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77화.
* * *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건 어렵다.
당연하다,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노래가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노래를 만족할만큼 부른다는 것은 역치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재미있게 불렀다’에서 많은 타협점을 가진다.
하지만 가끔씩 노래를 잘 불렀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같이 불러주는 사람이 음을 깔아주거나 화음을 넣어줄 때 스스로 잘 부른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노래로 치면 화음 부분이 필요하거나, 코러스로 넣는 부분을 대신 불어주고, 약한 음에는 같이 불러서 노래를 보조하는 음악 도우미들과 함께 노래를 마친 세 사람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메이드 노래 업무 지원까지 하다니
음이 풍부해지니 듣기가 좋다. 이게 내가 알던 유리아 목소리가 맞아?
클레도 고음 올라가는 부분 힘들어했는데 메이드랑 같이 불러주니 화음이 어울려 ㄷ
타마 신난거 봐 ㅋ 이케보 톤으로 듀엣 깔아주니까 좋아 죽네
1인 2역 혼자 부르기 놀이는 끝인가 b
그런데 메이드 왜 데뷔안해? 왜 데뷔 안 해?
공략불가 캐릭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매니저 부려 먹을거면 아예 유리아 채널을 메이유리 채널로 바꾸던가!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도 그럴게 원래 톤이 낮은 메이드가 낮게 음을 잡으면 한없이 동굴 저음 목소리라 나오는 잘생긴 남자 음성이, 보통으로 잡으면 허스키한 섹시한 보이스가, 높게 잡으면 탄탄하게 올라가는 고음이 나온다.
음악 프로그램을 만지던 마미 선배조차 방송이 끝나고 나서 나에게 진심으로 일본판 온라인 가수인 우타이테가 될 생각이 없냐고 제안을 할 정도였다.
물론 그 제안은 나에언니에게 제지당했지만...
아무튼 나 또한 거의 1년만에 3인 이상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기뻤다.
연습생이던 시절에나 4명이서 노래를 불렀지...
마지막에 부른 4인 합창 노래는 내가 다시 생각해도 좋았다.
파티의 분위기에 취해서, 마지막에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른 노래.
다른 음색을 지닌 네 명이 연습도 하지 않는 곡을 거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면서 불렀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할로윈은 끝이 나고...
“으에에에엑.”
“꾸웨에에엑.”
술을 마시는 나와 마미 선배는 좀비가 되었다.
뒤풀이 술파티를 즐기고 즐기다 보니...
그런 우리 두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언니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술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그치만... 마미 선배의 칵테일 레시피... 죽... 으에에에엑.”
술을 마시지 않는 두 사람은 모른다.
마미 선배가 만들어주는 할로윈 테마의 칵테일이 얼마나 예쁘고 맛있는 지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 자신의 언니들을 둔 덕분에 우리 둘은 졸지에 술친구가 되었고
평소에는 열지 못했던 제법 비싼 술들을 까고, 평소에는 혼자 마시다가 재미를 잃어버렸다던 칵테일 제조를 선보이면서 마미 선배와 나는 신나게 술을 달렸다.
물론 미우나 언니들을 위해서 쥬스들을 예쁘게 섞은 논 알콜 칵테일도 만들긴 했지만...
여성 둘이서 마실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알코올들을 때려박은 결과
마미 선배와 나는 열 시간 가까이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콜의 엄습을 받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챙겨준 건 고맙게도 미우였다.
공부를 하다 말고, 시끄럽다고 입으로는 튕기면서 인터넷에서 술 깨는 음료를 검색하더니 꿀물을 타온 미우는 말 그대로 천사였다.
타마는 설거지를 하면서 주방의 흔적을
언니는 거실의 쓰레기들을 버리면서 그녀들은 파티의 흔적들을 치우고 있었다.
“언니 여기 꿀물이야.”
“고마워... 미우짱 마지 텐시...”
“풉, 알면 나에게 시집올래요?”
“시끄러 꼬맹아...”
어제 얼마나 마셨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도 그럴게 일본은 술의 나라라 그러던가
어지간한 음료수와 술의 가격이 비슷하다보니
마미 선배의 술 콜렉션에는 꽤 비싼 술들이 많이 있었고
그 술들을 자유자재로 배합하는 마미 선배의 손길은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
아, 이런 생각 나니까 또 술마시고 싶다.
“혹시 한국의 해장술이라는 문화에 대해서 아시나요?”
“...그게 뭔데? 혹시 내가 잘 못 들은게 아닌가?”
해장과 술을 한꺼번에 놓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콩나물 국과 해장술을 같이 마시는 기분은... 일품인데...
숙취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내가 그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아니면 다소 과격한 한국의 음주 문화에 대해서 듣게 되어서 그런가
내 이야기를 듣던 네 사람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뭐
왜
뭐.
