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66화 (66/307)

〈 66화 〉 65화.

* * *

1인칭 공포게임들 대다수는 몬스터를 피해서 도망치는걸 전제로 한다.

물론 직접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시리즈들도 있었고, 그런 게임도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었지만…

실력파 게이밍 스트리머로서 이름 높은 타마의 실력을 얕보지 않은 나는 의도적으로 괴물들을 피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생존게임 ‘아웃 라스트’를 추천했다.

그것도, 게임 초보인 유리아와 조작을 나눠서 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이동과 조작, 숨기 등을 하는 키보드 조작은 유리아가

시야를 돌리게 하는 마우스 컨트롤은 타마가 맡기로 말이다.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그리고 선라이즈의 아싸연합의 둘은 모두 다 공포게임에 취약한 겁쟁이들이었기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반응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빠,빠,빨리 숨기 버튼 눌러 유리아!!”

“눌렀어 눌렀다고!!”

“멍청아 두 번 눌렀잖아!!”

겁에 질린 상태에서는 몸의 통제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보다 실수가 잘 나오기 마련인데…

거기에다가 한 사람이 조작하는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연합해서 움직여야한다?

그 결과는 게임 진행 30분만에 그녀들의 캐릭터가 튜토리얼 괴물로부터 끔찍하게 잡아 먹히는 일이었다.

이미 몇 번의 점프 스케어(갑자기 튀어 나오는 공포 요소)로 혹독하게 당한 그녀들은

선배고 후배고 아싸고 인싸고

뭐든 상관 없다든지 편하게 말을 놓으면서 진행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멍청 아싸들 귀여운 거 실화냐고

­방송 전에는 선배의 위엄 어쩌구 하더니 역시 타마짱…

­우리 아가들에게 이런 무서운 공포 게임을 시키다니…. 매니저님 찬양합니다.

­렬루 이렇게 안 무서운 공포 게임 방송 처음이다

­리액션이 너무 화려해 다들ㅋㅋㅋ

­겁쟁이들이 모이면 겁이 네 배!

“시,시야 돌려!!”

“자,잠깐만 앞으로 가지 마! 이럴때는 뒤로 걸으란 말이야!”

무의식적으로 전진 키를 누르는 유리아

타마는 캐릭터가 뒤로 걷는 후진 버튼을 누르길 바랬지만

그 결과는 멀리 보이는 스테이지의 괴물에게 스스로의 몸을 던지러 가는 기가막힌 상황이었다.

­식사 배달 완룤ㅋㅋㅋ

­우버 이츠냐고 ㅋㅋㅋ

­아 이집 식사 달달하네 ㅋㅋㅋ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식사가 걸어온다? 무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임 진행은 느린데 상황이 너무 웃겨서 숨을 못 쉬겠어

특히 타마의 1인칭 게임 조작은 특정 목표물에 시야를 고정하고 캐릭터의 이동키를 눌러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았고

유리아의 1인칭 게임 조작은 캐릭터가 가는 방향과 카메라를 함께 틀어서 전진 키만 눌러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녀들의 상반되는 게임 조작 방식은 그야말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그래도 게임에는 진심인 만큼 타마는 몇 번 같은 장소에서 죽자 그녀들만의 규칙을 세워서 진행하기로 했다.

가령 도망갈 때에는 느린 녀석들에게는 뒷걸음, 빠른 녀석들에게는 시선을 돌려서 전력 질주라거나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주인공 캐릭터가 추적자들에게 쫓길 때 나오는 음악이 나오면 무조건 숨고 보자는 것

그 외에도 캠코더의 줌인,아웃 판단은 타마에게 맡긴다거나

무언가 있을만한 공간은 상호작용 버튼을 열심히 연타하면서 나아가자는 둥의

몇 가지 약속들을 정한 후 그녀들의 진행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물론 그게 ‘혼자서 하면 가장 무서운 호러 게임’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이 게임의 무서움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섬뜩한 음악과 무섭기 그지없는 배경을 직접 탐사하는 건 두려움이 일게 했다.

그래도 같은 구간에서 죽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물 소리만 들어도 놀래기는 해도, 게임의 진행도 만큼은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보는 맛이 있었다.

“아, 좀 제발 떨어지는 물 방울 정도로는 놀라지 말아 주세요. 저도 놀라잖아요!”

“시, 시끄러 유리아, 그러는 너도 움직이는 쥐를 보고 놀랬잖아!”

게다가 평소라면 타인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강하게 말하지 않는 두 사람이

직설적으로 의견 표출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팬들은 놀라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게… 아싸?

­우리 아싸는 다른 아싸에게는 평범하게 대하는구나

­그래서 타마의 방송을 보는 우리들도 아싸잖아ㅋㅋ

­아…

­거기서 동감하지 말라고

­아무튼 타마는 아가야 아껴줘야해…

­유리아님도 아가야 아껴줘야해…

그런식으로 전혀 접점 없던 사람들끼리의 첫 합동 방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한 텐션을 보인 그녀들을 보고 한 시청자가 의견을 내었다.

­이거 혹시… 타마유리 각? 둘이 너무 어울리는 거 아냐?

“제, 제가 이 사람이랑요?”

“무리무리무리.”

