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50화 (50/307)

〈 50화 〉 49화.

* * *

미우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확실히 그동안 업무량이 늘긴 했는데…

내가 쓰러질 정도였나?

하긴, 그동안 커피도 잘 마시지 않고 에너지 드링크는 마시지도 않던 내가

취업한 이후 그런 것들을 마셔가면서

가장 줄이기 쉬운 수면시간과 운동 시간을 줄이면서

업무에 매달리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이렇게 되니 갑자기 복수전공을 선택한 게 후회가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과목만 할걸…

그리고 사측에서 나를 정식 고용할 의지가 충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분은 좋아졌다.

모든 대학생들의 숙원, ‘성공한 기업에 취업하기’에 달성했다니…

게다가 우리 기업은 스타트 업 계열에서 성공에 성공을 거듭나고 있는

현재 인기 버튜버들을 위시해서 다양한 투자금을 받아들이고, 몸을 키우고 있다.

내가 들어온 지 반년 만에 내 이후 들어온 매니저, 스태프, 유튜버 인원들이 쉰을 넘어가니 말이다.

상황만 정리해보면 꿀단지의 뚜껑을 다 열어갈 때 쯤 내가 입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수상해 보였던 기업이 꿀단지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인턴이 아니라 사대보험 가입에 연금과 안정적인 취업 비자가 나오는 정식 사원 채용을 꿈꾸고 있었는데

오히려 운영 측에서 좋은 조건을 생각 중이라는걸 미우에게서 직접 건네 들으니

뭐랄까

우환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 한국인 유학생은 취업이 확정 났다­고 말이다.

엔트리 시트(한국의 자소서)를 하나도 쓰지 않고 취업이라니

꿈을 꾸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기침이 나오는 걸 보니 꿈은 아닌 것 같다.

“언니 괜찮아?”

“쿨럭, 응, 그냥 기뻐서.”

“우리랑 함께해서 기쁜 거야?”

응 졸업도 안 하고 취업 활동도 안 했는데 취업해서 기쁜 거야

라는 감성을 박살 내는 말을 겨우 삼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유나랑 쭉 함께야!”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에 언니가 나를 꼭 껴안는다.

켁켁 언니 숨 막혀요 숨

그리고 나 감기, 몸살인데 감기가 안 옮나?

너무 붙어있는 거 아니야?

미우도 이상한 경쟁 심리가 붙었는지

나보다 체구가 작은 두 여성이 침대 위의 나를 껴안는 기묘한 풍경이 되었다.

“여어! 유나 언니 오랜만!”

일본의 병문안 문화도 한국과 별 다를 바가 없는지

근래 들어서 폭풍 성장세를 맞이해서 성장한 만큼

언행도 이전에 비해서 프리해진 코모레비를 연기하는

츠유가 백합 꽃이 장식된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찾아왔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나를 껴안는 그림을 보고 ‘헤에’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었다.

“그, 츠유야 우리 서로 심각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유나 언니 유나 언니 유나 언니 유나 언니 이게 무슨 아수라장이죠?”

무섭다.

그 묘한 사이코패스 톤으로 말하지 말아줘

놀리는 건지 진짜로 저러는지 구별이 안 된단 말이야.

그런 기백에 압도당한 건 나뿐만 아닌지 미우가 바들바들 떨면서 내 품에 들어오며 말했다.

“호, 혹시 코모 선배세요?”

“이 목소리는…! 네가 바로 그 미우짱이구나, 옆에 있는 아이는 쿠로가와 씨? 맞아 내가 바로 코모의 츠유야.”

해맑게 생긋 웃으면서 대답하는 츠유

하지만 나는 그녀의 화난 듯 치켜 올라간 눈매가 내려오지 않다는 걸 보았기에 살짝 무서웠다.

“코, 코모 선배님 안녕하세요? 쿠, 쿠로가와 나에입니다.”

나에 언니도 묘한 공포를 느꼈는지, 간만에 목소리를 떨면서 대답했다.

그런 나에 언니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라이즈의 대선배격인, 버튜버의 대대선배격인 츠유는 본인 특유의 유창한 화법으로 둘을 압박했다.

나에 언니는 몰라도 미우가 사람을 어렵게 대하는 거 처음 보는 나는 멍하니 세 버튜버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한 명은 나의 담당이자, 최근에 매서운 성장 기세로 60만의 벽을 돌파해서 다양한 국적에서 사랑을 받는 유리아의 나에 언니

또 다른 한 명은 나에 언니의 절친이자, 선라이즈 사상 가장 빠르게 90만의 벽을 돌파한, 신앙과 폭력으로 리스너들을 쥐락펴락하는 클레의 미우

마지막으로 버튜버의 초창기부터 활동해서, 광기의 컨셉으로 화제몰이를 하고 들어온 유입자들을 자신의 노래 실력으로 고정 팬들을 만드는 데 성공한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코모레비의 츠유

일본 초등학교의 선망직업 베스트 3 안에 들어가는 유튜버 업계에서 상위층이라고 볼 수 있는 세 사람이 내 앞에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걸 보니 내가 다 황송하다.

동거 중인 나에 언니야 그렇다 치더라도… 스케줄이 바쁜 미우와 츠유까지 여기에 오다니 솔직히 부담스러운 인선이다.

그녀들끼리 대화가 끝났는지, 츠유가 입가는 웃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는 그 무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유나 언니, 언니 분명히 저 10만을 뚫으면 축하 파티를 해준다고 했는데…”

그, 그랬던가

워낙 츠유 앞에서는 공수표를 남발하게 되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나 보다.

“미, 미안해.”

“언니가 먼저 연락하기로 했는데 어째서예요? 저는 10만 돌파 기념으로 노래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 몰래몰래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언제 언니가 축하해 줄지, 다른 버튜버 후배들이 찾아와서 축하한다고 말해줬을 때 저는 언니만 생각했는데 어째서예요?”

