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0화.
* * *
어느덧 GB의 버튜버들이 세상에 출범한지 한 달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서방권, 그러니까 시차가 13시간 정도 나는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 거주하는 버튜버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는 축복과 동시에 재앙이 일어났다.
축복이라고 하면 출시 한 달 만에 110만 구독자를 보유한 마나를 필두로 무서울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는 GB 1기생의 맹진이었으며
불행이라고 하면…
“하아, 제기랄 죽을 거 같군.”
“쯧쯧, 크리스마스까지 마감에 치여 사는 불쌍한 할리우드의 축생 같으니.”
“직장에 잘린 주제에 당당하기는.”
“그 직장에 잘린 백수는 그동안 실업 급여나 타 먹고 주식으로 번 돈이나 까먹으면서 유유자적하게 덕질을 하겠다네 친구.”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양질의 펜트하우스에 온라인에서 알게 되어 친하게 지내게 된 영화 제작사의 직원 리암 스콧과 베네딕트 리트리오는 훌륭한 버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LA에 위치한 거대한 레스토랑의 오너였으나 코로나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직장에서 잘리게 된 베네딕트 리트리오는 그의 친구 리암을 비웃었다.
“아아, 하루하루가 축복이군! 낮과 점심에는 새벽 방송을 달리는 일본의 오시들을 보고 저녁에는 GB들의 생을 보다니! 비는 시간에는 키리누커들의 영상을 보고!”
그렇다.
영어와 일본어가 되는 능력자들은
이제 24시간 버튜버들의 생방을 즐길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불행이었다.
특히 평소 관심 있던 버튜버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날이면, 밤샘한 후 억지로 출근한 날이라도 방송을 보게 하는 마력을 가지게 하는 요소였으니 말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선라이즈의 강점이 드러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는 멤버들을
잦은 합동 방송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된 사람들은 처음 들어가는 방송이라도 익숙하게 방송 진행자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심지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콘텐츠를 진행하더라도, 유튜브의 악마적인 알고리즘은 검색 기반으로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는 선라이즈 멤버의 방송을 추천했으며…
시청자들은 유튜브의, 버튜버의 영원한 노예가 되었다.
전직 쉐프 베네딕트 또한 그러했다.
실제로 그는 2기생의 매혹적인 미녀인 아그니를 통해서 버튜버 덕질을 시작했지만, 마녀의 ASMR을 통해서 단번에 마음이 뺏긴 이후로는 그녀의 방송에 자주 갔다가
마녀와 자주 합동 방송을 여는 연금술사 다비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런 맥락으로 그의 첫 GB픽은 시원하게 게임을 진행하는 게임 고수 엘리아였으나…
“아아, 오늘은 에오스의 귀여운 프랑스어를 들을 수 있는 날이군!”
듣기만 해도 활기가 차는 에오스의 장점, 다국어 중계방송을 통해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귀엽게 발음하는 그녀의 방송은 베네딕트의 마음을 가져갔다.
“자네, 이름은 이탈리아인 아니었던가?”
“오, 불쌍한 사축 나의 친구여, 그건 좋은 츳코미였다네.”
역시 프랑스 사람은 인성이 터졌고 열 받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투덜거린 리암은 컴퓨터를 켜서 한 편에는 그의 GB 1픽인 마나의 노래방송을, 다른 한 편에는 저번에 작업하다 만 그의 영원한 충성 대상, 유리아의 방송의 키리누키 작업을 마저 진행했다.
생방송을 보면서 재미있던 포인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 그리고 ‘이걸 클립으로 따 보렴 키리누커들아.’ 하듯이 던져주는 듯한 유리아가 주는 듯한 키리누킹 포인트를 기록하는 그는 근래 들어서 유리아의 방송이 더욱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왼쪽 귀에는 마나가 부르는 음악 방송을, 오른쪽 귀에는 유리아가 진행하는 토크 방송을 듣고 있는 그는 유리아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허… 허허, 공주님이 이렇게 요망한 캐릭터였나?”
요망하다.
행동과 언행이 실로 사람을 홀리는 듯 잔망스러우며 기이한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할리우드의 영화판에 지내면서 현대 미디어학에 정통한 그는 유리아가 단순한 ‘마계 공주님’이라는 캐릭터 성에 기대는 방송이 아닌, 그녀 고유만의 매력이 묻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는 시청자들이 놀리면 놀리는 그대로 반응을 하던 기계 같은 딱딱한 방송이었고 그 미숙함에서 매력을 느꼈다면 지금은…
“괜찮아, 괜찮아, 유리아에게 모두 털어놓으렴. 그런 식으로 말을 해서 너의 마음이 풀린다면 유리아는 받아줄 수 있어.”
