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39화 (39/307)

〈 39화 〉 38화.

* * *

100만버튜버이자 선라이즈의 황금기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되는 마녀 무라사키 미야를 연기하는 치에리는 재미있는 걸 보는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그 까다롭기로 소문난 쿠로가와 나에가 새 매니저를 수락했을 때에는, 새로 취업한 사람이 이쪽 업계 사람치고는 커뮤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을 종합해보니, 능력이 있는 매니저가 붙었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본 소감은, 이 사람은 왜 이런 곳에서 일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유튜버를 육성하는 대형 인터넷 플랫폼에 특급 조건으로 들어가서, 패션 리뷰를 한다거나 그쪽 사람들과 재밌게 노는 것만 찍어도 유명 연예인이 될 만한 자질이 보이는 여자다.

혐한(?韓)의 기류가 꺾인 시점 데뷔를 해도 이상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그리고 방송 촬영을 하면서 그녀는 쿠로가와 나에가 바뀐 이유를 알았다.

역시 사랑은 위대한 감정인 모양이다.

살짝 장난을 쳤는데,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예전에 잠시 인사를 했을 때는 대선배인 자신의 눈도 못 마주쳐서 얼을 타던 소녀가

아무리 방송용이라지만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다니

자신을 장난기가 많은 편이라 생각하는 치에리는 쿠로가와 나에의 변화가 기꺼웠다.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사랑을 깨달으면서 바뀌다니...

후배의 성장이 너무나도 소녀 만화의 그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그래도 질투를 저렇게 내보이다니... 아직 좀 어리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메뉴를 만드는데 유나 씨를 저렇게 대놓고 훔쳐보다니, 너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거 같은데...’

쿠로가와 나에의 정열적인 시선을 받는 유나는...

나에를 바라보기는커녕 식자재들을 열심히 바라보면서 방송 각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매료하는 매력이 서큐버스보다 더 한 괴물 인싸는 소년 만화 남주인공이 으레 가지는 둔감 속성을 제대로 가진 것 같다.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신은 넘어가지 않았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당당한 매력과 그것을 조절하는 겸손함.

친절하면서도 말하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다양한 반응과 외향적이면서도 소심한 사람을 배려하는 상냥함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여성은 아무도 없다.

유나에게 매료된 쿠로가와 나에나, 앞으로 매료될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마 수 많은 ‘친구’라고 생각하겠지...

치에리는 오늘도 방송 느낌으로 많은 사람을 장난삼아 꼬시는 누군가를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사랑은 어렵다... 하면서 말이다.

토요일 오전 1시의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부산스러운 동네다.

많은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사이에 많은 사람은 즐겁게 파티를 벌이면서 즐겁게 지낸다.

최근에 커뮤니티 내에서 인기인이 된 리암 스콧 또한 그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말하는 즐거운 시간은 술이나 이성과 뜨거운 만남, 클럽의 시끄러움 음악과 화려한 조명 아래의 멋진 춤이나 부드러운 에피소드를 뜻하지만...

이미 그런 생활을 졸업한 그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방을 빌려서 커다란 영화 화면으로... 버튜버 덕질을 하고 있었다.

물론 슈퍼챗을 쏘기 위한 휴대폰을 손으로 든 채 말이다.

“호오, 역시 선라이즈야 이런 식으로 주제를 잡다니.”

그보다 버튜버 덕질을 오래 한 친구, 베네딕트가 영어로 말했다.

“그나저나 신기하군, 장갑을 낀 손만 나와서 저렇게 요리를 하다니... 그래도 ‘리얼’ 쪽은 잘 언급 안 하려고 하는 게 이쪽 매너 아니었어?”

“친구, 유리아가 좀 특이한 케이스지 이미 2기생 쪽들은 자신의 개인 생활 중 오픈 될만한 건 시원하게 오픈한다네, 그게 또 일본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일상 자극이,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그들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거지.”

“그나저나 참 손이 작군, 유리아는.”

“흐음, 예상대로 귀엽고 작은... 일본인 여성이 맞긴 하군.”

“아바타 체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말이야, 아 물론 자네의 최애인 마녀양을 빼곤 말일세.”

마녀의 본 주인의 가슴이 아바타보다 더 크기 때문에, 손에 가슴을 얹으면 붕 뜨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뭘 요리할 것 같은가?”

“일단 마녀는 컨셉을 잡은 것 같은데... 어디보자... 양파 브로콜리 감자에 양배추라... 버섯도 들고 가는군... 치킨 스톡도 가져가는 거 보니... 야채수프인가? 포토푀나 밀피유 나베겠군. 역시 마녀의 마음속엔 다비였어! 하하, 아그니는 고기 요리를 좋아하니 무조건 다비지!”

“글쎄, 같은 동기생인 드래곤도 야채 애호가 아닌가?”

“아니야! 무조건 다비지, 다비가 아니고선 말이 될 수 없어!”

인기가 많은 마녀는 언제나 다양한 커플링을 만드는데, 가장 메이저한 것은 동기생인 드래곤과 자주 얽힌다. 그다음으로는 상냥한 후배인 4기생인 용사나, 좋은 게임 친구인 천사와 자주 얽힌다. 물론 자신의 친구가 말하는 다비와도 어울리긴 하는데... 가장 수가 적은 마이너 커플링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고 요리사인 자네가 보기엔 유리아는 뭘 하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글쎄, 아까 그녀의 칼질을 보면 하나도 모르는 게 주방에 안 들어간 사람인데... 그래도 음, 양파, 마늘, 고추, 칠리소스, 스리라챠(태국의 매운 양념), 고추장? 매운 향신료란 향신료는 다 가져왔군.”

