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34화 (34/307)

〈 34화 〉 33화.

* * *

코로나로 인해서 업계 전반적인 생산량이 줄어들고

기존의 작업이 재택근무로 대체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시간이 많아진 사람들 중에서 버튜버에 빠진 사람이 종종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알아주는 영화 필름 제작 회사에 근무하는 리암 스콧은 어제의 유리아의 방송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한 번 방송을 볼 때 트리플 모니터에 다섯 명의 방송을 보는

그는 어제의 유리아의 플레이에 충격받은 나머지 다른 이들의 방송을 끄고 유리아의 방송에만 집중했다.

저번 클레의 2인 합동 방송 이후로부터 뭔가 달라진 것 같은 유리아였다.

이전에는 청순함과 분노를 오가던 방식의 단일 패턴만을 유지하던 방송 스타일이 조금 변했다.

이전에는 유리아가 힘들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그것을 참다 참다가 터트리는 식으로

천사 모드 유리아’ ‘분노하는 유리아’의 모습만 오가는 식으로만 그녀의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주 말해주고, 목소리 또한 건강이 회복되어서 그런지 더욱 밝아졌다.

무엇보다도 이전보다는 확연히 올라간 감정 교류 덕분에

시청자들은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유리아를 이해하기 좀 더 쉬워졌기 때문에 더욱 보는 재미가 늘어났다.

특히 콘텐츠들이 더 늘어난 게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뭐였지?”

이제는 혼자 사는 저택에 그리 중얼거린다.

광기와 공포

평소 유리아가 그리도 외치던 카리스마… 그 이상을 어제 게임을 통해서 보여줬다.

얼핏 보면 저번의 ‘집착하는 유리아’ 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유리아의 모습이었다.

“도대체…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게임을 잘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이타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유리아였다.

실제로도 어제 방송에서도 생존자로 플레이 할 때에는

살인자의 신경을 건드려서 붙잡힌 다른 동료들을 구하다가 당해서 자신이 매달리는 일도 있었고

막바지에 잡힌 아카리를 구출하려다가 둘 다 시간제한에 걸려서 처형될 정도로

그녀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착한 플레이어였다.

그런 유리아가 술래역의 살인자를 하면서 그렇게 완벽하게 사람들을 압박하다니?

그 귀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사람을 때릴 때마다 헤헤 웃거나 히히거리면서

‘재밌어! 재밌어! 정말 재밌어!’하는 것은 솔직히 귀여우면서도 무서웠다.

그리고 가끔씩 나오는 분노에 찬 괴성이 방심하던 마음에 경종을 울린다.

이전의 '분노하는 유리아'는 이성을 놓은 듯 키보드를 내려치면서10초 이상 분노를 토했지만

어제는 짧은 한숨과 떨리는 음성이 그 행동들을 대체했다.

그 절제되는 듯한 광기가 너무 소름 돋았고, 그것을 보여준 '그' 유리아라니?

자신이 좋아하는 버튜버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저렇게 노력을 하다니, 늘 발전하려는 유리아의 모습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그는 어제 본 유리아의 살인마 방송을 떠올렸다.

살인마를 플레이하게 된 그녀는 다섯 명이 있던 보이스 채팅방에 나왔다.

그리고 방금까지 웃으면서 높은 텐션으로 떠들었다는 게 거짓인 마냥 침착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얘들아? 나는 마계의 공주고, 오늘은 사람들을 좀 죽여볼까 해.”

목소리는 낮고 텐션은 가라앉았는데 어조가 평화롭다.

마치 오늘은 비가 내리니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듯한 말을 자연스럽게 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괜찮았지? 메이드가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어.

응응, 예전보다 게임을 재밌게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그제야 팬들은 현재 선라이즈 프로덕션의 최고를 다투는 게이머가 그녀의 곁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과연 그래서 오늘의 플레이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구나.

“메이드가 알려준 조언들, 이번 판에서 잘 써보려고 해…”

그녀가 고른 캐릭터는 덫 사냥꾼이었다.

이동기가 없는 소위 뚜벅이지만,

덫으로 심리전을 걸어서 성공하게 되면 부족한 기동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살인마다.

“메이드는 말했어, 유리아는 피지컬이 좋지 않아서...

승산을 높이려면 피지컬보다 운과 심리전을 걸 수 있는걸 하라고 말이야.”

로딩이 완료되고 전장에 안개가 깔린다.

발전기 주위를 돌아다니던 그녀는 운 좋게 발전기를 고치던 아그니의 캐릭터를 발견했다.

“아, 아그니 선배 발견해버렸다.”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유리아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다가가지 않았다.

접근하는 대신에 덫을 깔고 반대편으로 등장해서 도주를 유도했다.

생존자는 살인마가 주위에 있으면 심장 소리가 울리기 시작해서 존재를 자각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가급적이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사냥 준비를 마친 유리아는 아그니에게 다가갔다.

발전기를 고치던 아그니는 살인마가 다가와서 들리는 심장 소리에 수리를 멈추고 도망갔다.

아그니는 나름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기에 평소라면 수풀 속의 덫을 생각했지만...

