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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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 기준으로 선라이즈 공식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120만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숫자이지만 주로 선라이즈 소속의 버튜버들의 구독자들 전원의 추천 목록에 뜨는 채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개인의 채널에서 말하기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공식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있기 때문에 덕질을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구독을 하는 편이다.
이 채널이 하는 일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앞서 말했다시피 선라이즈 공식에서 만드는 캐릭터 상품을 소개하거나, 스튜디오를 활용하는 큰 촬영의 홍보다.
하지만 이 업무는 근래 들어서 크게 줄어들었는데, 예전이라면 모를까, 2기생 이후로 폭발적인 영입을 했기 때문에 소속된 버튜버가 30명이 넘어가는 순간 개인의 굳즈 홍보를 따로 하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대신에 자주 하는 홍보 분야는 개인이 아닌 단체가 들어간 홍보
가령 올해 말에 발표된 아키하바라에 있는 아트레 백화점의 선라이즈 이벤트 신설 알림
그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세븐 일레븐의 편의점 상품 및 편의점 한정 제품 이벤트 알림
이주일 전에 시작된 인기 모바일 게임 몬스터 스트라이크에 등장한 콜라보 이벤트 알림
이런 식으로 여러 인력이 들어가고 알 사람들은 알법한 큰 스케일들의 홍보를 자주 떠맡게 되었다.
두 번째
공식 채널에서는 버튜버들을 활용한 2분 이내의 짧은 애니메이션 단편극 ‘선라그라’를 정기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다.
3D 캐릭터로 만화를 만드는 디즈니같은 경우에는 카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서 캐릭터의 표정 하나하나를 고퀄리티로 제작, 생생하게 움직이는 모든 장면을 인력을 갈아 넣어서 만든다.
이 경우 컷씬 하나하나를 만들어야하고, 재활용되는 캐릭터의 리소스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제작비가 크게 상승한다.
반면 선라이즈 같은 경우에는 사전에 고 퀄러티로 제작된 캐릭터 아바타를 조작해서 한 상황극을 만든다.
모션 캡쳐 기기로 캐릭터의 모션을 따고, 적절한 합성으로 그럴듯하게 이어 붙인다면 3D 애니메이션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작비가 크게 절감된다.
때문에 자사의 버튜버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전혀 다른 기수의 선후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합동 방송이 어려운 인원들, 내지는 오프라인에서 자주 친하게 지내서 편하게 연기가 가능한 버튜버들을 따로 모집해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팬들의 입장에서도 캐릭터의 선후배 관계를 알게 되거나, 유명한 밈들을 적극 재활용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낯선 캐릭터를 쉽게 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버튜버들을 덕질하는 사람들이라면 생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모습의 버튜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시청한다.
물론... 대다수는 방송보다 더 망가지는 변태적인 이미지, 엽기적인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지만... 아무튼 선라이즈의 공식 채널하면 ‘선라그라’이다.
마지막으로는 선라그라의 생방송 버전
즉 특정 예능 프로그램처럼 이벤트 코너를 개설해서 진행을 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좋은데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고퀄러티로 제작한 녹화본을 올린다.
컨셉도 다양한데
가령 유리아와 함께 촬영한 적 있는 ‘메이드가 알려주는 요리 프로그램’같은 경우도 이 경우에 속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코너들이 있는데
연기력이 좋은 버튜버들에게 감정을 주제로 한 연기 테마를 시킨다거나
노래방 상황극을 만들어서 노래와 잡담을 겸하는 방송
코로나를 대신으로 열린 온라인 코미케에서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면서 자신도 홍보하는 등
개인의 방송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선후배와 관계를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재미있기로 소문난 건, 가상의 3D 감옥을 탈출하는 방탈출 게임이다.
방탈출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딴 프로그램처럼 버튜버들의 지능을 테스트해서 문제를 해결해서 방을 탈출하거나
‘껴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방’같은 코너를 만들어서 평소 라이벌로 유명한 사람들을 껴안게 하거나
‘1분간 섹드립을 하지 않아야 나올 수 있는 방’같은 곳에서 섹드립으로 유명한 연금술사 다비, 엘프 카린을 넣어서 그녀들의 입담을 멈추게 하는 등
오타쿠들이 알지 모르는 연예인들의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보게하는 이러한 예능 코너들은 큰 인기를 끌게 되었기에 이 방송을 보기 위해서 구독하는 구독자들이 제법 많다.
그리고 나는 죽어가는 눈으로 방송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 엄청난 분량들을 내가 다 해야하는구나...
기본적으로 코이즈미 언니가 맡았던 역할은 MC였다.
