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55화 (55/307)

〈 55화 〉 54화.

* * *

선라이즈의 4기생 버튜버들 중 가장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유우키 아오이는 이번 여행이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본래는 어느 금융 기업의 높으신 분들이 예약한 온천 여관을 싼 가격에 빌리게 되어서 회사 내에서 시작된 ‘강제 대휴식 유행’에 따라서 정규 방송을 금지하고 휴양지에서 짧게 방송을 하게 한다는 기획이 실행된다는 말을 자신의 매니저에게 들었을 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에, 진짜야? 이거??? 방송을 너무 한다고 쉬라고 하면서 온천 여관을 빌려주는 게 어디에 있어?”

있다

여기에

심지어 수완 좋은 사장이 직접 구해다 준 티켓이다.

“유우키 너도 조심해, 방송 시간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데.”

“하지만 매니저씨, 덕질이 재미있는 걸 어떻게 해?”

해맑게 웃는 유우키를 보며 그녀의 매니저 이시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상하게 말하면 서브컬쳐 및 마이너 컬쳐, 친숙한 표현으로 말하면 오타쿠질, 덕질을 전혀 모르고 업계에 지원한 유우키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법, 오랜 고인물들은 그녀의 신선한 반응과 순수한 감정표현에 재밌어 하는 듯, 유우키의 채널은 다른 동기생들에게 밀리지 않게 열심히 성장 중이다.

그 성장세에 걸맞게 열심히 방송을 하는 게 아무리 봐도 오버페이즈처럼 보여서 그녀의 매니저 이시카와는 걱정만 될 뿐이다.

“아니지 오히려 더 대단한 건 클레 아니야? 걘 아직 고등학생이잖아.”

자신처럼 고졸이 아닌 제대로 된 고등학생인 클레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감탄했는가.

그런 이유로 유우키는 개인적으로 미우를 존경한다.

“그리고 유리아도 온데.”

“아 유리아씨도?”

클레를 제외하고는 오프라인 합동 방송을 한 번도 수락하지 않고, 제의하지 않는 신비주의자가 유리아다.

입사 당시 서로 소개를 할 때 만난 그 짧은 시간이 다인 유우키는 기억 속의 유리아, 쿠로가와 나에를 떠올리고는 끄덕였다.

객관적으로 스물이 넘는 나이지만 외견상으로는 중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고는 하는데 직접 만나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유우키는 더더욱 이번 여행이 기대되었다.

“하아, 최근에 유리아의 성장세가 매섭단 말이지.”

사람 만날 생각에 좋아라 웃고있는 유우키를 보면서 최근에 성장세가 더딘 그녀의 채널을 걱정하는 이시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회사 내에서 쿠로가와씨의 새로운 매니저가 대단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녀가 기획한 방송들이 크게 터졌다고 하나 봐?”

간혹 가다 있다.

버튜버와 매니저가 합이 맞아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면서 스스럼없이 방송 회의를 같이 하면서, 일정 관리와 업무 지원 이상의 일을 소화해내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매니저들이 말이다.

이시카와 자신은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동기생 중에서 어나더 클래스라 불리는 클레를 바짝 추격하는 유리아와 그녀의 매니저를 생각하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유우키의 채널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건 미숙한 자신의 매니징…

“꺅!”

“이시카와 씨, 또 방금 이상한 생각 했지?”

“아, 아냐 아냐.”

“흐으음.”

살짝 과장되게 연극을 하듯이 추궁하는 ‘흐으음’에는 짙은 저음이 깔려 있어서 목소리가 잘생긴 유우키에게 들으면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시카와 씨는 이 유우키 아오이, 용사 에이아님의 하나뿐인 매니저야. 어깨를 펴고 당당해져.”

의기소침한 매니저를 위로해주는 버튜버라니

듣기만 해도 용기가 솟아오른다.

그야말로 용사에 걸맞은 저 당당함과 대견스러움

“그리고 알잖아? 동기 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 편이라고. 조급해지지 말자, 언젠가 우리도 ‘코모레비’ 선배님처럼 갑자기 인기가 터질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 그래!”

“아, 근데 이번 온천 여행에는 수영복을 사야 해? 나 입던거는 고등학생 때 입던 거밖에 없는데.”

“아, 맞아. 머무르는 여관에는 없는데 그 인근에 아주 유명한 온천 테마 파크가 있나 봐, 그래서 수영복 준비해가는 게 좋다고 기획서에 쓰여 있었어.”

“헤에, 어른인 매니저 언니의 센스 기대할 게.”

“내, 내가 사는 거야?”

“어차피 매니저 언니도 없잖아? 나랑 같이 방송 전에 쇼핑 몰 가자.”

“사, 사적인 만남은 가급적.”

“이거 업무 수행을 위해서 지원을 받는 건데?”

회계학을 전공하고 숫자를 다루는 것에 익숙한 이시카와는 말솜씨가 뛰어나지 않다.

그녀의 담당 버튜버인 유우키 아오이가 작정하고 말을 걸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끄덕이며 다이어리를 열며 일정을 잡았다.

“그래도 이번 여행 기대되지 않아?”

버튜버들은 온천 여행 컨셉의 방송을 위해

그녀들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은 교육을 위해서 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본질은 온천 여행이다.

