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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57화 (57/307)

〈 57화 〉 56화.

* * *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4기생들은 연령 차이라던가 나이와 설정에 의한 갭을 줄이려는 의도로 단톡방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톡방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읽지 않았는데,

당연히 읽지 않는 사람은 쿠로가와 나에, 유리아였다.

보통 그런 사람이 있으면 무례함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걸 상회하게 하는 안쓰러운 ‘찐따미’와

‘이 아이는 뭘 해도 귀여워’라는 강한 인상을 주는 귀여운 외모의 쿠로가와 나에는

한 번 만나본 사람은 쉽사리 싫어할 수 없다.

오히려 사람에 대한 해석을 과하게 하면서 행복 회로를 열심히 돌리는 오타쿠들은

쿠로가와 나에라는 사람이 낯가림이 심한 게 단톡방에서도 이어진다고 생각을 하고

그녀의 그런 태도를 마냥 귀엽게만 생각했다.

그렇기에 4기생들 사이에서 쿠로가와 나에는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다.

난 이미 나에 언니에 대해서 알 만큼 알고 있어, 라는 태도를 취하면서 나에에게서 떨어진 미우를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고 하던 엄마의 말을 믿고 나왔다가 치과에 들르게 된 초등학생이 떠오르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쿠로가와 나에는

여행지에 도착해 짐을 풀고 쉬는 시간에 끊임없이 동기들의 질문에 시달렸다.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도 사람을 보면서 긴장을 하지 않게 된 나에는 차분하게 질문에 응대했다.

질문의 시작을 연 것은 용사역의 유우키였다.

“쿠로가와씨는 몸이 안 좋은 편이었어? 운영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야?”

유우키 또한 어릴 적 희귀병으로 인해서 크게 앓은 적이 있기에 그렇게 물어왔다.

“응, 원래 타고나기를 약하게 타고났는데, 자취하면서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아, 확실히 처음 볼 때 그런 이미지가 강했었죠.”

그 말을 듣던 미우는 ‘그건 언니가 자취를 유나식 표현대로라면 막장 오브 막장으로 해서 더 나빠진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래도 지금은 건강해졌어. 매니저의 말대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영양 풍부한 식단, 그리고 매니저랑 매일 같이 한 시간씩 운동하면서…”

“에??”

“아, 내 매니저는 다들 알다시피 내 옆방에 사는 이웃이었어…”

오늘 아침밥은 미소 된장국에 낫토였어­하는듯한 담담함 어조로

드라마틱한 만남을 아무렇지 않게 포장했지만, 자신들의 매니저들에게서

유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는 다른 맴버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 그게 정말이었어요?”

경악하는 호시무라

“와, 낭만적이야 멋져!”

감탄하는 유우키

“왜 내 이웃에는 그런 미녀가 살고 있지 않는 거 어흑”

유나의 늘씬한 몸매를 떠올리고 침을 흘리다가 미우에게 허리를 꼬집힌 유메미

내 옆 방에 살고 있는 이름 모를 외국인이 나의 매니저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다재다능하고 천직이 매니저인 미녀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만화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

“응, 맞아 낭만적이야. 유나와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야.”

불그스레 달아오른 그 얼굴은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아까 버스 안에서 한 번 당한 것도 잊은 유메미는 사랑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쿠로가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있다니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본인도 미인인 주제에 그렇게 말하니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는지 미우는 유메미를 떼어냈다.

“제발 아주머니 주책 부리지 마요!”

“너, 너어 미우 너!! 감히 나에게!!”

“에베베 아줌마에게는 잡히지 않을거지롱.”

미우의 도발에 넘어간 척 유메미는 베개를 휘두르며 미우를 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호시무라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뒹굴면서 폭소했다.

그렇게 되고 나니 쿠로가와와 유우키의 대화는…

“아 그래서 복근 운동부터 하지 말라는 거구나.”

“네, 매니저가 일단은 하체부터 단련하게 했어요. 일단 제대로 복부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등에서부터 코어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운동은 차근차근 해야 한다면서.”

“헉! 쿠로가와씨 근육 만져봐도 될까?”

“네, 요즘 상체 위주로 열심히 했는데 매니저가 제 어깨 근육이 고르게 발달되었다고 칭찬해줬어요.”

“우와 정말이잖아? 지금 힘 빼고 있는 거 맞죠? 그런데도 이렇게 근육이 예쁘게 뭉친다구요?”