팬들이라면 발끈할 스팸성 가득한 도네이션 채팅을 읽고는 그렇게 대답했다.
전이라면 말이 없어지거나 울먹이거나 하는 그런 채팅을
유리아는 도네이션 채팅을 한 사람이 무안함을 느낄 정도로 가볍게 어루만져 주었다.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철의 멘탈을 지닌 사람이거나, 아니면 사람 자체가 선하고 착해서 그녀에게 향하는 분노를 받아들여 주는 성인이거나
첫 방송부터 그녀의 방송을 본 리암은 내심 후자라고 생각했다.
정확하게는 정신이 성숙해지면서, 전에는 없던 매력이 새롭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매력은 마치 층마다 다른 달콤함을 선보이는 케이크처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다.
“그, 그게 아니거든! 유리아가 선택한 이 길이 맞거든!”
퍼즐에 취약한 유리아가 누가 보더라도 틀린 방향으로 나아가자 그것을 말리기…보다는 놀리는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반응하는 유리아는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상한 데서 고집이 강한 유리아는 시청자들의 훈수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했다.
“낙하산은 어떻게 펼쳐? X키?”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미국의 갱단이 되어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게임 GTA 진행 도중, 비행기를 타고 특정 장소로 이동하던 도중, 낙하산으로 잠입을 하는 임무가 있다.
게임을 못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매뉴얼을 스킵한 유리아는 단축키를 채팅에 물었고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X를 누른 유리아의 캐릭터는…
“이이익!! 유리아를 속이다니 너희들 가만두지 않겠어!!”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낚였쥬
그러게 누가 스킵 버튼을 막 누릅니까 ㅋㅋㅋㅋ
메이드는 오늘도 속이 탑니다.
자유낙하~!!
낙하산을 펼치는 대신 긴급탈출을 해서 구름 높이의 상공에서 자유 낙하를 했다.
물론 낙하산 없이 떨어진 그녀의 캐릭터는 사망했고
자그마치 한 시간 반 분량의 세이브를 날리게 된 유리아의 멘탈이 터진 모습을 구경하고 놀리는 사람들의 재치 넘치는 도네이션 채팅과
유리아의 실감 나는 리액션은 큰 재미를 선사했다.
이 부분을 재미있게 편집한 리암은 다음 그가 메모한 부분으로 넘겼다.
별을 다섯 개 쳐둔 4시간 분량의 방송 중 최고라고 생각한 이 장면
컴퓨터에 앉은 리암은 어제의 방송을 떠올렸다.
은행을 거나하게 턴 주인공 일행이 성욕을 풀기 위해서 야릇한 곳을 방문하는 순간
유리아는 “하층민들은 이런 걸 보면 떽끼야 떽기!” 하는 식으로 그녀의 순진(?)한 시청자들을 보호하려는 제스쳐를 했다.
그러는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중학생과 다를 바 없기에 사람들은 거기서 빵 터지면서 도히려 유리아를 말렸다.
이 19금 성인 게임의 성 연출은 위험하니까 제대로 가려야지 유튜브의 수익 창출이 막히지 않는다며 말이다.
그 말을 따른 유리아는 세이프티 짤방, 즉 리얼한 성행위를 송출하는 장면을 귀여운 유리아의 그림으로 가리면서 진행을 했으나…
게임 최고 미인이자 매춘 업소의 에이스인 섹시한 몸매의 히로인 안젤리나가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뜨겁게 정사를 나누는
많은 남성들에게 극찬을 받은 그 야스! 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유리아님은 저런 식으로 유혹하는 법 모르죠?]
시청자가 그녀를 도발했다.
공주님은 카리스마가 있지 색기는 없어서
아, 확실히 그 가슴으로는 무리지 무리
펫딴펫딴!
유리아님의 가슴은 몹시 작아, 달리 말하자면 도마!
절벽 가슴을 칭하는 ‘펫딴’이 채팅창을 점령했다.
그 채팅을 읽은 유리아는 흐응, 하는 소리를 내었다.
“흐음, 하층민들이 감히 유리아님의 매력을 의심한다 이거야?”
귀여운 건 맞지만 색기는 아니잖아요
오히려 색기 있는 쪽이 위험하지 않아?
