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83화 (83/307)

〈 83화 〉 82화.

* * *

“안녕하세요. 선라이즈의 공식 채널에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예고대로 이번의 기획은 그동안 교류가 적었던 다양한 기수생 분들을 모셔서 진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방송 큐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산스럽던 그녀들의 분위기가 착­가라앉는다.

방송의 프로들 사이에 낀 나 또한 침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저는 이번에 진행을 맡게 된 메이드 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돌 연습생 유나가 아닌 메이드 라

나는 그렇게 사 만명의 시청자 앞에서 내 예명을 밝혔다.

예상대로 떨림은 없었다.

많은 MC들을 분석해본 결과, 메이드의 신분인 내가 맡기에 적절한 방식은 바로 참가자 전원을 존대하는 캐릭터

드라마에서는 흑막의 하수인 비슷한 위치에 놓인 존댓말 유지 컨셉의 캐릭터였다.

“역시 이런 인사는 기수별로 하는게 좋겠지요? 아그니씨부터 부탁드립니다.”

“괄목해라! 그대들의 태양이 여기에 있나니! 안녕하세요? 2기생의 아그니입니다. 저번의 휴가로부터 복귀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혼혈 특유의 혀가 살짝 말려 올라가는 독특한 일본어의 인사

“콘아카링~ 아카리에요~~ 잘 부탁드려요~~”

나른한 말투와 편해지는 음색의 인사

“흥 흐흐흥~ 콘카린~ 카린이야, 다들 나 알지?”

콧노래로 시작한 듣기 좋은 아름다운 음색의 인사

“어흥! 어흥어흥! 선라이즈의 5기생 사자 담당 루미에야, 잘 부탁해.”

귀여운 고양이가 연상되는 독특한 음색의 인사.

인사를 마친 그녀들은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배치 순서는 아그니와 아카리, 나, 카린과 루미에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카린이 내 옆에 바로 붙어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드문 옆모습으로 대놓고 나를 뜨겁게 바라보면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 엘프 카린이 얼마나 메이드 라에게 끈덕지게 들러붙는지 아는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이 날이 올 것을 예상한 카린이 짓궂게 말했다.

“이 엘프가그렇게 원하던 메이드의 데뷔라니, 그리고 그 자리에 제가 있다니.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선물이 너무 빠른걸요?”

“제 데뷔방송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엘프님 숨막힙니다. 너무 껴안지 말아주세요.”

매미처럼 들러붙는 엘프를 떼어냈다.

몇 번 밀쳐내도 자꾸만 껴안으려고 하길래 하는 수 없이 양 팔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그녀의 연약한 근력으로는 날 막아낼 수 없었기에 그녀는 방송 개시 20초만에 나에게 제압당했다.

그러면서도 메이드에게 당해서 좋아~ 같은 헛소리를 말하는 그녀의 추태에 그녀의 팬들이 ‘우리의 엘프가 죄송합니다’라는 채팅을 단체로 보냈다.

“항상 목소리로만 찾아오던 메이드가 몸을 가진 기분이 어때?”

“음, 제 모델링이 참 예쁘네요. 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께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보게 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메이드랑 같이 놀 수 있는 거야~?”

“그 점에 관해서는 집사 본부와 유리아님에게 허락을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카리님.”

“후후, 나는 메이드랑 같이 춤만 춰도 기쁜걸?”

“감사합니다. 아그니님 다음에도 같이 무대의 뒤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나와 안면이 있는 이들과의 인사를 그렇게 받아넘겼다.

그리고 나는 루미에를 바라보았는데, 초반 부분은 버튜버들의 재량에 맡기기에 나는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나 궁금했다.

“아 하↗하↘하↗하↘ 루미에는 신입 버튜버라서 메이드씨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소개 받을 수 있을까요?”

“그냥 선라이즈 소속의 집사님의 대리라고 생각해주시면 편합니다.

여러분들의 방송을 돕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스커트의 양 끝을 집어 올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본 루미에는 두 눈을 빛내면서 빠르게 돌아갔다.

“그래도 소문은 들은 적 있어요. 메이드 씨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인이라고 하던데요?”

“과분한 평가입니다만…”

“그렇다면 초면상의 메이드씨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방송 보조로 나온 메이드

방송에 진행을 위한 부탁이 들어온다면 거절하지 못하는 몸이다.

“성심 성의껏 루미에를 쓰다듬어 주세요!”

과연 그런 전략인가.

아직까지 루미에와 메이드 사이에는 접점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간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았다.

여기서 루미에는 평소의 악동 이미지보다는 쓰다듬을 받는 귀여운 아가씨 역할을 맡으려 하는구나.

시청자들 또한 애교를 떠는 루미에의 모습에 귀엽다­는 반응을 연이어 보내는 것을 본 나는 본격적으로 방송의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렇다면 세대간을 초월한 교류 프로그램, 일명 기수토크! 그 첫 번 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마조마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는 PD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보고 나는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

“이번 방송의 게스트의 모집 기준은 ‘잘 모르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여러분끼리는 아직 콜라보 방송이나 선라이즈의 광고나 외부활동에 단 한번도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왼 눈으로는 채팅창을

오른 눈으로는 대본과 방송 송출 프로그램, 그리고 주기적으로 화면을 바라보면서 내가 말했다.

