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66화.
* * *
그렇게 방송은 성황리에 끝맺음 지었다.
데뷔한 지 일 년이 넘어가지만, 말을 편하게 하는 사람이 드문 타마에게는 편하게 말을 할 사람이 생겼고
언니 또한 비슷하게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친구가 생겨서 기쁜 듯했다.
둘이서 한 몸으로 취약한 공포 게임을 훌륭하게 이겨내서 그런지
그녀들은 새벽 세 시에 방송을 마치고도 재잘재잘 떠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괜찮으시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요?”
“네?”
아티스트 겸 타마의 매니저 겸 타마의 여동생인 니아씨가 그렇게 물었다.
“저희 집은 회사 스튜디오로부터 그렇게 멀지도 않고, 언니가 저렇게 와~와아~ 하는 느낌으로 들뜬 건 정말 오랜만이라서요. 아싸들은 친해지면 선들은 빨리빨리 넘기기 때문에 문제 없을 거예요.”
“어, 정말로 그렇게 해도 되나요?”
“네, 두 분이 주무시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양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사람들 만나고 놀러 다니는 건 내가 워낙에 좋아했던 것이라서
언니의 허락만 구한다면…
“외박? 좋아 오늘은 파자마 파티를 하자!”
“우와아아! 좋아! 나 안 그래도 동물 파자마 여러 개 사둔 거 있거든, 유리아에게도 분명히 잘 어울릴 거야!”
두 사람은 아예 손을 마주 잡고 팔짝이며 좋아했다.
오후 다섯시에 시작해서 새벽 한 시에 방송이 끝나는 장시간 내구 방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정말로 힘이 넘쳤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의 일정표를 확인한 다음, 내일 방송은 저녁에 있으니 괜찮다고 판단을 한 나는 그녀들을 내 차에 태워서 이동했다.
탑승 도중 조수석에 앉아 어색하게 안전벨트를 메기 위해 고생하는 니아 씨를 돕기 위해서 잠시 몸을 기울였는데…
“저, 저, 저기 유나 씨?”
“네?”
“저, 저, 저희 너, 너무 가깝지 않아요?”
뭐지? 이성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 같은 순수한 반응은?
그러다 문득 내 가슴이 그녀의 팔에 닿아있는 것을 보고 나는 씨익 웃었다.
역시 어른인 척해도 아이는 아이구나
“흐응? 어쩔 수 없지 않아요? 니아 씨는 안전벨트를 제대로 메지 못 하니까 제가 도와 드려야죠.”
“그, 그래도 이, 이건 너무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에이, 잠시만요 너무 몸을 비틀지 말아주세요.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잖아요.”
어두운 차 안에도 빨갛게 달아오른 니아 씨를 보니까 귀엽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다.
역시 아무리 봐도 천만 재생 횟수를 지닌 음악가나 선배 매니저보다는 여동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같은 여성끼리인데도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모, 몰라요.”
그나저나 팔에 가슴이 닿았다고 저렇게 긴장하다니
워낙 닳고 닳은 사람들 사이에서 보기 드문 순수한 사람이다.
아니, 아직 어리니까 그런가?
설마 온라인에서는 오케이고, 오프라인에서는 역으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그런 부류인가?
뒷자리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생전 처음 친구를 사귄듯한 기쁨을 누리던 두 사람의 시답잖은 대화를 배경 음악 삼아서 운전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무려 도쿄도내에 복층 집이라니?!
아무리 회사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이 외각이긴 해도 그래도 교통편이 잘 돼 있어서 나름 비싼 땅이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는데…
여동생이라는 공통점으로 언니들의 방송을 지켜보면서 대화를 쭉 나눈 만큼 거리가 좁아졌다는 기분이 딱 드는 나는 니아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우와 대단해요. 어떻게 벌써 이런 집을!”
“아, 아, 아직 대출 상환 다 안 끝났어요. 저희도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 그런데 파, 팔좀.”
“어머나, 이 아기자기한 화단은 니아 선배님이 하신 거에요? 대단해!”
“그, 그러니까 파,팔.”
“주차 공간도 따로 마련해두셨네요? 그렇다면 니아 선배도 차를 뽑으실 거에요? 뽑으신다면 어떤 모델로 하실 건가요? 혼다? 닛산?”
“%#$@!@$”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얼버무림이 느껴졌다.
긴장해서 그런지 오히려 내 팔을 세게 더 끌어안고는 내 가슴의 촉감을 느끼고 되려 놀라서 멀어지려고 했다.
물론 내가 놓아주지 않았지만, 회사 내에서는 그렇게 냉소적이고 차갑게 보이던 사람이
접촉 한 번만으로 이렇게 당황할 줄 어떻게 알았는가
그녀의 생생한 반응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래도 더 하면 왠지 미움받을 것 같아서,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간 버튜버들을 뒤따라서 들어갔다.
집은 깔끔했다.
그러니까 거실만 말이다.
거실만큼은 오타쿠 굳즈로 도배하지 않고 그 외의 공간은
젊고 수집욕이 강한 여자들이 사는 공간이 으레 그러하듯이 다양한 소품과 장식으로 그득했다.
복도의 벽부터 부엌의 거대한 진열대까지
누가 보더라도 이 집은 오타쿠의 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굳즈들이 빼곡했다.
