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05화 (105/307)

〈 105화 〉 104화.

* * *

“잘했어 유나야.”

“헤헤헤...”

“응, 코모레비를 도와준 것도 고맙고, 언니에게 바로 보고를 해준것도 고마워.”

남에게 큰 돈을 빌려준 일을 말한다.

이전이라면 ‘내가 뭐라고 나에 언니에게 이런 것 까지 보고해야 해?’ 였지만 요즘은 글쎄...

큰돈을 멋대로 쓰면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애초에 우리는 이제 음... 같이 살 사이니까 이정도는 이야기 해도 된다고 싶었는데

역시 정답인 모양이었다.

나는 완벽해

“어제 방송도 좋았어. 이대로라면 유나의 계정이 언니보다 더 빨리 100만 찍겠는걸?”

“에이 그게 무슨 제 계정이에요 회사 계정이지... 애초에 제가 받을 때부터 70만 구독자였는걸요?”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무리 유나는 가볍게 의견 제시만 하고 회사측에서 기획을 짠다 하더라도 이렇게 재미있게 진행을 하는건 유나 덕분이지...”

“으음, 사실 이나리 선배님이 스튜디오 방송에는 시작전에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시고 계셔요.”

단언하건데 우리 회사에서 가장 생방송 경험이 많은 버튜버는 이나리다.

실제로 회사의 방송인들에게 만들어주는 인터넷 방송 가이드 라인도 이나리 선배님의 조언 상당수가 들어간 부분도 많을 정도로 그녀의 방송력(力)은 대단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캐릭터성이 잡힌 버튜버들은 이나리 선배님과 오프라인 콜라보를 하면서 이것저것 방송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방송을 되돌아보고 이나리의 조언을 통해서 조금 더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진다고 해야할까...

개인 방송이라면 모를까, 스튜디오 녹음이 있는 날에는 항상 나도 이나리 선배님에게 이것저것 많이 배운다.

아무리 개인 방송과 채널 운영 방송이 다른 면모가 있기는 하지만 오디오가 비지 않게 관리하는 방법, 시기적절하게 표정을 바꾸는 방법이라던가, 컴퓨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 설정 등 다양한 방면으로 어드바이스를 들었다.

“원래는 언니가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아뇨! 언니가 미안하실 게 뭐가 있나요. 제가 오히려 언니의 매니저 역할을 못해서 미안한데...”

“그래도 인터넷 방송 초기에는 얼마나 많이 힘든데...”

“아뇨 저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응 알았어.”

“맞다. 언니 이번에 우리가 같이 살게 될 집이 도쿄에 위치해있는데 말인데요...”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통화를 마쳤다.

아무래도 언니는 자기가 내 방송을 이것저것 도와주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노래 연습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금, 방송 시간도 줄어들고 음악 준비와 춤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언니는 정말로 바쁘다.

게다가 대게 연말부터 일본의 여러 게임이나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연말 행사를 하기 때문에 언니는 방송쪽으로도 여유를 가질 틈 없이 바쁘다.

사실 언니 뿐만 아니라...

「유나야 나 살려줘...」

이중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마미 선배마저도 바빠졌다.

「하하하...」

가장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광고 제안이나 기업 제안은 내가 처리해주고 있지만 사실 평소라면 모를까 연말은 조금 다르다.

소득 신고와 회사에 보고해야할 보고 등 연말 정산을 처리해야 하다보니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나에 언니는 최근 들어서 85만을 돌파한 버튜버이고 타마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버튜버이기 때문에 그녀들은 회사를 상징하는 버튜버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들의 일년 활동을 정리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고, 나에 언니는 이번이 첫 정산이기 때문에 더더욱 빠쁜 편이다.

「그래도 인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는데」

「타마&유리 일명 선라이즈 아싸조합은 지금 최고 인기잖아요.」

「나도 알아 으... 그치만... 바빠 죽겠다 정말!!」

「하하... 라이브 준비 파이팅!」

게임을 잘하는 타마와 못하는 유리아

고양이 귀 소녀와 마계 공주

몸치인 방구석 폐인과 운동을 한 천연 미인의 조합은 첫 아웃 라스트 공포게임 손발 듀오 이후 다양한 전설을 썼다.

오죽하면 둘이 결혼해서 사귀는게 아니냐는 소리가 돌 정도로 현재 두 사람은 친한 친구들만이 선보이는 미친 방송 텐션으로 화젯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집 안에서 두 명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이 나오면서 세상이 그녀들을 돕는 것 같았다.

