람이 진심으로 칭찬하는지, 가짜로 칭찬하는지 구분이 안간다.

“아 이게 그…”

“네, 혼네와 타테마에라고 하는 그거죠.”

본심과 그것이 표출되는 게 다르다.

일본 문화에 속한 맥락을 읽는 것에 대해서 가볍게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유나 씨는 어떻게…?”

내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음습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거야 저 같은 미녀가 매일 아침 웃으면서 자신들이 일을 준비하는 시간에 인사를 하며 지나가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활기찬 기운은, 긍정적인 에너지는 배가가 되니까요.”

농담이죠? 하는 시선에 어깨를 으쓱였다.

외모는 인간에게 호감을 주는 확실한 수단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생긴 사람도 30일 하루 매일 꼬박꼬박 인사하면 얼굴을 익히게 된다.

가볍게 근황을 묻기라도 하면 금상첨화

이런 식으로 지역 커뮤니티에 녹아들려는 노력하면 인정을 받는다.

인간관계도 결국 투자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전해지면 높은 확률로 보상받는다.

“100%가 아니군요?”

“인간 사회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아…”

“그래도 저같이 예쁘고 활동적인 사람과 친해지지 않으면 손해 아닐까요?”

“푸훕­”

반은 진담 반은 농담이다.

“여기 사람들은 내 편, 네 편에 민감해요. 하지만 이방인인 우리는 친절을 가장하고, 그들의 일상을 칭찬하는 것 만으로도 호감을 살 수 있어요.

자기 외모가 주는 압박감에 두려워하는 일본인들에게, 나는 와사비를 넣은 초밥을 좋아하고 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하고 불꽃 축제에 가보는 게 소원이다. 라고 말해보세요.”

나는 일본 특유의­특히 서양 외국인들이 일본 문화를 칭찬하면 좋아하는­풍토를 설명했다.

사실 그들을 좀 비판적인 시선이지만 확실하게 이해하는 건 [국화와 칼]을 읽는 게 답이지만…

그런 학술적인 이해 보다 일본어를 좀 더 공부하는 게 더욱 확실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저도 언젠가 유나 씨처럼.”

“말리아씨. 굳이 저처럼 살 필요는 없어요.”

들뜬 그녀의 음성을 자르고 확실하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굳이 저를 따라 하실 필요는 없어요.

사람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넓히는 게 싫다면 그냥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돼요.”

“아…”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다만 인간관계에서는 오답이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돼요.”

인간관계의 오답

그것은 무례함과 건방진 태도로 적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내가 첨언해주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말리아씨가 반격한다.

“음… 만난 지 이틀 된 사이에 알몸을 보여주는 건 오답이 아닌가요?”

“글쎄요?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은 이불 덮고 잔 사이인데?”

서양 특유의 섹드립?

나에게는 어림도 없지.

아침 햇볕을 받아 그런지 아니면 자신의 섹드립이 실패해서 그런지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먼저 달려 나갔다.

치사하네, 난 빵들고 있는데

아무튼, 나는 그녀가 일본에 얼른 적응했으면 하는바램에

아침마다둘이서 빵집으로 향하는건 거의 일과가 되었다.

나는 아침에쌀밥을 선호하는데… 나에언니나 밀리아씨가 빵을 먹는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이 그녀들에게 맞춰주었다.

힘없는 매니저 처지가 가끔 서럽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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