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37화.
* * *
[자 일단 첫 코너 우리 버튜버 여러분들이 방송 중에 먹고 싶은 요리를 본인이 직접 할 수 있게 메이드 씨가 도와주세요!]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MC처럼 마이크를 잡은 코이즈미 언니가 말했다.
아마 방송에서는 그녀의 집사 캐릭터 스탠드 이미지가 말을 하고 있으리라
뭐 나도 메이드 스탠드 이미지로 말을 하고 있어서 별 불만은 없는데…
“저는 고기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요~!”
과연 저 가슴의 유지 비결은 고기인가
사람의 몸은 성숙한데 동작 하나하나가 순수한 아이 같은데 그게 거슬리지 않는다.
저게 바로 타고난 귀여움인가?
과연 100만버튜버 다운 매력이다.
그에 비해서 유리아는 소심하게 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나, 나는 메이드가 늘 해주던 그, ‘그거’ 먹고 싶어.”
아…
그거 사드세요. 제발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누구의 말이라고 거역할까,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면 두 분… 요리 경험은 어디까지인가요?”
“나는 해본 적 없어.”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 우리 마계 공주님
“마,마녀의 상식으로는 마녀들이 먹는 요리는 인간의 기준으로“
우리 마녀님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구나
도시락이 발달해서 그런지 의외로 요리를 안 해본 젊은 사람들이 많다.
나같이 달고 짠 거 잘 못 먹고 매운맛에 진심인 한국인 애들이나 해외까지 와서도 아득바득 조리하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자취하는 애들이라도 요리는 잘 안한다.
“그, 그래도 계란 후라이나 라면 정도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마녀는 살짝 변명하는 어조로 말했다.
라멘도 아니고 라면이란다.
그건 한국 초등학생들도 끓일 수 있다.
게다가 계란 후라이라니, 그거 전자레인지로도 한다.
“으음, 일단 심플하게 가볼게요.”
일단 마녀가 원하는 요리는 샌드위치, 유리아가 원하는 건…
“음, 닭가슴살 소세지라…”
닭가슴살을 조각내서 간 다음, 약간의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휴지시킨 후 종이 호일에 싸서 찐 요리.
단백질이 많아서 운동량이 많아지는 나에 언니에게 방송 도중 줄 간식으로 참으로 적절한 건데… 만들기가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여기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샌드위치 요리는…”
나는 시청자 모두가 볼 수 있게 즉석에서 머릿속에서 떠오른 샌드위치 레시피를 메모장에 써주었다.
치아바타를 베이스로 해서, 양념에 절인 고기를 구워서 야채를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 그리고 나에 언니는… 칼로 소세지에 들어갈 당근을 자르고 했다가 그 이상한 칼 쥐는 법을 보고 황급히 달려가서 손을 잡았다.
나는 차근차근히 지도했다.
“그러니깐 칼을 이렇게요.”
“이렇게?”
내 일본어가 미숙한 탓인지, 그녀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악수하듯이 부드럽게 쥐시고…”
칼 잡는 방법을 알려 준 후, 써는 법을 알려주는데…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도통 썰지를 못했다.
“메이드, 잘 안 썰려…”
“제가같이 해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나는 유리아의 뒤에 서서 그녀의 손을 잡아서 조심스럽게 당근을 썰었다.
“힘은 여기, 이 손가락으로만 주세요. 부드럽고 천천히, 왼손은 펴지지 않도록 조심히 해주세요. 아가씨의 손은 소중하니까요.”
“…네!”
어째서 존댓말이 나온 지 모르겠지만 이후 그녀가 만족스럽게 자르는 것을 보고 만족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뭐 그래도 안 다치고 무사히 요령을 파악한 것 같다.
“저기 메이드씨~ 저도 좀 도와줘요~”
“네에~”
마녀를 도우러 온 나는 난감함을 느꼈다.
나와 키가 비슷한 그녀는 커다란 가슴으로는 밑쪽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책상과 몸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어, 닿질 않네요.”
“어머나~ 우리 메이드 씨 가슴도 꽤 큰데요?”
내가 그녀의 뒤에서 유리아에게 했던 것처럼 칼을 쥐는 요령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대뜸 성희롱했다.
아 이사람 일부러 자극적인 말 하고 있어...
“마녀님보다 작은데요?”
“후후, 그럼 메이드씨가 시범을 보여주고, 전 메이드씨가 칼 쓰는거 느껴볼게요.”
“네?”
그렇게 말한 마녀는 내 등 뒤로 서곤,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마치 다정한 연인의 요리하는 칼질을 느끼려는 것처럼, 그녀는 칼을 쥔 내 손 위에 손을 얹었다.
과연, 이렇게 인가?
이런 방식이라면 내가 어느 손가락으로 힘을 주고 어떻게 자르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등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꽤 무겁다.
“잘 부탁해요.”
그러곤 그녀 특유의 ASMR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인다.
그 깜짝 놀란 기습에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그,그럼 제가 어느 손가락으로 힘을 주는지 느껴주세요.”
