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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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고기가 적절히 들어가고 유나가 ‘부르 맛’ 이라고 표현한 특이한 향이 제대로 들어가서 중화 요리집 볶음밥처럼 강렬하기 그지없는 냄새에 올려진 황금빛 럭비 공
식칼로 그 공을 가르자 녹인 치즈와 계란이 파도처럼 타고내려와 볶음밥을 감싼다.
그야말로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오므라이스
정말이지 너무나도 유능한 사람이 아닌가?
자기 접시에는 실패한 오믈렛을 올리고 냠냠 먹는 유나를 보면서 미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버튜얼 유튜버 아바타를 쓴 그녀보다 더 아름다운 외모
몸의 라인 또한 최근에 3D모델을 받은 자기 가상 공간의 몸보다 더 아름답다.
현재의 자신 담당 매니저도 유능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룬 비지니스 파트너지만, 그래도 유나라는 사람을 알면 알게 될 수록 소유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 그래서 다른 GB 1기생들의 면접이 시작되었다구요?”
“응, 엄밀히 말해서 동아시아 쪽은 자사를 따로 내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정말 세계를 노리고 한 것은 처음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 괴물 신인이 왔다구요?”
괴물 신인
청아하면서도 활기차면서도 귀에 박히는 듯한 딕션을 가져서 귀여운 목소리, 멋진 목소리, 연기하는 목소리 톤을 이리저리로 유지하며 연기력도 갖추고 패기가 넘치는 신인
그러면서도 메이저 장르는 물론 마이너 장르까지 오타쿠처럼 섭렵한, 그야말로 이 사람의 인생은 버튜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불리는 괴물 신인이 면접을 보러 다닌다는 건 이미 유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선라이즈 프로덕션, 유메이 그룹, 미타스 사무소
미친 듯이 성장하는 버튜버 사무소 세 곳을 프리패스로 합격한 대단한 인재다.
사실 자본 자체는 유메이 그룹이 좀 더 크긴 하고, 중국에도 진출에 성공해서 돈을 쓸어담고 있는 건 유메이 그룹이 확실하긴 한데…
1기생들의 전원 아이돌 프로젝트 성공, 황금의 2기생들의 전원 모델링 데뷔 이후 한 라이브 파티의 대성공으로 날아오르고 있는 선라이즈 프로덕션 또한 끌리지 않기는 해도 그래도 현시점에서는 아직 성장중인 미타스면 모를까, 대형 투자자들을 끼고 있는 유메이에게는 밀린다고 보는데…
“그… 제가, 그러니까 클레가 버튜버 입문 계기라고 하네요.”
“오…”
과연 덕업일치는 어쩔 수 없지
유나는 그 말에 납득했다.
“덕분에 글로벌 프로젝트는 좀 더 빨라지게 되고, 우리 말리아 씨도 좀 더 일찍 데뷔하게 될 거예요.”
“진짜야? 축하해 말리아짱!”
말리아 옆에 있던 나에가 말리아를 껴안았다.
나에가 소극적이고 오프라인에서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미우는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봤다.
아니 나에 언니가 저런 적극적인 표현을?
유나 또한 놀랐는지 나에가 살짝 울먹이는 말리아의 등을 두들겨 주는걸 보고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고마워요…고마워요…!”
“응, 정말 노력 많이 했고 고생했으니까… 이제부터인 거야!”
한 달 반 남짓의 동거 생활동안 친해진 그녀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걸 보니 두 사람의 마음이 훈훈해진다.
말리아가 영국계 호주인이 으레 가지는 다정한 갈색 눈에 맺힌 자기 눈물을 닦아내는걸 본 유나가 물었다.
“근데 그걸 왜 내가 회사 통보를 통해서 받는 게 아닌 미우를 통해 듣게 돼?”
“하하, 그게 말이죠…”
“설마 나 또 불려가서 새로운 신인 면접을 보고 통역 노예하면서 일본 생활 정착을 돕게 하는 마법의 도라에몽 비스무리한 존재로 노동 당하는 거 아니지?”
“어, 아뇨? 우리 회사가 프리한 풍토를 가진 건 맞지만 그렇게 음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아요.”
애써 한 때 자기 매니저였던 코이즈미씨가 늘어난 셔츠차림으로 배를 긁으며 자신에게 제안서를 내밀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미우가 대답했다.
“오늘 통과한 신인은 언어 쪽으로는 문제가 전혀 없는데 아무래도 새로 통과한 글로벌 담당 매니저가 클라크씨를 빨리 좀 보고 싶다고 해서요.”
