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94화 (94/307)

〈 94화 〉 93화.

* * *

“정말 너무해요.”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저에게 마왕님의 단독 팬 미팅을!”

이런걸 업보 청산이라고 하던가?

기어코 내 집주소를 알아낸 소녀가 내 앞에서 통곡을 하다가 협상을 시전했다.

나에 언니와 같은 기수생은 4기생의 천사담당 미카엘은 선라이즈 내에서도 가장 낮은 연령대의 멤버다.

그도 그럴게 나머지는 20대, 때로는 30을 바라보는 멤버들이 있는 이 버튜버 판에 현역 중학생이다. 고등학교 3학년생인 미우보다 더 어린 그녀는 타고난 방송인이다.

천진난만한 성격에 활발한 성격, 그러면서도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한다거나, 악동에 가깝지만 천사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꼬마다.

아무튼 이런 그녀와 나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럴게 몇 안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꼬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 그녀와의 게임은 같이 어울려주지 않았지만…

저번 온천 합동방송이후 내 남동생 녀석이 중국에서 활약하는 프로게이머 ‘마왕’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 꾸준히 개인 연락을 보내 왔는데 그것을 방송이 바쁘다는 말로 흘려보냈다가… 동생이 들어오게 되면서 나와 녀석이 함께 있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게 아닌, 카페와 선샤인시티를 이동하는 구간에 나와 녀석이 다정하게 어깨동무 (정확하게는 내가 녀석의 상체 운동 여부를 체크하는 거였지만)하는 사진이 공개되고, 하는 수 없이 친누나라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와 마왕 누나 외모 ㄷㄷ

­유전자 진짜 미쳤다 어떻게…

­진짜 여신이다 ㅜㅜ

­마왕 유튜브 가면 옛날에 자기 누나랑 욕하면서 게임 한 영상 있음ㅋㅋ

­엥? 마왕 유튜브용 방송 계정도 챌린저 부계존 아님? 근데 듀오 승률 80%넘는거 뭐야?

­ㅁㅊㄸ 게임도 고수였어?

그리고 나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녀석이 소속한 프로 팀에서도 진지하게 나를 스카웃 제의를 보내 올 정도로 나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다행히 선라이즈와 그쪽 프로팀을 후원하는 기업하고 이야기가 잘 되어서 기사는 내려갔지만, 알음알음 퍼진 내 사진에 결국 한숨이 나온다.

문제는 프로게이머 남동생의 입국 소식을 숨긴 셈이 되어버린 나는 그동안 말로만 달래던 미카엘의 소녀, 호사무라 마이유는 내 집앞에 와서 시위를 벌였다.

하긴 나도 같은 게임 동지를 발견한 것에 비해서 그녀를 멀리 했으니, 미안함이 쌓이고 쌓였다.

평소라면 ‘회사에서 그 게임의 방송을 하는 건 금지하고 있으니까 안되요.’ 라고도 흘려넘길 수 없을 정도로 그녀를 애태운 셈이 되었으니, 나는 그녀를 내 집에 들리게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학교는요?”

“헤헹, 방학이에요~”

방학?

11월달에 중학교가 방학을 했던가?

내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휘파람을 불었다.

보나마나 땡땡이구나!

“호시무라 양 매니저 번호가…”

“으아아앙! 농담이에요! 그런데 학교 수업이 없으니까 방학 아닐까요?”

“온라인 수업은요?”

“선생님이 맨날 녹화 방송 틀어주고 그래서 재미없어서 안 봐요.”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라니?

우리 학교(물론 지금은 휴학했지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학교 신문과 커뮤니티에 대서특필 될 일이었지만, 일본에게 있어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활동은 지나치게 준비 없는 사이에 다가왔다.

“아직 친구들도 아 어색해 해요. 1학년때 만난 친구들 빼고 2학년에 만난 애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도 하고…”

수업은 교사조차 익숙하지 않는 온라인 수업

컴퓨터 환경을 갖추지 못해서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이 나오고

바로 학교 인근의 상점가에서 코로나로 인한 입원자와 사망자가 발생해서 학교의 문은 더더욱 굳게 닫혔다.

아이들이 뛰놀던 공원은 코로나 검별소에 방문하는 차량들의 임시 주차장이 되었고

안 그래도 좁은 일본의 학원에서는 거리 두기로 인해서 더더욱 인원을 감소해서 들어가기 엄격해졌다.

일본 학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부 활동 또한 학교가 문을 닫게 됨으로서 아이들은 모일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호시무라같은 학생들이 늘게 되었다.

아, 이게 코로나 우울증인가?

야자가 있는 고등학생이면 모를까, 그래도 중학생은 놀때 제대로 놀아야하는데

내가 그녀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맑게 웃는다.

“저야 뭐… 방송 시간이 늘어서 좋은데요.”

“오해해서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녀를 껴안고 말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창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귀어가면서 자라야 할 아이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있을 곳을 박탈 당하다니…

“그, 그렇다면 저도 마왕님과 단독…”

“그래도 그건 무리야.”

