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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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간 밤의 버튜버 뉴스를 정리해주는 다비의 아사다비 입니다. 출근준비 중인 여러분들, 출근 중인 여러분들,아침 발X를 가라앉히는 학생들, 해외의 리스너들, 모두들 좋은 아침, 점심, 저녁입니다!”
2기생의 활기찬 연금술사 다비의 인기 기획은 뉴스 컨셉의 아침 생방송
이른바 다비 뉴스다.
주로 버튜버에 관련된 토픽들을 다루는 그녀의 방송은 자신이 직접 만든 키리누키 영상과 커뮤니티의 반응을 모아서 한 시간 가량 진행을 하는데
밤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나는 버튜버들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획이었다.
“… 네 그렇다는 군요. 우리들의 귀여운 토끼 음유시인 이브라쨩이 드디어 구독자 20만을 넘겼다고 하네요. 앞으로도 힘 내주세요 이브라쨩~ 다비도 언젠가 이브라쨩의 귀를 햝고 싶네요!”
정말… 누나는 빠꾸가 없다.
아침부터 섹드립을 듣고 있는 우리 인생에 치얼스
ㅋㅋㅋ 덕분에 잠은 잘 깨는데
다비쨩 오늘도 귀여워
이브라 음방 너희들도 같이 듣자
아 젠장 다비 뉴스 볼때 물 마시면 안되는데 또 뿜어버렷네
“자 다음으로는… 간 밤에 달달한 노래를 마구잡이로 부르고 다닌 사랑의 괴도단 A양과 B군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귀여운 후배 이브라의 마인 크래프트 방송,변태 엘프의 그림 방송,귀여운 미카엘의 GTA방송,
아그니 여왕님의 몬스터 헌터 방송에 난입을해서 노래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노래를 듣게하는 악질 강도단이었는데요!”
???
이건 또 무슨
야 ㅋㅋ 이건 누구 생각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다비 손 빠르네 벌써 이걸 쪄왔어?
이거 어제 보고 개 웃었는데 ㅋㅋㅋ
아 근데 남자 목소리 불편하다, 여자 목소리는 알겠는데
설마… 우리들의 아이돌 나모가 드디어?
부숴진 꿈을 붙잡은 나모가 드디어 데뷔를??
“놀랍게도, 그들의 노래 실력은 아이돌 다비도 감탄한 초 고수들! 특히 의문의 남성 파트의 노래가 참 전달력이 좋았는데요, 여기 그들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시죠!”
[상황 : 엘프의 그림 방송 도중, 갑자기 디스코드에 난입한 2인조]
“엣? 뭐야뭐야? 누구야 두 사람! 엘프에게 정체를 숨기고 목소리로 놀릴려고 든다니! 좋다! 그 기개!
이 엘프, 그 도전 받아주마!”
실제로 다른 사람인 척 다른 멤버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장난 전화를 거는 문화는 버튜버들 사이에서 제법 흔했다.
그 중 4기생의 엘프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목소리 흉내도 잘 내었고, 알아 듣는 귀 또한 밝았다.
“저희는 노래 강도단입니다. 노래를 내놓으시죠.”
“엣, 너 누구야? 이 잘생긴 보이스는? 엘프랑 사귈래?”
“노래를 내놓지 않는다면 강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아, 알았어.”
뜬금없이 노래를 강요당한 엘프의 입에서 나온 노래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ABC 노래였다.
그렇다.
유치원에서 알파벳을 외울때 부르는 그 노래 말이다.
엘픜ㅋㅋㅋㅋㅋ
역시 이 엘프 강하다
유치하기론 엘프가 제일 유치하니까 장난이 안 통해
ㅋㅋㅋㅋㅋ2인조 강도 당황했죠?
근데 남자 목소리 누구야? 나만 불편해?
“좋았다. 규칙에 의거해서 엘프에게 우리들의 노래를 바치도록 하지!”
“이 목소리! 너 설마!”
그와 동시에 통화 너머로 피아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녹음이 되는 듯, 음이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곡인지라 모든 시청자들은 그들의 노래를 기대했다.
[그날 바라보았던 물가를 지금도 더올리곤 해.]
깔끔한 미성의 노래
여린 여성 특유의 가녀린 느낌이 잘 살아서 애절한 기분을 주는 음성
그녀의 노래를 듣고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도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띄웠다.
[팟하고 빛나며 피어난 불꽃을 보고 있었어]
여기서 치고 나오는 것은 동굴 저음의 달콤한 남성의 목소리와
높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듀엣을 이루었다.
[앞으로 몇 번을 너와 함께 같은 불꽃을 볼 수 있을까 하며, 웃는 얼굴에 무얼 할 수 있을까.]
남성 솔로 파트가 진행되면서 그들은 남자의 노래를들을 수 있었으나
같은 남성이 들어도 매력적인 그 목소리는 밤 아홉시에도 선라이즈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였다.
심지어 남성 그룹 멤버의 목소리도 알아 듣는 엘프 방의 애청자들도 정체를 알기를 포기하고
얌전히 밤에 난입한 ‘사랑의 괴도단 A양과 B군’의 훌륭한 노래를 들었다.
“와아, 박수박수박수! 얘들아 어서 박수를 쳐! 이 자리를 빛내 준 두 사람에게 박수!”
“그럼 떠나겠다!”