“아마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매운 요리를 좋아하나 보군.”

“그럼 역시 아시아계인가? 동아시아 사람들이 매운 요리를 좋아하긴 하지. 아, 특히 한국인들이 말이야.”

지옥의 불닭볶음면 먹기 방송이 한때 유튜브를 휩쓸었을 때 한 번 도전하고 사흘 내내 고생한 기억이 떠오른다.

“으음, 그래도 라면을 가져오는군,”

“초보자가 하기에 가장 무난한 요리지, 그래도 메이드의 도움을 받는 게... 나빠 보이진 않군.”

“그러고 보니 메이드의 실력은 어떤가?”

“주방 칼질에 머뭇거림이 없으니 일반인치고는 숙달된 편이지. 그래도 프로는 아니야.”

프로의 칼질에는 디테일과 규격이 있거든

메이드의 전업이 요리사일 것이라는 추측을 머릿속에서 치운 베네딕트가 그리 말했다.

“그래도 센스가 좋아 보여, 레시피를 즉석에서 만드는 센스가 내가 들어도 좋으니.”

“아, 운동에 상당히 관심이 많아 보이더군, 아까 그 근육론 들었는가?”

“으음,”

닭가슴살의 효능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게, 헬스장에 다니는 사람이 말하는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제 근육 메이드 밈이 불겠군

화면 속의 유리아는 양파를 어설프게 자른 후 그것을 볶았다.

그 후 계량한 물에 라면 스프를 넣으면서 끓이다가, 고추를 썰어 넣었다.

저러면 상당히 매울 텐데...

그녀가 고른 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 중 하나여서 그게 제법 맵다는 걸 알고 있는 베네딕트였다.

끓기 시작한 라면의 수프를 한 입 먹고 맵다는 듯 유리아의 붉은 눈이 X자로 감겼다.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그래도 유리아님은 예전에 불닭볶음면을 먹는 방송 때에는 한 입 먹고 그대로 울었는데... 매운 게 익숙해진 모양일세.”

“오호, 스콧 저걸 보게, 재미있는걸 넣는구만.”

“... 저게 뭐지? 땅콩버터?”

“거기다가 스리라챠 소스까지?”

당황한 리암 스콧이 말했다.

“저, 저러면 트롤링 아닌가? 방송사고 아니야?”

“친구, 저런 건 태국식 라면이라고 하네, 저러면 매운맛을 유지하면서도 캡사이신을 잡아주기 때문에 첫입에 먹어도 아까처럼 찡그리지 않지.”

물론 비율 조절에는 실패했지만, 굳이 친구의 최애 버튜버의 흠을 잡지는 않았다.

“아마 그녀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위해서 이런 레시피를 연습했나 보네, 불쌍한 친구, 자네의 최애는 벌써 졸업 준비를 하는구만.”

“아냐 그럴 리가 없네! 그냥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요리를 구상하는 건 모에라네 모에!”

“아무튼 오늘 키리누키 영상에 꼭! 4월 21차의 다비가 말했던 ‘나는 야채 요리를 좋아해, 아 물론 비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야채 요리가 고기보다 더 좋아’라고 말했던 부분을 꼭! 넣어주시게나”

“우리 유리아님은 아직 사랑을 모르는 풋풋한 소녀일세!”

얀데레 추적 살인마 유리아 영상을 만든 스콧이 그렇게 말하니 참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베네딕트는 그리 생각했다.

친구의 절규를 한 귀로 흘리며 베네딕트는 방송에 집중했다.

요리를 마친 마녀는 역시 사랑하는 다비를 떠올리는 듯, 행복하고 밝은 그의 친구가 말한 ‘모에’에 빠진 얼굴로 요리를 설명했다.

그래 소화가 잘되는 야채요리! 역시 다비를 위한 요리인 거야!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고선 다비의 그런 성희롱을 웃으면서 받아들일 리 없지!

마녀의 말에 만족한 그는 MC인 집사와 메이드가 맛있다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만족했다.

평소 요리를 못한다고 말한 마녀가 저 요리 만큼은 많이 해본 것처럼 익숙하게 조리하다니... 역시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해주기 위해 몰래 연습하고 있었구나!

요리가 본업인 자신 또한 한 때 그런 감정을 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막 냄비에서 라면을 건져 올린 나에의 요리를 호들갑스럽게 먹었다.

매운 걸 못 먹는 마녀는 그 귀여운 목소리로 울음을 터트렸고, MC인 집사 또한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는지,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게 지구 반대편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메이드는... 그 매운 면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국물까지 마셨다.

“참으로 맛있네요. 특히 스리라챠 소스하고 땅콩버터와 라면의 스프가 잘 어울려서 여태껏 맛보지 못한 특이한 맛이에요. 아, 매운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맵긴 하겠네요.”

“그, 그래? 역시 유리아의 요리가 실패한 게 아니지?”

“불닭보다는 맵지 않은데... 아무래도 매운 음식은 익숙함의 차이니깐요.”

자신의 기대에 보답받은 듯 화사하게 웃는 유리아의 아바타를 보고, 베네딕트는 새로운 커플링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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