때문에 회사에서도 창립 2주년 라이브에 한 팀으로 엮어서 참여시키지 않았던가?

「그래, 쿠로가와씨가 너무 놀랄 정도로 춤과 노래에 진심이라서 정말 두렵다.」

「그, 그래요?」

「응, 도대체 그 작은 체구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샘솟는지 나도 두려울 지경이야.」

「언니 정말 대단하구나...」

더 이상 처음의 연약하고 초등학생과 피지컬 대결을 막상막하로 겨루던 여인은 없다.

이제는 정말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게 된 언니는... 이제 선라이즈 내부에서도 건강한 사람이 된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 한 명 바뀌는 데, 8개월 정도면 충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방송 텐션도 떨어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선배로서의 위엄을 보여야 한다면서 열심히 참여하던데, 우리 후배님 정~~말 조심해야겠어.」

「왜요?」

「네 방송 생방송을 놓치면 녹화 방송 보면서 누구하고 얼마나 대화했는지 초 단위로 재고 있던데?」

...

지친 얼굴의 언니가 커피를 마셔가면서 내 방송을 보면서 누구와 얼마나 이야기를 했는지 기록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 그러고보니 최근 들어서는 누구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었더라...?

이나리 선배였던가 아니면 에이아였던가

아, 아그니 선배하고도 좀 대화가 많아졌지

그러고보니 요즘 카린의 성희롱에도 그냥 한숨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많아진 것 같은데...

「맞다 그건 그렇고 넌 연말에 어떻게 할거야? 역시 회사의 크리스마스 트리 컨텐츠?」

「아 맞다 크리스마스 파티!」

「... 너희들 바쁜데 그거 정말로 할 거니?」

「바쁘니까 오히려 해야죠! 바쁘니까 오히려 이런 빅 이벤트를 챙겨야 한다구요!」

바쁘다고 축일을 축하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영혼이 죽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유나는 그렇다!

내 문자에도 그런 박력이 느껴졌는지 언니는 땀을 삐질 흘리는 문자를 보내다가 이내 ‘파티 기획 짜봐’ 라고 했다.

그래, 연말이면 무엇인가

물론 작년 이맘때쯤은 기말 시험 준비로 엄청 바빴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험 대신에 방송 일정이 있긴하지만... 뭐 어떤가! 방송 끝나고 파티를 즐기면 되지!

**

“라는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나리 선배도 오실래요?”

“미안하지만 저는 크리스마스에 켠김에 보스까지 달리는 콘텐츠를 이미 사전 예고를 한 터라!”

“... 그거 선라이즈 크리스마스 방송 끝나고 바로 가시는거죠?”

“물론이죠. 전날과 훗날에 이미 스케쥴 다 빼두었답니다. 26일에는 18시까지 낮잠이에요.”

“보통 그걸 낮잠이라고 하지는 않는 데 말이죠.”

오늘도 회사에 출근을 해서 방송을 마친 나는 이나리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장난을 짓궂게 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여로모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늘 도움을 받는다.

“크리스마스에는 그것도 밤에는 될수 있는 한 방송을 키는 편이 좋아요. 아무래도 다른 방송인들처럼 우리들도 크리스마스 저녁에 방송을 안 키면 쓸데없는 추문에 휩싸이거든요.”

“으윽, 그거 저 정말로 이해가 안가요. 정말로 방송인들을 연애 대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흐흥, 아쉽지만 그게 정말이랍니다. 오히려 우리들 같은 경우에는 얼굴을 까고 공개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쓸데없는 말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실제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저희가 연기하는 그대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아...”

“뭐 어쩔 수 없는거죠. 그래도 다른 유명인들에 비해서 저희들의 본모습은 숨길 수 있으니까 좋다고는 생각되지만... 자, 아무튼 우리 후배님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도 좋지만 저번처럼 저녁에 같이 방송을 켜주는게 좋을거랍니다.”

“오!”

“그날 있었던 일 타마짱에게서 여러 가지 이야기 들었어요. 듣기만해도 마음이 뭉글뭉글 해지는 끝내주는 파티라는 걸 저도 잘 알았네요. 으으 아쉬워라, 이미 시청자들과 약속 하지 않았으면 제가 파티를 또 끝내주게 만들어 줬을텐데.”