“모두들 좋은 밤이 되거라!”
그리고 쿨하게 방송에 나갔다.
고작 5분에 불과한 시간이었으나, 다소 풀어지기 쉬운 그림 방송에 때아닌 활력을 불어넣은 뛰어난 콘텐츠였다.
“자아아아~~ 여기까지가 내용이었습니다.그리고 오늘! 간만에 특별 게스트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 정체는~~!”
다비 뉴스에는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난 멤버가 방송에 합류를 해서 같이 토크를 진행한다.
누군가가 방송에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시청자들의 모든 추측을 부정하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2D 일러스트가 등장했다.
아름다운 백금발에 푸른 눈동자, 성숙한 여체가 드러나는 메이드 복을 입은 마왕성의 메이드였다.
“콘유리~ 마왕성의 메이드 겸, 어젯밤 사랑의 괴도단 B군이었던 메이드 라 입니다. 다비님의 방송에선 처음 등장해보네요.”
“꺄아아아악! 메이드 라! 메이드 라! 사 랑 해 요!”
“다비님 움직이지 못하는 제 일러스트를 핥는 흉내는 그만 해주세요.”
“킁카킁카 페로페로!”
“저 그러면 나갈거에요?”
“나가지 말아줘! 다비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 잘생긴 남자 목소리 다시 내줘!”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다비양?’”
“꺄아아아악!”
진심이 담긴 환호성에 시청자들이 폭소했다.
그 후에는 1:1 토크 코너가 즉석으로 진행되었다.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1기생 코모레비님의 방송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그제서야 제가 메이드가 되고 나서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좋아해주셔서 언젠가 한 번 불러볼까 했는데 마침 수행에 지친 클레님과 함께 작당하고 듀엣 곡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 남성 목소리라서 놀라셨다고요? 의외로 저는 목소리 변조에 재주가 있습니다. 가끔씩 친구들과 목소리로 장난을 치기도 해요.”
“네? 클레님을 사랑하냐고요? 물론 인간적으로 클레님은 존경할만한 성녀분이시지만,
제 몸과 마음은 이미 유리아님의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답을 할 수 없겠네요. 다비님을 사랑하냐고요? 싫어요.”
몇 번 MC경력을 맡은 경력이 있는 메이드는 평소의 목소리로 그렇게 인터뷰에 응했다.
“너무해에에.”
풀 죽은 표정을 지은 다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그녀를 한심한 어조로 메이드가 말했다.
“애초에 다비님을 비롯해서 선배 분들의 라이브때 백댄서로 도움을 준걸로 만족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거 억지야 억지, 이런 잘생긴 목소리를 낼 줄 알았으면 메이드도 같이 데뷔 시키는건데.”
“전 데뷔 안할 거에요.”
“정말이야? 그렇게 싫어?”
“네, 정말로 안 할거에요.”
메이드의 확고한 대답을 들은 다비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변했다.
장난을 칠때 짓는 그 사악한 표정을 본 메이드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그 불안감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들었죠? 메이드의 팬 분들? 이 건방진 메이드를 돈으로 혼내주세요!”
그러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기세로 슈퍼챗이 날라오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채팅 색깔이 화면을 가득 덮기 시작하자 메이드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이렇게 하셔도 제가 결단코 데뷔를 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메이드가 돈이 부족하다고 하군요! 우리 모두 빚을 내서 마왕성에서 메이드를 사옵시다!”
“다, 다비님 그만두세요 제발! 여러분들도 돈 그만 써요!”
메이드의 절규를 끝으로 그 날의 아사다비 방송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흐아아, 기빨려.”
“풉, 다비 선배님의 방송 진행 능력은 여전히 대단해. 언니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잖아?”
학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미우가 그렇게 놀렸다.
물론 방송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다비의 입담에 정신없이 홀린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기세가 넘어가면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이런 그녀의 고삐를 잡는 몇 명의 버튜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역시 난 애송이었다.
“그래도 어젯밤에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언니. 덕분에 힘이 나요.”
간만에 방송인으로 돌아와서 그랬는지
오늘 아침 미우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몇 번 말하지만 버튜버들의 일은 방송과 방송에 관련된 일이다.
일을 하고 나서야 이렇게 활력과 기분을 되찾다니
이 정도면 일이 아니라 취미의 영역이다.
이러니까 버튜버들이 매일 방송 하려고 하고, 회사는 제발 쉬라고 하는거지
일을 너무 좋아해도 문제다 문제.
“그래도 어제는 간만에 노래를 많이 불렀으니 목 캔디 꼭꼭 챙겨 먹고.”
“응, 안 그래도 챙겼어요.”
“오늘 모의고사 잘 보고, 결과가 안 좋게 나와도 모의고사니까 너무 침울해 하지 마.”
“그, 그렇게 까지 신경 안써줘도 괜찮아요 언니.”
학원에 도착한 나는 미우의 문을 열어주고 나온 미우를 가볍게 안아주었다.
어젯밤에는 95만명의 팬을 거느린 유튜버일지는 몰라도
학원에 들어가기 전의 미우는 그냥 평범한 모의고사를 앞둔 고3이니까
10초간의 진한 포옹을 나눈 나는 그녀를 보내주었다.
10월의 끝자락
일본의 거리에는 할로윈 축제의 기운이 느껴진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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