“아무래도 전 근육이 이쁘게 붙는 사람인가 봐요.”

“세상에 세상에, 나도 고등학생 때 야구부 매니저를 해서 대충 운동에 대해서 아는데 어깨와 전완부 근육이… 그리고 광배근과 가슴 근육의 역할이…”

“아, 그래서 최근에는 가슴 쪽 근육 기르고 있어요. 언젠가 저희들도 선배들처럼 춤을 추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유나의 헬스 근육론에 세뇌당한 쿠로가와 나에와

한 때 고등학생 때 야구부 매니저를 한 적이 있는 유우키 아오이의 운동 이야기로 흘러갔다.

듣기만 해도 땀내나는 그 말들을 멍­하니 흘려듣던 호시무라가 질문했다.

“그러면 언니의 매니저인 유…나? 씨가 메이드 씨 맞죠?”

“응.”

“그, 그러면 그게 정말인가요? 에이펙스 잡은 지 50시간 만에 플래티넘 가셨다는 게?”

“본인 말로는 그 뭐지? 리그… 뭐시기 게임에 그랜드… 뭐였더라?”

“네, 네네네???? 정말요????”

이 활발한 중학생의 두 눈에 빛이 들어왔다.

내 직장 동료의 친구가 알고 보니 개쩌는 천상계 유저더라! 라는 인생 업적을 달성한 호시무라는 안 그래도 유명한 메이드의 게임 실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에요? 메, 메메메 메이드 씨가 정말로 그랜드 마스터라구요?”

“어, 으, 으으응. 유나는 내가 그 게임 하는 거 금지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굉장히…”

“아! 리그 오브 레전드 모.르.시.는.구.나!”

스위치가 들어간 듯

누가 보더라도 신나 보이고 활기찬 호시무라는 눈을 반짝이면서 게임의 대단함에 관해서 설명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유명하지 못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아 맞다, 유나가 자기 동생이 중국의 1등팀에서 정글러라고 말했었어.”

“ㅁ..뭐…뭐라…구요??”

한창 게임에 빠진 중학생 호시무라는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무려 십 초나 걸렸다.

즉 쿠로가와 나에의 매니저인 유나라는 사람은

작년 세계를 재패한 중국의 프로 게임팀의 천재 미남 정글러 ‘마왕’의 친누나다!

“쿠로가와님!!”

“어, 응 어?”

“옆 방에서 살고 싶습니다! 부디 제게 하숙 생활을 허락하게 해주세요!!”

“뭐? 응? 뭐라고?”

“푸하하하, 호시무라 너무 본격적이잖아.”

“저, 저는 정말로 진심입니다. 골드에 갈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수도 있어요!”

“천사 캐릭터 주제에 그런 말 하지 마!!!”

“흥, 플래티넘에 갈 수 있다면 타천사가 되어도 좋아요. 그러니까 부디!!!”

“그, 그건 아무래도 곤란해…”

진심으로 곤란한 듯, 쿠로가와 나에는 당혹함을 숨기지 않았다.

“어째서요? 화장실 청소! 분리수거! 바닥 청소! 바닥 닦이! 그 모든 서비스에 언제든지 저를 편의점에 보낼 수 있는 권리가 언니에게!”

“호시무라! 자신의 어필을 그 정도에서 그치지 마! 차라리 버튜버라고 말해! 듣는 내가 더 괴로워!”

“그건 말이지…”

바닥에 비굴하게 절을 하는 호시무라를 부드럽게 일으킨 쿠로가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유나는 내 거야.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거야.”

‘와, 가치코이다.’

‘가치코이네.’

부드러운 미소, 그리고 그 두 눈에 담긴 욕망

덕질 경력이 경미한 유우키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랑 ‘가치코이’를 읽은 두 사람은

쿠로가와 나에라는 사람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쳇,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그녀를 저의 롤 사부로 모시고 싶습니다!”

“아, 그래도 잘 되었어, 안 그래도 유나가 자기가 하는 그 게임을 같이 해주는 사람 없다고 투덜거렸거든.”

“저, 정말이죠!”

“물론 유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해.”

“앗—싸!!!”

순수하게 좋아하는 중학생 호시무라의 활기찬 반응이 웃기는지

쿠로가와 나에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소를 본 유우키 아오이는 자신의 낯가림 심한 동기생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다니

사랑은 역시 가장 강한 감정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며 말이다.