대놓고 3박4일의 긴 일정은 푹 쉬고 오라는 사장의 따스한 배려라는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응, 기대되네.”

그리고 그것은 이시카와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러 온천 여행 출발 당일

선라이즈 본사 앞에는 한 대의 버스와 여행 참가자들로 인해서 북적거렸다.

겉으로 보면 버튜버 다섯 명의 온천 여행 기획의 합동 방송이지만

그 방송을 위해서 장비를 옮기는 기술팀과

출장이나 입원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따라붙기 떄문에

자그마치 열 네 명의 인원이 따라붙었다.

어찌보면 사내여행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에에 미우짱 교복으로 온거야?”

“흥, 그러는 호시무라도 교복차림인걸?”

고등학생인 성녀 클레를 연기하는 미우와

중학생인 천사 미카엘을 연기하는 호시무라

그리고

“아, 안녕하세요.”

“와 반가워요 쿠로가와씨! 그때 이후로 다시 보는건 오랜만이죠!!”

중학생인 호시무라와 체격이 비슷한 나에 언니가 나란히 서 있으니

일반적인 사내 여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풋풋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올 봄에 고등학교를 졸업을 한 어리다고 볼 수 있는 유우키 아오이가

장난을 치면서 함께 있으니 그녀들이 있는 공간 만큼은 마치 수학여행 같았다.

“허허허 젊은이란 좋은 것이야, 이 아저씨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풋풋한 버튜버들을 감상하는 내 옆에 160이 조금 넘는 듯한 예쁜 사람이 내 옆에 붙었다.

어디서 보면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예쁜 사람이지만

옷을 입는게 어째 보면

서울의 동대문 시장에 볼법만한 패션의 파괴적인 패션 센스의 기묘한 미녀는

내 옆에 친한 척 붙으면서 천연덕스럽게 이상한 말을 했다.

“엘프이신 사와키씨죠? 유리아의 매니저인 유나입니다.”

“헤헤, 소문의 미인 매니저씨 만나서 반가워요.”

엘프 아카이로 카린의 방송을 본 적이 있는 나는

처음에는 그 정신나간 변태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컨셉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안의 사람의 행동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는지

그녀는 초면의 사람인 나에게 코를 킁킁 거리며 향기를 맡는다던지

악수를 맞잡은 손을 감상하듯 만지작 거린다거나

내 다리를 힐끔 바라보는 등

상당히… 끈적이게 굴었다.

솔직히 말해서 불쾌함과 호기심이 동시에 솟아났다.

“하아, 우리의 엘프가 죄송합니다.”

그런 그녀의 볼을 익살스럽게 꼬집으며 떼어내는 사람이 있었다.

“이 대책없는 사람의 매니저인 에이비(AB)입니다.”

“네, 유리아의 매니저인 유나입니다.”

매니저 업계에는 가끔씩 가명을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인듯

매니저 에이비씨의 명함에는 실제로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다소 눈매가 사나워서 그런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에이비씨는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항상 이런 상태라…”

“하지만, 하지만 이런 미녀 아가씨를 보면 자꾸만 들러붙고 싶은걸.”

엘프 카린 연기하는 유메미 요츠유씨는 뭐라고 해야할까

정말로 한 대 치고싶은 생각이 몹시 들었다.

“이참에 메이드 라도 내 엘프의 숲에 놀러 오는게 어때? 이 엘프가 제대로 대접…”

능글맞게 미소 짓던 요츠유씨의 얼굴에 갑자기 공포가 깃들었다.

“하, 하려고 하지만 그건 나, 나중에 해둘까. 자 그,그럼 나는 잠시 가방에 넣어둔 핸드크림을 찾으러 가볼게.”

왠지 모르게 겁에 질린 요츠유씨가 떨어지자 마

익숙한 체향과 감촉의 사람이 내 팔을 껴안는다.

고개를 돌릴 것도 없이 나에 언니다.

“유나 우리도 차에 타자.”

“아 저희 매니저들은 잠시 조율할게 있어서 조금 나중에 탈거에요. 언니부터 올라가세요.”

가을의 앳된 아가씨처럼 멋진 가을 패션을 소화한 나에 언니의 얼굴이 토라졌다.

저건 유나 기준법 강도 2의 삐침이다.

하지만 기획을 한 내가 매니저들과 스탭들에게 기획서에 미처 전달하지 못한 사항들을 전해야 하는 법

나는 언니의 유혹을 거절하고 매니저들이 있는곳으로 가서 마저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 4번째 기수의 다섯명

마계공주 쿠로시로 유리아의 쿠로가와 나에

성녀 아사다 클레스타인의 사케이 미우

천사 미카엘의 호시무라 마이유

용사 에이아의 유우키 아오이

엘프 아카이로 카린의 유메미 요츠유

그리고 불참하게 된 미우의 매니저를 제외한 나를 포함한 매니저 넷

방송 지원 기술팀의 세 분과

운전 기사분 한 분

그리고

“하아, 다행이다 제 때 맞춰서 왔구나.”

최근에 고용한 경영인 덕분에 한 숨 돌리게 된 코이즈미 총괄 매니저를 포함한

열 네명의 사람이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오버 페이즈로 달리는 선라이즈의 사람들을 조절하기 위해 온천 여행 방송 테마의 컨셉을 빌미로 그녀들을 쉬게하는 휴가가 시작되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