공주님은 귀여운 것으로 우리들은 행복해요
아무튼 저런 안젤리나 같은 매력은 무리지!
리암 또한 채팅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하아.”
애잔함이 담기는 한숨 소리
가녀리고 여린 음성에 담긴 무거운 감정이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시청자들의 고막에 꽂아진다.
게임의 소리가 줄어들고, 어느 새 ASMR장비를 가져온 듯 그녀의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
“그, 그게 무슨 말인거야? 유리아의 매력이 부족… 부족했다고 말하는 거야?”
마치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울먹이면서 말을 하듯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가늘게 들렸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 어조와 잔망스러운 애교섞인 그녀의 대사에
생방송 시청자 2만에 다다르는 채팅이 멈춘것을 리암은 보았다.
“흑, 흐윽 , 그래, 다들 가슴만 큰 여자들만 찾지, 유리아 같은 빈약한 사람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거 유리아는 잘 알고 있어.”
그 자책에 담긴 슬픔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에 되려 시청자들이 당황했다.
가련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불안감과 보호 본능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치 지금이라도 그녀를 말리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그런 떨리는 목소리는 불안감을 더더욱 자극시켰다.
아니야
아니에요!!!
저희는 유리아님을 좋아해요!!
“어머? 방금 유리아가 좋다고 말 한 거야? 헤헤헤, 그 말만을 기다렸어 ”
우는 척이 연기였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치 오랜 짝사랑 끝에 사랑하다는 고백을 들은 소녀처럼
사랑이라는 행복에 취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는 유리아의 목소리와 웃음소리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유, 유리아 루트 클리어
같은 채팅의 내용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아, 그렇다면 서로 부끄러워서 생긴 오해였구나? 헤헤 그랬던 거구나, 유리아는 지금 행복해! 유리아는 정말로 너희들을 좋아해!”
그 후에 유리아가 대놓고 말하는 ‘유리아는 너네가 좋아’의 시전에 시청자들의 애간장은 사랑이라는 폭력에 무자비하게 짖밟혔다.
대충 심장이 멎었다는 채팅
아아아아악
이거 너무 훅 치고 들어오는데 ㅋㅋㅋㅋ
이전의 그 초등학생 같던 좋아해! 는 어디갔어!!!
우와 방금 진짜 심장 두근거렸어 ㅋㅋ 미친ㅋㅋ
첫 시청입니다. 원래 이 방이 이런건가요?
아니 요즘 공주님 너무 달라졌어!
“달라진 유리아로는… 안 돼?”
유리아로는 안 돼?
뭘?
도대체 무엇을?
리암의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있지… 유리아는 말이야…”
사람들을 홀리는 그 부드럽고 달콤한 속삭거림에
시청자 모두가 음량을 키우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쪽.”
그리고 이어지는 헤헤 하는 순진한 웃음소리
어리고 맑은 청초하기 그지없는 웃음 소리
저 웃음소리 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선라이즈 최고의 청초한 웃음소리다.
무의식적으로 5초 전으로 이동하는 이동키를 누르면서 그 ‘쪽’ 하는 소리를 반복해서 들었다.
그런 리암의 어깨를 베네딕트가 두들겼다.
“자네도 그걸 보고 있구만, 아 지금 편집중인가? 그건 잠시 제쳐두고 이것 좀 보게나.”
그의 친구가 다른 키리누키 채널로 들어가서 한 영상을 틀었다.
언젠가 고양이 컨셉을 잡고 ‘냥냥’ 거리는 토크 방송을 했던 그 편집본과
어제의 뽀뽀소리가 나온 장면을 합성해서
쪽 냥 쪽냥냥 쪽냐아앙, 유리아는 정말로 너희들을 좋아해! 냥!
다른 영상에 나온 음성들을 짜집기 해서 만든 15초의 영상에는
금손의 그림 작가가 그린 고양이 귀가 달린 유리아의 그림이 귀엽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수 많은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그중에는 그의 키리누키 채널에 코멘트를 다는 익숙한 닉네임들이 보였다.
어느 한 코멘트가 보였다.
섹스가 별거냐? 이게 바로 섹스지!
사나이의 심금을 울리는 그 거친 표현에 리암은 조용히 좋아요를 눌렀다.
어느 날, 그러니까 온천 휴식을 다녀 온 이후의 유리아는
전에는 없던 어마무시한 색기를 보유한 버튜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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