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68화.
* * *
“우와 오므라이스다.”
“유나의 황금 오므라이스다! 잘 먹겠습니다.”
잠에서 막 깨어난 그녀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오므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와 마미 선배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로 맛있다는 듯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면서 맹렬한 기세로 밥을 먹는 이로하를 보며 마미 선배가 말을 꺼냈다.
“언니 어때?”
“응?”
“쿠로가와 씨나 유나 씨.”
“어… 응 밥도 잘하고 재미있고 예쁘고 최고야!”
아싸는 한 번 친해지면 한 없이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사람들이라고 했나
졸지에 무섭고 가슴만 큰 사람에서 밥 잘하는 예쁜 사람이 된 나는 피식 웃었다.
역시 먹이로 길들이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해지는 진리다.
“처음에는 반쯤 장난으로 기획된 아싸 동맹 콘텐츠였는데… 솔직히 두 사람이 이렇게 친해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어… 응.”
“그래서 쿠로가와 씨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당분간 쿠로가와씨가 우리 집에서 사는 게 어때요?”
직구로 훅 치고 들어온 그 제안을 들은 나에 언니와 이로하씨의 숟가락이 멈추었다.
“어… 너무 성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나요?”
“완전 좋아!”
“완전 좋아요!”
하루만에 베스트 프랜드가 된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로하가 모아 둔 닌텐도 게임들 모두 해보는 거야?”
“나에가 모은 옛날 게임 콜렉션 나도 시키게 해 줘! 엄마가 멋대로 버린 것들이 많단 말이야!!”
“그리고 옆에서 같이 온라인 게임 합동 방송도 하자! 요즘 스팀에 2인 1조 게임이 많더라고!”
“좋아, 우리 이참에 음악 방송도 한 번 기획해보는 게 어때? 유리아가 이케보이스로 저음을 깔고~”
“그러자, 우리들도 이제 듀엣 곡을 불러서 선배들을 놀래켜보자!!”
“내가 선배거든!! 나 위에 선배는 초기 멤버들 밖에 없거든!!”
두 사람은 눈을 빛내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구나
평소에는 어째나 말이 없던지, 방송 중이 아닌 상황에는 흡사 양갓집의 규수처럼 말을 아끼던 그녀가 또래처럼 말을 하는 걸 보면서 나는 미소지었다.
“아, 그러면 유나는…?”
“전 당분간 여기를 왔다 갔다 해야겠죠? 그래도 잠은 사이타마의 본가에서 잘거에요.”
“에?”
“에? 는 무슨 말씀이세요. 미우가 거기에 있잖아요.”
안 그래도 미우가 왜 금요일 밤에 안 돌아오냐고
고3을 달래주지 않으면 울어버리겠다는 문자를 운율에 맞게 하이쿠를 지어서 나에게 보냈다.
“그래도 미우가 학원 가 있는 시간 만큼은 여기에서 언니하고 같이 일하면서 마미 선배 교육도 좀 하고 갈거에요.”
“교,교육이라니?”
“으음, 아무래도 마미 선배가 가사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 동안에는 청소부 아주머니를 고용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지출도 지출이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건 마미 씨의… 니아 매니저 분의 의견이야?”
“아뇨. 제가 돕고싶어서요.”
이래저래 힘 쓰는 마미 선배를 돕고싶다는 내 솔직한 말을 들은 언니가
특유의 차분하고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나는 착하고 상냥하니까, 사람을 돕기를 좋아하니까.”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래도 연말에는 여기서 파티를 하는 게 어때요? 크리스마스 파티라도 괜찮고요.”
이 말에 반응을 한 것은
나와 언니 사이에 흐르던 기묘한 압박감을 느끼면서 얌전히 밥을 먹던 이로하였다.
먹던 숟가락을 탁, 하고 책상에 내려둔 그녀가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크,크,크크리스마스 파티를?! 내가 혼자서가 아니라 나, 나에랑 유나씨랑!?”
충격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로하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럼 크리스마스를 파티하면서 보내야지…? 그 신나는 축제 기간에 혼자 보낸다고?
잠깐, 이로하 당신 설마!?
“어… 예전이면 모를까 최근에는 크리스마스마다 작곡가들 끼리 파티를 열거나 그러다 보니까… 언니 혼자서 보낸 적이 많아요.”
마미 선배의 결정타에 나는 얼굴에 떠오르는 연민의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내 시선을 느낀 이로하가 맹렬하게 반응했다.
“…”
“이, 이젠 아니거든! 흥, 이제 나도 나에가 있어!”
그렇게 말한 이로하는 나에 언니를 껴안았다.