­이거 완전 찐친 텐션인데

­오이오이 그러면 눈물을 흘릴 메이드와 마법사가 있다구

­하지만 아싸 둘이서 저렇게 찐친 텐션을 보이는 거 보니 정말…

“제가 이런 절벽 가슴을 좋아 할 리가 없잖아요!”

충실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타마가 그렇게 외쳤다.

“유리아가 이런 히키코모리 아싸 오타쿠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너도 히키코모리 아싸잖아! 색기도 없는 꼬맹이가!”

“유리아는 그래도 밖에 나가거나 운동도 하거든 이 물렁살아!”

그 후에도 게임의 진행은 방치하고

삼 십분 가량의 치열한 디스를 계속했다.

물론 정말로 분노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 디스전에 서로에 대한 자책감과 웃음이 섞인 디스전은 초등학생끼리 다투는 듯한 유치함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행여나 그녀들끼리 사이가 나빠질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고

오히려 충성스러운 팬들이 그녀들의 약점들을 서로에게 고발하면서 불을 붙였다.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 과자가 일치 한다거나

같은 브랜드의 샴푸를 쓴 다는 일이 있는 둥

시청자들은 몰랐던 그녀들만의 새로운 정보가 공개되기도 한 이 방송은

무서운 공포 게임의 분위기를 크게 순화시켜 주었다.

물론 겁쟁이 둘이 모인 만큼 호들갑스러운 면모도 있었으나

그래도 게임의 진행이 수월하게 흘러가기 시작했기도 했고..

“앗, 저기 뭐 이상하지 않아?”

“나이트 비전 킬게, 어 있다있어.”

서로를 편하게 대하게 된 덕분인지

이심전심으로 게임을 조작해 나가면서

유저들에게 극찬을 받은 스토리를 차분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의 스토리는 내부 고발자의 편지를 받고 온

정의로운 기자가 되어서 끔찍한 실험이 자생되는 정신 병동을 탐방하는 이야기인데

그 와중에 손가락이 잘리거나 끔찍한 몰골의 환자들에게 쫒기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캠코더로 기자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1인칭 생존 호러 게임이었다.

광신자 신부와 난폭한 거한, 미쳐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진행하는 이 게임은

인간의 심리를 극한까지 자극해서 으스스한 음악과 더불어서 명작 반열에 이른 공포 게임답게, 겁쟁이 버튜버 둘의 비명을 극한까지 뽑아냈다.

그리고 맞이한 엔딩 크레딧 영상에서

“엉엉엉엉.”

“우리가 해냈어. 아싸 연합 만세.”

훌륭한 스토리의 내용을 음미하기 보다는

더 이상 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울었다.

진짜 울음인지 가짜 울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서럽게 우는 둘이었다.

그래도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알록달록하게 터지는 도네이션 채팅이 채팅창을 물들였다.

진행이 멈춘 30분을 제외하고는 총 플레이타임이 다섯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은 두 사람은 게임의 소감을 이야기 하거나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있지있지, 그러면 그 마왕성의 오야츠 타임은 정말인거야?”

“어? 응, 간식 메뉴는 메이드가 정해준 식단에 따라서 늘 달라져. 가령 점심을 안 먹은 날에는 좀 많다던가, 시간대 따라서 좀 달라진다는 거…?”

“에이, 엄마도 아니고 어떻게 매 번 그렇게 챙겨 줄 수 있는건데??”

“메이드가 날 좋아 하는건 진심이라서 그래. 라쨩 보고있지? 오야츠 타임이야~ 배고파~”

그러자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한 시 반인데 방송을 끝내고 식사를 하실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만…”

“응? 아냐 오늘은 책상 위에서 먹을 게, 타마 선배 괜찮지?”

“…”

“타마 선배?”

“어, 어, 으…응.”

“선배 벌써 우리 메이드 보고 겁 먹었어?”

“아,아,아,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닌가

타마의 목소리에 깃든 겁을 알아차린 유리아가 실실 웃었다.

헤에­ 그렇구나, 타마 선배… 호오라~ 하는 중얼거림이 생생하게 들렸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스튜디오의 작은 녹음방의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자, 유리아가 말했다.

“타마 선배 설마… 겁, 먹으신건가요?”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목소리부터 너무 떨리시는데요?”

“그, 와, 저, 저런 빛나는 인싸는 우리 아싸에게는 천적이잖아… 유리아는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아?”

누가 보더라도 미인에다가

자신 만만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보기만해도 소심한 타마가 질려버릴 듯한 그런 사람이 메이드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듣기로는 저 사람은 유리아와 동거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일 보다 보면 익숙해져요.”

“그, 그렇구나.”

“그리고 저는 공주고 라쨩은 메이드인걸요?”

“아 맞다, 선라이즈 최고의 실력자 메이드!”

“선배같은 컨셉 메이드하고는 조금 다르긴해요.”

“선배에게 그런 불손한 말 하지 말아줄래!!”

아싸의 적은 아싸라고 하던가

그녀들의 친한 친구의 편한 대화같은 대화는 메이드가 근사한 야식을 내올 때 까지 계속되었고

그 날 합동 방송은

금요일 오후 다섯시 반에 시작한 방송은 세벽 세 시까지 진행하는 긴 방송이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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