일 층은 서른 평이 되어 보이는 넓은 공간이었고 이층 또한 생각해보면…
이런 집을 여자 둘이서 관리가 된다고? 하는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일본에서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알아본다고 부동산 사이트를 뒤적인 나의 눈에는
이 자매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자매였다..
내 방을 보여줄게, 하면서 꺅꺅거리면서 두 사람은 올라갔고 나는 손을 씻고 마스크를 벗었다.
“집이 정말 예쁘네요 니아 선배님.”
“치,칭찬 고마워요….”
“그나저나 집이 덥네요. 세상에 온돌이 있는 집이 있군요?”
“네, 코로나 이전에 한국 여행 갔을 때 온돌을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는데… 저기 유나 씨? 갑자기 옷은 왜 벗으시는 거예요?”
코트를 벗고 그 안에 입던 가디건을 벗었을 뿐이다.
좀 작은 옷을 입고 있어서 가슴이 조여서 답답했는데,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그렇게 물어왔다.
아니 본인도 여자면서 이게 어때서?
“오, 오, 옷 갈아입을 옷 가져올게요!”
“니아쨩 옷 가져왔어~”
어느새 고양이 파자마로 옷을 갈아입고 여분의 파자마를 가져온 타마 씨와 나에 언니가 빨개진 얼굴로 두 얼굴을 감싸는 니아와
아무렇지 않게 셔츠 한 장만 입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유나는 벌써 갈아입을 준비 되어있네?”
“네, 파자마 파티라고 했잖아요.”
“… 저기 타마 선배? 좀 더 큰 옷이 없나요?”
나에 언니는 난감함과 질투 섞인 눈으로 내 가슴을 노려보며 말했다.
가슴이 없다시피 한 나에 언니와
아무리 좋게 쳐줘도 C컵도 되지 않는 어린 니아 선배
그리고 아직도 나를 무서운 생물을 보는 눈으로 보는 타마씨는 그래도 비교적 큰 사이즈의 가슴인 F컵인데…
그보다 더 큰 가슴을 가진 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뻘쭘해진 나는 옷으로 흉부를 덮었지만, 그녀들의 끈덕진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끈덕지다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부러움과 질투? 공포감?
대학 친구들도 가슴이 크다고 부러워한 적은 있었는데 그게 공포감까지 느낄 일이었어?
“그, 그래도 파자마가 크고 널널하니 괜찮지 않을까?”
“으, 응 그럴 거야! 자, 마미도 얼른 갈아입고 오자.”
“회사 사람들이 있을 때는 예명으로 부르기로 했잖아 언니.”
니아씨의 본명이 마미구나
귀엽네.
그게 불만인 듯 툴툴거리는 마미는 그제야 나이에 맞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그렇게 빈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우리들은 각기 분홍 고양이, 노란 고양이, 노란 강아지, 선인장 모양의 파자마를 입은 채로 거실에 모였다.
“추, 충분하지 않는구나…”
분홍 고양이의 타마가 말했다.
“유나 가슴은 우주 제일…”
귀여운 노란 고양이 파자마를 입은 나에 언니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말했다..
“…”
그리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을 붉힌 채 선인장 파자마를 입은 마미 선배가 날 바라보았다.
“하하하.”
품이 넉넉한 노란 강아지 파자마 아래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가슴을 팔로 가리면서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새벽 세 시 반인데 다들 안 졸려?”
“으응, 나는 지금 두근두근해서 잠이 잘 안 오는데? 장시간 방송은 익숙하기도 했고, 유리아랑 대화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전 주로 믹싱 작업을 밤에 작업할 때가 많아서 밤을 자주세요. 그러는 유리아씨도 이전엔 새벽 방송을 자주 하시지 않았어요?”
“뭐, 그래서 때때로 밤샘을 해도 다다음날이 힘들지 괜찮아요. 그리고 유나는 음… 걱정을 안 해줘도 되니까. ”
“언니 너무해요. 저도 사람인데요? 저, 저도 과로로 입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건… 이틀 밤을 새우고도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도 멀쩡하던 사람을 쓰러트린 회사의 잘못이 아닐까…?”
확실히 그 당시에는 과로가 많긴 했지…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화를 듣던 두 사람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근래 들어서 오타쿠들의 평균 체력을 알게 된 나는 익숙하게 그녀들의 놀라움을 받아들었다.
방송이 열 한시를 넘는 순간 혹시라도 졸음운전을 할까 봐 커피를 한 잔 마신 나는
그것만으로도 밤을 세고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카페인이 잘 받는 몸이니까…
아까부터 자꾸 화제가 나에게 쏠려서 부담스러운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의외로 집에 손님들이 들른 적이 많나 보네요? 아까 손님 방 보고 놀랐어요.”
옷을 갈아입기 위한 그 방에는 손님 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꾸밈이 적고 담백한 디자인의 침실이었는데 그래도 손을 탄 흔적이 제법 있었다.
마치 캡슐 호텔에서나 볼법한 단출한 구성의 그 방에는 두 개의 침대가 놓여져 있는걸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응, 타마는 아싸인 주제에 친해지면 이렇게 금방 사람들을 집에 부르고 싶어서 안달이라서…”
“워, 원래 아싸는 친구 생기면 이렇게 친하게 대해주거든?”
“뭐래요, 맨날 선라이즈 멤버들과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돌리는 사람이.”
“#$%@#$!!”
언니를 확실하게 다루는 마미였다.
그렇게 다시 분위기가 풀어진 네 사람은 모두가 쓰러져 잘 때까지 편하게 수다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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