말 그대로 쇼의 진행을 하는 역할로, 폭주하는 멤버를 막거나 스케줄을 진행시키는 그런 역할이었다.
“제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요?”
“유나가 나에게 장난치는 거 반 만큼만 해도 되겠는데...”
나에 언니가 내 볼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내가 언니에게 그렇게 장난을 많이 쳤던가?
“뭐... 그만큼 거부감을 느끼지 말라는거지.
어차피 버튜버라고 해도 자기 개인 방송이라면 모를까, 사람들끼리 모이는 장소에서는 좀 느낌이 다르니까.
유나 너도 메이드로서 합동 방송에 참여해봐서 알잖아?“
나의 영원한 선배, 마미 선배가 작곡 프로그램을 만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홀로 이목을 끌고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해야하는 개인 방송과는 달리
합동 방송에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캐릭터가 지닌 매력, 케미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폭주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해서 너무 가만히 있어도 상대방이 무안해진다.
“유나같은 인싸는 클럽이나 모임에 자주 나가잖아.
거기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나 꼭 이야기 주최하는 사람이 있잖아?
그런 느낌으로 하면 돼
아니 애초에 나는 유나가 왜 그렇게 겁을 먹는지 모르겠다니까?
평소의 그 당당하고 밝은 유나 모습 그대로 나가면 되는데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니야?“
“그치만 방송은... 방송은 현실과 다를 거아니에요?”
“글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니까? 너무 겁먹지 말래두.”
하지만 으, 내가 방송이라니
아무리 통보에 가깝고 아침 뉴스처럼 일방향 소통에 가깝지만 인터넷 방송이라니...
다른 사람의 방송에 끼어들어서 한 두 마디 말을 넣는 역할도 아니다.
무려 회사의 이름을 걸고 하는 방송이다.
여기에 누를 끼치면...
“유나, 걱정하지 마.”
불안감을 숨기지 못해 떨기 시작한 내 다리 위에 앉으면서 나에 언니가 말했다.
“유나같은 매력 덩어리는 실수를 해도 예쁘게 보일거야.
그러니까 선배 방송인인 언니를 믿고, 긴장하지 말고 해.“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 눈을 마주보고서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오히려 유나가 공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앞에 서서 고민이야.
유나는 내 거여야만 하는데, 자꾸만 다른 여자들 앞에서 모습을 보이잖아.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어, 언니...”
“하지만 내가 유나랑 오래 있으려면
유나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유나를 이해하려면 필요한 과정이니까 용서 해주는거야.
대신에 나 없이 혼자 스튜디오 갈 때 다른 여자들하고 이상한 소문이 돌면 알지?“
그 조그만 입술로 가만두지 않을거야라고 중얼거린게 들렸다면 내 환청일까
무언가 약속을 받으려는 단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에 언니는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 그런데 새로운 여자라니
내가 그렇게 동성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는게 불만인가?
“또, 또 사랑싸움 한다. 우리집은 너네들 신혼집이 아니거든?”
“그, 그런거 아니거든요!
나에 언니 가만히 미소 짓지말고 뭐라고 말 좀해봐요!
나에 언니!“
의미 모를 지은 포식자의 미소를 지은 언니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심하게 쳐다보는 마미 선배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모, 몰라요. 전 이만 사이타마로 돌아갈게요!”
“흐응, 사케이 씨에게는 말하지 마라, 공부하는 애 신경쓰이게 한다.”
“그정도는 저도 알거든요!”
"그리고 올해 안에는 새로운 여자랑 친하게 지내지 말고, 쿠로가와 씨가 정말로 널 어떻게 해버릴 거 같아."
"저저 저희 아직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요!"
"오호라, 아직이라 이거지? 이거 플래그인거 알어?"
"시끄러워요 오타쿠!"
할로윈 이후로 부쩍이나 나를 놀리는게 잦아진 마미 선배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알거 다 안다, 라는 어른의 미소를 지은 마미 선배는 친절하게도 문을 열어주었다.
내 얼굴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빨갛게 물들여진게 느껴질 정도로 뜨거워진게 느껴졌다.
짖궂은 마미 선배는 아저씨같은 느낌이 든다며 투덜거린 나는 자동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가방을 내려놓았는데, 그 자리에 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잊지 마(忘れるな)]
그 쪽지에는 물망초가 연상되는 푸른 꽃이 그려져 있었고 썼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월하향이 풍겼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저택의 2층을 처다보았다.
방송을 시작해서 그런지 불이 켜지고 커튼이 처진 방에서, 나는 언니와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
당분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조금 조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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