“말리아는 버튜버 동기라서 그런 건데 나는 왜 나가야 해?”
“그 코이즈미씨가 언니를 겸사겸사 글로벌 담당쪽으로…돌린다는데요? 그래서 업무 지침에 관련해서 매니저 교육도 잠시 한다고 불렀어요.”
“설마 오늘 나가는 건 아니겠지?”
“아, 모레 본사 레크레이션 룸에서 진행한다고 해요. 그리고 사측에서는 말리아씨를 그 신입분과 같은 건물에 입주시키고 싶나 봐요. 유대감을 위해서 말이지요.”
“아… 하긴 타국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느끼는 향수병이나 고독감을 외국인들에 붙여 줘서 해결하게 하는 게 있지…”
학교의 외국인 기숙사를 떠올리며 유나는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사람 많은 일본인 기숙사에 들어가 신나게 놀았지만, 세상 모두가 자신 같지 않음을 잘 안다.
“그러면 그 괴물 신인도 거기에 사는 거야?”
“아, 그건 아니구요. 그 괴물 신인이나 다른 면접생들은 다 화상 통화로 진행돼요.
언니 몰랐어요? 요즘 저희 후배 기수들 다 영상면접으로 뽑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괴물 신인 아닌 신인은?”
“아 그 사람은 원래 여기에 워홀 왔다가 붙게 된 케이스라…”
버튜버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국한 말리아와는 꽤 다른 케이스다.
유나는 턱을 괴면서 생각했다.
귀향길이 끊긴 타국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 둘을 붙여서 달래는 거라…
일반 직장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조치법이지만, 한국의 아이돌 그룹 합숙 시스템을 아는 유나로는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녀들은 놀기 위해서 입사한 게 아니라, 아이돌이 되기 위해 입사한 거니까.
“그래도 다행이네요. 아까 클라크씨하고 대화 해봤는데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구요. 유나 언니 외국어 강사해도 되…아니다, 그냥 저랑 같이 살래요? 저도 돈 잘버는데.”
“요 꼬맹이가 못하는 말이 없네.”
유나는 건방지게 말하는 미우의 무방비한 이마에 딱밤을 놨다.
“아무튼 말리아씨의 이사라… 근데 딱히 옷가지 말고는 들고 갈게 많이 없네.”
7주간의 생활은, 그것도 잘 갖추어진 저택에서의 7주간의 생활은본격적으로 본인의 물품을 많이 구비하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이다.
특히 이 집은 유나가 이것저것 사둔 게 많으므로 딱히 필요가 없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말리아를 보며, 유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었다.
“… 좋아요 그렇다는 거죠? 알았어요.”
유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말리아는 빠르게 납득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유나 씨, 나에씨.”
이제는 허리 숙여서 정중하게 인사하는 게 익숙해진 말리아였다.
역시 고된 경험을 좀 해서 그런가, 내심 언니에게 가졌음을 하는 독립심을 가진 말리아를 보고 유나는 말했다.
“말리아씨가 일본에 적응 빨리하신 거 같아 다행이에요.”
유나의 외국인용 실전 일본 적응 교육을 빨리 받아들인 말리아는 정서적으로 일본 사회에 녹아드는데 꽤 성공했다.
직설적인 표현이 줄고, 맥락을 읽는 법을 알게 되었으며, 공기를 읽는다같은 특유의 표현도 나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다 유나 씨의 도움 덕분이죠.”
이제 떠나는 거야?하면서 자신을 껴안고 있는 나에를 쓰다듬으며 말리아는 그렇게 말했다.
목표를 가진 자의 확고한 눈, 그 두 눈을 보면서 유나는 안심했다.
이제 저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또 걸어 가겠구나.
회사 관계자의 힘을 빌려서 유튜브 계정 만들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구독 눌러야지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래서 미우가 여기에 온 이유가 뭐야?”
지나가다가 놀러 왔어요라고 하기에는 방송용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오늘은 콜라보의 날이 아닌데?
“깜짝 콜라보를 하려구요.”
“그걸…굳이?”
“이제 버튜버가 되고 서로가 방송을 할 건데, 이쪽 진행이 어떤지 우리 신입에게 알려 줘야죠.”
현실의 이름 사케이 미우
유튜브의 이름 아사다 클래스타인
선라이즈 소속의 4기생이자, 가장 먼저 50만의 벽을 뚫고 80만의 구독자를 가진 그녀가 말했다.
“합방 중인 캐릭터성 이해와 그것을 활용하는 테크닉, 합동 방송 중에 시청자 몰래 의사전달 하는 법, 합동 방송 중 효율적으로 분위기를 읽는 법, 캐릭터성의 케미를 특정상황에 터트리는 빌드업을 하는 법…다 알려줄게요.”
