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58화 (58/307)

〈 58화 〉 57화.

* * *

버튜버들의 방송은 오직 3D 모델링만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가령 특정한 숫자의 구독자 숫자를 돌파를 기다리는 도츠마츠 방송인 경우

가볍게 방송의 주인공에게 덕담을 나누거나

그간 나누지 못한 인사를 하면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선배의 ‘아침에 깨우기’ 방송 혹은 ‘아침 버튜버 신문’ 방송에 출연해서

졸린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하는 등의 형태로

라디오처럼 목소리만으로 진행하는 방송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우와아아, 얘들아 여기 온천 정말 물이 좋아!”

“자, 잠깐 미카짱!! 내 수건 가져가지 마! 이 변태야!!”

“센시티브 금지!! 센시티브 금지!! 우리 전부 유튜브에 의해서 밴 당해버린다고!!”

그 어떤 버튜버도

온천 목욕 실황을 중계하겠다는 정신 나간 기획을 만든 이는 없었다.

매니저들의 뜨거운 논의 끝에

현장 진압을 위해 매니저들을 대기시키고

당장이라도 위험한 분량이 나오면 방송을 정지할

손이 빠른 방송 컨트롤 인원들을 배치하는 것으로

사고를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가 된 후 방송의 진행이 허가되었다.

사상 초유의 버튜버들의 온천 방송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이, 이게 뭐… 뭐라구요?

­에?

­여태껏 이런 방송은 없었다. 온천 중계 실황이라니!!

­진심이야 선라이즈???

­어이어이 ㅋㅋㅋ 유튜브 밴 위험하지 않냐고

­이거 우리 엘프가 기획했다고 하는데… 오늘도 죄송합니다.

­와 근데 4기생 합방에서 유리아가 낀 거 처음 아니야??

­그러게, 전원이 참여한 건 처음이야

온천으로 인해서 풀어진 긴장으로 나오는 ‘아아’ 하는 안도의 한숨 소리

젖은 몸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소리

뜨거운 온천물에 놀라서 ‘꺅’하는 소리

몸에 물을 끼얹는 소리

오타쿠들의 망상을 자극하는 금남의 구역에서

듣기만 해도 청취자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그런 방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대화 내용은 건전했다.

그 이유는

“아, 엘프 씨 근육이 너무 없어요.”

“어라 진짜네?”

“이거, 살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 하지 않고 식단으로만 조절하는 그런…”

“그, 그만 300살 넘은 할머니의 몸을 그만 평가해!”

“엘프는 천 살 까지잖아!! 이 나태한 엘프 녀석 그러고도 용사파티의 일원이냐!!”

제아무리 일본 온천은 맨몸으로 입장하는 게 아니라

수건을 두르고 입장하는 방식이지만 상대방의 몸을 관찰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운동을 하는 편인 유리아와에이아의 눈에 빈약하고 말랑말랑하기 그지없는 카린의 몸이 들어왔다.

서로 시선을 교환한 후, 근육 동맹을 맺은 유리아와에이아는

축 처진 카린의 몸을 보면서 효과적인 운동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라테스, 짐볼, 효율적인 홈 PT 채널 및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운동을 안 하기로 소문난 엘프를 놀렸다.

­어, 유리아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어?

­옛날에 유리아는 완전 공주님 아니었어? 저런 근육 애찬론을 한다고?

­우효, 역시 약육강식의 마계 ㅋㅋ 공주님도 단련 안 하면 위험. 크크

­그나저나 우리 엘프 극딜 당하네! 또

­운동 안 하면 혼나도 싸

유리아와에이아의 땀내나는 이야기에 분위기를 탄 듯

채팅 창 또한 엄한 성희롱이나 백합 이야기보다는 몸을 단련하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가 나왔으며

“그러니까 천사님도 머리를 감으실 때 주의하셔야 하는 게, 인간계에서는 이렇게 두피가 닿지 않게 목욕 모자를 쓴 다음에…”

“와아, 역시 클레짱대단해!”

천사 미카엘을 돌보는 성녀 클레는 본격적으로 성인 여성이 ‘제대로’ 목욕하는 날에 사용하는 관리법에 관해서 설명해주었다.