***
아무튼 두 가사일을 책임지던 두 동생들이 정신을 차릴 무렵은 오전 열 시 무렵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파티 준비를 해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파티 직후의 정리는 보통 성가신게 아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를 꽉꽉 담아서 배출하고
좋은 주택가에 사는 특권그러니까 지정일에 아닌 날에도 쓰레기를 배출해도 괜찮다는 마미 선배의 말을 듣고 공부를 하는 미우를 제외한 네 사람은 청소를 열심히 했다.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나에 언니가 쓰레기 봉투를 묶다 넘어지거나, 파티를 위해 내온 접시를 들고 가다가 깨트리는 일이 없었다.
역시 사람의 몸은 개발을 하면 할수록 에러가 줄어든다니까...
나는 나에 언니의 신체적 성장에 코를 쓱 문질렀다.
“정말이야?”
“정말... 제가 초기에 나에 언니에게 가사일을 시켜보았는데 도저히 평범 수준이 아니었어요.
청소를 하면 할수록 더러워진다고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팔에 근육이 없어서 자꾸만 물건을 떨어트렸다니까요.”
“헤에...”
“말 그대로 공주님이였죠. 5kg이상의 접시는 든 적이 없는.”
“...유나 미워.”
아니 언니 딱히 흉을 본 건 아닌데...
살짝 삐친 나에 언니가 날 흘겨보았다.
그래, 이런 감정 표현도 전에는 없었단 말이야
그 세침데기같은 얼굴이 얼마나 귀여운지, 나는 저도 모르게 언니의 말랑말랑한 볼을 잡아당겼다.
“우와, 그 각도 내가 내 언니 볼 잡아당길때랑 똑같네.”
“호오라.”
“내가 낮잠 자는 언니 깨울 때 항상 저렇게 잡아당기거든.”
“요렇게요?”
“흐우에으에응”
청소를 마친 우리들은 낮잠을 자는 타마를 제외하고는 거실에 모여서 나에 언니의 볼을 만지작 거리면서 놀았다.
“언니들 언니들! 커뮤니티에 글 봤어!?”
“뭔데?”
“우리 노래 방송 유튜브 인기 급상승 랭킹 10위를 찍었어!”
버튜버 관련 시장이 늘기는 했어도 아직 주류 시장을 범침하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네이션 채팅 관련해서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 채팅의 순위권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는 하는데...
“그리고 여기여기! 야후 메인 포탈에 뉴스로도!”
“그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야?”
“1페이지!! 사회란 점령!!”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와 메인 포탈에 우리들의 노래 방송이 뉴스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버튜버의 사회현상을 다루는 여러 신문사의 기사들이 실렸다.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버튜버들의 사회 영향력에 대해서
나이 지긋한 교수님들의 인터뷰를 담는 기사가 장식했다.
일본 점유율 1위의 포탈에 업계의 이야기가 실린 계기가 우리의 음악 방송이라니
나는 업계인 으로서 자랑스러웠다.
“팬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을 받게 되었네.”
“으, 어서 저도 시험 공부 끝내고 방송 키고 싶어요. 신도 분들이랑 놀고 싶어요.”
“이렇게 되니까 하고 싶어진다.”
“유나야 뭘?”
“크리스마스 파티.”
창고에서 꺼내 둔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가리키면서 나는 말했다.
우리 모두가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연말에는 축제 분위기지 안 그래?
“유나야... 하지만 연말의 축제 분위기도 좋지만 우리들은 해야할 일이 있단다.”
“뭔데요?”
“연말정산, 세무고지서 정리.”
나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가는 걸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튜버 관련 세금 고지는 엄청 엄격하니까 유나 힘내렴.”
그렇게 말한 마미 선배는 지갑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주었다.
“하세가와 세무사님이셔. 회사의 추천을 받는 세무사님과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하세가와 세무사님은 이쪽 업계에 아주 잘 알고 계셔서 금방 정리를 도와주실거야.”
그것 의외에도 마미 선배는 다양한 서류들을 노트북으로 띄워주면서 해야할 서류들을 하나 하나 알려주었다.
원래대로라면 회사에서 알려 줄 내용이지만, 그런 교육을 자신에게 위탁했다나 뭐라나
여전히 날치기같은 업무 처리였지만 그래도 이런 꼭 필요한 서류를 조목조목 이야기해주는 마미 선배의 설명은 알기 쉬웠다.
“선배...”
“유나는 자동차 관련 정비도 해야하겠네? 파이팅!”
인터넷에서 일본의 자동차 보유자가 관리해야할 의무 사항을 읽는 나는 눈 앞이 흐려졌다.
아... 이게 사회인의 연말이구나
올해 회사에 들어운 버튜버인 나에 언니와 미우 또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업무들은 다 매니저가 하는 거니까 버튜버 분들은 위임장 준비만 하면 되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비웃었다.
갑자기 데뷔가 하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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