유리아의 게임 실력은 못하기로 악명 높았기에 방심을 했고, 덫에 걸렸다.

“아, 선배님, 저에게 걸리셨네요?”

덫에 걸려서 발이 묶여 무방비 된 아그니의 캐릭터를 살인마가 들어 올린다.

“아아 선배님 사랑스러운 선배님.”

폭력이 주는 희열에 들떠오는 듯,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유리아가 말했다.

방송을 보던 리암 스콧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유리아의 고혹적인 목소리에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 장난삼아서 낸 적 있는 ‘섹시 보이스’는 어린아이가 어설프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게 귀여웠지만…

이 목소리는 무언가 근본부터 달랐다.

제단의 갈고리에 아그니의 캐릭터를 갈고리에 걸었다.

어깨를 갈고리에 관통당한 그녀의 캐릭터가 울부짖었다.

“오, 오, 오오, 미안해요. 미안해요. 선배님…하지만 정말로 사랑스러워요.”

마치 놀란 아기를 달래는 듯한 자상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리아

방송을 보던 그와 시청자들은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고 느꼈다.

그 후로 유리아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왼쪽으로 두 바퀴, 귀여운 아카리 선배는 이제 한 바퀴 더 돌 거야. 히히히 나는 그럼 오른쪽으로 돌아서 잡아야겠지!”

심장 소리에 쫓겨서 반시계방향으로 돌던 아카리의 캐릭터가

코너를 도는 순간에 맞은 편에서 나타난 유리아의 캐릭터에게 공격을 당해 쓰러진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카리 선배님 미안해요.가만히 있어!”

조용히 미안하다고 속삭이다가, 자꾸만 발버둥 치는 그녀의 캐릭터에게 위압적으로 소리쳤다.

마치 그 말을 들었던 건지, 아카리의 캐릭터는 저항을 포기하고 갈고리에 걸린다.

“제 작고 귀여운 다비 선배님, 언제나 절 안고 싶다고 했죠. 제가 따스한 포옹을 해드릴게요.”

유리아는 아카리를 구하려고 온 다비의 캐릭터를 덫으로 무력화 시킨 후 갈고리에 걸었다.

잠시 떨어진 갈고리에 다비를 거는 동안, 운 좋게 갈고리에서 스스로 탈출한 아카리가 탈출 경로의 트랩에 걸렸다.

유리아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다가갔다.

마치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말이다.

“나의 작은 고양이아카리이이이이이 선배에에에! 제가 왔어요.”

하지만

“아, 썩을 손전등…아 쥐새끼 같은 클레!”

생존자들의 유일한 생존 무기인 손전등이 유리아를 비춘다.

일시적인 실명에 들고 있던 아카리의 캐릭터가 풀려나고, 두 사람이 시야에 사라졌다.

“오 재밌어 클레, 정말 독창적인 한 수였어! 클레, 넌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차갑게 가라앉은 마이크로 그렇게 말한다.

얼마나 소름 돋게 진솔한 연기인지 듣고 있자니 진짜로 분노했다는걸 일본어를 모르는 이들도 알 수 있을 만큼 감정이 느껴진다.

“그래 난 이제 널 원해 클레…”

평소라면 성녀 공주를 지지하는 팬들이 열렬한 채팅을 보내겠지만…

오늘은 무언가가 달랐다.

“나에게 와줘… 나에게 다가와 줘…”

살인마가 클레를 쫓는다.

이미 상처를 입어 느려지는 클레와 점점 거리가 줄어든다.

유리아의 덫을 피한 그녀는 판자를 이용해 스턴을 시도한다.

“이리 오라니까!”

마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폭력적인 포효를 하면서도

캐릭터는 교묘하게 멈춰서 클레의 판자 공격을 회피했다.

그렇게 저항 수단을 잃은 클레에게 접근을 한 다음 침착하게 피가 묻은 칼을 휘둘렀다.

비명을 지르며 클레의 캐릭터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 클레, 클레 나의 귀여운 클레! 이제 내 것이 되었구나!”

목소리의 높낮이가 어절마다 바뀌고, 말이 빨라졌다가 느려진다.

그야말로 광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이율배반적이게도 귀여운 목소리에 느껴지는 그 광기와 웃음소리는 소름 돋게도 유리아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 게임은 덫을 이용한 심리전을 잘 성공시킨 유리아의 플레이와

모두를 구하려는 다비의 무리한 게임 설계, 아카리의실수가 치명적으로 작동해서 결국 전원이 사냥당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 보다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텐션으로 클레에게 집착하며

조용한 웃음과 분노가 가득 찬 함성을 지르다가도

사랑과 애교가 가득 담긴 깨끗한 목소리로 클레에게 혼잣말을 하는 ‘집착 유리아’가 머리 깊게 새겨졌다.

평소 유리아의 키리누키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어 문화권의 유리아의 팬들을 많이 보유한 리암 스콧은

처음으로 취미생활에 인생의 역작을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어젯밤에 무리를 해서 오한이 들었다고 휴가 메일을 보낸 그는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열정 이상을 부어서 두 편의 영상을 작업을 해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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