­아 오늘의 클레는 상냥해, 미카엘에게 여러 가지 알려주네

­동정 남자 오타쿠들은 저런 거 잘 몰라, 그나저나 되게 자세하네

­난 머리만 대충 샴푸로 감는데 여자들은 다 저래?

­ㄴㄴ 내가 여자인데 그냥 저 정도는 안 함.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정도?

근육 이야기와는 정반대로

미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둘의 대화는

특히 섬세한 여성들의 미용 관리법은 남자들은 전혀 모르는 세계였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여자들 또한 그녀들 중 아직까지 미용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버튜버들의 미용 관리법을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돋게 했다.

심지어 꾸준히 자기를 관리하는 이들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버튜버들의 미용 방법을 듣는 건 또 하나의 새로운 덕질이 되었기 때문에

온천장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진 미용 토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있지있지, 이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면 영양제 말고도 두피에 에센스를 발라줘야 해 안 그러면 모발 굵기가 가늘어지고…”

어느 사이엔가 근육 동맹에서 도망친 엘프 카린이 그녀들의 대화에 끼면서

성인 사회 여성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강의가 열렸다.

아무래도 미용에 관심 많이 가질 미카엘이나

나이가 들면 관리법이 달라지는걸 앞선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클레는

카린의 지도 하에 그녀의 미용법을 따라하면서 목욕을 진행했다.

“그렇지, 그렇게 머리카락에 바르는 느낌으로 섬세하게…”

“으으, 인간들은 다 복잡하게 사는구나.”

“여성의 미를 우습게 보지 마라 천사!! 이런 복잡함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것이다!!”

“풉, 네 다음 탈모 걱정하는 엘프.”

“모발이 얇아진다는건 탈모의 조짐이야!! 그 경고를 무시하지 마!!”

그렇게 유독 어려서 그런지

아직까지 꾸미지 않아도 예쁜 나이인 천사에게 호통을 친 엘프의 다음 타겟은

천사와 비슷한 체격을 가진 공주 유리아였다.

“어디어디, 우리 공주님은 마계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가꾸고 계실까?”

“에? 나? 나는 딱히 관리 안 하는데?”

엘프의 미용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리아였다.

실제로도 유리아(쿠로가와 나에)의 외모는 독보적으로 동안이었고

그녀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에

내심 그 비결을 알고 싶었던 엘프는 말이 없어졌다.

“아, 엘프 멍청하게 입 벌렸다. 거품 들어간다.”

“화, 확실히 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는 건가… 이게 악마?”

“음, 게다가 성에 있을 때에는 메이드가 다 챙겨줬으니까. 나는 그냥 메이드 말에 따르면서 다 했는걸? 내가 고르는 것보다도 메이드가 고르는 게 더 좋은 게 많았거든”

천연덕스럽게 나는 그 정도 시중을 받았다고 말하는 유리아의 말에

온천장의 그녀들은 흥분했다.

“…에?”

“역시 아가씨였어! 규중의 아가씨 캐릭터였구나!”

“성에서는 턱 끝으로 메이드를 부리는 거지! 목욕 시중을 받고 나면 마사지를 받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거였어!?”

“부럽다아아아 나도 공주님이 되어서 메이드의 시종을 받고 싶어~!”

­메이드 게임도 잘하지만, 주인님 케어도 잘하는

­가사 게임 미용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메이드…다?

­사실 유리아님은 우리가 모르는 어느 높으신 분 아닐까?

­어이 ㅋㅋ 마계 공주님이면 높으신 분이 맞지

­맞다 맞어

­아 부럽다. 부러워 유리아님의 발닦게가 되고 싶어

­그나저나 상대방의 피부나 두피 컨디션, 머리 영양 상태를 보면서 하나하나 골라야 하는데 얼마나 사람이 세심하면 그런 게 되는 거지? 나는 내 것도 잘 못 찾겠는데 (시무룩)

“그러면 잠시 마왕성에 와서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말은?”

“마왕성 숙박 체험이란 말입니까!!”

“성녀 말고는 허락하지 않았던 그 신비의 땅에!”

“아, 엘프는 빼고.”