게임에서 미니맵을 보는 감각을 떠올리니 금방 적응한 나는 수월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친해지려면 먼저 사람을 알아야지요.

사람들을 알게 하려면 뭐가 좋을까요? 일반적인 자기 소개도 좋지만 아무래도 여러분들은 방송인이니 좀 더 재미있는 소개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준비한게 바로...”

[매니저들에게 받았다, 충격적인 그녀의 방 실태]

“뭐... 뭐야뭐야뭐야!?”

“말 그래도 매니저분들에게 여러분들의 방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물론 방송 상에는 방 면적의 10% 정도만 공개 될것이지만... 스튜디오의 여러분들에게는 각자의 방을 공개됩니다.”

“이, 이건 프라이벳 침범이야!”

“카린 선배 프라이버시에요.”

“아무튼! 섬세한 엘프의 마음을 알아봐 줘!”

“그러고보니 매니저에게 언질을 받지 못했나요? 이런 콘텐츠가 진행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 설마 방을 청소하라는 게 그거였어?”

“그런 의미에서 카린씨의 방부터 보고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겠습니다.”

“꺄아아아악!”

스튜디오의 네 사람에게는 참혹한 카린의 방을

그리고 방송상의 화면에서는 다 마시고 찌그러진 맥주 캔이 굴러다니는 방의 일부분, 그러니까 사진의 10%를 공개했다.

그녀의 추태가 드러나는 데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망하아아알!”

“풉, 카린 선배 저에게 여성스러움이 어쩌구 하시더니 이 방 꼬라지가 뭐에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루미에가 사자처럼 엘프를 물어뜯는다.

그도 그럴게 맥주캔이 굴러다니는 방이라니, 이건 갓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의 방이 아닌가!

평소의 주당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지 사람들은 신나게 카린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 그런 루미에의 방은 어떤데!”

“아 하↗하↘하↗하↘루미에의 방을 보고 놀라지나 마세요!”

나는 루미에의 방 사진을 띄워주었다.

전반적으로 핑크핑크한 분위기가 강했는데, 동물 인형이 많이 놓여져 있는 정말 귀엽기 그지없는 방이었다.

애니메이션에나 볼법한 공주님 캐릭터들이 머무르는 침실 그 자체였다.

시청자들도 방의 면적 10%만 보고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 분위기와 귀여운 토끼 인형을 보고 ‘의외다.’ ‘예쁘다.’ ‘귀여워’ 같은 반응을 내보였다.

그런 핑크핑크함이 느껴지는 루미에의 방과 찌그러진 술 캔이 굴러다니는 카린의 방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었기에 카린은 분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잠깐, 사자인 루미에가 동물 인형을 전시하다니? 이건 식품관이잖아! 식품 전시회! 아무튼 그런거!”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이 주정뱅이 바보 선배!”

언제나 그렇듯 다투기 시작한 두 사람의 옥신각신을 지켜본 우리는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우와, 아그니씨의 방은 뭐라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박물관이네요?”

“이몸의 모국에서 직접 수공해온 고급 공예품들이니라.”

본인이 이집트의 혼혈에, 이집트 문화에 자긍심이 강하고 무엇보다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카드 게임을 좋아하다못해 프로 게이머로 활동하는 아그니의 방은 마치 조그만 박물관 같았다.

그도 그럴게 투탕카멘의 마스크나 파피루스처럼 보이는 두루마리, 그리고 이집트 벽화를 연상시키는 벽지나 조그만 피라미드 모형 등 마치 고고학자의 방처럼 생긴 그녀의 방은 수집품으로 가득 찼다.

“앗, 저것은 마녀씨가 선물해 준 고양이 모양 헤드셋이 아닌가요? 버렸다고 하는데 간직하고 계셨군요?”

“그, 그걸 버릴 리가 없지 않겠는가! 친우가 준 물품을 버리는 무례한 몸이 아니다!”

메이드의 지적에 솔직하지 못한 파라오가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 아무튼 이 몸의 방은 충분히 본 것 같으니 다음 방으로 넘어가자꾸나!”

그리고 다음 방의 사진을 보았다.

해맑고 순진한 성격이지만 낯가림이 심한 아카리의 방의 모습에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방의 사진을 기대했고.

“이...이게 뭐야?”

“아~ 이건~”

듣고만 있어도 나른해지는 목소리와 귀여운 강아지를 연상하게 하는 강아지 귀, 해맑은 웃음소리와 부끄러움이 심해도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유명한 아카리는 선라이즈에 몇 남지 않는 청초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청초의 희망이라 불리는 그녀의 방안에서 사람들의 눈을 잡아끄는 물체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이었다.

“으음, 할머니께 닭을 요리하기 위해서 목을 잘랐는데 날이 상해버렸지 뭐야? 그래서 칼을 갈려고 방에다가 가져다 둔 거야.”

“.....그러고보니 아카리님은 시골에 살고 계신다고 했죠?”

“응, 시골에서는 직접 닭을 잡아먹는 게 흔하거든~”

내가 야심차게 기획한 이 콘텐츠

본의아니게 사장의 꿈을 또 하나 박살내버린 모양이다.

“하.하.하.하...”

전지전능한 예능의 신이시어

절 가호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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