“그, 그게 말이지…”

“저만 언니의 칭찬에 진심이었어요? 언니에게 있어서 저는 뭐였죠??”

“일, 일이 바빴어 정말로! 하루하루가 일 때문에 정말로 바빴어.”

“그래도 하루 정도는 빼 줄 수 있지 않았어요? 제가 15만을 돌파했었을 때도 20만을 돌파해서 언니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무너져 가는 절 다잡아 주는 빛이 있었다고 말할 때도 저는 언제나 언니의 통화만을 기다렸는데… 아! 그런 건가요?”

누가 버튜버 아니랄까 봐

깔끔한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으로 빠르게 중얼거리는데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만약 그녀의 목소리 톤이 ‘사이코패스 모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했으리라.

그녀는 아! 그런 건가요! 라고 말하면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역시 제가 언니의 일보다 우선순위가 낮은 거죠? 아, 그런 거군요? 아하하하, 제가 그것도 모르고 언니만을 혼자 바라본 거군요?”

무섭다

이 애 무서워!

진짜인지 장난인지 구별이 안 된다.

물론 코모의 약진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글로벌 업무로 바빴단 말이야 나! 이 입원이야말로 증거라고!

분명히 예전에 봤을 때는 노력하는 귀여운 아이돌 지망생인데

지금은 길에서 마주치면 큰일 날 것 같은 위험한 사람이다.

살려줘 미우! 살려줘요. 나에 언니!

하지만 두 사람은 역광을 받아 어두운 얼굴의 츠유를 피해서 점점 더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 일련의 소동은 간호사분이 오실 때까지 지속되었다.

쓰러질 때 보다 더 무서운 경험이었다.

보호자분과 함께 진단실로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엉겁결에 그 방의 가장 연장자인 나에 언니의 손을 잡고 나왔다.

솔직히 츠유의 압박은 무서웠어…

아무튼 나를 맞이해준 의사 선생님은 살짝 부드러운 인상의 머리가 반쯤 벗겨진 50대 의사 선생님이셨다.

“어, 음 그러니까 유나 씨? 유나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네,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는 내 진단 기록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나에게 설명을 했다.

의학생도 아니고

학부생 수준의 교양 의학으로는 제대로 완벽하게 알아먹질 못하겠다.

아니 안 그래도 어려운 일본 한자에

심지어 의사 선생님 특유의 월필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차트나 그래프는 내가 보기에도 음… 괜찮아 보였다.

“유나씨의 신체 조건은 솔직히 왜 입원을 하셨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편이십니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을 정도로 근육, 골격, 혈압, 폐활량, 체질량 등 현시점에서 검사가 가능한 모든 지수에서 평균적인 건강함 이상의 지표를 보이셨습니다.

제가 여태껏 보아온 여성분들 중에서 가장 건강하신 분이십니다.”

아암

물론이지 내가 이 몸을 어떻게 가꾸었는데

그렇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자, 선생님이 만화속 캐릭터처럼 안경을 슥 올리면서 날카롭게 말했다.

“헌데… 이러신 분이 쓰러질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셨다니, 도대체 어떤 회사에 근무하시고 계십니까? 그나마 정상에서 벗어난 지표가 혈압인데, 술을 자주 하시지 않는다고 하셨으니 신체가 상당히 과부하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에?”

“으음, 조금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나 씨가 보통 사람 이상의 건강함이 아니었다면 심각한 질병 내지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혹사하셨다는 겁니다.”

“에에??? 제가요???”

에에??? 내가???

“원래 극한까지 착취 되고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모릅니다. 아무리 일이 잘 풀리고 있더라도,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들은 신체에, 정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본인은 잘 몰라요. 헌데 유나씨의 증세가 의학계에 보고된 과로사 직전의 사회인이 병원에서 보인 것과 상당히 유사한 증세를 보이고있다, 이 말입니다.”

나보다는 내 옆의 나에 언니의 표정이 창백해진다.

“불쾌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삶이 지속하면 유나씨는 건강을 잃고 쓰러지시게 될 겁니다. 가능하시면 이직을 권고드릴 것을, 의학계에서는 조심스럽게 권고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나 씨가 작성하신 이… 이 최근 한 달 일과표를 보니 의사인 저로서는 정밀 진단을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아, 학생 보험으로도 적용이 받는 검사들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 보험에 들어가?

세일이네?

건강에 관한 일이네?

이 생각을 빠르게 거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단서로 학교 쉬어야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나는 이왕 입원한 거, 좀 더 제대로 쉬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옆의 분은 음, 여동생이신가요?”

“아, 아뇨 동거인이에요. 옆 방의 이웃이에요.”

“쓰러진 저를 구해주신 고마우신 언니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녀는 사실 인기 버튜버 유리아랍니다­라는 말을 삼킨 나는 장난스럽게 언니의 볼을 쿡 찔렀다.

“크흠, 흠 죄송합니다. 워낙 가족처럼 친밀해 보여서 그만…”

“괘, 괘, 괜찮아요! 절대로, 절대로 괜찮아요!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에요 저희!”

“뭐, 그렇긴 하죠?”

“아무튼 환자에게는 신체적인 회복보다 정신적인 회복이 좀 더 우선시 되다 보니…”

의사 선생님이 대충 주의 사항 내지는 권고 사항들을 언니에게 전해주었다.

대충 요약해보자면

나는 현재 내가 모를 정도로 정신적 피로가 쌓여있는 편인데

정밀 검사를 하는 동안 입원을 하고 그동안 면회는 딱히 제한을 받지 않을 테니 편할 대로 하라

로 요약이 가능했다.

그렇게 나의 일본에서의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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