대게 이런 기술들은 자신만의 방송 테크닉이다.
물론 회사에서는 타 방면의 전문가들이나, 성공을 한 버튜버들을 통해서 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활동중인 버튜버 숫자만 1만 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8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버튜버의 상위권에 속한 사람의 기술은 그야말로 천금을 주더라도 구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미우는 짧은 기간이지만 유나의 손을 거친 버튜버가 성적이 저조해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설령 자기 기술을 배운 후배가 자신보다 성공하여 앞서나가게 되더라도, 크게 뒤떨어 지는 건 싫었다.
그 박력을 읽었을까?
50만의 유튜버 나에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깜짝 합동 방송, 우리라면 파워가 있지.”
“성녀 공주 합동 방송의 힘, 제대로 보여주자구요.”
지금과는 달리, 합동 방송은 동기생 중 성녀만이 유일하다시피 진행했던 유리아의 방송
그 오랜만의 결합에, 팬심을 가진 유나의 심장도 뛰었다.
“이틀 동안, 제대로 봐두세요 후배님.”
살짝 치켜든 고개로 오만하게 주시하는 일명 ‘압력 넣는 성녀’모드에 들어간 미우의 말에는 방송에서 하는것처럼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이건 회사 교육 자료로도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기회라는걸 알기에 말리아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의 흔적이 사라진 식탁 위, 무더운 여름날의 에어컨의 찬 바람을 맞으면서 두 명의 방송인이 고민하고 있었다.
“소재는?”
“일단 주간 인기랭킹 소재 중에서 할 만한 건 에이펙스와 오버워치.”
“기각, 이미 그쪽으로는 아그니, 미사토, 레지오, 체리선배가 꽉 잡는 중. 특히 아그니 선배 합방에서는 수요층이 거기로 다 가.”
“그러면 이거 봤어? 미아 선배의 신품 리뷰 콘텐츠인데…”
“어디 보자…”
방송에는 테마가 있어야 한다.
라이브를 키기 전, 소재는 신중하게 정한다.
트랜드를 읽고, 타인과 겹칠만한 소재는 되도록 피한다.
특히 고유 시청자층을 파악하고, 자기 구독자가 원할 만한 니즈와 방송 시장에 공급된 공급량을 빠르게 파악한다.
그것이 미우가 가진 방송 철학이다.
유나 또한 거기에서 그녀들의 회의를 지켜봤다.
눈에 띄는 건 미우가 가져온 자료들이다.
유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와 달리 그녀가 가져온 자료들을 접하면서 이것저것 배울 수 있었다.
‘굉장해, 미우 쪽은 타 플랫폼도 챙기는구나.’
그녀의 자료에는 유튜브 뿐만 아니라 트위치, 니코플랫폼처럼 버튜버가 활동할 만한 플랫폼까지 챙긴다.
그뿐만 아니라…
‘분석이 회사것보다 더 디테일하다.’
자기 방송을 분석하고 ‘귀여움 력’ ‘모에 력’ ‘성녀 력’ 등 그녀만이 알 수 있는 표현으로 한 달간 분석한 자료가 눈에 띈다.
그 철저한 자기객관화에 놀랬다.
“마인 크래프트는?”
“캐릭터 콘셉을 살릴 대비성이 부족해, 오프 합방이면 기대치가 더 높아져.”
“신작 게임 토크쇼.”
“흐으음…”
합동 방송이기 때문에 대화하면서 서로의 개성을 좀 더 보일만 한 차이를 만들어 보려 한다.
물론 자연스럽게 토크쇼가 진행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명장면도 있겠지만…
‘아직 나에 언니의 커뮤니티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미우는 그런 스타일이 나에에게 무리인 것을 알기에 기각한다.
사실 이전이라면 나에의 토크가 많아지는 성녀 공주 합동방송은 당시만해도 살짝 신비로운 이미지의 유리아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해주고, 유리아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말이 많아지는 유리아에 대해서 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볍게 해도 됬지만, 어느새 몸집이 커진 유리아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많이 소모됐다.’
그 사실에 미우는 살짝 골치가 아파졌다.
사실 예전처럼 해도 됬지만… 후배 앞에서 잘난 척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성녀 공주 합동 방송의 퀄러티가 내려가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시선을 돌리던 미우의 눈에 들어온 건 자기 휴대폰 알림이었다.
그 알림을 보고 미우는 제안을 했고, 나에는 수락했고 유나 또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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