“그렇다면 이나리 선배님도 다음 번에 부디!”

“좋아요~ 좋아요~ 저도 우리의 메이드가 만들어주는 요리 꼭 먹어보고 싶은걸요~ 코타츠 나베라던가, 코타츠에서 해먹는 스키야키 라던가, 코타츠에서 해먹는...”

“뭐랄까, 코타츠에 진심이시군요.”

“원래 겨울 철 여우는 코타츠와 일심 동체랍니다. 이번에는 코타츠에 들어가서 방송을 하는 기획도 생각중이에요. 일명 여우의 뒹굴뒹굴 코타츠 방송.”

이나리 선배의 여우 귀 달린 캐릭터가 코타츠에서 흐느적거리면서 굴러다니는 상상을 했다.

확실히 귀여웠다. 역시 선배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기획들을 잘 짜시는구나...

그렇다면 나는 뭘 하지? 아무래도 공식 채널의 방송에서는 사회인, 진행인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세게 박혀있단 말이지...

“그렇게 된다면 메이드가 해주는 요리를 넙죽넙죽 받아먹는 느낌이 되겠군요?”

“어라, 그렇게 듣고보니 정말로 그런걸요? 메이드 사육사와 여우 신님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물론 그런 방송은 우리 무섭고 귀여운 유리아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되겠지요 우리 메이드씨?”

평범한 방송이라면 모를까

오프라인에서 코타츠에 뒹굴거리는 선배에게 요리를 하는 방송이라...으음, 확실히 언니의 허락이 필요할 것 같다.

그냥 멋대로 진행했다가는 큰일 날 기분이 든단 말이지...

“오호라, 표정을 보아하니 요즘 들어서는 막무가내로 진행을 하지 않나 보네요? 저희는 ‘친구’사이가 아니었던가요?”

이나리 선배가 짐짓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물어온다.

하지만 이 선배에게 짧은 시간동안 워낙 많이 골림 당한 나는 이나리 씨의 손목을 잡아 스리슬쩍 녹음 기능을 킨 휴대폰을 빼앗았다.

“에엥! 이나리의 비밀 ‘우린 친구가 아니에요!’ 고백 의도가!”

“더 이상 낚이기 싫거든요!”

“항복 항복! 간질이기는 그만둬주세요!”

본인이 장난을 치는 것만큼이나 본인이 장난을 받는 것도 좋아하는 이나리 선배의 약점은 옆구리다.

자비 없이 이나리 선배의 옆구리기를 간질거리자 선배는 1분도 되지 않아서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게 왜 자꾸 후배를 놀리고 그러세요! 저 쉬운 여자 아니거든요?”

“그치만 유나 후배는 뭐라고 해야할까? 부위 파괴만 되면 찔러오는 공격에 약한 타입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무심코 방어를 뚫고...”

“뭐에요 그 이상한 비유는? 사람을 무슨 몬스터 취급 하는 거 그만 둬주실래요?”

“에구구, 아무튼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유나 후배님.”

“하아, 선배님도 이만 들어가보세요.”

그렇게 다사다난 했던 방송 마무리가 끝나고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집으로 돌아갈 무렵

내 휴대폰에 알림이 왔다.

확인을 해보니 츠유가 보낸 문자 메시지

그곳에는 츠유의 동생 카야코가 수필로 쓴 장문의 편지가 사진으로 첨부되어 있었다.

학생 특유의 두서없는 풋풋함이 가득한 그 글에는 곳곳에 번짐이 일어났는데 떨리는 글체를 보아하니 울면서 쓴 모양이다.

그 내용은 감사합니다 제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어서, 언니의 꿈도 지켜주셔서­로 요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그녀의 떨리는 감정과 안도의 울음이 사진 너머로도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원래는 문자로 해도 되지만 이런 감사의 마음을 표하려고 일부러 편지를 쓴 다음 사진으로 찍어 보낸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된 나는 흐뭇한 마음에 미소 지었다.

어찌보면 자동차는 회사의 돈과 지원이고 다음 집 계약은 회사의 돈으로 따낸 부분이 크기에 이번의 돈 지출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이었다.

하지만 그 커다란 지출을 두 사람의 꿈을 지키는 데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집으로 가는 내내, 추운 겨울임에도 속에서 느껴지는 든든한 따스함으로 행복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어서 크리스마스 파티에 그녀들도 함께 해서 함께 놀고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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