“쳇.”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뭐 두 사람 다 방송인이라는 접점은 있지만, 그래도 야스오 장인을 꿈꾸는 중학생 소녀와 동생과의 만남은 조금… 그랬다.

그래도 마음이 동하는 건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와 함께 롤을 하기로 했다.

회사의 운영 지침에 따라서 방송은 불가능 했지만 뭐, 이 정도 일탈이야 문제 없겠지

***

내 스스로 말하기에는 뭣하지만, 나는 게임을 잘한다.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하긴 했지만, 타고난 피지컬이 뛰어난 나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선라이즈 내부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게임을 못한 다는 것에 대해서 관대했고, 실제로도 나에 언니의 게임 실력은 처참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단일 스펙 최약 캐릭터인 유미에게 1:1을 하다가 다이브를 치고 죽은 야스오를 보면, 뭐라고해야할까

이 우주가 넓다고 해야하나

상식에 한계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해야하나

알지 못하는 지식을 알게되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아깝다!”

아깝기는 무슨

한 자릿수도 아니고 내 캐릭터는 두 자릿수 체력에

아직 힐 스펠도 안 썼단 말이야…

“언니 한 번 더해요! 아직 장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실수

우연

자신의 결함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것을 보고, 나는 브론즈의 티어 사람들이 왜 천 판을 넘게 게임을 하고도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지 알 수 있었다.

“호시무라 양… 아니 마이유, 내 생각에 너는… 기본부터 해야할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숱한 게임 방송인이 겪는다는 ‘브론즈 티어 게이머 사람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방송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발 복습해서 보라고 나는 그녀를 위해 1:1 코치에 들어갔다.

물론 게임에 진심인 유나 모드로 말이다.

***

“헤에, 그래서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나간거구나.”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던 중학생 꼬마, 호시무라 마이유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집을 나가는걸 보았기 때문일까? 학원에서 돌아온 미우가 흥미로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에게 들들 볶이고 1:1 스킬 피하는 수업, cs 막타를 먹는 방법, 리플레이를 다운로드하고 보는 방법, 그리고 기타 이론 수업을 주입당한 그녀는 게임을 즐기기 보다는 빡세게 공부를 하다 갔으니 말이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언니 무서워.”

이제는 곧잘 매운음식도 잘 먹는 미우에게 부대찌개 정도는 매운 음식이라기 보다는 소울 푸드가 되었다.

수상할 정도로 부대찌개를 자주 찾는 그녀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부대찌개를 나에게 부탁할 정도로 부대찌개 매니아가 되었다.

오죽하면 미우의 어머니가 나에게서 레시피좀 알려 달라고 전화를 주셨겠는가?

라면 사리를 스팸과 함께 호로록 빨아들이고 국물을 들이킨 다음 콩나물 무침으로 입가심을 하는 미우는 참으로 복스럽게 보였다.

먹는것 만 봐도 행복하다고 해야할까?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언니 요즘 도쿄쪽으로 안 가도 되요?”

“응, 나에 언니 요즘 춤 연습하느라 도쿄쪽 집에 가도 볼 수 없으니까 딱히?”

“우와, 냉혹해.”

“냉혹하기는, 선배도 요즘 작곡 준비한다고 예민해져서 방문을 줄이는 것 뿐이야.”

“그렇다는 말은 저에게도 찬스가!”

“찬스는 무슨, 공부나 똑바로 하셔.”

“히잉, 언니 너무해.”

그녀가 내 집에 머무르는 이유는 학원이 가깝고, 그녀의 본가에서는 집중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가끔씩 풀어지려고 하는 그녀의 긴장의 끈을 조이면서 마음을 다잡는 역할을 했다.

그래도 비는 시간에 운동을 한다거나, 요리라던가 가사일을 도우면서 공부 의외의 것들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그녀는 지금이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가끔씩 나와 같이 노래 괴도단 놀이를 하면서 방송 욕구를 채우다 보면, 자신의 활동에 응원해주는 시청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점점 더 공부에 집중하게 된다는 그녀를 보니 천생 방송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년 초에 열리는 선라이즈 2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서 진심으로 아쉬워 하고 있다는걸 아는 나는, 당분간 미우의 어리광을 얌전히 받아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형 발표로 떠들석한 버튜버 쪽 유튜브를 알고 있는 나는 밥을 먹고 항상 틀던 버튜버들의 방송 대신에, 내가 즐겨보는 요리 프로그램들을 보여주며 그녀의 새로운 취미생활인 한국어 공부를 도왔다.

요리에 실패하는 컨셉의 전직 쉐프 아저씨의 방송을 깔깔거리면서 본 미우는 공부를 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기 전 나를 껴안았다.

“고마워요 언니.”

“고맙기는, 우리는…가, 가족이잖아?”

“풉, 언니도 역시 그런 말 하는 거 부끄럽죠?”

“시끄러워, 올라가서 공부나 열심히 해, 추우니까 히터 꼭 틀고.”

이름을 나누고 같이 밥을 먹으면 친구니까

한 달 정도 같은 공간에서 자면 가족같은 거 아닐까?

나는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지으며 올라가는 미우의 등을 떠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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