“어머나, 앙큼해.”
…
이 사람 나 놀리는 거 맞지?
그녀의 끈덕진 장난은 유리아가 믹서기가 아닌 칼로 야채를 다져버린 후 다음은 뭘 하면 돼? 하면서 발을 구르며 다가올 때까지 지속했다.
“다음은, 뭐야?”
나는 식칼을 들고 그렇게 말하는 유리아의 모습이
유튜브에서 본 살인마 유리아처럼 보였다.
“어머.”
“마녀님, 숨 막힙니다만?”
“미안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마녀는 나를 더욱 껴안았다.
솔직히 말해서 숨 막혔다.
두 가지 의미로 말이다.
[오, 이게 마녀 씨의 요리군요]
꽤 많은 방송에 MC 경험을 한 코이즈미 언니는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했다.
“네, 아무래도 마녀의 느낌으로는 방송을 하게 되면 도중에 배가 고파서...”
[하하 선라이즈의 여러분들은 방송 중에 배고파서 간식을 먹는 분들도 꽤 되니까요. 마녀님은 예전에 먹는 방송을 들려주는 ASMR을 하신 적이 있지 않으셨던가요?]
“그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경고를 받아서 더 이상 못 올려요.”
그녀는 정말로 평범하게 먹었다고 하는데
가슴이 캐릭터의 1/3을 차지하면서, 청순한 눈매에 외설적인 몸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무언가를 씹거나 마시고 삼키는 소리가 몹시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유튜브 운영은 식사 ASMR 방송의 수익 창출을 막아버렸다.
한때 화제에 올랐던 사건이다.
[아 맞다...그랬었죠.]
“그래서 되도록 평범하게 먹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물우물하면서 먹는 것 정도는 OK였어요”
[오호라, 그래서 이 샌드위치는요?]
“음... 마녀들은 면 요리를 좋아해서 저도 방송 중에선 라면이나 우동을 먹는데 ‘그러다간 건강이 망가진다구요!’라고 사역마에게 혼난 적이 있어서요...”
[하하, 마녀님의 매니저분은 꽤 엄격하신 편이셨죠, 자 여기서 레시피를 준 메이드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왜 샌드위치인지!]
“일단 먹기 편하고, 포만감이 있으면서, 고기는 신맛 나는 양념으로 조리된 걸 구웠기에 느끼하지 않고, 염분 있는 고기들은 야채 짠맛을 잡고 맛은 머스타드 소스로 더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집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요리로 했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과 같은 것을 먹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니까요”
[오호라, 역시 주인님과 리스너분들을 생각하는 메이드씨 특유의 섬세한 마음가짐! 역시 소문의 마왕성 메이드는 대단하군요!]
“어머 메이드씨, 저를 위해서 그런 생각을... 메이드씨도 발푸르기스의 밤에...”
[앗, 메이드의 영입 제안은 선라이즈에서 금지에요 금지!]
“어머나 아쉬워라...”
마녀는 째려보고 있는 유리아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자 그러면~ 이어서는 유리아씨의 요리! 이건... 뭔가요?]
유리아는 완성된 닭가슴살 소세지를 내려두면서 말했다.
내가 그녀를 위해 개발한 메뉴다.
닭가슴살은 잘 조리해도 계속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그것을 다져서 소세지로 만든 다음 조리를 해주면 그나마 먹을만 하다.
심각하게 부족한 그녀의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열심히 보고 만들었다.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무려! 같이 운동을! 하는 메이드가 유리아를 위해! 직접 개발해준! 닭가슴살 소세지야!”
[오, 편의점에서 파는 그런 건가요?]
“흥,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무려 메이드가 날 위해서 열심히 만들어 준 메뉴야. 그리고 그 차이는 음... 어... 일단 맛이있고...사,사랑이 들어가고...”
내가 끼어들었다.
“여러분 아십니까? 운동 후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부터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적정량의 단백질을 섭취해주면...”
“... 그래서 닭가슴살을 먹게 됩니다. 다만 이 닭가슴살은...”
“... 편의점에서 파는 것은 염분이 높고, 기름 제거가 덜 되어서 지방이...”
[그, 그 메이드 씨 충분히 알겠습니다.]
“보라구, 이렇게 유리아를 위해서 충성스럽게 일하는 메이드를 말이야.”
[우와 굉장히 우쭐하시고 계시는군요]
“그리고 이거 말고도 밤에 출출하다고 방송 중에 말하면 메이드가 이것저것 해준단 말이야.”
[그야말로 완벽한 시중이네요.]
“유리아의 자랑거리지!”
[네에, 영양과 맛을 모두 챙긴 그런 음식이었죠. 자 다음은~]
마치 경합의 우승자를 발표하는 MC처럼 한 호흡 끊은 코이즈미는
[사랑이 담긴 마족 소녀들이 만드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
폭탄을 던졌다.
무심코 본 화면에 비친 두 버튜버의 커다란 동공에 강도8의 대지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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