한편

젊고 팔팔하고

유나의 지도를 가끔 받으면서 몸을 단련한 미우와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주제에 술을 좋아해 몸이 약한 유메미의 술래잡기는

체력이 먼저 방진 된 유메미의 패배로 끝났다.

“아야야야야 미, 마우짱 이건 너무 격렬한 플레이가…”

“세상에 아줌마 이렇게 몸이 굳어 있다니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안 하시는 거에요?”

“그, 그치만 난 300살을 넘게 산 엘프는 몸이 굳을 수 밖… 아으으응!”

“운동 전 하는 스트레치 정도의 자극으로 그런 야한 소리 내지 말아요!! 그냥 근육이 퇴화한 거잖아요 이 멍청아!!”

실제로도 미우는 쓰러진 유메미의 몸을 잡고 흔히 운동을 하기 전에 하는 가벼운 루틴 스트레칭을 시키고 있었지만.

유메미는 가볍게 허리를 잡고 뒤로 젖히는 것 만으로도 몹시 아팠는지

형용하기 힘든 야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흐으으응!”

“이 망할 아줌마야!! 중학생이 여기에 있다고!! 에이비 매니저님에게 이른다!!!”

“아흥, 제, 제발 그건 참아줘… 그, 그리고 이런 SM적인 플레이는 고등학생인 미우에게…”

끊임없이 주절거리는 그 입을 재앙의 주둥아리라고 표현한 미우는

기세를 올려 좀 더 적극적으로 유메미의 몸을 찢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악!”

그 살벌한 환경에 쿠로가와는 저도 모르게 아무것도 모른 채 보고있는 호시무라의 두 눈을 가려주었다.

“어, 어린애는 저런 거 보는 거 아니야.”

“… 그런 제 눈에도 쿠로가와 씨도 어린아이로 보이는데.”

쿠로가와의 발육, 그러니깐 가슴의 크기나 신장이

중학생인 호시무라보다 작다는걸 유우키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 말을 동안으로 보인다는 칭찬으로 알아들은 쿠로가와는 배시시 웃었다.

옆에서 음흉하게 웃고있는 호시무라의 미소보다 훨씬 아름다운 미소였다.

“아 맞다 주목~! 얘들과 오늘 방송은 어떻게 하면 할까?

무난하게 온천 여행이니 온천 후에 일상 이야기?”

어느새 유메미에 대한 응징을 끝낸 미우가 격통으로 쓰러진 유메미를 질질 끌면서 합류했다.

시간을 보니 이제 매니저들도 짐을 풀고 쉬는 타이밍에 그녀들이 먼저 씻게 되는 시간대

잠시 후 그녀들은 온천을 즐기면서 목욕을 하러 들어갈 것이다.

“나, 에, 엘프 아이디어 있습니다.”

아직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 모양인지

바닥에 몸을 기면서 손을 들어 올린 유메미였다.

“클레, 기획서를 읽긴 했는데 이 온천 여관은 우리 회사가 전세 낸 거 맞지?”

“응, 사장님이 우연히 캔슬 난 여관을 구해주셨다고 했어.”

“그렇다면 얘들아, 내 말 좀 들어볼래?”

이러니저러니 해도

클레와 카린 두 사람은 선라이즈 내에서도 손꼽히는 기획의 천재들이다.

일에 대한 모드에 들어가면 그 누구보다도 진지해지는 유메미를 아는 그녀들은 카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는 어때?”

“그그그그, 그게 무슨!”

경악하는 유우키

“음, 의외로 괜찮을지도?”

납득하는 미우

“와, 재밌어 보여!”

노는 것이라면 다 좋은 호시무라

그리고

“그렇다면 여러...분? 컨셉은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그녀들의 방송 기획에 진행의 방향성을 더하는 쿠로가와

“오! 그런 방향성 아주 좋아!”

“너, 너희 제정신이야!??”

“헤에, 용사님 조금 더 용기를 가지라고!”

“이런 부분에서 용기를 가지고 싶지는 않아!”

건수를 잡은 듯

유우키의 약한 면을 찾은 유메미는 능글맞게 웃었다.

그런 유메미를 한 대 치고 싶은 욕망을 참은 미우는 호시무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래도 호시무라는 비중을 적게 잡게 할게.”

“으응, 사실 난 어른들이 왜 온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렇게 이번 합동 방송의 기획을 순식간에 정한 그녀들은 노느라 정리하지 못한 짐을 마저 푼 다음 온천으로 유명한 여행지의 여관의 온천을 즐기러 내려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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