“엘프 종족 차별을 하지 마!! 할머니는 슬프다고!!”

­무슨 수학여행이냐 ㅋㅋ

­오늘도 우리 엘프는 눈물을 흘린다

­응 업보 청산이야 엘프님

­이로써 4기생의 실질적인 수장은 유리아인걸로

­메이드를 거느린 유리아지

­메이드를 가진 버튜버가 왕이된다! 이게 무슨 절대 반지냐고!

­마왕성에 가면 식사 운동 뷰티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실화입니까?

­게임 잘하는 메이드가 같이 게임도 해준다는데?

­사실 마왕성이 아니라 에덴 아닐까?

목욕을 일찍 끝내고 채팅창을 보면서 분위기를 보던 클레는 슬슬 방송을 마쳐도 된다고 판단했다.

다소 마니악한 소재인 것을 고려해도 긍정적인 반응에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차분했다.

아무래도 눈치 빠른 엘프가 성적인 소재로 농담을 하지 않고 채팅창의 말 그대로 수학여행 같은 여자들끼리 떠들썩한 느낌을 낸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방송의 종료를 선언했다.

“아 슬슬 방송 종료할게.”

그 말을 끝으로

모두가 방송 종료 멘트를 한 이후

사상 초유의 온천 중계 실황 방송은 끝이 났다.

그리고

“후아아아아.”

“죽을 거 같아 죽을 거 같아.”

“정신 나가버리겠어요!! 정신 나가버리겠어요!!”

그녀들의 방송을 지켜보던 세 매니저들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녹다운되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목욕 중계라는 정신 나간 컨셉의 방송이었다.

혹시라도 일어날 일에 대비하며 당장이라도 방송 종료 버튼이나 송출 대기 버튼을 순발력 있게 누르느라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매니저 경력이 남들보다 긴 에이비 마저도 앓은 소리를 내었다.

“으으 이거 보나 마나 유메미씨가 기획한 거겠죠.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어.”

“하하하, 그래도 혼욕으로 우정을 다지다니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네요.”

“이로써 4기생 불화설도 잠잠해질 것이고…”

실제로도 합동 방송 숫자가 적은 유리아는 4기생 불화설의 중심에 둘러싸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4기생 사이에서 유리아를 왕따하고 있는 게 아니냐? 는 의혹이 팬덤에서 여러 번 제기된 적이 있었다.

뭐, 스스로 나는 찐따 아싸야! 라고 밝힌 유리아의 폭탄 발언 이후에는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수시로 나오는 불화설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던 관계자들은…

“… 이거 이러다가 4기생 전원이 변태라는 밈이 만들어지면 어쩌죠?”

“그, 그래도 수학여행으로 온천을 가면 이 정도는…”

“그래도 그걸 방송으로 누가 중계를 해요?”

오늘도 사장의 꿈은 가루가 되어서 녹아내려 갔다.

그 어떤 아이돌이 자신의 온천 목욕하는 실황을 중계할 생각을 할까

기획과 회의 당시에는 재미있는데? 참신한데? 라는 생각으로 일단 진행을 했고

방송 내용 또한 매니저들이 우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하하, 저희 혼나면 어쩌죠?”

“괜찮아요. 총대는 우리 뛰어나신 코이즈미 총괄 매니저님이 해주실 거니까?”

“맞아요. 책임자라는 이런 자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그 때였다.

버튜버들의 매니저들이 모인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방금 화상 회의를 마치고 온 코이즈미 총괄 매니저가 입에 불을 뿜으면서 들어왔다.

“이 미친 작자들아!!! 온천 목욕 실황 중계를 무슨 정신으로 진행한 거야!!”

정리하자면 이날은

성공적으로 방송을 마친 4기생 버튜버들

난이도 있는 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술 중계팀들

그리고 그 방송을 즐기면서 머릿속에서 망상을 잔뜩 한 시청자들의 승리한 날이었으며

“잠시 회의하는 사이에 이런 일을 벌여두다니 각오는 돼 있는 거겠죠. 매니저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저녁 식사 시간 전까지 온천도 즐기지 못하고 가루가 되도록 까인 매니저들이 패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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