졸지에 다키마쿠라처럼 껴안긴 언니는 이에 질세라 이로하를 껴안았다.
그렇다는 거는…
“나에 언니도…?”
“… 나도 이제 유나하고 이로하가 있거든!”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두 사람이나 존재할 수 있구나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나 사실 나는 게이야’라는 동생의 장난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던 내가 흔들렸다.
크, 크리스마스에 혼자서 가만히 집에서만 보낼 수 있구나…
그런 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그녀들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재수없어 인싸.”
“유나 얄미워.”
나에 언니와 친해진만큼 나에게도 말을 편하게 하는 이로하씨와
그런 이로하씨의 품에 안겨서 같이 삿대질을 하는 언니였다.
다음 볶음밥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아주아주 매운 땡초를 반드시 넣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는 하하, 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마미 선배가 그런 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그러면 다음주에 볼게요.”
“나에 기대해~ 방 이쁘게 꾸며둘게!”
“응! 고마워 이로하!”
그래도 일단은 돌아가서 당분간 함께 지낼 준비를 하기 위해서 나는 언니를 차에 태우고 인사를 했다.
당분간 나에 언니는 이로하의 집에서 머무르면서 숙식을 겸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일과 시간이라고 볼 수 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이로하의 집에 출근하게 되었다.
남는 시간에는 미우를 돌보거나, 원격으로 매니저 일을 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되었고 말이다.
어찌보면 셀프로 출근 패턴을 만든 셈이지만…
나는 생활 기술들과 요리에 관련된 지식들과 내가 그간 얻은 기획하는 지식을
마미 선배는 나에게 매니징 경력을 하면서 쌓은 지식들과 음악에 관련된 지식을
서로에게 가르치게 되었다.
이러한 내막들을 언니에게 들려주면서 그녀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렇구나.”
“언니도 그렇고 이로하도 그렇고, 서로 혼자서 잘 하는 스타일이니까 아무래도 매니저들이 불안해한다고 해야할까요?”
“그렇구나.”
“언니는 제 말을 잘 들어주지만, 이로하씨는 아무래도 한 번 불 붙으면 고집을 부리시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문제가 아닌가 하고 고민을 했다고 하네요.
물론 방송을 일방적으로 방송인에게 맡기고 문제 생기는 요소들만 지적해주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마미 선배는 좀 더 저처럼 방송을 도와주고 싶어 하시는 거 같아요.”
“으응… 그래도 마미 씨의… 그러니까 니아의 음악은 정말 대단한 건데 말이지.”
“하아, 그러게요. 음악을 믹싱하고 무료 소재의 BGM들을 시기적절하게 잘 깔아주는 마미 선배를 보면 부러워요.”
“아니야, 유나는 대단해. 기 죽지마.”
운전을 하는 나의 시야에 가리지 않도록
그녀는 손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톡톡 쳤다.
기 죽은거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언니의 손길이 좋아서 나는 기분좋게 받아들었다.
평소에 자존심이 강한 티를 팍팍 내고 다니는 내가 일방적으로 쓰다듬을 받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니까.
“그래서 저도, 마미 선배도 서로 성장을 하고 싶어해요. 물론 언니들도 두 분이서 재미있는 기획들을 많이 할거고, 시청자들도 좋아해줄 기획들이 많이 나오긴 할거지만.”
“나도 유나랑 대화하다보면 재미있는 발상들이 많이 떠올라. 그리고 혼자서는 이게 될까? 하고 싶은것도 유나와 함께 하다보면 재미있게 되고 말이야.”
“고마워요 언니. 그래도… 역시 전 더 성장하고 싶어요.”
언니도 언젠가 100만 유튜버가 되어서 금색 버튼을 받는 걸 꼭 보고 싶은 나였다.
그런 언니의 곁에 당당히 서있기 위해서 나 또한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그런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언니는 예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집으로 가는 길 중 가장 긴 신호에 걸린 나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 또한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유나는 정말로 언제나 힘 내는구나.”
“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래, 그런 언제나 열심히 하는 유나에게 포상을 줄게.”
그렇게 말한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나의 얼굴을 잡고 그대로 가볍게 입맞춤 했다.
마치 사회인끼리 만나면 악수를 하는것처럼
내 얼굴을 끌어당기고 입맞춤을 하는 언니의 동작은 실로 능숙했다.
나의 시간은 마법에 걸린 것 처럼 멈추었다.
빠앙!
뒷 차의 경적이 울리기까지
나는 멍하니 언니를 바라보았다.
만족스러운 눈으로,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언니는 실로…
“그럼 잘 부탁해요. 나의 기사님.”
“네에…”
요망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